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의 빛 한 자락 황홀을 맛 보다 새 국립중앙박물관 발걸음 옮겨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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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 빛 한 자락 황홀을 맛 보다 새 국립중앙박물관 발걸음 옮겨보자
  • 월간원예
  • 승인 2006.01.05 13: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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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벌이도, 사랑도 오체투지 없이는 허락되지 않는 서울 살이라고, 한 지인은 말했었다. 당신 머릿속을 앵앵거리며 나타났다 사라지는 외마디의 저 짧은 비명.
꽤 다니는 길로만 다니는 당신은 오늘도 헐떡거리며 플랫폼 계단을 뛰어내려와 오전 8시 30분, 서울역 앞에서 7번째 칸, 안산행열차를 기다린다. 당신은 늘 같은 시각, 같은 장소, 같은 이유로 같은 지하철에 오른다. 그리고는 뾰족구두, 와이셔츠, 껌 되씹는 누군가를 지나치며 검은 지하 밖이 훤하게 내다보이는 전철 문 앞에 선다. 혹 우리가 사라질지도 모르는 의자에 앉아 잠시 아팠다 깨어나면서.
무료함에 찌든 당신이라면, 오늘만큼은 월차든, 연차든, 휴가를 내어 다른 걸음을 찾아나서는 건 어떨까. 혹, 그것 또한 어색하다면 지하철 4호선, 국철 이촌역을 알리는 신호음이 들리면 그냥 내리면 되는 거다. 그리곤 종합소득세, 결혼식 청첩장, 모든 약속과 의무를 저버리고, 신분증과 크레디트 카드를 놓아둔 채, 국립중앙박물관으로 발걸음을 옮기면 된다. 그렇게 문득문득 다른 길을 찾는다면 당신은 별안간 요렇게 신기하고 번쩍 놀래어 주는 그 무엇들을 맞딱들이게 될 것이다.

서울 문화 중심, 용산으로
한민족의 역사가 서울 용산에서 새롭게 시작됐다. 국립중앙박물관(관장 이건무)은 오랜 경복궁 시대를 마감하고, 용산에서 지난 10월 28일 세계 복합문화공간인 박물관으로 재탄생했다.
국립중앙박물관은 민족문화의 전당, 수천년의 자랑스런 역사와 민족의 뿌리를 간직한 학술적 연구와 다양한 교육의 장으로서 국민과 함께 숨 쉬게 됐다. 서울의 강남과 강북 사이, 북으로는 전쟁기념관, 남으로는 국립도서관 등 서울 남북 문화의 중심에 위치하고 있어 민족문화의 중심적 전당으로 평가받았다. 또한 용산 가족공원 및 지하철역에 인접해 있어 민족공원 조성계획과 연계해 나갈 수 있는 곳으로 대두되고 있다.
전통건축의 현대적 재해석
새 박물관은 전통적인 건축 정신을 현대적으로 재해석, 자연과 인공의 조화와 단순함이 그 특징이다. 건물 뒤로는 남산과 서울타워가 보이고 앞쪽으로는 한강이 흐르고 있어 배산임수형 입지를 갖추고 있다. 또 건물전체 길이가 404m로 건물 형상은 전통 성곽 개념을 도입했다. 지난날 역경을 극복했던 강인한 민족성을 의미하며 단단한 국산 화강석을 사용했다. 주용 공간 및 내부는 외국산 라임스톤을 마감재로 사용했다.

경계선 없앤 한국적인
조경으로 어필
새 박물관은 대지 안쪽 깊숙한 곳에 전통방식에 따라 남향받이와 배산임수의 양식으로 배치됐는데 건물을 둘러싼 공원 또한 전통을 살려 조화롭게 형성되어 있다. 박물관 전체, 당초 컨셉은 전통과 현대를 접목시킨 건축물과 서구식 정형적인 잔디 광장이 펼쳐진 조경 설계였다. 그러나 전문가 및 자문위원을 결성, 한국적인 조경을 만들기로 확정했다. 산과 물의 입체적인 동선을 살리고 콘크리트나 시멘트가 아닌 자연 친환경적인 마사토가 사용됐다.
조경과 길의 경계선을 없애 자연스러움을 더했으며 주차장, 포장도로가 있는 서관에서 미륵폭포 등이 있는 동관으로 서서히 동화되도록 했다.
그 동선을 따라가 보면 박물관 앞에 펼쳐진 거울못에 시선이 고정될 터인데 박물관 전경이 태양의 고도에 따라 투영돼 현대건축물과의 조화를 그대로 느낄 수 있다.
서구식 잔디는 배제, 최소화시키고 전통적 흙길을 도입했으며 우리 수종 95% 식재, 야생화 170만 본, 상록도 외래수종을 지양했다. 잔디 대신, 띄풀이나 맥문동, 억새풀을 깔았고 사계절의 느낌을 온전히 전하기 위해 생태에 맞는 작물들을 적당한 위치에 심었다.

새 박물관의 공간구성
상설전시관과 각종 기획전, 특별전이 펼쳐지는 박물관은 3층으로 그 공간구성이 다양하다. 우선 1층의 고고, 역사전시장을 살펴보면 선사시대부터 조선시대에 이르는 역사문화의 흐름을 따라 10개 전시실로 이뤄져 있다. 고문서, 고지도, 왕과 국가 등 9개의 주제로 나눠 전시된다.
2층의 미술, 기증전시는 한국미술사의 명품인 서예, 불교회화, 목공예 등 전통미술을 일목요연하게 감상할 수 있으며 이홍근, 박병래 등의 기증문화재를 전시하고 있다. 3층은 미술Ⅱ, 아시아로 불교조각과 금속, 도자공예 등 중국, 일본, 동남아시아의 문화재를 전시해 이웃나라의 문화를 이해하고 문화의 다양성을 체험할 수 있게 했다.

김미경 기자 wonye@hortitimes.com
문의 : 02-2077-9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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