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난화’로 바뀌는 과일 지도, 대책 마련 지금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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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난화’로 바뀌는 과일 지도, 대책 마련 지금부터
  • 이지우
  • 승인 2022.05.02 1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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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지는 사과, 배 재배지…
작물별 재배지 변동 예측지도 맞춰
품종·재배법 개발, 기후변화 대비해야

앞으로 50년 뒤인 2070년대에는 주요 과일의 재배 지역이 크게 달라질 전망이다.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이 최신 기후변화 시나리오를 반영한 6대 과일의 재배지 변동을 예측했다.
연구진이 주요 과일의 총 재배 가능지(재배 적지와 재배 가능지)를 2090년까지 10년 단위로 예측한 결과, 사과는 지속적으로 감소했고, 배, 복숭아, 포도는 2050년 정도까지 소폭 상승한 후 감소했다. 단감과 감귤은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13일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원 이지원 원장은 정책브리핑을 통해 ‘기후변화’로 살펴본 ‘6대 과일’ 미래 지도를 발표했다.
지난달 13일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원 이지원 원장은 정책브리핑을 통해 ‘기후변화’로 살펴본 ‘6대 과일’ 미래 지도를 발표했다.

구체적으로, 사과는 과거 30년의 기후 조건과 비교하면 앞으로 지속해서 재배 적지와 재배 가능지가 급격하게 줄어들고, 2070년대에는 강원도 일부 지역에서만 재배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배는 2030년대까지 총 재배 가능지 면적이 증가하다가, 2050년대부터 줄어들고, 2090년대에는 역시 강원도 일부 지역에서만 재배가 가능할 것으로 예측됐다. 

복숭아는 2030년대까지 총 재배 가능지 면적이 과거 30년간 평균 면적보다 소폭 증가하지만, 이후 급격히 줄어 2090년대에는 강원도 산간지에서만 재배가 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포도는 총 재배지 면적을 2050년대까지 유지할 수 있으나, 이후 급격히 줄어들며 2070년대에는 고품질 재배가 가능한 지역이 급격히 감소할 것으로 예측됐다.  단감은 2070년대까지 고품질 재배가 가능한 재배 적지 등 총 재배 가능지가 꾸준히 증가하고 재배 한계선도 상승하며, 산간 지역을 제외한 중부내륙 전역으로 재배지가 확대될 전망이다.  감귤(온주밀감)은 총 재배 가능지가 지속해서 증가하고, 재배 한계선이 제주도에서 남해안과 강원도 해안지역으로 확대할 것으로 예측됐다. 

이는 작물 종류별로 연평균 기온, 생육기 기온 등 재배에 필요한 기준이 각각 다르기 때문이다. 재배 조건을 충족하지 못하면 수량이 불안정하고 열매 품질도 나빠지게 된다. 예를 들어 사과, 배는 7도 이하에서 1200∼1500시간 이상 경과해야 정상적인 재배가 가능하고, 사과, 포도는 성숙기에 고온일 경우 과실의 착색 불량 등 품질이 나빠진다. 또한 내한성(추위 견디는 성질)이 약한 감귤이나 단감은 겨울철의 최저기온이 비교적 높아야 생육이 가능하다.

SSP5-8.5 적용한 예측 지도
온난화 현실에 대응책 마련 필요

농촌진흥청은 기후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자 2020년 발표된 기후변화 시나리오(SSP5-8.5(이하 SSP5))를 활용해 농업용 미래 상세 전자기후도를 제작했다. SSP는 Shared Socioeconomic Pathways(공통사회 경제경로)의 약자로 2020년 발표된 기후변화 시나리오의 공식 명칭은 SSP1-2.6, SSP2-4.5, SSP3-7.0, SSP5-8.5이며, 그중 SSP5-8.5는 산업기술의 빠른 발전에 중심을 두어 화석연료 사용이 높고 도시 위주의 무분별한 개발이 확대될 것으로 가정했을 때의 시나리오이다. 국립원예특작과학원은 이 전자기후도로 우리 농업환경에 맞는 ‘작물별 재배지 변동 예측 지도’를 개발했다.

기후변화 관련 정부 간 협의체(IPCC)가 2020년 발표한 시나리오(SSP5)는 사회가 빠르게 발전하면서 온실가스 감축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경우를 예측한 것이다. 

이에 따르면 2081년∼2100년 사이, 전 세계와 우리나라의 연평균기온은 각각 6.9도(℃), 7.0도(℃)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2012년 발표 한(RCP8.5) 상승치보다 각각 2.2도(℃), 1.1도(℃) 오른 것으로, 현재 국토의 6.3%를 차지하는 아열대기후대는 2030년대 18.2%, 2050년대에는 55.9%로 확대될 전망이다. 

