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중도시 마추픽추에서 발달한 계단식 작물재배
상태바
공중도시 마추픽추에서 발달한 계단식 작물재배
  • 김민지
  • 승인 2021.07.30 10:0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늙은 봉우리’라는 뜻의 마추픽추는 페루 쿠스코 북서쪽 110km, 해발 2430m에 위치한다. 정교한 석재기술을 사용해 1450년에 세워진 것으로 추정되는 잉카의 계획도시다. 스페인 식민시대 전후로 사람들의 기억에서 사라졌다가 1911년 미국의 역사학자 하이람 빙엄에 의해 다시 발견됐다. 산 아래에서는 잘 보이지 않아 일명 ‘공중도시’라 불리며 세계 7대 불가사의 중 하나인 마추픽추는 1983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됐다.

 

우루밤바 계곡에서 만난 아나나스


새벽부터 마추픽추로 이동하기 위해 울란타이탐보 역에서 기차를 탔다. 기차는 안데스 산맥의 만년설이 녹아 만들어졌다는 우루밤바 강을 끼고 달렸다.


창밖으로 계곡 산등성 곳곳에 있는 파인애플과 아나나스 군락지를 발견한 순간, 아나나스의 고향이 남아메리카의 열대와 아열대 지방이라는 걸 실감했다. 기차 철로 변과 계곡 주변에는 용설란과 선인장이 자생하고 있었다. 용설란은 꽃대를 길게 내밀었고 선인장은 아주 큰 군락을 이루면서 날카로운 가시를 자랑했다. 토양이 비옥하고 물도 풍부한 우루밤바 계곡의 좁은 농지에서는 채소와 옥수수가 잘 자라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주변 경치를 즐기며 달려오니 마추픽추 바로 아래 동네에 있는 아구아스 칼리엔테스역에 도착했다.

 

마추픽추에 자생하는 야생화.
마추픽추에 자생하는 야생화.

 

마추픽추의 화훼는
입구부터 미니 식물원까지


기차역에서 셔틀버스를 타고 20여분을 달려 마추픽추 입구에 도달했다. 마추픽추의 전경을 보기 위해서는 돌계단을 통해 10여분을 올라가야 한다. 정문 입구 작은 화단에는 천사의 나팔이 방문객을 환영하듯 활짝 피어 있었고 정문 계단에는 군자란과 아이비 화분이 한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조금 더 올라가니 글라디올러스와 범부채가 가느다란 줄기에 꽃을 달았고 알로카시아와 각종 양치식물, 유카, 행운을 가져다준다는 토끼풀도 볼 수 있었다.


마추픽추는 열대 산악림 사이에서도 아름다운 자연환경을 자랑한다. 다양한 동·식물이 서식하고 있으며 천연 식생은 주로 키아데아 등의 양치식물과 야자나무로 구성된 아열대 지방의 습도가 높은 산림이다.


유적지 내, 주 신전과 3개의 창 신전 옆에는 길이 20m, 폭 10m 정도의 작은 식물원이 존재한다. 안데스산에서 수집한 고산식물을 이용했다. 현지 이름으로 유카, 치리모요, 세티코 등의 수목과 여러 종류의 난과 식물, 아나나스류 등 다양하게 식재되어 있다.


마추픽추의 면적은 3만2592ha로 규모가 대단하다. 하지만 잉카인들이 왜 마추픽추를 만들었고, 어떻게 버려지게 됐는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잉카 최고의 군주라고 일컫는 빠차꾸떽의 지시로 만들어졌으며 그가 하늘을 관찰하고 농경과 관련된 시기를 파악하기 위해 머물렀다는 설이 가장 유력하다.


마추픽추는 신전, 귀족과 사제들의 거주 지역, 일반 거주 지역 및 농경지역으로 나눠진다. 광장과 신전, 거주지를 비롯한 140여개의 건축물과 계단식 농경지가 조화롭게 자리 잡은 도시의 면모를 확연하게 갖추고 있으며 각 건축물들 사이는 수많은 우물과 수로가 있다.

 

부족한 농업용지를 해결하기 위한 계단식 밭.
부족한 농업용지를 해결하기 위한 계단식 밭.

 

잉카시대의 놀라운 작물재배


유적의 외곽에는 도시 전체를 돌아가면서 급격한 산비탈에 석축을 쌓아 만든 500여개의 계단식 밭(Sector Agrucola Oeste)이 있다. 산악지대라 부족한 농업용지를 해결하기 위해서 테라스 형태. 즉, 다랭이 밭을 만든 것이다.


아찔해질 정도로 급경사인 축대 위에서 보면 얼마 되지 않는 땅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려 했던 잉카인의 노력을 느낄 수 있다. 고도에 따라 재배하는 작물을 달리해 식량을 자급자족했고 이 시기에는 대표적인 작물로 옥수수와 감자뿐만 아니라 안데스의 초록빛 황금인 코카잎도 재배했다.


잉카시대 농업시험장으로 추정되는 모라이(Moray)도 대표적인 계단식 밭이다. 
가장 높은 지대와 낮은 지대의 온도가 5℃ 정도 차이가 나 계단마다 재배하는 농작물이 달랐다.


계단식 밭 옆길에는 중간 중간 곡식 저장고인 꼴까(Depositos Qolqas)가 자리를 잡고 있다. 잉카인들은 꼴까에 수확한 곡물을 저장하고 필요시 사람들에게 재분배하기도 했다. 꼴까 바닥에는 환기구를 설치해 습도로 인한 부패를 막았고 충해 발생 방지를 위해 감자, 옥수수 등을 켭켭이 쌓을 때 작물 사이에 민트류의 허브를 깔아 짧게는 1년, 길게는 수십 년간 곡물을 보관했다.


마추픽추는 높은 산에서도 자유롭게 물을 쓸 수 있도록 정교하게 돌 틈을 깎아 수로(Fuentes) 만들어 도시 전체로 물을 흐르게 했다. 


마추픽추 계곡 아래 아득히 보이는 우루밤바 강의 물을 정상까지 끌어 올려 이용했던 것이다. 수로의 물은 처음엔 신전으로, 다음은 왕족과 귀족이 거주 하는 곳으로, 그리고 마지막은 평민 거주 지역 순으로 흐르게 설계됐다. 수로는 계단식 농경시스템에서 농업용수를 확보하는 것뿐만 아니라 돌로 촘촘히 만든 구조물들이 물길에 무너지지 않게 하는데도 중요한 역할을 했다. 지금도 맑은 물이 수로를 통해 졸졸 흐르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아구아스 칼리엔테스 역 주변 조경.
아구아스 칼리엔테스 역 주변 조경.

 

기차역에 남은 여운


날씨 덕분에 완벽하게 드러난 마추픽추를 관람하고 아구아스 칼리엔테스 마을로 돌아 왔다. 기차를 타기까지 시간이 남아 찬찬히 동네를 둘러봤다. 역 주변 정원에는 노랑과 핑크색의 하와이무궁화가 활짝, 흰색 칼라는 얌전히 화단 한자리 차지하고 있으며 빨간 칸나도 줄지어 식재 되어 있었다. 


이어 방문한 인디오 상가에서는 페루 안데스지역 느낌이 물씬 느껴지는 페루 전통인형과 나스카 무늬를 조각한 목각 닭, 그리고 마추픽추를 영원히 기억하기 위해 관련 책 한권을 구입하고 다시 기차역으로 향했다.

 


 

 

글= 박윤점
      원광대학교 원예산업학부 교수

정리= 김민지 기자

 

 

 

[농업 현장과 함께하는 월간원예]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