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 배 장인은 하루도 쉬지 않는다
상태바
40년 배 장인은 하루도 쉬지 않는다
  • 이지우
  • 승인 2022.05.01 13:5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충남 아산시 문화농원 윤문희 대표

배꽃 인공수분(화접) 시기를 맞아 배농가 현장이 바쁜 나날이 보내고 있는 4월 중순, 코로나19로 일손 부족이 극심한 현장에 자원봉사 일손 돕기가 줄을 이었다. 중부지역 배 주산지 중 하나인 아산시에는 지역 자연봉사자와 군부대, 아산시청 하키팀과 아산시 체육회, 아산지역 공무원 등이 발 벗고 나서 인공수분 작업에 일손을 보탰다.

 

아산시에서 40여 년 동안 배를 재배해온 윤문희 대표. 한해 배농사의 시작이자 가장 중요한 화접 시기를 맞아 분주한 나날을 보내고 있는 가운데, 인력 부족으로 인해 마음의 시름이 컸지만 다행히 현장에 도움의 손길이 이어졌다. 윤 대표는 지난 몇 년간 외국인 노동자의 부족으로 인해 인력난이 심각한 상황에 이르렀다며, 도움의 손길을 보태준 분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인공수분 일손 돕기에 나선 아산시 오세현 아산시장(맨 우측)과 아산원예농협 구본권 조합장(가운데)
인공수분 일손 돕기에 나선 아산시 오세현 아산시장(맨 우측)과 아산원예농협 구본권 조합장(가운데)

“인력난이 심하다 얘기가 나온 지 벌써 3년째가 돼가는데 현장에선 나아진 게 하나도 없습니다. 기존에 있던 인력도 인건비가 매해 오르다보니 이제는 정말 사람 구하는 게 제일 어려운 일이 되어버렸어요. 올해는 4월초에 갑자기 고온현상이 나타나서 2~3일 더웠어요. 꽃이 예상보다 빨리 활짝 펴버렸고 인력 준비가 덜된 상황에서 화접 시기가 다가온 거죠. 화접을 어떻게 하나 고민이 많았는데 다행히 아산원예농협과 아산 지역 분들이 도움을 주셔서 시기를 놓치지 않고 마무리할 수 있었습니다.”

 

올해 4월 초 갑작스러운 고온으로 예상보다 개화기가 일찍 찾아오며 인력 수급에 애를 먹었지만 자원봉사와 지역 군부대 지원으로 무사히 화접을 마칠 수 있었다.
올해 4월 초 갑작스러운 고온으로 예상보다 개화기가 일찍 찾아오며 인력 수급에 애를 먹었지만 자원봉사와 지역 군부대 지원으로 무사히 화접을 마칠 수 있었다.

배꽃 인공수분은 꽃이 피는 시기에 일주일 정도 작업이 진행되는데 이 시기를 놓치면 한해 배농사를 망치는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다. 현장을 찾았던 4월 19일은 화접이 마무리 되는 날이었는데 인근 부대에서 지원을 나온 군인이 윤 대표를 도와 화접 작업을 하고 있었다.

 

2021 과일산업대전 특별상 수상
공 들인 만큼 거둔다

윤문희 대표는 현재 7000평 규모의 배 과수원을 운영하고 있다. 올해 과일산업대전에서 특별상을 수상한 그의 과수원은 한눈에 봐도 잘 가꾸어져 있었다. 현장을 함께 찾은 아산배원예농협 송재찬 영농지도사는 윤 대표의 농장이 잘 관리된 과수원의 표본이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윤문희 대표와 송재찬 영농지도사. 윤 대표는 아산원예농협에서 방제와 재배관리까지 공지를 하는 대로 지키는 것이 기본 중의 기본이라며 송재찬 영농지도사의 많은 도움을 받고 있다고 말한다.
윤문희 대표와 송재찬 영농지도사. 윤 대표는 아산원예농협에서 방제와 재배관리까지 공지를 하는 대로 지키는 것이 기본 중의 기본이라며 송재찬 영농지도사의 많은 도움을 받고 있다고 말한다.