이번 재배지 변동 예측 지도는 현재 많이 재배되는 품종과 재배 양식 같은 재배 시스템이 그대로 유지된다는 조건 아래 분석했다. 기존의 기후변화 시나리오(RCP8.5)로 분석했을 때보다 재배 가능지가 북부나 산지로 약 10~20년 정도 빠르게 이동할 것으로 나타났으며, 재배 가능지의 감소와 확대 속도 또한 더 빨라질 것으로 분석됐다. 

농촌진흥청은 정책기관에서 과일의 수급 물량 조절 정책을 수립하거나, 농가가 각 농장에 재배 가능한 작물을 선정하는 데 도움이 되도록 이번 자료를 농촌진흥청 과수생육·품질관리시스템 누리집(fruit.nihhs.go.kr)을 통해 공개할 계획이다. 

한편, 농촌진흥청은 기후변화에 따른 작물의 생산성과 품질 저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기후 적응형 품종을 육성하고 권역별로 알맞은 작목을 배치하고 있다. 또한, 고온 조건에 대응한 재배 기술을 개발하는 한편, 미래 생산성 변동 상황 예측과 기상재해 조기경보 시스템 개발 등 기후변화 대응 대책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아울러, 기후변화로 새롭게 재배 가능한 작물을 개발하기 위해 열대·아열대 작물 52종(2020년 기준)을 도입해 적응성을 시험하고 있다.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 이지원 원장은 “온난화로 고품질 과일을 생산할 수 있는 재배 적지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이에 맞는 품종과 재배법을 보급하고, 재배지 증가 작물의 경우 수출, 가공품 개발 등을 통해 소비 확대에 힘쓰겠다”라고 전했다. 이어 “주요 과수 작물뿐만 아니라, 원예·특용 작물의 재배지 변동 예측 지도도 제작해 공개할 계획이다”라고 덧붙였다.

 

기후변화 시나리오(SSP5) 적용 ‘사과’ 재배지 변동 예측지도
기후변화 시나리오(SSP5) 적용 ‘사과’ 재배지 변동 예측지도

사과

사과는 2005년 2만 6천ha에서 2020년 3만 1천ha까지 재배면적이 증가하였고, 2020년에는 42만 2천톤을 생산한 주요 과수작물 중 하나로, 비교적 서늘한 기온에서 품질과 생육이 양호한 호냉성(好冷性) 작물이다.
현재 재배시스템(품종, 작형 등)이 그대로 유지된다는 조건 하에 SSP5 시나리오를 적용하여 전 국토 기준 기후학적 재배지 변동을 예측한 결과, 기후변화 시 재배적지와 재배가능지 모두 급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과의 과거 30년간 총재배가능지(재배적지+재배가능지)는 경상남도와 전라남·북도, 제주도 일부를 제외하고 대부분을 차지하였으나, SSP5 시나리오를 적용한 결과 과거 예측한 결과보다 더 빠르게 재배가능지가 감소하여 2090년대에는 국내에서 고품질사과 재배가능지가 없어지는 것으로 예측되었다.
사과의 경우 온난화에 따라 작기가 빨라질 뿐 아니라, 고온에서 착색이 용이한 신품종으로 재배시스템의 변경이 불가피할 것으로 판단되며,  빠른 대응이 요구된다.

배는 2005년 2만 1천ha에서 2020년 9천ha까지 재배면적이 크게 감소하는 온대과수로, 난지산(暖地産)일수록 당도는 높지만 과피가 거칠어지는 데 반해, 한지산(寒地産)은 과피가 미려(美麗)해지므로 품질이 향상되는 경향을 보인다.
현재 재배시스템(품종, 작형 등)이 그대로 유지된다는 조건 하에 전 국토 기준 기후학적 재배지 변동을 예측한 결과, 2030년대까지 총재배가능지의 면적이 증가하다가 2050년대부터 감소하는 것으로 예측된다.
고품질 과실 재배가 가능한 재배적지는 2050년대부터 급격히 감소하여 2090년대에는 거의 없어질 것으로 보인다.
2030년대까지 총 재배가능지가 증가하므로 재배면적과 생산량도 증가할 개연성이 높으므로 과실 수출 및 가공품 개발 등 소비확산에 노력하여야 한다.
또한 2050년대부터 고품질 배 재배적지 감소가 예상되므로 고품질 배 생산을 위해 고온 조건 하에서도 우수한 품질을 보이는 품종 육성과 고온 대응 재배법 개발이 요구된다.

