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렬하고 시원한 여름 향기를 자아내는 ‘형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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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렬하고 시원한 여름 향기를 자아내는 ‘형개’
  • 김민지 기자
  • 승인 2021.06.02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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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남도농업기술원 약용자원연구소의 여름 공기는 습기가 꽉 찬 답답함이 아닌 약용작물 형개로부터 스며든 시원한 향으로 가득하다. 형개의 표준품종을 개발하는 연구가 진행되고 있는 함양 소재 시험포장에는 곧 희고 작은 꽃을 피울 준비를 하는 형개가 즐비하다.

 

약용작물 ‘형개’에 대해


약용작물과 일반작물의 가장 큰 차이점은 작물이 지닌 고유의 향이다. 


다양한 약용작물 중에서 필자가 연구하는 형개는 독특한 향을 가진 작물이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한약 재료인 인삼, 더덕에 비해 다소 생소한 이름의 형개는 중국, 일본, 한국 등지에 분포하며 주요산지는 중국의 허베이성, 절강성 등이다.


형개는 꿀풀과 일년초로서 향기가 강하다는 것이 식물학적 특징이다. 원줄기는 사각형이고 가지가 갈라진다. 잎은 십자대생하고 흰색 꽃은 8~9월에 개화한다. 원줄기 윗부분에 층층으로 달리는 총상화서지만 층 사이가 짧기 때문에 수상화서처럼 보인다. 지상부 전체를 말려 약재로 사용하지만, 꽃이 있는 부분인 형개수만을 잘라 건조시켜 이용하기도 한다.

 

 

동의보감에 기록된 탁월한 약재


예로부터 형개는 동의보감에 가소라는 명칭으로 기록이 되어 약재로 사용됐다. 동의보감의 탕액편 외 7곳에 언급이 되며 보통의 약재보다 쓰임새가 많았을 것으로 추측한다.


오늘날 형개는 한약 처방 시 보험으로 인정되는 56종 한약 중 형개연교탕의 주재료이며 비염증상을 완화시키는 목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최근에는 아토피 등 피부질환에 대한 형개의 우수성이 보고됐다.

 

독특한 향으로 드러내는 존재감


형개의 특이한 향은 박하향과 비슷하지만, 그보다는 조금 더 짙고 오묘하다. 잎을 손의 열감으로 비벼 향을 맡으면 시원한 느낌이 마치 지압 마사지를 받은 듯 개운해 스트레스 완화에 도움을 준다. 비단 꽃에서만 향기가 나는 것이 아니라 발아 후 지상부가 10cm 정도 됐을 때부터 이미 잎에서 신선한 향기가 존재감을 드러낸다.

 

형개의 독특한 향기는 정유 성분에서 기인하는데 주요 성분은 풀레곤과 멘톤이다. 정유성분이 많게는 1.8~4% 정도 들어있다. 


정유란 식물에서 추출한 고유의 향을 가진 천연 식물성 오일로 그 가치가 최근 높아지고 있다. 정유의 역할은 해충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고 생존과 번식을 위한 수단으로 곤충을 유인하기도 하며 주변 경쟁 식물들의 발아를 억제하거나 자라지 못하게 한다. 


향장료 및 식향료로 다양하게 쓰이며 최근 화학물질의 유해성분에 대한 불안감이 증가함에 따라 천연물인 정유의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또한 항암, 항염, 항균 등 다양한 생물학적 특성을 갖고 있어 인류의 미래에 소중한 자산이 될 것이다. 

 

국내 향료시장은 연간 5~7%의 성장을 보이고 있지만 안타깝게도 원료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표준품종 개발로 다양성 확보


각국의 생물자원 이용 시 로열티를 지급하도록 한 나고야 의정서가 발효됨에 따라 토종 약용작물에 대한 표준품종 등록이 시급한 상황이다. 표준품종이란 작목을 발굴 및 개발을 통해 품질과 균일도를 높여 더 나은 품종개발이 이루어질 수 있는 기준이 되는 품종을 일컫는다.


인류에 기여한 많은 화학물질이 식물에서 유래했으며 일례로 아스피린의 원료인 버드나무 껍질 추출물, 말라리아 치료제 원료인 인진쑥 등 식물이 가진 무궁무진한 잠재력을 보존 및 발굴하려면 식물의 표준품종을 개발해 품종의 다양성 확보를 위한 초석을 다져야 한다.


경상남도농업기술원 약용자원연구소에서 연구 중인 형개의 표준품종 개발은 급격히 변화하는 국제환경에 대응해 해외 원료 확보가 힘든 약용작물을 조기에 육성하고 보급하며 농가소득 향상에 기여하고 더 나아가 경쟁력 있는 생물자원 보유국으로 한걸음 가까이 다가가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글= 김영빈 연구사   
경상남도농업기술원 약용자원연구소

정리= 김민지 기자

 

 

 

[농업 현장과 함께하는 월간원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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