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에도 스토리텔링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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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사에도 스토리텔링이 필요하다
  • 월간원예
  • 승인 2022.01.03 1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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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김제시 백산인삼 김태엽 대표

흔히 인삼하면 금산이나 풍기를 떠올리지만, 김제에도 200여 농가가 인삼을 재배하고 있다. 인삼은 지역 인지도가 강해 특정 지역에 대한 소비자의 선호도가 무척 강했고, 30대 초반 이른 나이에 창업에 도전한 백산인삼 김태엽 대표에겐 반드시 극복해야 할 난관이었다.

 

인삼 농사를 평생 해 오신 부모님 밑에서 자란 김태엽 대표는 인삼과는 늘상 가까이 했지만, 직접 농사를 지을 거라는 생각은 해보지 않았다. 오히려 어린시절부터 도왔던 인삼 농사를 최대한 멀리하기 위해 외지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다.
“지금도 유명한 지역인데 부모님이 살던 곳이 금산이고 저도 고향인데 그쪽에 땅이 부족해서 33년 전에 이곳 김제로 이사 왔어요. 부모님은 계속 인삼 농사를 하셨고 제가 돕고 했던 기억이 있죠. 어릴 때부터 농사를 봤기 때문에 농사를 안 지으려고 대학교도 전주로 가고, 그 뒤에 뭐 이집트, 이스라엘 등 해외에서 머물렀어요. 최대한 농사와는 멀리 하고픈 마음이었죠.”

인삼은 보통 2년간의 지력을 만드는 기간을 거친 후, 약 5년간이 재배 끝에 수확이 이뤄진다.
인삼은 보통 2년간의 지력을 만드는 기간을 거친 후, 약 5년간이 재배 끝에 수확이 이뤄진다.

서울로 돌아와 신세계 백화점에서 근무를 하던 김태엽 대표, 부모님이 힘들게 지은 인삼이 제 가치를 평가받지 못한다는 생각에 창업을 해야겠다고 결심했다. 일괄적으로 매겨지는 도매시장 가격보다 더욱 높은 가치를 창출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었다.
“시장 중매인과 소매인이 시세를 만들면 우리 인삼은 그 가격에 팔릴 뿐이었죠. 뭔가 불합리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부모님이 피땀 흘려 재배한 인삼이 더 많은 가치를 인정받았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이 들었죠. 그래서 가공을 생각하게 됐고, 가공제품을 팔려면 김제 인삼의 브랜드 인지도를 만들어야겠다 결심했죠.”

그때 김태엽 대표의 나이 32살이었다. 처음 시작 했던 것이 네이버 블로그였는데 키워드 검색에 걸리는 일이 없었다. 소비자 입장에서 김제 인삼을 검색할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는 마케팅 포인트가 필요하겠다 싶어 인삼의 빨간 열매를 내세워 ‘진생베리’를 브랜드화 했다. 당시 아사이베리, 아로니아 같은 슈퍼푸드가 한참 뜨거운 시절이라 비슷한 바람을 일으켜보자 하는 취지였다. 이는 결과적으로 김제 인삼에 대한 소비자의 무관심을 관심으로 돌리는데 어느 정도 일조했다.

김제에서 인삼을 재배하고 홍삼액을 만들어 팔면서 가장 어려웠던 건인지도와 판로 확보였다. 김태엽 대표는 스스로 김제 인삼을 브랜드화하고스토리텔링을 통해 시장을 개척했다.
김제에서 인삼을 재배하고 홍삼액을 만들어 팔면서 가장 어려웠던 건인지도와 판로 확보였다. 김태엽 대표는 스스로 김제 인삼을 브랜드화하고스토리텔링을 통해 시장을 개척했다.

마케팅이 곧 생명
활로는 스스로 찾는 것

김태엽 대표는 이에 그치지 않고 적극적인 마케팅을 이어나갔다. 블로그 마케팅이 어느 정도 퍼져나가자 곧 방송사에서도 연락이 왔다. 슈퍼푸드의 열기가 후끈했기 때문에 가능했던 시절이다.

“JTBC 작가에게 연락이 왔어요. 진생베리로 슈퍼푸드 관련 방송에 나와볼 수 있겠냐고요. 기회라고 생각했죠. 당시엔 뭐라도 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단순히 인삼을 재배하고 원물만 팔아서는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고 생각했죠. 조금 이제 이 농장 자체의 브랜드를 어떻게 보면 만들어보자 하셔가지고 블로그를 활용하시면서 진생 베리라는 마케팅을 좀 하신 거네요. 김제 인삼에 스토리텔링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참여했습니다.”

이후에도 여러 번 방송에 출연한 김태엽 대표. 그는 이미 시장에서 판로가 확실한 원물뿐만 아니라 인삼 농축액을 팩에 담아 가공형태로 판매하기 시작했다. 인삼아빠라는 브랜드가 생기기전에는 아주 소규모로 제작해서 판매를 했지만 적극적인 마케팅으로 소비자 문의가 이어지면서 지금의 가공 생산 시설을 구축하게 되었다.

