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땅의 흙을 아는 것부터가 농사의 시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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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땅의 흙을 아는 것부터가 농사의 시작입니다"
  • 월간원예
  • 승인 2019.06.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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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청주시 꿀벌농장 정민영 대표

청주시는 120ha(약36만 평)면적에서 연간 약 16500t 정도 수확량을 올리고 있는 으뜸가는 애호박 주산지이다. 약 160여 명의 애호박 재배 농민 중 대부분이 2월에 심어 7월에 수확하는 일정으로 1년 농사를 짓고 있다. 나머지 기간에는 다른 품목으로 농사를 짓는 게 보편적이나, 애호박 ‘겨울작기’라는 틈새시장을 통해 소득을 올리고 있는 농업인이 있다. 바로 꿀벌농장의 정민영 대표. 하우스 5중 방온으로 청주에서 유일하게 겨울작기 애호박 농사를 짓고 있는 정 대표를 만나 애호박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눠봤다. 

 

충북 청주시 꿀벌농장 정민영 대표 

 

꾸준한 영농일지 작성 
25년 농사의 밑거름

정민영 대표를 찾아간 날, 정 대표는 작업장에서 구슬땀을 흘리며 아들과 함께 출하준비를 하고 있었다. 매일 가락시장으로 애호박을 출하하고 있는 정 대표는 올해로 25년째 농사를 짓고 있다. 정 대표는 40대까지 중소기업을 다니다 퇴사하고 벼농사와 함께 소를 키우는 것으로 ‘농사’를 시작했다. 회사원일 때보다 육체적으로는 고됐지만 정년퇴임 없이 마음 편히 살 수 있다는 점이 정 대표를 ‘땅’으로 이끌었다고. 그러다 벼농사만으로는 어렵다고 생각이 들 때 즈음, 농촌지도소의 권장으로 정 대표는 하우스농업을 시작하게 됐다. 처음엔 하우스 세 동으로 수박과 애호박 2기작을 했다. 차차 4~5동 씩 하우스 규모를 늘려 현재는 하우스 40동, 19834㎡(6000평) 규모로 연간 약 320t의 애호박을 출하하는 대농(大農)이 됐다. 
수박, 토마토, 오이, 호박, 벼 등 다양한 품목을 다뤄온 정 대표의 농업 철학은 ‘꾸준함’이다. 수박 농사를 짓다 토마토 농사로 전환하면서부터 작성해 온 영농일지가 25년의 경험이 축적된 지금도 새삼 도움이 된다고. 정 대표는 수확량, 액비, 엽면시비, 날씨 등 사소한 것이라도 매일의 상황을 모두 기재했다. 그렇게 모아진 영농일지는 훌륭한 데이터베이스가 됐다. 

 

 정대표는 하우스 40동, 19834m2(6000평)규모로 연간 약 320t의 애호박을 출하한다. 짚을 이용한 땅관리와 더불어 호박의 잔뿌리 관리를 위해 물관리에도 심혈을 기울인다. 

 

농사의 첫걸음은 내 땅의 
성질을 파악하는 것 

“하우스 40동을 운영 중이지만 동마다 조금씩 땅의 성질이 모두 다릅니다. 어느 동은 사질토의 비율이 높고 어느 동은 점토의 비율이 높습니다. 따라서 배수량이나 배수 속도가 다 다른 것이지요. 인접한 하우스라고 일괄적으로 관리하면 안 되는 것은 이 때문입니다.”
정민영 대표는 취재 내내 ‘땅’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또 강조했다.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하면 농사를 잘 짓냐고 물어오면 저는 ‘나는 이렇게 했지만 당신 땅에서는 다를 수 있다’고 꼭 말합니다. 아무리 좋은 기술이라도 땅마다 적용이 다르니 섣부르게 다른 사람의 말만 듣고 농사법을 결정해서는 안 됩니다.” 
또, 겨울작기로 10월부터 이듬해 7월까지 수고한 땅을 3개월 정도 쉬게 하는 것이 정 대표의 노하우라고. 수확한 자리에 바로 재배하는 ‘제자리치기’를 하지 않고 땅을 쉬게 하여 땅속 염분을 제거하면 재배 도중 애호박이 죽는 것을 줄일 수 있다고 한다. 해마다 하우스 한 동당 1t 가까이 짚을 깔아 유기물 관리를 하는 것도 정 대표가 신경 쓰는 땅 관리 중 하나이다. “아무리 무해한 성분으로 이루어진 약품이라고 해도 제일 좋은 것은 약을 치지 않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는 정 대표에게서 ‘건강한 농사’에 대한 자부심이 느껴졌다.     

