으아악!! 으아리꽃이 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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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아악!! 으아리꽃이 피었습니다
  • 이설희
  • 승인 2020.05.01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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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용진 박사
국립백두대간수목원
전시원 관리실장

‘으아리’라는 식물이름은 처음 듣는 사람에게는 좀 독특하단 생각이 들것 같다. 보통 식물명을 붙일 때 달개비풀, 병아리꽃나무, 광릉요강꽃등 꽃의 독특한 모양에서 연상되게 지어지거나 노루오줌, 쥐오줌풀, 누리장나무 등 식물에서 나는 독특한 향을 유사한 것과 연관되게 식물명을 짓기도 한다.  

 

큰꽃으아리

우리 조상들이 산에서 나무를 해서 난방을 하던 시절, 많은 나무를 지게에 실어 그 나무들이 쏟아지지 않도록 묶을 때 끈을 사용해야 했는데, 준비된 끈이 없거나 부족한 경우, 주로 산에서 자라는 덩굴성식물인 칡이나, 싸리나무 줄기를 벗겨 끈으로 사용하곤 했다. 
칡줄기는 그냥 보아도 튼튼해 보이지만, 으아리의 줄기는 가늘어 맨손으로 잡아채다보면 질긴 으아리의 줄기가 끊어지지 않아 오히려 손바닥 살을 파고들어 상처가 나기 쉽다. 그러다보니 예상치 못한 아픔에 본인도 모르게 ‘으악’하고 비명을 지른다하여 으아리라는 식물이름이 탄생하였다고 한다. 

정확한 이야기인지는 알 수 없으나 으아리속식물 중 사위질빵과 할미밀망에 대한 이야기가 전해져 내려온다. 옛날 한 노모가 아들과 데릴사위를 데리고 산에 나무를 하러 갔다. 아끼는 아들에게는 고생하는 것을 덜어주고자 비교적 줄기가 약한 할미밀망덩굴로 짐을 묶어주어 나무를 많이 싣지 못하도록 하였고, 데릴사위에게는 더 많은 나무를 지게하기 위해 할미밀망보다 질긴 사위질빵덩굴로 짐을 묶어주었다 한다. 실제로 할미밀망과 사위질빵은 꽃이 없는 시기에는 잘 구분이 안 될 정도로 비슷하게 생겨 잎이나 꽃이 없는 시기에 그 식물을 알 수 있을 정도면 늘 이용해왔던 사람이라는 뜻이기에 이 이야기가 공감이 간다. 이처럼 과거 으아리는 꽃의 가치보다는 주로 끈을 대신해서 사용하던 주요한 도구로써 애용되어왔다.

 

참으아리
참으아리

전 세계적에 으아리Clematis속에 해당하는 식물은 약 300여종이 분포하고 있으며, 국내에서 으아리Clematis mandshurica, 큰꽃으아리C. patens, 사위질빵C. apiifolia, 할미밀망C. trichotoma 등을 포함하여 18종정도가 알려져 있다. 몇몇 종은 일반적으로 산과 들에서 흔히 볼 수 있어서 인지 그 가치가 평가절하 되어 있다는 생각이 든다. 으아리속식물은 5월부터 수종별로 순차적으로 꽃을 피운다. 저지대에 있는 것들은 좀 더 빨리 꽃을 피우고 고지대나 좀 더 고위도에 분포하는 것들은 늦게 피는 경향이 있다. 

수종에 따라서도 조금씩 차이가 나기도 한다. 꽃송이가 크지 않은 참으아리C. terniflora나 사위질빵, 할미밀망 등은 작지만 많은 꽃송이를 피우며 은은한 향을 가지고 있어 꽃무지나 벌, 나비 등이 좋아하는 식물이다. 참으아리는 순백색으로 꽃을 피우는데 보통은 4장의 꽃잎을 가지며 간혹 5장을 가지기도 한다. 할미밀망은 보통 5장의 꽃잎을 가지며 참으아리에 비해 더 많은 수술을 가지고 있다. 참으아리는 소엽의 가장자리가 밋밋한 반면 할미밀망과 사위질빵은 결각이 뚜렷하다. 사위질빵은 꽃색이 미색 또는 연한 노랑색으로 피며 소화경이 짧기 때문에 꽃이 다발을 이루고 있으며 다른 수종들보다 비교적 분포가 넓은 편이다. 