“맨 처음엔 아파트 1층 상가에 아주 조그맣게 시작했었죠. 원물만 팔기보다 가공을 해보자 해서 시작한 일인데 혼자서 하려니 보통 어려운 게 아니었어요. 수원에 가서 추출기와 장비를 90만원에 사와서 여기저기 알아보며 하기 시작했죠. 점차 찾는 사람도 많아지고 방송에서 보고 연락도 많이들 주시니까 시설이 이래서는 안 되겠다 싶어서 본격적인 시설 구축에 나선 거죠. 그때 김제 농업기술센터에서 많은 도움을 받았습니다.”

처음엔 직접 가공으로 직판으로만 판매하다 2019년 해썹(HACCP) 인증까지 받으면서 본격적인 식품 제조의 길로 들어섰다. 농업인이 창업을 준비한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지만 확실한 목적의식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망설임이 없었다. 현재 인삼아빠 김태엽 대표의 홍삼액은 쿠팡을 비롯한 오픈마켓과 롯데백화점 전주점, 인사동 상생상회 등 온·오프라인을 막론하고 여러 곳에서 판매되고 있다.  

인삼아빠 김태엽 대표의 인삼 재배면적은 3만3057㎡(1만평)으로 기존 면적에서 반 정도로 줄였다. 식품제조 창업을 한 이후로 효율화를 위해 내린 결단이다.
인삼아빠 김태엽 대표의 인삼 재배면적은 3만3057㎡(1만평)으로 기존 면적에서 반 정도로 줄였다. 식품제조 창업을 한 이후로 효율화를 위해 내린 결단이다.

창업은 목적 분명해야
판로 확보가 핵심

김태엽 대표의 인삼 재배면적은 3만3057㎡(1만평)인데 이는 기존 대비 반 정도를 줄인 것이다. 홍삼 가공이 활성화 되면서 재배면적이 넓은 것이 오히려 부담이 됐기 때문이다. 선택과 집중을 통해 사업에 충실하기 위함이다.  
“면적이 많으니까 일이 너무 힘든 거죠. 농사짓고 미팅 때문에 서울과 같은 거래처 미팅하고 그러면 일단 시간이 부족했어요. 부모님 댁으로 처음 들어올 때 면적이 컸는데 생산 면적은 계속 지금 줄이고 있습니다.”

현재 공장에서 나오는 매출은 약 1억 중반대. 여기에 원물 판매까지 더하면 수입이 적지 않다. 2016년 처음 홍삼액을 짜기 시작하면서도 창업의 길에 들어선 김태엽 대표는 새로이 창업을 꿈꾸는 농업인에게 분명한 목적의식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공장에서 나오는 매출은 약 1억 중반대. 여기에 원물 판매까지 더하면 수입이 적지 않다. 2016년 처음 홍삼액을 짜기 시작하면서도 창업의 길에 들어선 김태엽 대표는 새로이 창업을 꿈꾸는 농업인에게 분명한 목적의식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공장에서 나오는 매출은 약 1억 중반대. 여기에 원물 판매까지 더하면 수입이 적지 않다. 2016년 처음 홍삼액을 짜기 시작하면서도 창업의 길에 들어선 그는 새로이 창업을 꿈꾸는 농업인에게 분명한 목적의식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청년이 농업으로 창업을 할 때 많은 지원을 해줍니다. 하지만 그 지원금을 가지고 제대로 활용하는 케이스와 그렇지 못한 케이스를 봐왔어요. 지원금은 대부분 국민의 세금으로 주는 겁니다. 저도 이 시설을 갖출 때 받은 지원금이 항상 국민의 세금이란 생각에 반드시 옳게 활용해야겠다고 마음을 다 잡았죠. 책임감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임해야합니다. 더불어 무조건 시설을 늘리기보다 확실한 판로를 확보하는 것이 우선이에요. 어느 정도 수요가 생기고 물량이 부족해지면 그때 시설 확충을 해도 늦지 않습니다.”

대기업 제품과 경쟁을 위해서는 보다 좋은 재료와 친근한 이미지, 그리고 아이디어가 필요하다. 농축액뿐만 아니라 인삼비빔밥 등을 통해 실용적인 제품으로 소비자에 다가갔다.
대기업 제품과 경쟁을 위해서는 보다 좋은 재료와 친근한 이미지, 그리고 아이디어가 필요하다. 농축액뿐만 아니라 인삼비빔밥 등을 통해 실용적인 제품으로 소비자에 다가갔다.

김태엽 대표는 매년 이맘때쯤 400상자 가량(약 500만원)의 홍삼액을 지역 단체에 기부하고 있다. 벌써 6년째다. 이는 지원금에 대한 무거운 책임감에 대한 고마움의 표시이자 초심을 잃지 않기 위한 수단이기도 하다. 

 

 

[농업 현장과 함께하는 월간원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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