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기롭진 않지만 무리로 피어서 아름다운 꽃! 마타리
상태바
향기롭진 않지만 무리로 피어서 아름다운 꽃! 마타리
  • 월간원예
  • 승인 2019.09.30 17:4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국립백두대간수목원 약용식물원내 마타리 군락
국립백두대간수목원 약용식물원내 마타리 군락

 

우리나라에 자생하는 식물 중에는 찔레, 나리, 함박꽃나무, 정향나무, 칡 등 꽃이 아름다우면서도 향기로운 식물이 있는 가하면 꽃은 아름답지만 향은 보통인 식물, 노루오줌, 쉬땅나무, 말오줌나무, 쥐오줌풀과 같이 꽃은 아름답지만 향기롭지 못한 식물로 나눌 수 있다. 물론 인간 중심의 입장에서 말하는 것이며 향이 좋다 역하다란 표현도 주관적일 수 있다. 대체로 향기가 좋은 식물들은 꿀을 많이 만드는 식물들로 벌과 나비, 꽃등에 등 꿀을 필요로 하는 곤충들을 유인하지만 향기가 고약한 식물은 파리, 딱정벌레, 개미 등을 유인하게 된다. 
향기롭지 못한 식물은 향기가 나쁘다보다는 냄새가 역하다 또는 고약하다라는 표현을 쓰는 게 보편적이기도 하다. 향기롭던 그렇지 않든 식물들은 수분과 수정을 통해 후대를 생산하기 위한 최선의 노력일 것이다.
꽃이 향기롭지 않지만 늦여름과 가을들녁을 꿋꿋하게 꽃피우는 마타리과 식물이 있다. 자생하는 마타리과Valerianaceae식물에는 쥐오줌풀속Valeriana과 마타리속Patrinia 등 두 속으로 나누어지는데 쥐오줌풀속식물은 주로 봄부터 초여름까지 꽃을 피우는 종들로 쥐오줌풀, 설령쥐오줌풀, 광릉쥐오줌풀, 세잎쥐오줌풀 등 8종이 자생하고 있다. 마타리속식물에는 마타리, 돌마타리, 금마타리, 뚝갈, 긴뚝갈 등 5종으로 분류할 수 있으며 종별로 조금씩 개화기가 차이가 있지만 보통 가을까지 꽃을 피운다. 쥐오줌풀속은 자주색의 꽃이 점차 옅은 흰색으로 변하는 꽃을 피우지만 마타리속식물은 노란색과 흰색의 꽃이 핀다.

돌마타리 종자
돌마타리 종자

 

옛날 소아시아의 프리기아라는 나라의 왕 미다스는 재물욕이 많은 사람 이였는데 가지고 있는 재산보다도 더 많은 재산을 가질 수 있는 방법을 늘 구상하던 중, 신께 간절히 제를 올리면 분명히 들어 줄 거라 생각하고 매일같이 정성스레 제를 올렸다 한다. 어느 날 신이 무슨 이유로 그리 내게 간절히 제를 올리느냐 물으니 제가 만지는 모든 것이 황금이 되게 해달라는 소원을 빌었는데 신은 깊은 생각 끝에 그 소원을 들어주기로 하였다. 미다스왕은 왕국의 모든 것을 황금으로 바꾸며 늘어나는 재물에 행복해 했으며, 재물 자랑에 신이나 정신을 놓고 있던 어느 날, 사랑하는 딸이 찾아오자 반가운 마음에 아무 생각 없이 딸을 안고 말았다. 그 순간 하나밖에 없는 왕의 딸은 황금석상이 되고 말았으며 더 이상 사랑하는 딸을 볼 수도 안을 수도 없게 되었다. 자식을 잃은 슬픔과 많은 재물이 덧없음을 한탄하며 통곡하였다 한다. 
마타리꽃이 지고 종자가 익을 때면 둥글고 납작한 금전을 닮은 종자가 줄기 끝에 조롱조롱 달린다, 전설속의 미다스왕이 그 시절 마타리도  만져서 그리된 것이 아닐까? 상상해본다.
마타리속 중 가장 키가 큰 종으로는 마타리Patrinia scabiosifolia로 보통 1m ~ 1.5m까지 자라며 잎과 줄기는 마주나기로 달린다. 늦여름부터 가을까지 줄기 끝에 꽃이 모여나기로 핀다. 뿌리에서 썩은 된장처럼 역한 냄새를 풍겨 패장(敗醬)이라고 불리는 데, 식물체와 꽃에서는 그리 심하지 않은 편이다. 마타리의 뿌리에서 냄새가 고약하다면 돌마타리Patrinia rupestris는 생약명으로는 암패장(岩敗醬)으로 불리는 데 마타리와는 달리 전초에서 고약한 냄새가 나는 데 특히 꽃이 피면 가장 심한 냄새가 나서 꽃보고 다가갔다가는 후회하게 된다. 가까이에서 보기 보다는 먼발치에서 감상하는 게 좋은 녀석이다. 마타리에 비해 키는 60cm정도 자라고 직립하기도 하지만 분지가 많이 되어 사방으로 꽃을 탐스럽게 피우는 점이 다르다 할 수 있다. 사립수목원에 근무할 때 키도 적당하고 지피력도 우수하고 군락을 이루기 좋은 수종으로 돌마타리를 선택했다가 낭패를 본적 있다. 돌마타리를 2년간에 걸쳐 번식시켜 정원 한 켠을 아름답게 장식했건만 그곳을 관람하는 사람들은 정원과 꽃에서 썩은 냄새난다는 민원이 끊이질 않아 돌마타리 전량을 제거할 수밖에 없었던 사연이 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렇다고 제거할 것까진 아니라 생각되지만 방문자의 민원을 잠재우기 위해 어쩔 수 없었던 기억이 난다.
금마타리Patrinia saniculifolia는 일반적으로 주변에서 흔히 관찰하기는 어렵다. 마타리속 중에서 키가 가장 작은 종으로 약 30cm정도 밖에 자라지 않으며 고산의 바위틈에서 주로 자생한다. 개화기도 5월 중순 이후부터 피어 마타리와 돌마타리에 비해 일찍 꽃을 피운다. 보통 해발 800m정도 되는 곳에서 조금씩 나타나기 때문에 인근의 낮은 산에서는 자생지를 찾기 어렵다. 고산종이다 보니 정원에 식재하여 자생화하기에도 좀 어려움이 있다.

