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비, 염기 붙잡아 염류장해 막아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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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비, 염기 붙잡아 염류장해 막아준다
  • 나성신 기자
  • 승인 2021.10.28 14: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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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의 pH를 6.0~7.0으로 맞추는 것이 농사의 기본이다. 그러나 흙의 완충능 때문에 맞추기가 여간 어렵지 않다. 농업기술센터에서 주라는 석회 양을 다 주는 것은 물론, 3년 주기를 기다리지 말고 매년 토양 검정을 받고 개량하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특히 녹비재배가 염류장해를 막아 준다. 게다가 흙도 좋아지고 녹비에서 천천히 나오는 양분으로 인해 비료를 절약할 수 있어서 일석삼조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

 

 

흙 pH 무시하면 농사가 어렵다

사람 피의 산도(pH)는 7.4로 약 알칼리성이다. 여기서 ±0.02 범위를 벗어나 7.38 이하거나 7.42 이상이 되면 치명적일 수 있다. 육식을 많이 하면 고기가 분해되면서 나오는 요산 때문에 pH가 떨어져 질병에 잘 걸린다. 고기를 먹을 때 알칼리성인 채소나 과일을 함께 섭취하도록 권하는 것도 피를 약알칼리로 유지시키려는 작전이다. 지나치게 육식을 즐기면 건강에 해롭다. 그렇다고 육식을 아예 하지 않는 것도 이롭지 않다.

혈액의 pH는 쉽게 변하지 않기 때문에 크게 걱정을 안 해도 된다. 혈액에는 ‘완충능’이라는 능력이 있어서 알칼리성 식품인 과일이나 산성 식품인 고기를 많이 먹어도 좀처럼 변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럼 흙은 어떨까? 흙의 pH도 매우 중요하다. 맹물에 염산이나 양잿물(가성소다)을 한 방울 떨어뜨리면 금세 pH가 오르락내리락 하지만, 흙을 조금 풀어 넣으면 좀처럼 pH가 변하지 않는다. 흙 역시 완충능이 있어서 그렇다.

하지만 흙이 산성이거나 알칼리성이면 대부분의 식물이 잘 자라지 못한다. 그 이유는 여러 가지다. 예를 들면 pH에 따라서 흙에 있는 양분의 유효도가 달라진다. 흙이 산성으로 되면 그 속에서 잠자던 철(Fe)과 알루미늄(AI)이 깨어나 인산과 결혼한다(특히 우리나라 흙이 그렇다). 이렇게 하여 생긴 인산철과 인산알루미늄은 식물이 빨아먹을 수 없다(이 현상을 ‘인산의 고정’이라고 한다), 질소는 아질산(NO₂)이 되어 하늘로 도망간다.

우리나라 흙 대부분은 pH 5.2~5.4 범위의 산성토양이다. 중성(pH7.0)에서 질소-인산-칼리의 유효도를 100이라 할 때, 내 흙이 5.5라면 유효도가 77-48-77에 그친다. 질소-인산 칼리 비료를 각각 100kg씩 준다면 그 중 23-52-23kg은 쓸모없는 꼴이 되는 것이다.

나는 우리 땅의 고질병인 산성을 생각할 때마다 그것을 고칠 수 있는 ‘약’도 함께 주신 조물주께 감사드리곤 한다. 비가 많이 오는 적도의 나라 인도네시아, 태국, 남미 밀림지대의 모든 나라들은 우리보다도 더 산성이다. 빗물이 칼슘과 마그네슘 같은 알칼리성분을 빼앗아가는 한편, 쌓이는 낙엽에서 유기산이 흘러나와 산성화를 가속시키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들 나라에는 어떻게 해 볼 요량이 있는 ‘약’이 없다.

그렇다면 ‘약’은 무엇일까? 바로 석회다. 우리는 강원도와 충청북도에 거의 무한정의 석회암지대가 있다. 조물주가 우리에게는 “병도 주고 약도 주었다”고 말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그래서 늘 고맙다.

