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드리치 프리지아, 일본 시장을 공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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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드리치 프리지아, 일본 시장을 공략하다
  • 이지우 기자
  • 승인 2020.03.03 14: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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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영암군 남산농원 박명준 대표

꽃 재배 인생 30년, 박명준 대표가 걸어온 길은 유난히 척박했다. 그는 흔히 말하는 성공한 농사꾼이지만, 그 성공의 바탕에는 개척의 길을 걸어온 힘겨운 발자취가 있다. 한때 지역화훼단지를 조성하는 꿈을 꾸기도 하며, 우리 꽃의 해외시장 공략을 위한 부흥을 위해 노력했던 박명준 대표. 코로나19로 그 어느 때보다 힘겨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시기에 그를 만났다.

 

박명준 대표는 90년대 초 귀농을 하면서 꽃을 재배하기 시작했다. 귀농을 하면서 꽃을 선택하는 것은 흔한 일이지만 그는 남들과 조금 다른 길을 걸었다. 당시 국내 화훼 산업이 나름의 호황기를 보내고 있었고, 많은 화훼인이 장밋빛 미래를 꿈꿨다. 화훼 농가가 늘어나는 추세였고, 각 지역별로 화훼단지가 꾸려지고 있었다.
“90년 대 화훼 호황기라고 무조건 좋은 일만 있었던 것은 아니었지만 돌이켜보면 그땐 앞날이 긍정적이었죠. 꽃을 재배하고자 하는 사람이 늘어났으면 늘어났지, 줄진 않았으니까요. 그만큼 시장이 커지고 꽃 소비도 좋아지던 시절이었죠. 그런데 저는 거기에 만족할 수가 없었어요. 단순히 내수로만 팔아서는 직성이 풀리지 않았죠. 이것도 일종의 사업이니 해외 시장도 공략해야 한다는 나름의 목표 의식이 있었던 거 같아요. 꽃 재배를 시작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일본 시장으로의 수출에 눈을 돌렸죠.”
그렇게 지난 25년간 꾸준히 일본 시장을 공략해 온 박명준 대표. 당시 이미 일본으로 절화를 수출하는 농가는 적지 않았지만 대부분 부산을 통해 배로 일본 남부 지역에 수출하는 것이 주류였다. 그러나 그는 비행기를 통해 도쿄로 직송하는 형태로 일본 최대 화훼유통시장인 FAJ를 직접 노크했다. 이제 와서 돌이켜보면 무모한 도전이었지만, 돈보다 인정받겠다는 의욕이 더욱 앞섰다.

 

일본 내에서 인기 있는 품종은 15년 로열티가 있었고, 로열티 기간이 만료되면 이미 유행이 지나버린 꽃이라 끊임없이 로열티의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골드리치가 일본에서 좋은 반응을 얻으며 비로소 그 부담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고.
일본 내에서 인기 있는 품종은 15년 로열티가 있었고, 로열티 기간이 만료되면 이미 유행이 지나버린 꽃이라 끊임없이 로열티의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골드리치가 일본에서 좋은 반응을 얻으며 비로소 그 부담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고.

