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거리두기의 장기화로 사회 공동체 구성원들의 고통과 소외감이 한계점에 다다른 상황이다. 대면 공공 서비스의 중단과 돌봄 공백은 사회적 약자(아동, 노인, 장애인)에게 더 큰 위협으로 다가온다. 사회적 돌봄을 담당하는 기관(지역아동센터, 키움센터, 어린이집, 학교 등)과 공공기관의 폐쇄 조치로 이곳을 이용하던 사람들은 고립감으로 인한 우울증을 겪고 있다. 이렇듯 ‘코로나 블루’(코로나19로 인한 우울증)의 그림자가 광범위하게 드리워지고 있다.

코로나 블루 극복을 위해 도시의 기초자치단체는 마음 방역을 위한 반려식물을 나눠주거나 상자텃밭을 보급하고 있다. 반려식물은 누구나 쉽게 기를 수 있고, 공기도 정화해준다. 물을 주며 교감하고, 성장에 맞춰 식물을 세심하게 관리하면서 마음이 치유되는 효과도 누릴 수 있다. 상자텃밭을 보급해 가정마다 식물을 재배하면 가족 간의 긍정적 대화도 늘어나게 된다.

대면 서비스가 곤란한 상황에도 IoT(사물인터넷, Internet of Things)를 활용한다면, 어르신들에게 보급한 반려식물의 상태를 확인하며 어르신들의 건강도 체크할 수 있는 케어 서비스가 가능하다. 도시의 농업은 치유와 힐링의 과정이자 공동체를 회복시키는 마중물이다. 그래서 지역사회 통합 돌봄(커뮤니티 케어) 프로그램에도 대부분 텃밭 활동을 편성한다. 도시농업도 농업과 복지가 결합된 치유농업으로 확장하여 도시 ‘케어 팜(Care Farm)’을 조성하고 있다.

 

 

 

영화 ‘리틀 포레스트’가 전한 위로

 

치유의 형태는 사회상을 반영한다. 케어 팜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더욱 주목을 받을 것이다. 농촌에서의 케어 팜은 ‘사회적 돌봄’을 ‘농장’에서 실현하는 치유농업의 복지 시스템이다. 코로나 블루라는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며 사회적 가치와 경제적 가치를 동시에 추구할 수 있는 창의적인 치유 프로그램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예를 하나 들자면, 임순례 감독의 영화 <리틀 포레스트>에 나온 음식에서 착안한 방법은 어떨까 싶다. 일본 만화 원작 출판사에서도 극찬을 할 만큼 사람들에게 큰 위로를 준 영화였다. 어떤 삶을 살아도 “잠시 쉬어가도, 조금 달라도, 서툴러도 괜찮”다고. 고향으로 “돌아온” 혜원(김태리)은 사계절의 변화 속에서 직접 음식을 만들며 소박한 일상을 이어간다. 그러면서 힐링 되고 과거의 상처도 아문다. 한 끼의 식사를 위해 쏟은 땀과 정성만으로도 치유의 효과는 크다. 이를 실마리 삼아 음식 등을 소재로 ‘힐링 음식 꾸러미’를 만들어 치유가 필요한 사람들에게 보내는 것이다. 레시피와 함께 랜선으로 교류하는 치유 꾸러미! 양질의 음식은 ‘마음의 위안’은 물론이고 ‘우울증 완화’ 효과가 있다.

 

외국에서 팜으로 치유와 재활 서비스 받아

 

네덜란드, 독일, 영국 등 유럽에는 치매노인, 발달장애인, (알콜)중독자 등이 농작물을 가꾸거나 동물을 돌보면서 치유와 재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케어 팜이 3,000개가 넘는다. 네덜란드의 케어 팜은 여러 기관(정부, 판매처, 복지기관, 의료기관, 지역공동체 등)이 유기적으로 연결된 촘촘한 시스템 덕분에 탄탄하게 운영된다.

사회적 경제 조직(사회적 기업, 협동조합 등)들이 케어 팜을 운영하면서 케어 서비스 외에도 농산물 판매와 가공은 물론, 레스토랑까지 운영하는 등 새로운 방식의 생산과 유통구조를 갖춰 수익을 창출하고 마을에 생기를 불어넣고 있다.

 

 

케어팜의 공통분모 ‘치유농업과 사회적 농업’

 

우리나라에서의 케어 팜은 치유농업과 도시농업뿐만 아니라 사회적 농업에서도 주요하게 다루고 있다. 치유농업, 도시농업, 사회적 농업은 그야말로 ‘같은 듯 다른 듯 서로 닮은’ 모양새다. 포스트코로나 시대를 대비하여 지속가능한 치유농업을 생각한다면 세 영역의 관계 설정이 꼭 필요하다. 케어 팜의 공통분모는 치유농업과 사회적 농업이다. 보다 면밀하게 살펴보면, 사회적 농업은 내용적인 면에서 치유농업을, 공간적인 면에서 도시농업을 포괄한다.

