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 뛰어넘는 키위 강국을 향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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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 뛰어넘는 키위 강국을 향해
  • 이태호 기자
  • 승인 2019.12.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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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사천시 실안농원 김동섭 대표

참다래(키위) 국내산 신품종 ‘골드원’의 1호 전용실시 농가. 현재 골드원의 공식적인 계약재배 농가는 전국 총 50여 개다. 한창 무르익은 참다래가 주렁주렁 달린 사천시 실안 농원에서 경상 지역 20여 농가를 당당히 이끌어가는 김동섭 대표를 만나 참다래 강국이 되기 위해 나아가야 할 길을 물었다.

 

경남 사천시 실안농원 김동섭 대표

 

과일의 제왕 키위 (참다래)
비타민C 등 각종 영양성분이 풍부해 과일의 제왕으로 알려진 키위. 미국식품의약국(FDA)에서 규정한 20가지 영양소가 골고루 들어 있는 기능성 과일로 주목받고 있다. 10월 하순부터는 이 키위가 본격 수확되며 본래 참다래(Kiwi fruit, Actinidia deliciosa or chinensis Planch)는 동남아시아 원산의 넝쿨성 낙엽 과수로 원산지가 중국다래이며, 양쯔강 유역 산림에서 야생하던 것을 20세기 초에 뉴질랜드로 건너가 종자를 도입 개량해 발전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뉴질랜드 산으로 소비자들에게 널리 알려진 키위는 국조(나라 새)인 키위 새와 비슷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우리나라는 지난 1970년대 말 도입돼 키위, 양다래 등으로  불리우다가 1990년대부터 ‘참다래’라는 이름으로 통일해서 부르고 있다. 

 

 

저장성 좋은 참다래 ‘골드원’
참다래 수확 철을 맞아 분주한 실안농원. 전체 과수원 면적은 33057㎡(1만 평) 규모에 농촌진흥청 신품종인 골드원을 재배하는 면적은 9917㎡(3000평)정도다. 우선 나무 사이로 파이프 옆에 일일이 삼발이를 놓고 시공했다는 정성이 눈에 들어왔다. 바닷가에 자리한 경남 사천에서는 바람량을 조절하는 것이 관건이다. 봄에는 계절풍이, 때로는 태풍 등 큰바람을 막기 위해서도 튼튼한 설비는 필수다. 더구나 키위나무는 잎이 다른 과일에 비해 넓어서 바람이 불거나 열이 강하면 피해를 보기 쉽고, 날갯죽지 탈락도 막아줘야 한다. 잎을 통한 수분 증발 역시 주의할 필요가 있다.
이에 김 대표는 차광, 방풍 기능이 있는 에어 커튼식 지붕과 측면에서 바람이 통하게 해주는 특별한 설계를 마련했다. 할아버지의 선대부터 물려온 감나무밭을 이어받아 자신도 단감 농사를 20년 가까이 지어 온 김 대표의 내공이 드러나는 듯했다. 김 대표가 골드키위 재배를 시작한 것은 지난 2015년부터다.
“큰 농장을 혼자 맡아 운영하고 있다가 우연히 국립원예특작과학원 남해출장소 곽용범 박사가 육성한 국내품종인 참다래 품종 현장 실험을 해보자는 제안을 받았어요. 처음에는 제주도의 제시 골드를 분양받아 키워보기도 하고 샘플링을 거치면서 최종적으로 골드원을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당시 국내에 유통되는 골드키위 품종에는 한라 골드, 제시 골드, 전라도 해금이 주종을 이루고 있었다고 김 대표는 설명했다. 
“제가 키워본 경험으로는 제시는 너무 산도가 셌고, 한라 골드는 삽목 등이 까다로웠습니다. 또, 해금은 측화가 뚜렷해서 일손이 많이 갔고 과일 크기 자체가 100g 언저리여서 작은 편이고 골드원보다는 저장성도 약했습니다.”

 

참다래 골드원. 키위는 바나나와 같이 대표적인 후숙 과일이다. 따라서 사서 바로 먹는 것이 아니라 며칠 묵혀두었다가 먹으면 좋다. 김 대표는 ‘삶은 고구마처럼 쓱 쪼개질 때’가 가장 맛있다고 추천했다.
참다래 골드원. 키위는 바나나와 같이 대표적인 후숙 과일이다. 따라서 사서 바로 먹는 것이 아니라 며칠 묵혀두었다가 먹으면 좋다. 김 대표는 ‘삶은 고구마처럼 쓱 쪼개질 때’가 가장 맛있다고 추천했다.

 

우수성 입증 참다래 ‘골드원’
참다래는 단면의 색깔에 따라 크게 그린 키위, 골드키위, 레드 키위로 나눌 수 있다. 겉모양으로 구분하려면 가장 털이 드센 것이 그린 키위, 다음으로 골드키위, 매끄러운 것을 레드 키위로 보면 된다. 
“골드원을 재배했을 때, 노력 대비 대과를 키울 수 있다는 점이 엄청난 메리트였어요. 2017년에 과수 대전에 골드원을 선보여 최우수상을 받은 적이 있어요. 저는 혼자 과수원을 경영하고, 나무 전지부터 시작해서 소소한 일 처리도 직접 하는 편이라 품질 관리가 부족한 부분도 있었을 텐데 그런 품평을 받은 걸 보면 아무래도 골드원 자체의 우수성이 입증된 결과 아닌가 합니다.”
김 대표는 “골드원은 130g이 평균 과중으로 영양제를 사용하지 않아도 나무가 건강하게 관리만 된다면 대과를 얻기 용이했다”라고 말했다. 골드원은 11월에 수확해 이듬해 5월까지도 저장이 가능할 정도로 골드 품종 중에서도 저장성이 좋았을 뿐만 아니라 옆으로 나는 꽃인 측화의 비율이 낮아 꽃 솎기를 할 때 인건비가 적게 든다는 설명이다.
“가을의 하루와 여름의 하루는 비교되지 않아요. 잎이 많이 살아있고 일조량이 많다면 수확 예정일보다 하루만 더 두어도 키위 고유의 맛과 특유의 향, 당도가 훨씬 깊어지기 때문이죠. 그래서 수학 일보다 10일까지 버텼던 적도 있어요. 적정 수확시기는 집마다 다르지만, 우리  농원은 10월 말에서 11월 5일쯤이 수확일입니다. 수확일은 예정일보다 약 20일쯤 전에 건물 중, 색도, 당도 등을 측정해서 판정일을 받아요.“

