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산 품종으로 다시 한번 나주배의 명성을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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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산 품종으로 다시 한번 나주배의 명성을 찾는다
  • 조호기 기자
  • 승인 2022.01.03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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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나주시 필농원 나종필 대표

나주는 큰 산이 없어 빛을 가리지 않아 태양의 일조량이 매우 많고, 과일들의 당도가 대체적으로 높은 편이다. 토양은 양토, 사양토로 유기물 함량이 많아 나주는 배 재배의 최적지이자 최대 주산지다. 과거 나주배의 금촌추 품종은 떪은 맛이 있지만 나주의 토양과 어울려 향기가 가득한 배로 명성을 떨치기도 했다. 하지만 현재 전국에서 재배되고 있는 품종들이 중생종인 ‘신고’를 중심으로 전체 재배면적의 90%를 차지하며 나주배의 명성이 예전 같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 품종으로 다시 한번 나주배의 명성을 살리고자 하는 농가가 있어 방문해 봤다. 

 

배는 전 세계에 약 20여 품종이 있으며 우리나라에서 재배되는 배는 대부분 일본배에 속하는 품종이다. 특히 높은 저장성과 크기 그리고 출하량이 많다는 점으로 ‘신고’ 비중이 확대되어 왔다. 

“과거 ‘신고’ 품종 이전에는 나주지역이 배 산업을 선도하면서 명성이 있었지만, 이제는 신고배로 모든 지역이 통일되다시피 해 나주 고유의 지역특산품이 사라져 버렸습니다” 나주 배의 고유 특성과 명성이 사라지는 것을 아쉬워하는 농가의 목소리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에서 개발한 배 품종으로 과거 나주 배 명성을 되살리기 위해 노력하는 농가가 있다. 나주시 금천면에 위치한 필농원이 그 주인공이다.

나주시 금천면에서 기존 신고품종 배 23140㎡(7000평)와 더불어 신품종 ‘신화’ 9917㎡(3000평)을 재배하고 있는 필농원 대표 나종필 씨(59세). 아버지때부터 ‘만삼길’, ‘금촌추’, ‘장십랑’ 품종으로 배농사를 지어 왔다는 나 대표, 그는 농고를 졸업하고 85년도부터 본격적으로 배 농사를 시작했다. 나 대표는 신품종 ‘신화’를 5년 전부터 재배하고 있다. 
“신고배는 담황갈색으로 외관이 예쁘며 과육은 희고 육질이 부드러우며 과즙이 많은 것이 특징이지요. 저장력은 90일 정도로 긴 편이에요. 하지만 꽃눈이 밀집해 많이 생겨, 꽃눈 전정에 노동력이 많이 들고, 검은별무늬병에 약합니다. 특히 냉해에 굉장히 약해, 수확량이 매번 들쑥날쑥하더라구요.”

나종필 대표는 신화 품종으로 5년 동안 농장을 운영하면서특품율이 ‘신고’와 비교 못할 정도로 높다고 말한다.
나종필 대표는 신화 품종으로 5년 동안 농장을 운영하면서특품율이 ‘신고’와 비교 못할 정도로 높다고 말한다.

 

냉해에 강한 ‘신화’…노동력도 적게 들어

나 대표는 최근 태풍 등 자연재해가 많은 기후이상으로 신고배의 수확량이 매번 달라져 고생했다고 말한다. 

“이에 비해 ‘신화’는 냉해에 강합니다, 안정적으로 배가 달리고 과도한 수분을 안 해도 돼요. 노동력이 절약되는 것이지요. 솎음질 노동력이 적게 들어 저한테는 딱 맞습니다” 고 나 대표는 말한다.

또한 ‘신고’는 적정 숙기가 10월 상순이므로 9월 중순에 추석을 맞는 해에는 일부 지역에서 미숙과를 수확할 수밖에 없다. 이에 반해 ‘신화’는 평균 숙기가 나주기준 9월 15일로 ‘신고’보다 15일 이상 빠르다. 

당도도 13Brix 내외로 높고 풍부한 과즙과 부드러운 육질로 뛰어난 식미를 가져 고품질의 추석 선물용으로 적합하다.

‘신화’는 국내 배 유통량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일본 품종 ‘신고’를 대체하기 위해 농촌진흥청이 2009년 개발한 추석용 배 품종이다. 배 시장에서 신화 같은 존재가 되길 바라는 의미와 ‘신고’와 ‘화산’의 교배 조합으로 만들어 각 품종의 앞 글자를 따서 이름을 붙였다. 

‘신화’에 대한 나 대표의 애정은 남다르다. “5년 동안 농장을 운영하면서 신화품종의 특품율이 ‘신고’와 비교 못할 정도로 높습니다. 그리고 모양도 예쁘고 병충해가 적어 관리도 쉽죠”고 말한다. 

또한, “배를 깎아 놔두면 갈변현상이 심한데 ‘신화’는 그런 현상이 없고, 배가 맑고 석세포가 적어 식감이 굉장히 우수합니다” 며 “먹으면 입안이 매우 깔끔하고 양치한 것처럼 개운하여 배를 싫어하는 아이들부터 치아가 안 좋은 노인들까지 선호하는 경향이 있습니다”고 덧붙였다. 

거의 혼자 농사를 짓고 솎음질이나 봉지 싸는 정도만 외국인 노동자를 고용한다는 나 대표는 “신고에 비해 전정이나 배 솎음질 등 전반적으로 노동력이 적게 듭니다”라며 “나이가 더 들었을 때도 혼자 관리하기에 딱 안성맞춤입니다”고 말한다. 

나 대표는 최근에 계속되고 있는 태풍에 대비해 튼튼한 방풍망과 보강대, 지지대 설치, 새와 해충에 대비한 가림그물망 시설 등에 조금씩 투자하고 있지만, ‘신화’라 더욱 마음 편하게 농사를 지을 수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매년 수확량이 배로 늘어나는 ‘신화’,나종필 대표는 조만간 1억 매출을 기대하고 있다.
매년 수확량이 배로 늘어나는 ‘신화’,나종필 대표는 조만간 1억 매출을 기대하고 있다.

 

첫해 20kg 컨테이너 상자 45상자를 수확했지만, 다음해에는 200상자, 3년째에는 600상자, 2021년에는 1600상자를 수확할 만큼 수확량에 만족한다는 나 대표. 갈수록 ‘신화’가 인기가 많아 조만간 3000평에 1억 매출도 가능할 듯 하다고 귀뜸한다. 100% 나주원예농협에 납품한다는 나 대표는 향후 ‘신고’ 품종은 모두 정리하고 ‘신화’ 품종만 운영할 생각이다. 

“냉해에 강하고 서리가 와도 잘 달리는 ‘신화’이지만 적성병에 좀 약하고 가지가 잘 찢기고 부러지는 경향이 있다” 며 기술센터에서도 이유를 잘 몰라, 현재 나 대표는 다양한 시도를 하면서 개선점을 찾고 있다고 말한다. 

끝으로 그는 “마을에 60대 미만 농가는 저를 포함해서 단 두 농가로 농촌 소멸위기가 굉장히 심각하다”며 “젊은 사람들이 농사를 안 짓더라도 농촌에 사람이 몰릴 수 있도록 귀농귀촌에 매력을 느낄 수 있는 다양한 제도가 마련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농업 현장과 함께하는 월간원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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