동선상의 마타리군락
동선상의 마타리군락

지금까지 살펴본 마타리속 식물은 모두 노란색의 꽃을 피우지만 흰색 또는 미색으로 꽃을 피우는 뚝갈Patrinia villosa은 마타리처럼 1.5m 정도 자랄 정도로 크게 성장하며 꽃의 성상이나 외관은 마타리와 닮았지만 흰색으로 피어난다. 잎은  두 장씩 마주나기하며 윗마디잎과 교차하며 달린다. 냄새는 마타리처럼 보통수준이기 때문에 정원에 식재해도 무방하다 하겠다. 
보통 마타리속 식물은 종자의 결실이 잘되는 편이기 때문에 번식할 때는 주로 종자번식을 이용하는 것이 좋다. 늦가을에 성숙된 종자를 수확하여 가을파종을 하여도 무방하지만 이듬해 봄에 삽목상자에 혼합상토 또는 질석이나 강모래에 파종하면 잘 발아하는 편이다. 본 잎이 두장 정도 나올때쯤 72구 연결트레이에 상토와 퇴비를 7:3정도로 섞어서 사용하면 잘 성장한다. 연결트레이에서는 보통 한 달정도 양묘 후에 노지에 본식하는 것이 활착에 유리하며 키가 크게 성장하는 종들이라 도복되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 노지에 식재시 너무 밀식하면 성장하면서 간섭 또는 경쟁이 일어나므로 40~50cm 간격을 유지하는 것이 좋다. 마타리와 뚝갈처럼 키가 1m 이상 자라는 것들은 6월~7월 사이에 15~20cm 정도에서 적심하여 주면 50~60cm 정도로 적당한 수고를 유지하고 분지를 조장하여 풍성한 연출이 가능하다. 금마타리는 고산종으로 일반적인 용토를 사용하면 양묘에 실패하기 쉽다. 시중에서 구매할 수 있는 가는 마사토를 잘 세척하여 배양토를 2정도만 배합하여 사용하면 건강한 모종생산이 가능해지며 식재지도 암석원과 같은 척박한 조건을 만들어 주면 잘 적응해 식재가 가능하다. 무엇보다도 토양의 배수와 통기성이 좋아야만 무더운 혹서기에 고사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마타리속식물들은 배수가 잘되는 양토에서 잘 생육하지만 자생지 환경을 살펴보면 비교적 척박한 환경에서도 잘 적응하는 편이라 토질을 심하게 가리진 않는 편이다. 심하게 과습하지 않은 조건이면 어디는 군락을 만들어 연출하는 데 용이하며, 가급적 군락지를 조성하면 여름과 가을에 아름다운 경관을 연출하기에 적합한 수종이라 할 수 있다.
국립백두대간수목원의 약용식물원에는 마타리와 돌마타리를 함께 식재하여 비교 관찰할 수 있도록 조성해 놓았다. 비록 냄새가 다른 꽃들에 비해 향기롭진 않지만 인간의 입장에서가 아니라 돌마타리의 입장에서 생각한다면 좀 더 먼발치에서 아름답게 봐 줄 수 미덕이 생기지 않을 까? 국립백두대간수목원의 약용식물원에는 무리로 피어나 아름다운 마타리가 깊어가는 가을과 함께 노랗게 익어가고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