“보통 과수원에 월동시기가 지나고 온도가 올라가면 깍지벌레가 도래하기 마련입니다. 어떻게 방제하고 관리 하냐에 따라 피해의 규모가 달라지지만 작년 윤문희 대표의 과수원은 깍지벌레 자체가 발견되지 않을 정도로 잘 관리가 되었습니다. 항상 부지런하게 과수원을 가꾸고, 아산원예농협에서 공지하는 대로 방제 스케줄을 잘 지켜서 실행을 하기 때문에 깍지벌레 피해를 입지 않는 것입니다.”

윤 대표에게 과수원 관리의 요령을 묻자 아주 간단한 답이 되돌아왔다. 그저 부지런하게 하루도 빠짐없이 돌보는 것이 전부라는 대답이었다.

“아산원예농협에서 주는 방제 스케줄과 약제를 가지고 잘 관리하고, 가장 중요한 거는 얼마만큼 정성을 들여서 과수원을 자주 다니고, 살펴보고 관리하느냐의 문제예요. 그리고 과수원을 가꿔나갈 때 장기적인 관점이 필요해요. 나무 가지를 하나 유인하더라도 당장만 볼 것이 아니라 앞으로를 생각해서 주변 나무와의 상호관계를 잘 계산해하고, 전정을 할 때도 항상 예비지를 생각해놓고 하는 습관이 생겨야합니다.”

추석 출하보다
저장용 배 우선

윤문희 대표는 추석용 배 출하에 연연하지 않는다. 신고배가 추석용으로 출하되기 위해서 재배되는 과정을 굳이 따르지 않고, 저장용 배를 알차게 재배하는 게 윤 대표가 지난 세월 해왔던 일이다.

“모든 것은 자연의 섭리에 따르는 것인데, 추석 배를 출하하려면 빨리 키워야 하잖아요? 저는 그냥 시간의 흐름에 맞게 키워서 출하를 하는 편이예요. 그래서 저장용에 초점이 맞춰져 있고요. 이건 배를 재배하는 사람들의 생각마다 다 다르긴 한데 저는 추석보다 설에 출하가 많이 되는 편이죠.”

한편에서 많이 얘기되는 추석 배가 맛이 없다는 지적에 대해 윤 대표는 우리나라 시장 구조 상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차례상에 올리는 배를 시장에 내려면 크기가 커야해요. 그런데 추석 시점에 일반적으로 신고 배를 키워서 그 기준을 맞추기가 어려요.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성장촉진제를 쓰는 건데 농가들 입장에서 굳이 돈 들여가며 그걸 하고 싶은 이유가 있겠습니까? 숙기가 제대로 안 채워지고 크기만 컸으니 배가 상대적으로 맛이 덜한 거지요. 이거는 누구를 탓할 문제는 아니고 시장의 큰 전환이 있어야 하는데 몇십년동안 이렇게 굳어져 버린 상황이니 쉽게 바뀌지 못하는 것이겠죠.”

 

203신속대응여단의 인공수분 지원 기념사진
203신속대응여단의 인공수분 지원 기념사진

윤 대표는 시장이 원하는 시기를 맞추기 위한 현장의 어려움을 얘기했고, 송재찬 영농지도사는 아산배원예농협은 이러한 현상을 해결하기위해 신고 배보다 숙기가 빨리 오는 조중생 품종의 다양화를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산원예농협은 품종 갱신을 통해 지역 내 신고 배 비율을 점차 줄여나가고 원황, 신화 같은 조·중생종의 품종을 늘리는데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또한 지난해 수출 600만 달러를 달성할 만큼 저장 배 유통에 대한 노하우를 쌓아가고 있습니다. 우리 조합원의 영농에 보탬이 되고, 아산원예농협은 늘 현장과 함께할 것입니다.”

 

 

[농업현장과 함께하는 월간원예]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