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카의 심장 쿠스코에서 바라본 화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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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카의 심장 쿠스코에서 바라본 화훼
  • 김민지
  • 승인 2021.05.31 09: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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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루 쿠스코는 해발 3399m 지점 분지에 있는 잉카제국의 수도이자 태양신을 숭배하는 황금도시로 잉카의 유적들이 곳곳이 숨어 있는 곳이다. 쿠스코의 찬란했던 문명은 스페인 정복자에 의해 막을 내렸다. 잉카제국의 중심을 허망하게 뺏긴 후, 파괴된 잉카제국의 궁전과 신전 자리에는 유럽풍의 건축물들이 세워졌다. 잉카제국의 온전한 흔적은 석벽과 돌길뿐이지만 화려했던 문명은 여전히 이곳에 남아있다.

 

산또 도밍고 성당의 행잉 바스켓(페라고늄)과 중앙 석조우물주변 용기원예
산또 도밍고 성당 침상화단 난관에 진열된 용기원예

 

코리칸차 위에 지어진
산또 도밍고 성당


스페인 정복자들은 산또 도밍고 성당을 잉카문명이 담긴 태양신전 코리칸차 위에 건축했다. 코리칸차의 석벽이 성당 상부를 받치고 있는 모습도 확인할 수 있었다. 몇 차례 쿠스코에서 발생한 큰 지진으로 산또 도밍고 성당은 파괴됐지만, 코리칸차는 전혀 손상을 입지 않았는데 이는 잉카인들의 발전된 석조기술 덕분이다.


성당 입구와 석조 우물가에 놓여있는 플랜트 박스에는 시클라멘이 절경을 이뤘으며 2층 회랑 창가에는 핑크 페라고늄이 펼쳐졌다. 또한, 성당 곳곳에 엑에베리아, 글라슬라와 같은 다육식물과 수국 등 다양한 화훼가 용기에 심겨 장식되어 있다.


산또 도밍고 성당에서 바라보는 쿠스코는 스페인의 식민지였다는 사실을 증명하듯 시내 전체가 주황색 건물과 지붕으로 가득했다. 쿠스코를 한눈에 바라볼 수 있는 성당 바로 아래엔 넓은 잔디밭에 무늬를 새긴 멋진 침상화단이 조성돼 있다. 침상화단으로 내려가는 계단 난관에 아스파라거스가 심긴 구릿빛 용기가 자리를 잡고 있다. 
아르마스광장 중심의 유적지를 보고는 쿠스코 근교에 있는 잉카 유적지로 달려간다.

 

삭사이와망
삭사이와망

 

쿠스코 잉카 유적지에서 본 야생화


거대한 돌을 지그재그 3층 구조로 쌓은 석벽 ‘삭사이와망’은 유래와 관련된 다양한 설이 있다. 쿠스코 방어를 위한 요새, 쿠스코 전체를 내려다보는 의식용 성전 등 다양한데 거대한 돌을 어떻게 운반하고 쌓았는지 잉카인들의 축조기술에 그저 감탄할 뿐이다. 삭사이와망 주변에는 국화과로 보이는 야생화 들판이 펼쳐져 있다.


잉카제국의 장례 재래장으로 추정하는 ‘켄코’에서는 콩과식물인 루피너스가 있었으며 켄코로 가는 길목에서 건강에 좋은 허브라며 관광객들에게 한줄기씩 나눠 주는 순박한 소년도 만났다.


성스러운 물이 흐르는 잉카제국의 목욕탕이었던 ‘탐보마차이’에서는 줄지어 찐 옥수수를 파는 여인들을 만나 옥수수 한 자루를 사 보았다. 어른 엄지손톱보다 더 큰 알맹이와 두꺼운 껍질을 가진 안데스산 옥수수 맛은 일품으로 방문하게 된다면 꼭 맛볼 것을 추천한다.

 

이어 전통의상을 입은 여인들은 건초를 깔아 놓고 단장시킨 양과 알파카를 기념 촬영용 소품으로 판촉하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탐보마차이에서도 켄코에서 보았던 루피너스가 곳곳에 군락진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이곳의 루피너스는 잎에 줄무늬가 들어가 있는 게 특징이다.

