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춰버린 자올린 브랜드, 다시 일어나길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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멈춰버린 자올린 브랜드, 다시 일어나길 꿈꾼다
  • 조호기 기자
  • 승인 2022.03.04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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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천시 오이 공선출하회 조태관 대표

이천시는 지난 2011년 자연이 올린 농산물이라는 뜻으로 ‘자올린’ 브랜드를 런칭했다. 오이, 가지, 딸기, 고추, 엽채류 등 이천시에서 생산하는 채소를 산지유통센터(APC)에서 공동출하하며 브랜드 마케팅은 물론, 안정적인 출하처를 통해 농가소득의 증대에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였으나 지난해 경영난를 이유로 문을 닫고 말았다.

 

 

이천시는 지난 2011년 10개 단위농협이 함께 공동출자해 자올린 브랜드를 런칭하면서 농협산지유통센터(APC)를 개관했다. 임금님 브랜드로 이미 성공적인 브랜드 마케팅 성과를 거둔 이천시가 쌀 이외의 농산물을 대외적으로 성장시킬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10여 년이 지금 자올린 산지유통센터는 문을 굳게 닫았다. 이천에서 오이를 12년간 오이를 재배해온 조태관 대표. 그는 지난 6년간 이천 오이 공선출하회 회장을 맡아 자올린 오이에 대한 남다른 애정으로 회장직에 매진해왔다.

 

2월 중순 다다기 오이를 정식하고, 3월 초에 2차 정식을 한다.
수확기에 일이 몰리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2번에 나눠서 정식한다. 
봄에는 다다기오이를 생산하고, 8월말부터 시작하는 두 번째 작기에는 취청오이를 재배한다.

 

특히 자올린 오이를 공동출하하는 산지유통센터(APC)가 계속 잡음을 일으키면서 위기를 겪자 이를 지켜내기 위해 만방으로 뛰었다. “처음 APC가 생겼을 때는 이보다 좋을 수가 없었어요. 우리도 이제 버젓한 브랜드가 있고, 공동출하를 하니까 체계도 생기고, 선별에 출하까지 APC에서 하니까 시간적 여유도 좀 가질 수가 있었죠. 근데 점차 규모가 작아지면서 여러 가지 얘기가 나왔고, 나중엔 가지 오이 농가 정도만 남고 공선회 출하가 줄어들었죠. 이천시에 엽채로 재배하는 농가가 꽤 많은데 의기투합하기가 힘들어졌어요.

 

조태관 대표는 지난 12년간 이천에서 오이를 재배해왔다. 
현재 200평 단동하우스 8개에서 연중 오이를 생산하고 있다.

 

결국 APC를 출자했던 단위농협에서 적자를 이유로 운영 중단을 선언했죠. 운영이 힘든 건 이해를 충분히 하지만 아예 APC 문을 닫아버리고 팔아버리는 지경까지 왔으니 참으로 안타까운 상황이 벌어진 겁니다.”

 

지난 6년간 자올린 산지유통센터 오이 공동출하회 회장을 맡았던 조태관 대표.
지난 6년간 자올린 산지유통센터 오이 공동출하회 회장을 맡았던 조태관 대표.

 

경영난에 APC 운영중단
피해는 고스란히 농가에…


APC 건립 초기에는 시와 농협이 다양한 사업을 펼치고 딸기를 해외에 수출하는 등 여러 가지 노력을 기울였지만, 경기도에 위치한 이천시 특성상 농가의 출하처가 워낙 다양하고, 특히 가장 회원규모가 컸던 엽채로 농가의 경매시장 접근성이 너무 쉬웠기 때문에 공선에 대한 큰 매력을 느끼지 못한 것이 규모가 줄어든 결정적인 이유로 보고 있다. “공선회 오이 재배 농가도 12개 농가가 있었지만 지금은 줄어들어 7개 농가 정도가 남았고, APC 납품하는 작목도 줄어들다보니 경영난이 온 거는 충분히 이해를 하죠.

 

이제는 사용할 수 없게 되어버린 자올린 공선 박스. 조 대표는 여전히 자올린에 대한애정이 남아있는 오이 재배농가와 합심해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이제는 사용할 수 없게 되어버린 자올린 공선 박스. 조 대표는 여전히 자올린에 대한애정이 남아있는 오이 재배농가와 합심해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하지만 이천시와 지역농협이 같이 출범을 해서 키워보기로 했으면 어떤 돌파구를 마련하고 노력을 해야하는데, 손해가 생긴다고 아예 접어버리고 건물까지 팔아버리니 농가 입장에서 속이 안 상할 수가 있겠습니까? 오이 농가는 그래도 수수료 빠짐없이 내고 인건비 부담까지 같이 하면서 끝까지 지켜보려고 노력했습니다만, 현재는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 된 거 같아 마음이 착잡합니다.”

