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멜레온을 닮은 다래속식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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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멜레온을 닮은 다래속식물
  • 이설희
  • 승인 2020.06.01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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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용진 박사
국립백두대간 수목원
쥐다래

6월이 되면 대부분의 수목들은 짙은 녹음을 드리우게 온 산과 들에 신록들이 각양각색으로 어우러져 봄의 왈츠를 추듯 봄바람에 나불거린다. 수목들이 본격적인 성장을 위한 활동을 시작하는 시기인 셈이다. 남들은 열심히 진녹색의 잎을 드리울 때 특이하게도 다래나무속 일부 수종들은 특이한 변화를 보여준다. 흰색과 분홍색 물감으로 곱게 칠을 한 듯 변화하는 다래나무속 식물을 소개한다.

 

다래나무의 학명은 Actinidia arguta로 학명의 의미는 Actinidia는 그리스어 akis(방사선)에서 유래하였고, arguta는 argutus(뾰족한)의 의미로 꽃의 특징을 학명에다 잘 표기한 것이다. 꽃의 암술머리가 뾰족하게 생겼으며 암술머리 끝은 방사형으로 갈라져 있어서 붙여진 이름이라 할 수 있다. 

다래나무속식물은 아시아지역의 중국, 대만, 일본, 한국, 러시아 등지에 약 60여종이 분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국에는 털다래, 섬다래, 쥐다래, 개다래, 다래 등 5종이 자생하고 있다. 다래나무는 낙엽이 지는 덩굴성수목으로 우리나라에는 전국적으로 분포한다. 잎맥 겨드랑이에만 갈색 털이 있으며 통상적으로 암수딴그루 이지만 간혹 암수한그루인 개체도 있으며, 일부 상황에 따라 성전환을 하기도 한다는 데 이 부분은 더 연구가 필요하다. 

 

다래나무 열매

보통 5~6월경 꽃이 피고 10월경 열매가 익는다. 연녹색의 열매가 다 익을 때쯤이면 진녹색으로 바뀌고 단면을 잘라 과일 중앙에 검은 씨가 들어 있으면 다 익은 것이다. 열매가 다 익더라도 과육이 단단한 것은 후숙을 시켜야 단맛이 나며 후숙하지 않은 것은 떫은맛이 난다. 어린 시절, 산에서 따온 다래열매를 빨리 후숙해 먹으려고 쌀독에 넣어 두었던 기억이 난다. 쌀이 호흡하면서 나오는 이산화탄소로 인해 다래가 빨리 익는다는 것은 어른이 되어서야 알게 되었지만, 당시에는 빨리 먹을 마음에 남들을 따라했던 것 같다. 요즘은 가을이 되면 시장이나 마트에서 크고 잘 익은 다래를 쉽게 구할 수가 있다. 재래종에 비해 열매도 크고 생산성이 좋은 품종들이 개량되어 농가에 보급된 덕분이다. 

섬다래Actinidia rufa, 흔히 양다래라 불리는 키위는 섬다래의 개량종으로 맛과 풍미가 우수해 인기 있는 생과일로 유통되고 있다. 한번쯤은 다들 맛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섬다래는 내한성이 약한 편이라서 주로 전남지역과 제주도 등 도서지역에 자생지가 분포하고 있다. 잎과 엽병, 일년생가지와 열매에 갈색털이 있으며 특히 열매에 털이 많아 구분하기 쉽다. 다래와 섬다래는 주로 생과로 이용하기 때문에 잘 알려져 있는 편이다.

다래나무속 식물 중 개다래와 쥐다래는 식용하기에는 적합하지 않지만 관상용 식물로 개발할만한 가치가 충분한 수종들이다. 개다래Actinidia polygama는 보통 꽃은 6월경에 피는 데 꽃이 필 무렵이면 잎 상부의 전체 또는 일부가 백색으로 변한다. 이런 현상을 처음 보는 사람은 식물에 병이 든 것으로 착각할 수도 있다. 다래나무의 꽃은 무성하게 자라는 덩굴에 비해 작고 보잘 것 없다. 덩굴과 잎에 가려져 있어 유심히 찾아보지 않으면 꽃이 언제 피었는지 모르고 지나쳐버릴 정도로 눈에 잘 띄지 않는다. 

