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상팬, 불확실성 없애는 성공의 열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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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상팬, 불확실성 없애는 성공의 열쇠
  • 이지우
  • 승인 2022.04.08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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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나주시 만이농원 김만기 대표

매년 배 개화기는 농가의 한해 농사를 좌우하는 가장 중요한 시기다. 동해와 서리 등 저온피해로 인해 당해 배 수확은 물론, 웃자람으로 인한 이듬해까지 피해가 연속된다. 이러한 동해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여러 방법이 사용되는데, 그 중 열풍방상팬으로 효과를 보고 있는 농가가 있어 현장을 찾았다.

 

김만기 대표는 스스로를 기계에 관심이 많은 타입이라고 말한다. 새로운 농기계나 시설에 대한 호기심이 강하다. 전국 최대 배 주산지인 나주에서도 열풍방산팬을 도입한 농가가 그리 많지 않다. 많은 농가가 관심을 보이고는 있지만, 시설비와 실질적인 효과가 있을지 지켜보는 분위기라는 것이 김 대표의 말이다. “기존에 하던 연소법이나 살수법 등이 있지만, 보다 근본적이고 실용적인 피해 방지가 방상팬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많은 농가가 관심은 보이는데 막상 설치는 머뭇거리고 있었는데, 저는 지난해 FTA 현대화사업을 통해 일정 부분 보조를 받아서 4대를 설치했어요. 총 7대인데 나머지 3대는 제 사비로 추가를 했고요.

기본적으로 새로운 기계에 대한 관심이 많았고, 농원 규모가 있다 보니까 이렇게 자동화로 운영할 수 있다면 초기 비용이 좀 들더라도 충분히 도입할만한 가치가 있겠다고 생각했죠.” 김 대표는 2.3㏊(7000평) 농원에 총 7대의 열풍방상팬을 설치했다. 대당 약 750만 원에 전기 승합 비용이 추가로 300만 원 들었다. 저장배 재배 면적까지 합치면 3㏊가 넘는 면적을 재배하는 규모가 큰 농원인 만큼 시설비에 대한 투자가 과감한 편이다.

㈜에스제이앤유의 열풍방상팬은 시설 하나에 최대 30㏊(900평)까지 커버가 가능하다. 팬을 통해 농원 위아래 공기를 순환하는 방식으로 개화기 언 피해를 막는데 탁월한 효과를 보인다.
㈜에스제이앤유의 열풍방상팬은 시설 하나에 최대 30㏊(900평)까지 커버가 가능하다. 팬을 통해 농원 위아래 공기를 순환하는 방식으로 개화기 언 피해를 막는데 탁월한 효과를 보인다.

 

김 대표는 서울에서 생활하다 2008년 고향인 나주로 돌아왔다. 전북대학교 농업마이스터 대학 과정을 이수하고 부모님이 갖고 계시던 배농원에 추가 부지를 임대해 규모를 늘렸다. 그 과정이 모두 순탄치는 않았지만, 2015년을 기점으로 시장 출하에 대한 자신감을 얻으면서 지금은 3㏊가 넘는 규모의 농업을 하고 있다.

그는 규모가 큰 농원일수록 기계화에 적극적인 움직임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저는 방상팬을 도입하면서 3년 안에 들인 비용을 회수한다는 생각을 했어요. 감가를 제외하고 설비비용의 약 50% 정도만 효과를 봐도 충분하다고 생각했죠. 제 생각이 100% 맞다고는 생각을 안 하지만, 앞으로 미래를 보면서 농원을 운영해야 한다고 봤을 때 충분히 투자할만한 이유가 있다고 생각했죠.”

열풍방상팬은 시설 하나에 2개의 팬, 2개의 열풍기로 구성돼 있다. 팬은 전기를 활용하는데 보통 30kW의 승합이 필요하다. 열풍기는 등유를 사용한다.
열풍방상팬은 시설 하나에 2개의 팬, 2개의 열풍기로 구성돼 있다. 팬은 전기를 활용하는데 보통 30kW의 승합이 필요하다. 열풍기는 등유를 사용한다.