흙의 pH를 6.0~7.0으로 맞추는 것이 농사의 기본이다. 그러나 흙의 완충능 때문에 맞추기가 여간 어렵지 않다. 농업기술센터에서 주라는 석회 양을 다 주는 것은 물론, 3년 주기를 기다리지 말고 매년 검정을 받고 개량하는 데 힘써야 한다.

소금도 안 줬는데 웬 염기가 이렇게 높지?

하우스농사를 짓다 보면 언젠가는 염류장해가 일어나서 애를 먹게 마련이다. “소금을 준 적도 없는데 웬 염류장해?”라고 의아해 할지도 모른다. “그럼 어떤 비료에는 소금이 들어 있다는 말인가?” 하고 비료에 괜한 눈총을 준다. 그러나 이건 순전히 오해다. 흔히들 ‘염류’라고 하면 ‘염기’, 즉 소금기’로 생각하는 게 문제다. 우리가 주는 비료 중에 소금이 들어 있는 것은 없다. 그런데도 염류장해가 일어나는 것은 왜일까?

물론 소금을 비료로 주는 경우도 있다. 사탕무는 염화칼륨(Kol) 대신에 소금(Nacl)을 준다. 사탕무에서 설탕 성분을 뽑아낼 때 칼륨이 있으면 설탕을 뽑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칼륨 역할을 대신하는 나트륨을 주면 사탕무도 잘 자라고 설탕도 잘 뽑힌다.

그러나 사탕무 이외에 다른 농사에서 소금을 쓰면 큰일 난다. 전적으로 인분에 의존했던 옛날에는 흙에 ‘헤식은 현상(차진 기운이 없이 푸슬푸슬한 현상)’이 일어났는데 짠 음식을 먹어서 나온 소금기가 원인이었다. 소금(나트륨)은 작물이 생장하는 데 별로 도움을 주지 못한다. 오히려 흙 알갱이들을 흩어놓아 (‘분산’이라고 한다) 홑알 조직을 만들어 흙의 성질을 나쁘게 만든다.

사실 혼동이 생기는 것은 당연하다. 우리 생활에서 염기(발음을 ‘염끼’라고 한다)’라고 하면 소금, 또는 소금 맛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흙에서 말하는 염기는 나트륨(Na)뿐 만 아니라, 칼륨(K), 칼슘(Ca), 그리고 마그네슘(Mg) 등 네 가지 성분을 염’이라고 한다. 그러니까 흙에서 염기라고 하면 칼륨, 칼슘, 마그네슘, 나트륨을 통틀어 말하는 것이다. 이런 성분들은 모두 비료에 들어 있다. 요즘은 가축분뇨에도 꽤 들어 있다.

농사를 잘 지으려는 욕심에서 비료를 많이 주다 보면 염기가 저절로 넘치게 마련이다. 이렇게 염류가 많아지면 마치 소금을 준 것처럼 작물은 염류장해로 죽어버리게 된다.

그렇기에 비료를 줄 때는 지혜롭게 적당량을 사용할 줄 알아야 한다. 하우스 농사에서는 땅이 놀 때 녹비를 재배해야 넘치는 염기를 줄일 수 있다. 녹비를 그 땅에 잘라 넣으면 녹비가 염기를 붙잡고 있어서 염류장해를 막아 준다. 게다가 흙도 좋아지고 녹비에서 천천히 나오는 양분으로 해서 비료를 절약할 수 있어서 일석삼조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이완주 박사의 <흙 아는 만큼 베푼다>는 우리나라 농촌의 토양 검정 및 처방이 열악하던 시절에 농민들에게 토양의 중요성과 좋은 토양을 만드는 방법을 알려주는 바이블이었다. 현재는 절판되어 더 이상 만나 볼 수 없다. 따라서 월간원예는 저자의 동의를 얻어 <흙 아는 만큼 베푼다> 내용을 연재로 싣는다. 


글=이완주

토양병원 원장

정리=나성신 기자

 

 

 

 

[농업 현장과 함께하는 월간원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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