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바의 화훼와 헤밍웨이의 발자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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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바의 화훼와 헤밍웨이의 발자취
  • 김민지 기자
  • 승인 2021.03.30 15: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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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윤점 원광대학교 원예산업학부 교수

쿠바를 사랑한 어니스트 헤밍웨이와 모히또
미국의 대 문호 어니스트 헤밍웨이는 평소 낚시를 좋아해 친구들과 새치 낚시를 위해 요트를 타고 쿠바에 방문했다가 쿠바의 매력에 빠져 1939년부터 20여 년을 이곳에서 생활하게 된다.
처음 7년간 헤밍웨이는 암보스 문도스 호텔 511호에 머무르며 작품 활동에 매진했다. 511호 출입문에는 그의 사진과 함께 오래된 타자기가 부착되어 있으며 그 아래는 야자 화분이 자리를 잡고 있다. 창문을 열면 아름다운 아르마스 광장이 한눈에 들어오는 이곳에서 헤밍웨이는 무한한 상상의 날개를 펼쳤으리라. 

암보스 문도스 호텔 카페에는 언제나 민트가 준비되어 있다.

암보스 문도스 호텔 로비 벽면에는 헤밍웨이 친필 사인과 함께 그의 사진으로 도배 되어 있다. 그리고 호텔 입구의 카페에는 모히또 재료인 민트가 컵 한가득 담겨있다. 쿠바의 음식점, 헤밍웨이가 즐겨 마셨다고 유명한 모히또는 쿠바의 전통 칵테일 음료로 쿠바의 카페 어디서나 만날 수 있다.

헤밍웨이가 단골이었던 칵테일바.

모히또의 기본 주재료는 럼주와 민트 그리고 신선한 라임이다. 기호에 따라 설탕, 탄산수를 넣기도 하고 시원함을 위해서는 얼음은 필수이리라. 이 럼주는 제당산업이 번창했던 카리브해의 서인도제도 및 바하마제도에서 만들어지기 시작하였는데, 당시에는 설탕을 정제하고 남은 당밀로 만들어서 가장 값싸고 서민적인 술이었다. 이 럼주에 민트와 라임을 첨가하여 상쾌하고 청량한 음료가 탄생한 것이 모히또다.

민트는 애플민트, 페퍼민트, 스피아민트, 파인애플민트 등 종류가 다양하다. 이곳에서는 주로 스피아민트를 이용하고 있어 가정집 텃밭과 도시농업 농장에는 민트는 빠지지 않는 필수 작물이다.


헤밍웨이가 “나의 모히또는 라 보데기타 델 메디오(La Bodeguita del Medio)에 있다”라는 말을 남겨 더욱 유명해진 이 카페는 이제 헤밍웨이를 추억하기 위한 여행객들이 찾는 유명지가 되었다.

헤밍웨이가 살았던 저택은 1961년 쿠바가 공산화되면서 박물관으로 모습을 바꿨다.

어니스트 헤밍웨이 박물관과 정원
빙카 비기아의 조그만 언덕에 위치한 4ha의 넓은 저택은 헤밍웨이가 살았던 곳으로 1961년 쿠바가 공산화되면서 박물관으로 모습을 바꿨다.
진입로부터 심상치 않은 이곳. 숲길을 지나니 박물관이 우릴 맞아 준다. 박물관 방문센터의 입구를 지키고 있는 산세베리아 화분을 보면서 쿠바도 산세베리아가 유행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헤밍웨이 박물관 내부 전시 모습.

건물 주변을 장식한 용기 원예 식물들은 자주색 달개비, 야자 등이 식재되어 있고 건물 앞 화단에는 싱고니움인줄 알았는데 프리틸리아가 심겨 있었다. 
건물 주변의 조경은 소박하지만 많은 관광객의 방문에 관리인은 정원에서 잡초를 제거하고 관수 하는 작업을 쉬지 않았다. 
박물관 화장실에서는 꽃을 꽂아 놓은 센스도 볼 수 있었다. 저택 옆 계단으로 3층 높이의 건물에 올라가면 망원경이 놓인 서재와 함께 시원한 전망이 눈앞에서 펼쳐지는데 키 큰 야자수와 어우러져 활짝 핀 plumeria가 반겨준다. 언덕 아래 정원에는 미니 수영장도 있고 애완 고양이들의 무덤이 있으며, 청새치를 낚던 어선 삘라르(Pilar) 한 척이 쿠바 국기를 달고 정박해 있다.

