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의 위기를 기회로 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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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의 위기를 기회로 삼다
  • 월간원예
  • 승인 2022.01.03 1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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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경주시 해오름농원 김용구 대표

경북은 본래 국내 최대 사과 주산지로 많은 농가가 사과를 재배하고 있지만, 해가 갈수록 재배 환경의 변화로 농가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해오름농원의 김용구 대표도 원래 사과를 주로 재배했지만, 내륙에서도 만감류를 재배하는데 무리가 없다는 정보를 알고 과감하게 작목을 추가하게 된다.

 지난 2014년부터 내륙인 경북 경주에서
한라봉을 재배하고 있는 김용구 대표.

지난 2014년 TV를 통해 경주에서 한라봉을 재배한다는 소식을 접하고 그 다음날 현장을 찾은 김용구 대표. 내륙에서 만감류를 재배한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경주 내에서 재배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한걸음에 달려갔다.
“6시 내 고향을 보는데 경주에서 한라봉을 재배하는 분이 나오는 거예요. 계속 사과만 재배해오다 점차 강원도 쪽으로 사과 재배 환경이 올라가는 것을 보고 다른 작목이 뭐가 있을까 했는데 제 눈에 들어온 것이었죠. 다음날 찾아갔더니 진짜 한라봉이 잘 자라고 있더라고요. 이건 되겠다 싶어 그때부터 이것저것 여쭤보고 저도 재배를 시작했죠.”

6시 내고향에 나오는 경주 한라봉 소식을 듣고 그 다음날 현장을 찾아 눈으로 확인한 뒤 한라봉을 결심하게 된 김용구 대표. 사과 과수원을 운영하던 그에게 한라봉은 새로운 도전이었다.
6시 내고향에 나오는 경주 한라봉 소식을 듣고 그 다음날 현장을 찾아 눈으로 확인한 뒤 한라봉을 결심하게 된 김용구 대표. 사과 과수원을 운영하던 그에게 한라봉은 새로운 도전이었다.

이후로 제주도를 다녀오기도 하고, 관련 정보를 찾아보면서 한라봉에 대한 공부를 시작했다. 당시 주변 5농가가 의기투합해 같이 한라봉 묘목을 심고 작목반을 결성해 오늘에 이르게 됐다. 그때 경주 지역에 어울리는 “신라봉”이라는 이름도 지어 지금까지 브랜드로 활용하고 있다.
“그때 6시 내고향에서 봤던 그 분이 많은 도움을 주셨어요. 일종의 선배님이죠. 저는 사과 농사만 했다보니 온실에 대해서도 아무것도 몰랐는데 그분이 설계하는데 많은 도움을 주셨죠. 그해 3월에 심고 견학도 이곳저곳 다니면서 공부를 많이 했습니다.”

한라봉을 처음 시작할 당시 마음에 맞는 이들과 힘을 합쳐 작목반을 결성하면서 경주의 지역색을 입힌 ‘신라봉’이라는 이름을 지었다.
한라봉을 처음 시작할 당시 마음에 맞는 이들과 힘을 합쳐 작목반을 결성하면서 경주의 지역색을 입힌 ‘신라봉’이라는 이름을 지었다.

한라봉과 레드향
고소득을 이루다

처음 재배를 시작했을 땐 3305㎡(1000평) 부지에서 한라봉만 심었다. 초반에 1ha 부지를 조성할 수도 있었지만 만약에 실패할 경우 리스크를 떠안아야 하는 상황이다보니 조심스러웠다. 대신 나머지 부지에 딸기나 토마토를 고려하기도 했다는 김용구 대표.

“딸기나 토마토는 재배 당해에 바로 소득이 나오지만, 과수는 최소 4년은 넘어서야 비로소 소득이 나오기 때문에 100% 확신할 수가 없었죠. 조심스러웠습니다. 사과 말고는 해본 적이 없으니 자신감도 없었죠. 그러다 처음 수확을 하고 보니 이게 나쁘지 않더라고요. 2년차부터 수확을 했는데 2t 정도가 나왔어요. 딸기가 평당 12만원 정도면 좋다고 하는데 이대로만 가면 그것보단 더 나오겠구나 확신이 들었죠.”

이후 김 대표는 온실을 11동까지 늘렸다. 현재 해오름농원은 1ha에 총 온실 11동에서 한라봉 8동, 레드향 3동을 재배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이 약 3억원 정도인데 이는 사과(4000평)과 합친 금액으로 사과 매출보다는 한라봉과 레드향의 매출이 더 많은 편이라고. 