 

방상팬 운영은 수시로
열풍기 가동은 20일 내외

지난해 3월 중순 처음 방상팬을 설치하고 운영을 하면서 느낀 점은 처음 생각했던 것과 다르게 방상팬의 쓰임새가 여러 가지였다는 점이다. 흔히 생각하기를 서리 피해가 심한 4월에 열풍기 가동을 통해 꽃에 서리가 앉아 동해 피해를 입히는 것을 방지하는 용도로 생각하지만, 주된 사용법 외에도 팬의 쓰임새가 다양했다.

“지난해 열풍까지 함께 방상팬을 사용한 기간은 약 20일 정도밖에 안 될 겁니다. 그 기간이 1년 배농사에 가장 중요한 시기이고, 실제로 방상팬을 설치한 근본적인 이유이기도 하지만 그 기간 외에도 쏠쏠하게 사용을 했어요. 특히 4~5월 비가 자주 내리면 물방울이 맺혀서 검은별무늬병이 돌 수가 있는데 방상팬을 돌려주면서 이 물방울을 날려주는 것만으로도 효과를 볼 수가 있거든요. 또 아주 추운 날이 아니고 쌀쌀한 날씨에는 열풍기 가동 없이 팬을 돌려주는 것만으로도 공기의 순환이 돼서 동해 방지가 가능해요.”


열풍방상팬은 컨트롤박스를 통해 자동으로 온도설정을 통한 운영이 가능하다. 영상에는 방상팬만을 돌려 농원의 차가운 공기가 한곳에 머물지 않도록 순환을 시켜주고, 영하로 떨어지면 등유를 이용하는 열풍기가 연통을 타고 방상팬으로 올라가 농원에 따뜻한 공기를 사방으로 퍼뜨린다. 이는 농장주가 설정해놓은 온도에 따라 모두 자동으로 이뤄진다. 또한 스마트폰 앱을 통해 집에서 실시간으로 컨트롤 할수도 있다.

배나무 밑에 볏짚을 활용해 유기물을 풍부하게 만든다. 토양에 양분을 늘리고 지렁이를 활성화해서 땅이 숨을 쉴 수 있도록 한다.
배나무 밑에 볏짚을 활용해 유기물을 풍부하게 만든다. 토양에 양분을 늘리고 지렁이를 활성화해서 땅이 숨을 쉴 수 있도록 한다.

 

지난해 처음 설치한 김 대표는 방상팬 설치로 인해 저온 피해 방지 효과를 톡톡히 보았다. 같은 농원 안에서도 해가 드는 방향에 따라 구역별로 수확기 작황이 다른데 눈으로 확인된 결과는 놀라웠다. “해가 잘 들어서 유난히 결실이 좋은 구역이 있는데 지난해는 오히려 그 외에 구역에서 수확한 배가 튼실하고 좋았어요. 제가 방상팬을 설치할 때 워낙 해가 잘 들고 결실이 좋았던 곳은 커버가 좀 덜 돼도 괜찮겠다 싶어 그 외에 지역에 집중했거든요. 근데 방상팬 커버 지역이 배가 더 상품성이 좋은 걸 보고는 이건 진짜 효과가 분명하구나! 확신했죠.”

방상팬과 농작물재해보험
영농의 이중안전장치

김만기 대표는 방상팬으로 저온피해에 대한 대비를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농작물재해보험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가입했다. 방상팬이 저온피해에 확실한 효과가 있음을 확인했지만 규모의 농업을 하는 농원인 만큼 이중 안전장치가 필요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중요한 건 불확실성을 없애는 거라고 생각해요. 저온피해는 어떻게 보면 자연재해잖아요. 예측이 불가능해요. 저는 우리 농원에 그런 요소를 최소한으로 하고, 꾸준한 시장 출하를 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목적이에요. 배도 그렇고 우리나라 농산물 시장이 모두 그렇듯이 매년 안정적으로 출하를 할 수 있는 농가가 결국은 웃게 되는 거 아닌가 생각하거든요. 재해보험도 마찬가지예요. 한해 운영 잘 안 되면 복구할 수 없을 정도로 피해를 보는 이런 일이 일어나서는 안 되거든요. 이렇게 한해 한해 불안요소를 줄이고 농원을 운영하다 보면 투자했던 시설비도 찾고, 이윤을 누적되는 날이 올 거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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