 

애호박 인큐봉지를 사용하면 일정한 크기로 출하가 가능하다. 육안으로 확인했을 때 봉지 안에 습기가 사라지면 수확 적기이다. 
 

5중 방온으로 애호박 겨울작기 
겨울 수익 쏠쏠해 

정민영 대표는 지역에서 유일하게 겨울작기로 애호박 농사를 짓고 있다. 대부분 애호박은 2월에 심어 7월에 수확하는 일정으로 농사를 짓지만, 정 대표는 10월에 심어 7월까지 수확한다. 따라서 1월 초부터 수확이 가능한 것. 1월부터 3월까지는 한 짝에 25000~30000원 대의 좋은 시세로 판매가 가능해 겨울 수익이 꽤 쏠쏠하다고. 그렇다면 왜 다른 사람들은 겨울작기를 선택하지 않는 것일까? 그 이유로 정 대표는 시설 투자비용을 꼽았다. 현재 정 대표의 하우스 40동은 3중 비닐하우스이다. 겨울작기에는 하우스 내에 얕은 터널형식으로 한 겹 더 보온하고 온풍기를 가동해 13℃로 하우스 온도를 유지한다. 결과적으로 5중 방온처리를 하는 것이다. 현재 지역 대부분의 애호박 농가는 2중 하우스 형태이다. 정 대표는 초기 하우스를 지을 때부터 겨울 작기를 생각했다. 2중으로 하면 한 동을 짓는데 900만 원 정도의 비용이 들지만 3중으로 하면 1200만 원 정도로 차이가 난다고. 또 비닐 교체로 1년에 비닐 값만 1000만 원 정도를 쓰고 있지만, 겨울작기의 소득을 생각하면 장기적으로는 이익이라며 정 대표는 활짝 웃었다.      

 

장기적인 농촌 활성화 위해서는 
형평성 있는 지원 뒷받침돼야  

지난 2010년 급성 간 경화로 짧으면 3개월 길면 6개월이라는 시한부 선고를 받았던 정민영 대표. 소식을 들은 아들 정상운 씨는 일말의 망설임 없이 아버지인 정 대표의 간 이식 수술을 위해 정밀검사를 받았다. 천만다행으로 이식수술은 성공적이었다. 상운 씨는 정 대표의 수술 후, 회사 생활을 접고 아버지 곁으로 와 농사를 시작했다. 처음엔 아픈 아버지의 고된 농사를 돕는 것에서 시작했으나 이제는 어엿한 9년 차 농부가 됐다. 앞으로 2~3년 뒤에 은퇴 계획을 세우고 있다는 정 대표는 상운 씨처럼 대를 이어 농사를 짓거나 귀농·귀촌인 등을 고려했을 때 형평성 있는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 대표는 “현재 하우스 보조금이 있기는 하나 동수나 평수에 비례하지 않습니다. 그러다 보니 3동 농사를 짓는 사람이나 40동 농사를 짓는 사람이나 수령 보조금이 같은 실정입니다”라며 평수나 동수를 고려한 지원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오늘도 하우스와 작업장을 오가며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정민영 대표는 신뢰할 수 있는 먹거리, 고품질 애호박 생산을 위해 연구와 노력을 거듭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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