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매사와 소비자가 선주문하는 ‘사비나 복숭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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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매사와 소비자가 선주문하는 ‘사비나 복숭아’
  • 나성신 기자
  • 승인 2021.04.30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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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김천시 이희송 대표

 

경북 김천에서 현재 조생종과 만생종 총 6가지 품종을 1.3ha(4000) 면적에 재배하고 있는 이희송 대표. 이 대표는 요엘수목원의 협력농장으로 요엘수목원의 신품종이 시범 재배되고 있는 농장이기도 하다. 현재 국내 조생종으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사비나가 처음 시장에 출하된 농장이 바로 이희송 대표의 농장이었다. 사비나를 개발한 요엘수목원 김경종 대표와 함께 이희송 대표의 농장을 찾았다.

 

요엘수목원 김경종(오른쪽) 이희송 대표(왼쪽)
요엘수목원 김경종(오른쪽) 이희송 대표(왼쪽)

 

 

조생종의 복숭아는 맛이 덜하다는 선입견을 단번에 날려버린 품종이 있다. 바로 황도 복숭아 조생종인 사비나’. 일반적으로 복숭아 당도는 평균 12~14Brix 정도만 돼도 소비자들은 달고 맛있다고 느낀다. 하지만 사비나는 최소 16Brix 이상이다. 높게는 21Brix까지 당도가 측정되고 있다.

국내 처음으로 조생종인 사비나가 시장에 출하되자, 경매사들은 사비나의 뛰어난 맛과 색상에 깜짝 놀랐다. 기존 국내에서 생산되는 조생종의 복숭아는 만생종보다 맛이 좋지 않다는 편견을 한 번에 깨버린 품종이 나타났다는 평가를 쏟아냈다. 반응은 즉각적이었다. 사비나를 맛본 소비자들이 직접 농장에 전화를 걸어 먼저 주문할 정도로 시장의 반응은 말 그대로 뜨거웠다. 사비나는 맛은 물론이고 색상도 예뻐서 소비자들의 눈과 입맛을 한꺼번에 사로잡았다.

이희송 대표는 경북 김천에서 현재 조생종과 만생종 총 6가지 품종을 1.3ha(4000평) 면적에 재배하고 있다

 

사비나, 2017년 품종보호권 등록

사비나는 2008년 요엘수목원 김경종 대표가 만생종인 황도의 한 가지에서 익어가는 변이종을 처음 발견했다. 30여 년 오랜 세월 동안 묘목을 다룬 김 대표는 직감적으로 복숭아 변이종이 심상치 않았다고 여겼다. 2~3년에 걸쳐 관찰한 후 실생 묘목에 접목해 심기 시작했다. 3년 후 첫 수확을 한 김 대표는 드디어 맛도 뛰어나고 내병성도 좋은 조생종 복숭아 품종을 자신이 개발했다는 보람과 기쁨을 느꼈을 정도로 당도 등 모든 면에서 월등했다. 이후 곧바로 김 대표는 2014813일 국립종자원에 사비나로 품종 보호 출원을 했고, 3년의 검증과정을 거쳐 2017512일 품종 보호권 등록이 됐다.

2016년 경북 김천 농장에서 사비나 첫 수확

2014년 김 대표는 평소 알고 지내는 경북 김천에서 복숭아 농장을 운영하는 이희송 대표에게 20종의 사비나 품종을 심어보라고 권유했다. 당시 이 대표는 크게 관심을 두지 않았다. 워낙 좋다는 묘목을 주는 종묘 업체가 많아 사비나도 그중에 하나일 거라고 여겼다. 그래서 처음에 특별하게 관리하지 않아 이 대표의 농장에 심어진 20그루의 사비나 품종은 거의 다 고사하고 4그루만 살았다.

 

 

2016~2017년에 살아남은 4그루에서 수확한 사비나는 그야말로 대박이라는 탄식이 절로 나올 정도로 맛이 뛰어났다. 이 대표는 처음 수확한 사비나 맛을 보고 깜짝 놀랐다. 기존의 조생종과는 차원이 다를 정도로 최고로 우수했다고 말했다. 현재 이 대표는 처음부터 사비나를 알아보지 못하고 관리를 소홀히 한 것이 두고두고 가장 후회된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당시 사비나 품종 16그루를 잘 키웠어도 현재 높은 소득을 올리고 있었을 거라고 아쉬워했다.

 

사비나의 당도는 최소 16Brix 이상이다. 높게는 21Brix까지 측정되고 있다

 

 

 

냉해와 병충해에 강한 사비나

2012년에 귀농한 이 대표는 현재 조생종과 만생종 총 6가지 품종을 1.3ha(4000) 면적에 재배하고 있다. 이 대표는 항만에서 일하고 은퇴 후 복숭아 농장을 운영하고 있다. 복숭아 농사를 짓기 위해 열심히 공부해서 현재는 지역에서 고품질 복숭아를 재배하는 농가로 널리 알려졌다. 이 대표는 현재 김천에서 조생종 복숭아를 가장 많이 재배하고 있다. 경매사들은 6월만 되면 이 대표에게 먼저 선주문을 할 정도이다.

그는 사비나는 조생종도 맛있다는 인식을 심어준 품종이라고 극찬했다. 다른 품종에 비해 모양과 색상이 너무 예쁘고 당도도 높아 경매사들이 먼저 선주문하고 있다. 가격도 평균 30%가량 높게 받고 있다.

사비나는 조생종으로서 재배가 쉽고 다른 품종에 비해 내병성과 내한성이 강한 게 특징입니다. 꽃가루도 많아 열매 맺음도 뛰어난 편입니다.”

이 대표는 모든 과수원이 냉해 피해가 심한데 사비나는 냉해를 거의 입지 않는다고 말했다.

사비나는 나무도 잘 크고 나무 세력이 강해서 병충해도 잘 생기지 않습니다.”

 

 

사비나, 봉지 씌우지 않아도 돼

사비나는 처음에는 중소과지만 4~5년이 지나면서 대과종으로 바뀐다. 평균 중량은 250~350g 정도이다. 이 대표는 사비나는 다른 조생종과는 다르게 과육이 단단해서 저장성도 좋다고 소개했다. 그는 6월 말부터 수확하는 사비나는 봉지를 따로 씌우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고령자들에게도 농사짓기가 수월한 편이라고 말했다.

봉지를 별도로 씌우지 않아 인건비 절감이 많이 되고 사비나가 병충해에도 강해 농자재 비용이 덜 드는 등 경영비가 많이 절감되는 것도 큰 장점입니다. 앞으로 만생종은 줄이고 점차 사비나 품종을 늘려나갈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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