 

고산증을 예방하는 코카잎
고산증을 예방하는 코카잎

 

코카잎으로 이겨내는 고산증


쿠스코 여행의 성패는 ‘고산증을 얼마나 견디는지’에 달려 있다. 쿠스코로 이동하기 위해 방문한 리마 공항에서는 ‘코카잎 무료’라고 적힌 바구니를 발견할 수 있다. 코카잎을 차로 끓여 마시면 고산증을 예방할 수 있으므로 방문객을 위해 준비된 것이다.


해발 3000m이상 지대에서 살아가는 안데스 원주민들은 코카잎을 씹거나 우려 마시며 고산증을 예방했다. 특히, 고산지대에서 광부 같은 고된 노동을 하는 사람은 습관처럼 코카잎을 씹는 것이 고유 전통이다. 광부의 경우 코카잎을 볼에 가득 넣고 향과 맛이 나는 돌가루를 긁어 같이 2시간 정도 씹고 뱉는다. 씹다 보면 갈증도 사라지고 코카잎의 마취 효과로 힘든 것도 잊을 수 있기 때문이다.


코카나무는 코카나무과에 속하는 높이 1~2m의 상록관목이다. 페루, 볼리비아의 안데스산에 자생하는데 나무의 종류에 따라 코카잎의 성분은 조금씩 다르다. 페루, 볼리비아 주민들이 주로 이용하는 코카잎은 코카인 성분이 0.1~0.8%로 매우 낮아 독성 효과나 약물 의존성을 일으키지 않는다. 또한, 코카잎은 비타민, 철, 단백질 등 영양소와 혈액의 산소 흡수를 돕는 성분을 함유한다. 안데스 지역에서는 7000년 이상 약재로 이용된 식물이고 가정에서 코카잎을 재배한 역사도 1000년이 넘는다.


코카잎은 전통의식, 기도 등에 사용되는 신성한 작물이었고 현재는 재배로 농민들의 유일한 환금작물이 됐다. 최근에는 코카잎을 이용한 샴푸, 비누, 감미료 및 치약 등을 개발해 판매한다. 코카잎 차는 커피와 같은 각성 효과가 있지만, 신경과민이나 불면증의 위험이 없어 어느 때나 마셔도 좋다. 그래서인지 페루의 호텔, 식당에서는 코카잎을 항상 볼 수 있고 시장에서도 구매할 수 있다.

 

쿠스코 벨라스코 아스테테 국제공항 벽면녹화에 식재된 식물
쿠스코 벨라스코 아스테테 국제공항 벽면녹화에 식재된 식물

 

페루 공항 그린 인테리어


리마 호르헤 차베스 국제공항은 공항 규모에 비하면 그린 인테리어가 빈약했다. 흰색의 사각 화분에 고무나무와 스파트필럼이 아무런 디자인도 없이 심어져 있고 여행안내센터와 공항 곳곳에는 쉐프레아 화분을 배치하는 정도였다.


쿠스코행 비행기를 타고 1시간 30분을 이동하자 쿠스코 벨라스코 아스테테 국제공항에 도착했다. 리마 공항보다 규모는 작지만, 그린 인테리어가 페루답지 않다는 게 눈에 띄었다. 공항의 한 전면이 벽면녹화였으며 네프로네피스, 자주달개비를 그룹핑해 배치했고 무늬접란을 포인트로 주는 등 디자인과 관리 상태가 좋았다. 흰색 원형의 긴 화분에는 고무나무, 스파트필럼, 야자, 쉐프레아를 심어 장식했는데 중앙 통로에 놓인 대나무 화분이 좀 색달랐다.


해발 3400m의 안데스산맥 바로 아래 작은 공항의 그린 인테리어는 마추픽추를 보러 오는 많은 관광객의 설렘을 더해준다.

 


 

 

 

글 = 박윤점
원광대학교 원예산업학부 교수

정리 = 김민지 기자

 

 

 

 

[농업 현장과 함께하는 월간원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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