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양의 비료 사용설명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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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양의 비료 사용설명서
  • 나성신 기자
  • 승인 2021.02.01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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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완주 토양병원 원장

 

비료 사용 처방하는 법


이번 2월호에는 농업기술센터에서 토양분석을 끝내고 발행하는 처방서를 보는 법을 설명하려고 한다.
경기도 여주시 가지 공선회 A농가를 예를 들어 보고, 이와 함께 우리 토양병원은 무엇을 하는 곳인지도 설명하려고 한다.
지난해 우리 토양병원에서 자문을 해 준 A농가는 여주농업기술센터와 우리 토양병원에서 혀장을 돌아보고 분석을 통하여 어떻게 토양을 개량했나를 소개하고자 한다.

 

농업기술센터에 토양분석을 의뢰하면 1주일~2주일 정도 지나면 받아보는 시비 처방서
농업기술센터에 토양분석을 의뢰하면 1주일~2주일 정도 지나면 받아보는 시비 처방서

 

기술센터 토양분석은 높은 전기전도도와
칼슘이 문제라 지적


A농가의 시설 하우스는 총 40단보(40a), 3개동 시설 하우스로 논을 복토해서 밭으로 만들었다. 그곳에서 가지만 20여 년째 재배해 왔다. 올해같이 일기도 나쁜 데다 연작 피해가 나타나기 시작했는지 가지 잎이 노랗게 변하면서 중도에 가지가 시들어 버리는 증상이 나타났다.


여주 농협조합의 가지 공선회에서는 A농가의 시설 하우스와 같이 상태가 비교적 심각한 다섯 농가를 묶어 우리 토양병원(원장 이완주)에 자문을 의뢰해 토양을 농업기술센터에 보내서 분석을 받아보았다. 그 결과 <사진 1>과 같은 처방서가 왔다. <사진 1>


이 처방서에는 모두 7가지 분석을 해 놓았다. 맨 앞에는 pH를 기록해 놓았는데 그만큼 pH는 중요하다 점을 의미한다.


pH 6.3으로 이것을 6.5이상으로 올리기 위해 석회고토를 196kg을 넣어야 한다는 처방을 내렸다. 왜 석회가 아니고 고토석회 처방을 내렸는가? 칼슘(Ca)과 Mg(마그네슘)의 비율이 3:1이 되어야 할 터인데 14.0: 4.2로 4.3:1로 Ca이 많기 때문이다. 전기전도도도 칼륨, 칼슘, 그리고 마그네슘이 적정범위를 벗어날 정도로 염류가 상당한 정도로 많았다. 그 결과 전기전도도(EC)가 10이나 되었다.


유기물이 많은 경우에는 EC의 허용한계치가 올라가는데, 유기물이 43g/kg의 경우에는 6.4dS/m까지는 괜찮지만, 그 이상에서 염류 피해가 나타나기 시작한다. 그 한계를 알기 위한 수식은 아래와 같다. 어쨌거나 현재 우리 가지밭에서는 EC가 10이라 염류 피해가 나타난다고 보아야 한다. 


이렇게 EC가 높은 경우에는 녹비를 재배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지만 가지재배가 계속되고 있으므로 모자란 성분만을 조금씩 보충해 줄 뿐이다. 기술센터에서도 석회 고토를 빼고 더 비료를 주지 않도록 추천하고 있다. 한편 배수가 나쁘므로 배수에 신경을 쓰라는 처방을 내렸는데, 논에 하우스를 지었기 때문에 배수가 나쁠 수밖에 없다.


농업기술센터에서 분석하는 것은 한 작기 동안 재배하는 작물이 필요로 하는 양분의 양을 알아내어 시비량을 추천하는 방법이다. 이것은 1999년 이전에 대부분 가지전용 비료라고 해서 복합비료를 사용했거나, 또는 3요소 시비량이 나와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미리 토양의 샘플을 채취해서 농업기술센터에서 분석을 받아 토양에 얼마나 들어있는지 재본다. 그래서 토양 중에 있는 양을 제외하고 나머지 작기 동안에 작물이 필요로 하는 양만을 준다. 그러니까 미리 토양을 채취해서 검정을 받으면 그만큼 비료를 절약할 수 있어서 이득이다. 또한 토양에 있는 만큼 화학비료를 아껴주어서 비용 절감도 되고, 연작장해도 늦추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보게 된다.

 

이완주 토양병원에서 분석한 후에 농진청의 흙토람에서 시비 추천한 서류
이완주 토양병원에서 분석한 후에 농진청의 흙토람에서 시비 추천한 서류

 

토양병원에서는 수용성 인산이 부족하다는 지적


문제는 농업기술센터에서 분석하는 것만으로는 토양개량을 하기에는 충분하지 않다는 점이다. 첫째는 생산량을 좌우하는 질소는 가장 중요한 성분이지만 분석이 빠져 있다. 질소는 유기물에 95~99%나 들어있어서 유기물이 많으면 자연스럽게 질소도 많은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토양에서 보면 꼭 그렇지는 않다. 유기물이 적게 있는 경우에도 질소는 많이 있는 예도 있고 그와 반대의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둘째 인산도 중요한 성분이다. 처방서에는 유효인산이라고 표시하고 있다. 인산은 주로 작물의 뿌리에서 분비되는 강산에 의해 녹아서 흡수되는 양을 유효성분이라 한다. 본 작물이 다 자라 끝날 때까지 소모하는 양까지를 유효인산으로 정하고 있다.