판로는 직판이 주를 이룬다. 연간 생산량이 25t이 이르는데 물량이 없어서 팔지 못할 때도 있을 정도다. 작게 꾸며놓은 블로그를 통해 주문이 유입되는 경우도 있고, 주로 지역 내에서 한라봉과 레드향이 나올 시기가 되면 예약 주문이 대거 들어온다. 작년 기준 전국에 직판으로 나간 택배가 약 3000건이 넘었다. 3kg 한 상자 기준으로 35000원에 팔리는데 한라봉과 레드향 가격은 모두 동일하게 받는다. 중심과 기준으로 약 10개 정도가 한 상자에 들어간다. 레드향은 급식으로 납품도 이뤄지는데 이번 겨울에는 수확량 전체가 급식으로 들어가 직판은 아예 주문도 받지 못한 실정이다.

“한라봉은 명절에 기업 선물로도 많이 주문이 들어옵니다. 몇 년째 신뢰관계가 쌓이다보니 수확시기가 오면 미리 연락이 와요. 그러면 저는 샘플을 보내고, 그쪽에서 이런저런 요구사항이 요면 그에 맞춰서 보내는 거죠. 전체 물량의 한 30%가 명절선물로 보내집니다.“
많은 생산량에도 불구하고 다른 판매처 없이 직판으로 모두 소화할 수 있는 비결은 무엇일까? 가장 중요한 것은 신뢰관계 구축이라고 김 대표는 말한다.

“저는 사후 처리에 투자를 과감하게 하는 편이예요. 선별이 최우선이지만 아무래도 배송을 하다보면 불량과가 섞일 수도 있고, 배송 중에 파손이 있을수도 있죠. 그런 과정에서 고객 문의가 들어오면 저는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교환과를 보내줘요. 물론 택배비도 제가 내죠. 그게 당시에는 손실일수 있어도 반드시 재구매로 돌아옵니다. 대부분의 소비자가 만족할만한 수준으로 보내는 것이 첫 번째고, 혹여나 잘못된 게 있더라도 기분 좋게 책임지는 편입니다. 예전에 한번 우체국을 통해 배송이 갔는데 비가 와서 상자가 다 훼손 됐나봐요. 우체국에서 연락이 왔어요. 자기들이 어쩔수 없이 비닐봉지에 담아 배송을 갔는데 고객이 반송을 요구했다고요. 저는 그 자리에서 그랬어요. 우체국 직원들 나눠드시라고. 고객님께는 제가 새것으로 다시 보내겠다고요. 이런 과정이 쌓이면서 생기는게 바로 고객과의 신뢰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고소득 작목전환
확신이 든다면 실행에 옮겨야

제주도가 주산지인 만감류를 경북에서 재배하면서 여러 시행착오를 겪었지만 이제는 안정권에 접어든 김용구 대표. 그는 오히려 제주도 대비 재배환경에 있어 내륙이 유리한 점도 적지 않다고 말한다.“일단 일조권이 제주도보다 경주 지역이 좋아요. 제주도는 고온다습해서 병충해에 신경을 많이 써야하는데 여기는 상대적으로 덜하거든요. 또 해가 비치는 날이 제주도 대비 두 배가 넘지 않나 싶습니다. 그래서 수확이 아무래도 제주도보다 빠르고, 시장에서 빨리 승부를 볼 수가 있죠. 대략 10~15일 정도 빠른 듯합니다. 레드향이 12월 초에 끝나고 나면 한라봉이 나오기 시작하는데 설 명절 이전에 출하가 대부분 끝납니다. 남는 물량이 거의 없어요.”

요즘 과수를 하다 작목전환을 꿈꾸는 이들에게 추천할 수 있겠냐는 질문에 김 대표는 그렇다고 대답했다. 초반 시설을 갖추고 묘목을 기르는 기간만 잘 지나면 충분히 승산이 있는 작목이라는 생각이다.
“저는 11동 재배하면서 혼자 가지치고 방제까지 합니다. 과에 줄을 달고 수확할 때 바짝 바쁘고 연중으로 노동력이 많이 들지는 않습니다. 그러면서도 평당 15만원 매출을 바라볼 수 있는 품종이 많지 않아요. 이미 많은 농가에서 내륙재배에 성공하고 있으니 저는 추천을 드리는 작목입니다.” 

 

 

[농업 현장과 함께하는 월간원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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