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 독립,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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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 독립,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숙원
  • 이춘희 기자
  • 승인 2019.12.04 0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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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산 PO필름 보조금 지원 논란

기후변화와 농촌의 고령화, 고소득 온실 재배자목 전환 등으로 인해 우리 농업 현장에 시설원예의 비중이 점차 늘고 있는 가운데, 시설원예의 필수 자재인 온실 필름(비닐)의 일본산 비중이 높은 것으로 나타나 논란이 일고 있다. 최근 한일 양국 간 시국의 불안정에 따른 산업 전반의 국산화 열풍과 맞물리면서 과반을 넘는 높은 일본산 필름의 점유율에 대한 시정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월간원예는 이에 대한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보고, 이를 개선하기 위한 방안을 알아보고자 한다.

 

현재 일본산 필름의 높은 점유율에 대한 지적이 이어지는 것은 대체로 장기성 PO 코팅 필름(PO:Polyolefin)의 수입산 비중에 대한 논의다. PO필름은 기존 일반 PE(Polyethylene) 필름 대비 기능성과 수명에 있어 큰 차이를 보이며 국내에서도 해가 다르게 보급이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농가에서 흔히 일본산 필름이라고 부르는 것은 대체로 PO필름을 칭하는 것으로 국내에 처음 PO필름이 보급 될 때 대부분 일본 수입산에 의존했기 때문에 현장에서는 PO필름을 통칭해 일본산 필름으로 부르기도 한다.
그렇다면 기존 비닐하우스 용도로 쓰던 PE필름 대비 PO필름은 어떠한 차이가 있는 것일까? PO필름은 흔히 장수필름이라 불리는 기존 PE필름 대비 가격은 동당 설치비용이 약 2.9배에 달할 정도로 넘는 고가이지만 내구성과 기능면에서 PE필름을 훨씬 상회해 평균수명은 약 3배이며, 무적성(물방울이 아래로 떨어지지 않고 필름을 타고 바닥으로 흐르도록 하는 기술), 빛 투과율 등에서도 PE필름 대비 기능성이 높아 각광을 받고 있다.

PO필름 보급 초창기에 일본산 필름이 대세를 이뤘지만 국내 기업의 PO필름 보급량이 늘면서 점차 변화가 생기고 있다. 

 

국내산보다 일본산에 더 많은 지원
제도적 장치 고려해야

민주평화당 박주현 의원은 지난 10월 농림해양수산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일본산 PO필름에 대한 보조금 지원액이 국내산보다 높아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박 의원이 농촌진흥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시설원예 피복재별 사용 현황’에 따르면 2018년 기준 전체 비닐하우스용 PO필름 5919t 가운데 59%인 3469t이 수입산이며, 대부분이 ‘일본산’인 것으로 드러났다. 
국내에서 사용되는 PO필름의 원산지를 분석한 결과, 2015년에는 국산 516t, 수입산 3000t으로 수입산이 국산을 6배 가까이 압도했지만 국내 업체의 PO필름 공급량이 확대되면서 2018년에는 국산 2450t, 수입산 3469t으로 비슷한 수준에 이르렀다. 그러나 전체 PO필름 사용량의 59%가 수입산이 점유하고 있으며, 수입산 PO필름의 대부분은 일본산인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농림축산식품부가 비닐하우스용 PO필름을 구입하는 시설원예 농가에게 보조금을 지원하고 있다는 점이다. 농식품부는 시설원예 산업의 경쟁력 제고 및 수출확대 기반을 조성하기 위해 ‘원예시설 현대화사업’을 시행 중인데, 동 사업의 세부사업으로 관수·관비, 환경관리, 비닐하우스용 피복재, 무인방제기 등 각종 자재와 설비를 구입하는 시설원예 농가에 보조금을 지원한다. 비닐하우스용 필름은 보조금 부정수급 문제로 2016년부터 지원 중단했다가, 2019년부터 지자체 공동구매 조건으로 다시 지원됐다. 2019년 시설원예 현대화 사업 예산은 447억 8천 8백만 원이다.

