새 발자국을 남기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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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발자국을 남기며…
  • 월간원예
  • 승인 2010.02.09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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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백나무 꽃망울 속에
내가 평소 갖고 싶던 방을 들인다
겹겹이 붉은 단열벽도 치고
아무나 침범할 수 없도록
출입문은 딱 한 개, 봄을 향해 단다
아아, 갑갑해, 너무, 갑갑해,
세상 구석구석 다 볼 수 있도록
천장엔 하늘문을 단다
동백꽃숲은 위성 안테나
초고속 인터넷에 접속한다
침침하던 동백꽃망울 속에
환한 생기가 돈다
이 단촐한 방에서 나는
겨울바람과 채팅도 하고
떨어지는 눈(雪)과 몸도 섞는다
좀 더 우주적으로 省察하고 싶어
밤마다 전갈자리별과 사랑도 주고받는다
내가 사랑한 전갈자리별을
동백나무 꽃망울 속
내 붉은 방에
은밀히 초대하고 싶다
- 詩, 교감 / 고영 -

울타리 가시덤불에 쌓인 눈이
제 무게 못 이겨 풀썩 떨어지더니
밤새 몰아치던 바람도 잦아들었습니다.
빼꼼이 찾아온 아침은 언제 그랬냐는 듯
눈부시기 그지없습니다.
온 세상이 눈에 가려 하얗기만 한 데,
나는 아직 포근한 자리에 앉아 뭉그적거리고 있습니다.
무심한 마음으로 창밖을 살피다
퍼뜩 마주친 풍광으로
서둘러 일어나 카메라를 챙깁니다.

안전화에 아이젠까지 체이고 나서 조심스럽게 다가가 촬영한
산사나무 열매입니다.
붉은 열매는 눈이 덮어 더욱 붉게 보이고
애처로운 모습으로 바람에 흔들리고 있습니다.


나무사이를 푸드득 거리며 날아다니던 참새는
갑작스런 내 출현에 재잘거림을 죽이고
먹음직한 먹이를 바라봅니다.
몹시 긴장한 모습입니다.

한 발짝 걸음을 옮길 때 마다
발목으로 들어오는 눈뭉치가 선뜻한 느낌입니다.

나뭇가지에 얹힌 눈도,
잎사귀에 달린 눈도
그저 아름답게 비춰지는 아침.
나는 행복합니다.

저기,
대나무 잎 위에 날리는 눈을 보라.
어찌 저리 날렵하고  가벼운지,
마음까지 둥실 떠다니는 것 같구나.

소복소복 내려앉는 교태어린 자태,
너를 차마 잡지 못하겠구나.
저기,
대나무 잎 위에 날리는 눈을 보라.
여린 너를 보는 듯하구나.

 

동백나무 꽃망울 속에
내가 평소 갖고 싶던 방을 들인다
겹겹이 붉은 단열벽도 치고
아무나 침범할 수 없도록
출입문은 딱 한 개, 봄을 향해 단다
아아, 갑갑해, 너무, 갑갑해,
세상 구석구석 다 볼 수 있도록
천장엔 하늘문을 단다
동백꽃숲은 위성 안테나
초고속 인터넷에 접속한다
침침하던 동백꽃망울 속에
환한 생기가 돈다
이 단촐한 방에서 나는
겨울바람과 채팅도 하고
떨어지는 눈(雪)과 몸도 섞는다
좀 더 우주적으로 省察하고 싶어
밤마다 전갈자리별과 사랑도 주고받는다
내가 사랑한 전갈자리별을
동백나무 꽃망울 속
내 붉은 방에
은밀히 초대하고 싶다
- 詩, 교감 / 고영 -

 

글·사진 | 들꽃세상 대표 김성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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