 

다래나무 꽃

개다래는 자신의 불리한 상황을 아는 건지 이를 극복할 방법으로 식물체의 일부를 꽃처럼 보이려는 전략을 쓰는데, 녹색의 잎 일부를 흰색으로 변화시켜 꽃처럼 보이게 한다. 화려한 잎을 보고 찾아온 매개곤충들은 잎겨드랑이 사이의 꽃을 발견한다면, 잎은 그 역할은 충분히 한 것이다. 보통 곤충들은 다양한 색상을 구분하지 못한다고 한다. 흰색과 검은색처럼 무채색으로 감지하는데, 식물들의 꽃 중 유난히 흰색의 꽃이 많은 이유 또한 매개곤충을 잘 유인하기 위함일 것이다. 유채색은 대부분 검은색으로 감지하되 짙은 정도의 차이로 느낀다고 한다. 

쥐다래Actinidia kolomikta 종명에 쓰인 kolomikta는 시베리아 지역명에서 유래한 것으로 시베리아에도 자생하는 종이란 의미이다. 시베리아의 추운 지역에서도 자생하는 쥐다래는 개다래에 비해 좀 더 깊은 산속에 자생하며 분포폭도 개다래만큼 넓지 않다. 
쥐다래의 잎 색은 개다래보다도 더 다양한 색상을 보여 준다. 수나무의 잎이 백색, 연적색 또는 핑크색으로 변한다. 더욱 신기한 것은, 꽃의 수분과 수정이 마쳐진 후 과육이 비대하기 시작하면 다시 녹색의 잎으로 차츰 변한다는 것이다. 카멜레온이 자신의 몸을 숨기기위해 주변색과 비슷한 색으로 변화 시키는 것처럼 다래속식물은 생식생장을 완성시키기 위해 잎을 변화시키며, 목적을 달성하고 나서는 다시 녹색 잎으로 전환해서 영양생장을 위한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국립백두대간수목원 덩굴식물원

정원문화 정착이 오래된 외국의 식물원들은 신품종의 육성도 많이 이루어졌지만, 자생종들의 원예적 가치를 이해하고 이를 정원 소재로 잘 활용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위슬리가든RHS-Wishly Garden에는 영국왕립협회는 매년 첼시 플라워쇼를 통해 우수한 가드너들의 새로운 정원 작품을 선발하고 정원문화의 발전을 주도하는 행사를 진행하는 데, 첼시 플라워쇼에서 입상한 수상작들을 재현하여 조성해 놓은 테마 가든(Show Garden)을 통해 디자인에 대한 부분도 배울 수 있을뿐더러, 정원소재의 다양성과 활용부분도 볼 수 있다. 

2016년, 이곳에 방문했을 때 한 테마정원에서는 덩굴수종을 주요소재로 사용한 정원에 쥐다래와 유사한 식물을 덩굴시렁에 식재한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황금색 잎을 가지고 있는 오엽담쟁이를 덩굴시렁 좌측에, 핑크색 잎을 가진 쥐다래 품종은 오른쪽에 식재해 두었는데, 두 식물이 대조되면서도 아름답게 덩굴시렁을 장식하는 모습을 보며 활용법에 따라 그 가치가 달라질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한적 있다. 

덩굴성수목들은 다른 수목들에 비해 성장이 빠르고, 병충해 내성이 강한 수종이 많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꽃과 열매를 감상하거나 개다래 쥐다래처럼 잎 색의 변화가 아름다운 수목들이 많아, 덩굴시렁이나 격자시렁을 소재로 이용하면 좋을 것이다.

국립백두대간수목원 진입광장 주변에는 우리나라에 자생하고 있는 다양한 수종의 덩굴성수목들을 전시하기 위해 200m가 넘는 덩굴식물원을 조성해 두었다. 이곳에는 머루, 다래, 오미자, 박과식물 등을 비롯한 다양한 덩굴수종들을 식재하여 터널처럼 거닐 수 있도록 만들어 졌다. 이처럼 옥상이나 덩굴시렁같은 시설이 있는 곳에 다래속식물을 활용해, 더운 여름 시원하게 쉴 수 있는 아름다운 공간을 연출해 보는 것은 어떨까? 그늘 공간이 부족한 곳에서의 덩굴터널이 모두에게 시원한 그늘과 다양한 덩굴식물의 아름다움을 선사할 수 있길 기대해본다.  

 

[농업 현장과 함께하는 월간원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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