6·7 망루에 올라가면 망원경이 놓인 서재와 함께 시원한 전망이 눈앞에서 펼쳐진다.8 헤밍웨이 박물관의 화단은 소박한 매력이 있다.9 헤밍웨이 박물관 앞 플랜트박스.10 야자수 아래 선인장을 식재했다.
망루에 올라가면 망원경이 놓인 서재와 함께 시원한 전망이 눈앞에서 펼쳐진다.

넓은 정원은 밀림을 연상케 할 정도로 야자와 나무들로 우거져 있는데 그의 부인이 식물 가꾸기를 좋아해서 탄생한 정원이다. 숲속 좁은 길을 걸으니 헤밍웨이가 모히또를 들고 어디선가 나타날 것만 같았다.
박물관 앞 식당 입구에 심어진 몬스테라와 코르디리네를 보면서 우리나라는 실내에서 재배해야 하는데 이곳은 노지에서 이렇게 잘 자라는 모습이 역시 아열대 기후임을 느끼게 한다.

6·7 망루에 올라가면 망원경이 놓인 서재와 함께 시원한 전망이 눈앞에서 펼쳐진다.8 헤밍웨이 박물관의 화단은 소박한 매력이 있다.9 헤밍웨이 박물관 앞 플랜트박스.10 야자수 아래 선인장을 식재했다.
헤밍웨이 박물관 앞 플랜트박스.

코히마르와 노인과 바다

코히마르의 작은 광장에는 헤밍웨이의 기념비와 흉상이 세워져 있다.
코히마르의 작은 광장에는 헤밍웨이의 기념비와 흉상이 세워져 있다.

코히마르는 아바나 동쪽 10km 떨어진 한적한 어촌마을로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 모티브를 제공한 곳으로 그가 사랑했던 마을이다. 조용하고 작은 이 어촌마을은 헤밍웨이를 추억하기 위해 꼭 들리는 명소로 자리를 잡게 되었다. 헤밍웨이가 즐겨 찾았다는 라 테레사 레스토랑은 조용한 이 마을에서 유일하게 붐비는 곳으로 창밖 바다를 배경으로 라이브 음악을 들으면서 모히또를 즐기는 사람들로 가득하다.

 

바람 가득한 작은 마을에는 선인장을 울타리용으로 심어 집을 완전히 차폐한 가정집과 야자나무 아래 선인장을 식재한 모습이 마을의 특색을 더한다. 바닷가 방파제에서 담소를 나누는 주민들, 일을 마치고 저녁 먹거리를 위해 낚시를 하러 나온 이들, 특히 동네 아이들의 순박한 모습은 보면서 마음이 따뜻해진다.


이곳 주민들은 한 작가의 작품 무대가 됨에 감사의 표시로 동네 조그마한 광장에 헤밍웨이의 기념비와 흉상을 만들었다. 바다를 바라보면서 미소 짓고 있는 헤밍웨이 흉상은 지역 어부가 기증한 어선의 스크루 프로펠러를 녹여 제작한 것을 보면 얼마나 이곳 사람들도 헤밍웨이를 좋아했는지를 알 수 있다.

 

헤밍웨이 또한 쿠바의 바다와 이곳에서의 삶이 없었다면 ‘노인과 바다’라는 걸작은 결코 탄생할 수 없었을지도 모른다. 그는 가고 없지만, 쿠바 곳곳에 헤밍웨이의 발자취가 남아 있는 것을 보면 확실하게 쿠바를 사랑했던 사람인 것이 분명하다. 

 

 

[농업 현장과 함께하는 월간원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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