우리 토양병원에서는 식물이 필요한 인산은 수용성 인산임을 알게 되었다. 왜냐하면, 유효인산이 최고 3,000mg/kg(최고 표준 시비량 500mg/kg)이나 있어서 센터에서는 더 주면 안 된다는 곳에서도 수용성 인산이 13%나 있는 과석을 주면 수량도 더 나오고 품질도 더 좋게 나오는 결과를 얻었기 때문이다.


수용성 인산은 과석에 가장 많이 들어있다. 그래서 이 비료를 추천했다. 과석을 물 1톤에 과석 10kg을 몇 번 녹여 주면 수량도 많이 나오고, 맛도 좋아진다. 왜냐하면, 인산이 하는 일 중에 가장 중요한 일은 엽록소에 있으면서 광합성을 하는데 태양광을 붙잡아 두는 일을 한다. 따라서 인산이 부족한 경우에는 광합성 능률이 떨어져서 포도당이 적게 만들어진다.

 

여주 가지 공선회 A농가의 시험 후 가지 상태(2020년 10월 6일)
여주 가지 공선회 A농가의 시험 후 가지 상태(2020년 10월 6일)

 

당도와 포도당은 직접적인 관련이 있어서 광합성이 적게 일어나면 포도당이 적게 만들어지고, 포도당이 적게 만들어지면 당도도 떨어지게 마련이다. 또한 대부분의 인산은 뿌리에 존재하는데(식물이 가지는 총 안산의 80%), 적어지면 광합성으로 만들어져 뿌리로 내려온 포도당이 그대로 있거나 단당류로 남아 있게 된다. 그렇게 되면 뿌리가 미생물의 공격을 받기 쉽게 되기 때문에 병으로 이어진다. 이때 인산이 충분하면 에너지를 잡아서 ATP-DTP-AMP로 바뀌면서 전분으로 전환해 준다. 그래서 식물체 내에서 수용성 인산을 충분하게 만들어 주면 농민들의 주머니를 윤택하게 만들어 주는 지름길이 된다.


어쨌거나, 토양병원에서 현장진단이라 하여 농가현장에 가서 처방을 내리게 된다. 작물에 나타나는 증상을 보고 원인이 어디서 왔는지를 확인하고 있다. 분석한 지금까지의 시설 하우스를 모두 돌아보아도 유효인산은 충분했지만, 수용성 인산은 거의 하우스의 95%가 부족했다. 이는 유효인산이 충분하니까 센터에서도 더 주지 말라고 처방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그리고 토양병원에서는 황 염소, 그리고 산화환원전위(Eh)도 측정한다. 이것은 물이 잘 빠지느냐를 보는 것이다. 이 숫자가 400mV 이상(490)이면 밭 상태라고 판단되었다. 만약 이 수치보다 작으면 논과 같이 물이 항상 있는 환원 상태라 문제가 크다. 왜냐하면, 뿌리가 활동을 못 하게 되며 이런 상태가 여러 날 이어지면 뿌리가 썩기 시작하기 때문이다.


질산태 질소, 수용성 인산, 황, 염소, 그리고 산화환원전위 등을 분석하고 흙토람에 올리며 사진 4와 같은 처방이 나온다. <사진 4>


한편으로는 pH를 6.9로 맞춰주기 위해서(pH를 중성으로 맞춰주는 것은 이만큼 중요하다) 제1 인산칼륨(KH2PO4)과 제2 인산칼륨(K2HPO4)을 주도록 처방하고 있다. 이 두 용액은 완충능이 있어서 어떤 비료를 주더라도 산도를 일정하게 맞춰준다. 제1 인산칼륨과 제2 인산칼륨의 완충능(buffer action)을 이용하기 위함이다. 두 가지 비료의 완충작용 기작은 다음과 같다.


1. 알칼리성 비료가 흙 속에 들어오면 산성인 제1 인산칼륨(pH 4.4~4.9)이 알칼리성인 제2 인산칼륨(pH 8.7~9.3)으로 변하면서 pH는 6, 9를 유지하며 물이 생김; KH2PO4+(0H-)→ K2HPO4+H20


2. 산성인 비료가 들어오면 제2 인산칼륨이 제1 인산칼륨으로 변하면서(H+ 한 개가 떨어져 나가면서) K+가 생기며 pH는 6.9를 유지; K2HPO4+(H+)→ KH2PO4++K+
토양병원은 현장진단을 통해서 여러 가지 점을 관찰한다. 다음 호에는 노지에서 처방서에 의한 토양개량방법에 관해 설명하려 한다.

 

[농업 현장과 함께하는 월간원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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