사회적 농업의 목적은 농업 활동을 통해 돌봄·교육·고용 등 다양한 서비스를 공급하는 실천조직을 육성하는 한편, 취약계층의 자활과 고용을 유도하여 사회 통합을 실현하는 것으로 요약된다. 궁극적으로 일자리 창출과 사회 안정, 공동체 활성화에 기여한다.

 

치유농업으로 우울감 60% 감소

 

치유농업은 농촌진흥청이 주도하고 있다. 올 3월 25일부터 발효되는 「치유농업 육성법」을 기반으로 농업·농촌자원을 활용한 치유농업 관련 연구개발, 전문인력 양성 교육 및 현장 적용을 위한 시범사업 등을 추진하고 있다. 2013년 ‘치유농업’ 개념을 정립한 이후 치유농업에 대한 효과를 연구하며 꾸준하게 발표하고 있다. 노인(65세 이상)들의 경우 실버 주말농장에서 채소류 씨 뿌리기, 토마토 심기, 꽃밭 가꾸기, 허브차 만들기 등의 활동을 통해 우울감이 60%나 감소했다(2014년). 학교 내 텃밭 활동을 통해 가해 학생의 폭력성이 감소되고(4.3%), 피해 학생의 우울감이 주는(5.3%) 등 치유농업이 학교 폭력 완화에도 효과가 있음을 밝혔다(2015년). 게다가 고혈압, 당뇨 등 만성질환자를 대상으로 나쁜 콜레스테롤(LDL) 감소(9.2%), 인슐린 분비기능 증가(47%), 스트레스 호르몬 감소(28.1%) 등 치유농업의 효과를 검증했다(2019년).

 

 

 

사회적 농업의 다양한 형태

 

사회적 농업은 ‘농촌공동체회사’가 한 단계 발전한 형태라고 볼 수 있다. 2013년부터 2019년까지 272개소가 지원받았고, 올해도 ‘농촌공동체회사’ 우수사업 지원이 진행되고 있다. 사업 주체는 시장·군수, 한국농어촌공사이고, 지원 근거는 「농어업인 삶의 질 향상 및 농어촌지역 개발촉진에 관한 특별법」이다. 지원 목적은 농어촌공동체회사를 육성하여 농어촌에 부족한 사회서비스 확충 및 일자리 창출 등을 통해 농어촌 활력 증진에 기여하는 데 있다.

예산은 지역발전특별회계, 농어촌구조개선특별회계로 운영된다. 사업유형으로는 사회서비스 제공형, 소득사업형이 있다. 사회서비스 제공형은 농어촌의 사회서비스 부족에서 야기되는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교육·돌봄·고용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활동을 한다. 소득사업형은 다시 세 가지로 나뉜다. 지역의 자원을 활용한 영농 지원 및 식품산업 육성 활동에 주안점을 두는 농식품산업형, 도시민의 농업·농촌에 대한 이해를 증진시킨다거나 농촌 방문 및 체류를 촉진하는 활동을 전개하는 도농교류형, 지역주민과 단체의 자발적 참여를 촉진하여 지속 가능한 농촌을 만들기 위한 생활환경 개선, 지역 역량 강화 활동에 초점을 맞춘 지역개발형이 그것이다.

사회적 농업 활성화 지원 사업 대상자는 농업 생산활동을 포함하여 농촌자원을 활용한 활동을 기반으로 취약계층에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지역사회와 지속적으로 협력하는 사회적 경제 조직, 농업법인, 비영리민간단체 등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21년도 신규 사회적농장 30개소를 선정하고, 사회서비스 제공기관과의 협업 등을 통해 사회적 약자의 필요와 요구를 해소하고 농촌지역 서비스 전달체계의 사각지대를 보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최근에 발표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코로나19로 도시민 10명 중 4명, 귀농·귀촌 의향이 있다”는 것이 확인된다. 사회적 농업의 방향 설정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도시민이 도시든 농촌이든 어디서나 사회적 농업을 접하고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코로나 블루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들은 이를 통해 위로와 치유의 기회를 얻고, 귀농·귀촌을 원하는 사람들은 농업·농촌을 체험함으로써 현실에 기반한 미래를 그릴 수 있다. 이는 농촌에 안착할 시스템을 갖추는 일의 일부라고도 할 수 있다.

 

 

[농업 현장과 함께하는 월간원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