 

지난 10여 년간 운영해온 산지유통센터(APC) 건물은 이미 경매로 넘어가 팔린 상황.  조 대표를 비롯한 오이 재배 농가는 APC를 되찾기를 희망하지만 여러 가지 난관이 가로막고 있다.

 

인건비와 자재비 인상으로 오이 농가를 꾸리기 날로 어려워지고 있는 요즘, 조 대표는 지난해 새벽부터 밤늦도록 오이 온실에서 일을 해야했다. 새벽에 수확을 해서 선별하고 포장하고 배송하면 이미 늦은 밤이 되는 것이다. 외국인 노동자를 고정으로 뒀지만, 지금은 올라버린 인건비 탓에 혼자서 농장 일을 모두 하고 있다. APC 운영 당시엔 오전 수확 후 공선을 보내며 오후엔 시간적 여유가 있었지만 이제는 옛일이 되어버렸다.

그는 요즘 지역 오이 농가와 거듭 회의를 하면서 현재 상황에 대한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는 조 대표. 다시 의기투합해서 APC를 되찾고 자올린 브랜드를 살려보자는 의견이 나오지만, 현실적으로 적은 오이 농가만으로 대안을 만들어내기란 쉽지가 않다.

이천 오이 재배농가는 기본적으로 난방을 하지 않는다. 그래서 봄철 추위에 강한 다다기 품종을 선택해 재배하고, 수막을 활용해온실 내 온도를 보존한다. 조 대표는 농장 관리를 혼자 하기 때문에 기본적인 자동화 시설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이천 오이 재배농가는 기본적으로 난방을 하지 않는다. 그래서 봄철 추위에 강한 다다기 품종을 선택해 재배하고, 수막을 활용해온실 내 온도를 보존한다. 조 대표는 농장 관리를 혼자 하기 때문에 기본적인 자동화 시설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이천시와 지역농협
상생의 길 도모했으면


조태관 대표는 오이 재배농가의 의견을 취합해 대응 방안을 결의하고, 향후 가능하다면 지역 가지 재배농가는 물론 엽채로 농가와도 협의를 통해 대항력을 가질 수 있도록 협의체를 구성한다는 복안이다. “이대로 자올린 브랜드를 사장시키는 것은 우리 농가들이 지난 10여 년간 해온 노력이 한순간에 물거품이 되어버리는 상황이니까 뭔가 할 수 있는 것을 해봐야죠.

 

제가 오이 공선회 회장을 맡으면서 품종을 단일화하고 이제 손발이 좀 맞아서 정착된다는 느낌이 있었는데 일이 이렇게 되니 허탈하기 그지없습니다. 일단 오이 농가부터 의견을 모아서 작목반을 재정비하고, 자올린 브랜드로 납품을 했던 가지와 엽채류 등 채소농가 희장단과 얘기를 해서 대항력을 갖춰보려고 합니다. 다만 아무리 농가가 의견을 모으고 대안을 제시해도, 이천시와 단위농협이 움직여주질 않으면 아무런 소용이 없잖아요.”


일단 경매로 팔려버린 APC를 되찾아오기를 희망하는 조 대표. 경매로 넘어간 건물은 다시 매물로 시장에 나온 상태다. 경매 입찰로 건물을 매입한 사람이 마땅한 활용처가 없자 다시 내놓은 것이다. 현실적으로 여러 가지 난관이 있겠지만 대승적인 차원에서 이천시와 지역 농협이 결단을 내려주기를 바라고 있다. 이에 대해 이천시 농업정책과 농산유통팀 나영제 팀장은 본지와의 전화 인터뷰를 통해 향후 농가의 의사결정이 확실하다면 정책적 지원은 충분히 가능하다는 입장을 내놨다.

 

“자올린 브랜드는 이천시에서도 야심차게 준비해 런칭한 것으로 향후 활용 방안을 놓고 고심하고 있습니다. 지역 농가의 의견을 모아 자올린을 되살리고 농가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방향으로 정책적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입니다. 지역 농가의 자올린에 대한 애정과 노력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상생할 수 있는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농업 현장과 함께하는 월간원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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