감격적인 우리 품종 수출
‘골드리치’ 프리지아

그렇게 일본 수출에 본격적으로 나선 박명준 대표. 처음 1~2년은 꽃을 공짜로 보내다시피 했다. 일본 자국에서 생산되는 꽃보다 품질이 우수하지 않다면 굳이 FAJ에서 유통할 필요성을 못 느끼리라 판단한 그는 일단 품질의 우수성부터 보여주자는 심정이었다고.
“당시 제가 코트라 다니면서 90년도에 해외수출을 적극적으로 매달렸어요. 품질 좋은 꽃을 꾸준히 일본 경매시장에 보냈어요. 내수도 내수지만 수급 조절을 위해서는 수출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했죠. 연중 같은 가격을 받을 수 없는 꽃 특성상 평균가를 끌어올릴 다른 대안이 필요하기도 했거든요. 그렇게 몇 년씩 양질의 꽃을 보내다보니 그쪽에서도 우리 농장에 대한 신뢰가 쌓였던 거 같아요. 그쪽에서 물량을 더 보내줄 수 있냐고 하면서 저희 쪽으로 바코드를 허가해줬어요. 쉽게 말해 일본 자국 생산자와 우리 농장을 똑같이 취급해주기로 한 것이죠.”
그렇게 신용을 쌓은 남산농원은 현재 약 25년간 일본으로 수출하면서 단 한 번의 사고도 없이 시즌마다 꽃을 보내고 있다. 꽃을 보내기 어려운 상황이 와도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 약속한 물량을 보냈다. 
“꽃을 일본으로 수출한다는 자체만으로 농가 경영이나 농장 자체의 성취감에 도움을 주긴 했지만 늘 한 가지 걸리는 부분이 있었어요. 일본에서 인기 있는 품종을 로열티를 주고 사와 키워서 다시 보내고, 15년 로열티 만기가 끝나면 이미 시들해져버린 인기 때문에 다시 로열티 품종을 구해야 했죠. 그 비용도 만만치 않았지만, 한국에선 큰 인기가 없는 일본 품종을 수출용으로 재배하기보다 차라리 우수한 우리 품종이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 간절했죠. 농촌진흥청 최윤정 박사와 많은 얘기를 나누고, 마침내 골드리치 프리지아를 수출했을 때 감격은 이루 말할 수가 없었죠.”
농촌진흥청 원예특작과학원에서 개발한 국산 프리지아 ‘골드리치’는 튼튼한 꽃대와 큼직한 화경, 그리고 아름다운 노란 꽃잎색은 긍정적인 반응을 끌어내기에 충분했다. 3년 전 처음 일본 시장에 선을 보였고, 지난해 30만 본을 수출하는 성과를 거뒀다. 박명준 대표가 그토록 염원하던 바가 이뤄진 순간이었다.

 

3월 일본에서 대량으로 소비되는 주요 꽃인 프리지아. 박명준 대표는 그동안 줄곧 로열티를 주고 일본 품종을 사용했으나,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에서 개발한 우리 품종 ‘골드리치’의 통상실시권을 얻어 일본으로의 수출까지 성공하게 된다.
3월 일본에서 대량으로 소비되는 주요 꽃인 프리지아. 박명준 대표는 그동안 줄곧 로열티를 주고 일본 품종을 사용했으나,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에서 개발한 우리 품종 ‘골드리치’의 통상실시권을 얻어 일본으로의 수출까지 성공하게 된다.

수출로 한숨 돌렸지만
우리 화훼산업 반등 필요해

박명준 대표는 최근 한일 무역 분쟁이 일면서 수출에 대한 우려가 있었지만, 여전히 FAJ 측에서 신뢰를 보내고 있는 상황이다. 매해 3월 프리지아를 수출해왔던 것처럼 올해도 골드리치를 일본 시장으로 보낼 예정이다. 그러나 최근 코로나19로 화훼 산업 전반이 얼어붙으면서 그 역시 피해가 적지 않다.
“입찰이 아예 멈춘 상태죠. 몇몇 필요한 물량만 경매가 되고 있어요. 지난 가을부터 비싼 모종에 보일러 돌려가며 키운 꽃 중에 내수 시장에서 본전을 거둔 꽃이 없습니다. 갑자기 벌어진 일에 누굴 탓할 수도 없고, 우리 화훼 농가만 그저 허탈한 상황이죠. 김영란 법부터 코로나19까지 악재가 계속 되고 있어요. 근본적인 대책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이미 개화를 시작한 꽃을 버리지 못해 보일러를 최저온도로 낮추고, 혹여나 하는 마음에 꽃을 돌보는 박명준 대표. 비단 본인 뿐 아니라 어려운 시기를 겪고 있을 전국의 화훼인이 포기하지 않고 힘을 내길 바란다며, 언젠가 다 함께 빛을 볼 날이 있을 것이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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