박주현 의원
박주현 의원

농업용 PO필름 사용량 가운데 일본산이 대부분을 점유하는 점에 비춰보면, 결국 농식품부가일본산 PO필름 구매에 보조금을 지원하고 있는 셈이다. 현재 농식품부는 비닐하우스용 PO필름 구입에 따른 국고보조금 지급시 국내산 사용을 의무화하고 있지 않다. 일본산 PO필름의 국내 사용에 따른 보조금 지급 실적은 별도로 집계하지 못하고 있다.
박주현 의원은 “비닐하우스 농가에서 국내산 PO필름을 사용하는 비율이 점차 증가하고 있지만 여전히 일본산 PO필름이 상당수 사용되는 것이 현실”이라며 “국내산 PO필름이 일본산보다 30%가량 저렴함에도 일본산 PO필름의 점유율이 줄어들지 않는 것은 보조금이 일본산 PO필름 구입에 아무런 제약 없이 지원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가장 큰 문제는 국내에서 사용 중인 일본산 PO필름의 제조업체 중 일부가 일본의 대표적인 전범기업인 점이다. 국내에 수입되는 일본산 PO필름의 제조업체는 ‘타키론씨아이’, ‘산테라’, ‘세끼스이’, ‘미쓰비시’로서, 이 가운데 ‘산테라’사는 일본 ‘스미토모 주식회사’의 계열사인 ‘스미토모 화학’의 자회사이다. ‘미쓰비스’와 ‘스미토모’는 ‘미쓰이’와 함께 일제강점기 당시 많은 광업소를 운영하며 조선인을 강제 동원한 알려진 3대 전범(戰犯)기업으로 불린다. 타키론씨아이와 센테라 제품이 국내 PO필름 총 수입량의 80% 이상이며, 타키론씨아이의 ‘바츠군5’, 산테라의 ‘크린알파’를 주로 수입한다.
박주현 의원은 “일본 전범기업이 생산한 PO필름 구입에 보조금이 지원되는 것은 결국 전범기업에 국민 혈세가 들어간 것”이라며 “PO필름 구입에 따른 보조금 지급 시 국산자재 사용 의무화를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일본산 필름의 높은 점유율에 대한 지적이 이어지는 것은 대체로 장기성 PO 코팅 필름(PO:Polyolefin)의 수입산 비중에 대한 논의다. PO필름은 기존 일반 PE(Polyethylene) 필름 대비 기능성과 수명에 있어 큰 차이를 보이며 국내에서도 해가 다르게 보급이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선호도 높은 일본산 필름
현장의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농식품부와 지자체 차원에서 비닐하우스용 필름의 보조 사업을 진행할 때 업체를 선정하는 것은 당연히 보조금을 지원 받는 농민의 몫이다. 사실상 농가 현장에서 일본산 필름에 대한 선호도가 높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일본산 필름의 보조금 지원액 비중도 클 수밖에 없는 형국이다.
딸기와 멜론이 주로 재배되는 전남 담양군은 일본산 PO필름의 보급률이 과반을 넘는데 가장 큰 배경은 농가의 선호도에 기인한 것이다. 지자체의 지원사업이 없었던 최근 몇 년간 농가의 자비로 설치한 필름도 일본산의 비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으며, 올해 보조금 사업에 지원한 농가에서도 일본산 필름의 신청 비율이 여전히 50% 이상이었다. 담양군청 관계자는 농가의 선호도와 선택을 지자체 차원에서 만류할 방법은 마땅치 않다고 토로한다.
“제도적으로 보조금 사업을 시행할 때 특정 업체를 주선하거나 제시할 수는 없다. 농민이 원하는 회사나 제품으로 지원을 할 수밖에 없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이를 위반하고 국산 업체의 제품을 농가에 강요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밝혔다.
경북 성주군청의 관계자도 농가의 선택에 제동을 거는 것은 힘들다고 말한다. “성주군 참외 재배 농가가 일본산 필름을 선호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예전에 비해 점유율이 조금씩 떨어지고 있다. 한때 80%에 육박했지만 현재는 50% 대로 내려왔다. PO필름 보급 초창기에 일본산 필름이 대세를 이뤘지만 국내 기업의 PO필름 보급량이 늘면서 점차 변화가 생기고 있는 셈이다”라고 말했다. 
경기 안성시에서 포도를 재배하는 고병훈 대표는 기존 일본산 PO필름의 내구성을 경험한 이들이 비싸더라도 일본산을 써서 오랫동안 쓰자는 인식이 퍼져 있다고 말했다. “일본산 PO필름을 설치해본 경험이 있는 농가에서는 아무래도 비싸더라도 오래 쓰는 점이 긍정적인 인식을 만드는데 크게 작용했다. 필름을 설치할 때마다 설치비용이 들기 때문에 필름 값을 조금 더 주고 설치비용을 두번에서 한번으로 줄이는 것이 낫다는 인식이 있다”고 밝혔다.
경북 칠곡군에서 참외를 재배하는 유국선 대표 역시 농민의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PO필름이 흔하지 않던 시절에는 PO필름을 통칭해 일산이라고 불렀을 정도로 일본산 필름에 대한 평가가 우수했다. 최근에는 국산 PO필름도 시장에 많이 보급이 되고 있는 상황이고, 나 역시 올해 국내 업체의 PO필름으로 하우스를 새로 설치했는데 품질에 만족하고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PO필름은 일본산이라는 인식을 깨뜨리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농촌진흥청의 조사에 따르면 국산 PO필름을 사용하지 않는 이유를 물었더니 ‘신뢰감이 떨어진다’, ‘수입산과 비교해 성능이 낮다’가 약 60%를 차지했다. 또한 ‘국산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다’가 30.5%로 나타나 국산 PO필름에 대한 성능개선과 더불어 적극적인 홍보가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관련해 농식품부 관계자는 본지와의 전화 인터뷰를 통해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비닐하우스 필름을 비롯한 농산업 전반의 일본 수입품에 대한 문제제기를 충분히 수렴하고 있다. 국가 간 교역 문제인 만큼 수입품에 대한 본격적인 정책적 제한장치에 대해선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으나, 국민적 정서와 장기적인 국가 산업 발전을 위해 다각도의 지원책을 살펴보고 있는 중이다. 관련 업계와 농업 종사자 분들의 다양한 의견을 듣고, 긍정적인 방안을 도출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니인터뷰