개버무리C. serratifolia, 종덩굴류, 큰꽃으아리C. patens 등은 다양한 꽃색과 꽃의 모양이 매력적인 식물들이다. 개버무리는 온대중북부나 고산지역에서 볼 수 있는 식물로 꽃잎은 4장이며 연한 노랑색으로 피며 수술은 자색을 띤다. 아래를 향해 피어나지만 꽃잎이 활짝 벌어지면서 피기 때문에 풍성한 꽃을 감상할 수 있으며 다른 종들에 비해 생육이 왕성하기 때문에 원예적으로 활용하기도 적합한 종이다. 개버무리는 꽃이 진 후 씨앗을 싸고 있는 수염털이 할미꽃의 종자처럼 햇빛을 받으면 반짝이는데 꽃과 잎이 다지고 난 가을에 종자를 감상할 수 있는 종이기도 하다. 종덩굴C. fusca var. violacea은 꽃색이 연한 보라색을 띠며 4장이 꽃잎이 깊이 갈라져 있으나 활짝 벌어지지 않으며 피어한다. 검종덩굴C. fusca는 실제로 짙은 보라색의 꽃잎을 가지고 잎으며 빛이 부족한 곳에서는 검은색으로 보기기도 하며 잎 표면에 잔털이 많으며 아래를 향해 피어 종의 형상을 잘 보여주는 종이기도 하다. 누른종덩굴C. chiisanensis은 이름처럼 꽃잎이 연한 노랑색을 띠고 있어 붙여진 이름으로 자세히 보면 꽃잎표면에 많은 주름이 있으며, 개화직전은 연한 녹색 또는 미색을 띠고 있다. 

 

개버무리
개버무리

위에서 살펴본 종들은 대부분 덩굴성으로 자라는 종들로 격자시렁이나 덩굴시렁을 장식하는데 이용하기 적합하다면 몇몇 수종은 덩굴성이 아닌 직립하며 관목형태로 자라는 수종들이 있다. 자주조희풀C. heracleifolia var. davidiana, 병조희풀C. heracleifolia, 좁은잎사위질빵C. hexapetala 등은 보통 1~1.5m정도 직립하며 자란다. 자주조희풀과 병조희풀은 비교적 식물체가 성상이 유사하지만 꽃의 하부가 밋밋하면 자주조희풀이고 물병처럼 꽃하부가 병모습과 유사한 모습을 가진 것이 병조희풀이다, 꽃 색에서도 자주조희풀이 선명한 남색을 띄는 반면 병조희풀은 어두운 남색으로 핀다. 온대북부지역에서 주로 자생하는 좁은잎사위질빵은 줄기 선단에서 흰색의 많은 꽃이 대생으로 분지하며 피기 때문에 개화기간이 길고 풍성한 꽃들을 감상할 수 있으며 꽃대가 견고하기 때문에 절화로도 이용가능한 수종이라 생각된다. 요강나물C. fusca var. coreana은 초본성으로 지상부가 해마다 새로 성장하여 꽃을 피우는 종으로 목질화가 형성되지 않는다. 꽃은 땅을 보며 피는 데 꽃잎외부에 검은 잔털이 밀생하여 만져보면 털옷을 만지는 느낌이 들며 꽃의 외부는 검은색을 띠고 내부는 연한 미색으로 핀다. 약간의 반음지나 양지에서 잘 자라기 때문에 다른 숙근성식물과 함께 사용하면 좋은 소재로 활용 가능한 식물이라 할 수 있다.

으아리속식물 대부분은 덩굴성으로 지지물을 의지하고 자란다. 일반적으로 주변의 수목들을 의지해 성장하는 데 이런 성질을 이용하여 벽면을 장식하거나 퍼걸러 같은 구조물을 아름답게 연출하는 데 적합한 수종이다. 국외에서는 으아리속을 작품으로 모아 전시하기도 하고 벽면장식이나 덩굴식물을 주요 소재로 사용하는 정원에 활용하기도 한다. 개인정원에서도 쉽게 볼 수 있는 식무로 현재 다양한 품종들이 개발되어 원예시장의 소재로써도 활용되고 있다. 자생하는 으아리속식물들은 내한성이 우수하고 꽃 색이나 독특한 꽃모양이 매력적인 종들이 많이 있다.  자생 으아리를 정원의 소재로 개발하고 우수한 신품종육성도 왕성히 이뤄지길 기대해 본다. 
 

[농업 현장과 함께하는 월간원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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