복숭아

국내 복숭아 재배면적은 2005년 1만 5천ha에서 2020년 2만ha로 재배면적이 증가하였으며, 현재 영남과 호남 등 중부지역에서 주로 재배되고 있다.
현재 재배시스템(품종, 작형 등)이 그대로 유지된다는 조건 하에 전 국토 기준 기후학적 재배지 변동을 예측한 결과, 2030년대까지 총재배가능지는 과거 30년간 평균 면적 대비 소폭 증가하나 이후 재배가능지의 면적이 급격히 감소할 것으로 예측된다.
복숭아는 2050년대에는 전 국토가 잠재적인 재배가능지로 예측되나 이후 급격히 감소하여 2090년도에는 전 국토의 5.2%만이 기후적으로 재배가능지로 보인다.
복숭아 총재배가능지역이 증가하다가 감소하므로 고품질 복숭아 생산을 위해 재배적합지로 재배지 재배치가 필요하다.

 

기후변화 시나리오(SSP5) 적용 ‘포도’ 재배지 변동 예측지도
기후변화 시나리오(SSP5) 적용 ‘포도’ 재배지 변동 예측지도

포도

국내 포도 재배면적은 현재 꾸준히 감소하는 추세로 2005년 2만ha에서 2020년 1만ha로 감소하였다가 2021년 증가세로 전환되었으며, 주 품종은 캠벨얼리, 거봉에서 청포도인 샤인머스켓으로 바뀌고 있다.
현재 재배시스템(품종, 작형 등)이 그대로 유지된다는 조건 하에 전 국토 기준 기후학적 재배지 변동을 예측한 결과, 총재배가능지의 면적은 2050년대까지는 유지되다가 2070년대부터 급격히 감소하는 경향을 보였다. 
2050년대까지 재배가능지 면적은 과거 30년에 비해 유지되는 경향이었으나, 재배적지 면적이 급격히 감소하여 과실 품질 저하가 예상된다. 2030년대에는 경기, 충청, 전북과 경북 등 중부지역이었으나, 2070년에는 강원도 산간지역으로 재배적지가 변동될 것으로 보인다.
향후 고온에서 착색이 용이하거나 청색계로 품종이 다양화되고 수확기가 앞당겨 지는 등 재배시스템이 변경될 것으로 예상되며, 장기적으로 고품질 포도 생산을 위해 고온 적응성 품종 육성 및 고온 대응 재배법이 요구된다.

단감

국내 단감은 과거 30년간 평균 약 1만 9천ha의 면적에서 재배되고 있으며, 과실은 17만 4천 톤이 생산되고 있으나, 타 작물로 전환하는 농가가 증가하여 재배면적과 생산량이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현재 단감의 기후학적 재배적합지는 제주도 및 남해안 지역으로 전국토의 9% 정도 차지하고 있으나, 총재배가능지는 2090년대까지 지속적으로 증가할것으로 예상된다.
기후변화에 의해 재배한계선이 남해안에서 서해안과 동해안 일대로 상승하고, 산간지역을 제외한 중부내륙 전역으로 재배적지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고품질 재배가 가능한 재배적지의 면적비율이 지속적으로 증가될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총재배가능지 비율이 가장 높게 증가하기 때문에 단감의 재배면적 역시 증가할 개연성이 높으므로 수급물량 조절을 위한 정책이나 고품질 단감 생산기술 개발이 필요하다.
 

기후변화 시나리오(SSP5) 적용 ‘감귤’ 재배지 변동 예측지도
기후변화 시나리오(SSP5) 적용 ‘감귤’ 재배지 변동 예측지도

감귤(온주밀감)

 국내 감귤은 2005년에 1만 9천ha에서 2020년 1만 6천ha까지 지속적으로 재배면적이 감소하고 있으며, 그 중 대표적인 온주밀감은 2020년에는 51만t이 생산되고 있는 대표적인 아열대 과수 작물이다.
현재 재배시스템(품종, 작형 등)이 그대로 유지된다는 조건 하에 기후학적 재배지 변동을 예측한 결과, 전 국토 기준 총재배가능지가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경향을 보인다.
남해안 일대로 재배한계선이 상승하고, 강원도 해안가와 제주도 중산간 지역으로 총재배가능지가 이동할 것으로 예측된다.
감귤(온주밀감)의 총재배가능지가 증가됨에 따라 감귤의 재배면적 및 생산량도 증가할 개연성이 높으므로 감귤 가공품 개발 및 수출 판로 개척 등 과실 소비확산을 위한 노력과 고품질 과실을 생산하기 위해 적지 재배를 유도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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