 

국내기업, PO필름 보급에 가속도

자생 위한 정책 지원 필요해

정근우 일신화학(주) 이사

한편 국내 비닐하우스 필름 제조업체는 우리나라 산업 전반에 불고 있는 소재 국산화에 발맞춰 일본산 대비 경쟁력을 갖춰야 하는 과제에 직면하게 됐다. 최근 몇 년 간 국산 PO필름의 국내보급이 고무적으로 늘고 있지만 일본산을 완전히 넘어서기 위해선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이에 따라 국내 주요 비닐하우스 필름 제조 업체인 일신화학, 삼동산업, 대광뉴텍은 지난 9월핵심 소재 공동 연구개발을 위해 ‘한국농업용PO필름 연구조합’을 공식 창립했다. 3사의 연구개발책임자들이 기술력을 모아 공동 R&D(연구개발)을 통해 코팅액, 코팅장치 등 핵심소재를 국산화하겠다는 계획이다. 일본은 우리나라보다 시장이 크고, 기술 개발의 역사가 긴 만큼 당장의 기술격차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국내 기술진이 함께 모여 경쟁력을 갖추겠다는 계획이다.
일신화학 정근우 이사는 “3~4년 이상을 사용하는 PO필름은 약 500억 정도로 형성돼 있고, 매년 일본에서 수입되는 물량이 절반을 넘어선다. 마침 일본과의 경제 마찰로 인해 기술독립에 대한 국민적 열망을 회사 차원에서 부응하기 위해 전략적인 3사 컨소시엄을 위해 ‘한국농업용PO필름연구조합이 탄생하게 된 것이다. 앞으로 농가에서 기대하는 수준의 기술력 확보를 위해 3사가 소재국산화 및 기초기술 개발에 대한 연구를 수행하게 될 것이다. 향후 해외시장까지 공략할 수 있도록 개발품 공동 브랜드화까지 기획하고 있으며, 정부와 손발을 맞춰 국산화 국책과제를 제안해 수행할 수 있도록 노력할 예정이다”라고 3사 컨소시엄의 의의를 밝혔다.
또한 “이와 함께 정책적으로 국산 제품에 대한 제도적 지원이 필요한 시기라 생각한다. 보조금 지원사업 역시 기존에 문제시 되었던 교체비용의 정률 지원보다 고정 금액 지원을 통해 농민이 자연스럽게 좀 더 저렴한 국산 제품을 선택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한 중소기업 시설자금 지원 등 보다 구체적인 육성책이 필요한 상황이다”라며 기술 독립을 위한 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지원책이 필요함을 강조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우리 농가에서 더 이상 일본산 PO필름에 대한 필요성을 느끼지 못할 정도로 좋은 제품을 개발하고, 이를 잘 홍보해 농민들 스스로 국산 제품을 선택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다”라고 각오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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