 

참다래가 가장 맛있을 때
키위는 바나나처럼 후숙이 중요한 과일이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샀을 때 바로 먹는 것보다는 환경에 따라 며칠 더 익혀서 먹는 것이 더 맛있다는 소리다. 직접 과수를 재배하는 김 대표에게서 참다래를 가장 맛있게 먹는 비결을 들어봤다.
“참다래는 쪼갰을 때 찌그러지지 않고 삶은 고구마처럼 쪼개질 때가 제일 맛있는 시기예요. 심이 안 받히고 칼로 쓱 부드럽게 썰리는 시기. 이 키위를 살짝 만져보면 탄력이 있고 약간 말랑하죠.”
하지만 과육이 단단한 복숭아 파와 물렁한 복숭아 파가 취향에 따라 나뉘듯이, 단단한 키위 맛을 그 자체로 즐기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후숙은 소비자의 몫입니다. 집마다 환경이 다르고 후숙에 필요한 기간도 달라지니까요. 물론 따서 바로 먹으면 떫지만 그런 걸 좋아하는 분들도 백 명 중 한두 명은 있어요. 예전에 키위를 선물했는데, 이틀 놔두었더니 키위 맛있다고 전화가 온 거예요. ‘아, 예’ 하고 말았는데 사실 조금 기분이 나빴어요. 딱딱한 키위를 어떻게 먹었다는 건지. 그런데 한 십 며칠 있으니 ‘키위 한 박스 얼맙니까?’ 하고 연락이 오더라고요. 저번에 한 박스 다 먹었다고. 알고 보니 소위 ‘딱딱한 키위파’였던 거죠. 후숙이 안 된 걸 그냥 깎아서 드실 정도로 잘 먹는 사람이었어요.”

 

신품종 ‘골드원’
신품종 ‘골드원’

 

참다래 강국을 향해
김 대표는 참다래 골드원의 미래를 위해 제대로 된 유통 구조와 재배관리 연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소비자의 참다래 수요는 꾸준히 늘고 있는 편이다. 지난 9월 농촌진흥청이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참다래는 농산물 중 과수 소득조사 결과에서 너끈히 10위 순위권에 올랐다. 그러나 대표적인 키위 생산국인 뉴질랜드에 비해 유통망, 연구 등은 아직 미흡한 실정이다.
“키위 대표 품종이자 뉴질랜드 브랜드인 제스프리는 자국의 유통뿐 아니라 해외 시장에서도 계약재배와 여름 수출을 병행해 일 년 내내 유통을 장악하겠다는 야심을 내비치기도 해요. 물론 기계를 활용한 수정 등 뉴질랜드가 앞선 부분도 많지만, 선진국이라고 해서 그 뒤에만 있으려고 하면 키위 속국이나 다름없지 않습니까? 뉴질랜드와 한국의 환경도 아주 다르고요.”
김 대표의 뼈아픈 비판에는 주체적으로 맛있는 참다래를 키워내겠다는 의지가 실렸다. 아울러 참다래 재배의 가장 큰 난제는 궤양이라고 한다. 동해로 인해 저온 장애를 받으면 궤양 균이 침투해 퍼지는데 지속적인 연구가 되지 않고 있어 전문적인 해결책이 부족하다. 특히 그린 키위보다 골드키위류가 궤양 균에 저항성이 약해 확실한 원인 규명과 치료법 마련을 정책적으로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김 대표는 지적했다.

 

바로 지금이 위기이자 기회
참다래 골드원은 전라도와 경상도, 그리고 제주도서 올해부터 첫 보급을 시작한 이래 서서히 재배를 확대하고 있다. 
“생장 속도가 빠른 제주 농가의 경우, 나무가 안정화되기만 하면 생산량이 급증할 것이라고 보고 있어요. 뉴질랜드가 한국 시장까지 노리는 시점에 골드원이야말로 한국 참다래 농가의 위기이자 기회가 되지 않을까 생각해요.” 
김 대표는 궁극적으로 농가들이 나도 농민, 너도 농민으로 똑같이 주인 된 처지에서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고 조직력을 갖추길 바란다고 강조한다. 지금까진 공감대만 형성된 수준이지만 내년부터는 전라·경상·제주가 통합된 조직체를 결성해 어디서 출하되든 똑같은 품질의 참다래를 똑같은 가격으로 소비자와 만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최종 목표라고 했다.
대한키위영농조합법인의 대표직을 맡아 벌교농협, 한라골드영농조합법인과도 꾸준히 유대 관계를 맺어나가고 있는 김 대표. 초가을 저녁이면 반딧불이도 심심찮게 눈에 띈다는 농원에서 김 대표는 키위보다 더욱더 푸른, 황금빛 키위 강국의 미래를 꿈꾸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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