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네이션으로 성공의 꽃을 피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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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네이션으로 성공의 꽃을 피우다
  • 이지우
  • 승인 2022.05.08 14: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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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용인시 상주농원 진해경 대표

상주농원은 우리나라 관엽·다육식물 농원의 흐름을 한눈에 볼 수 있는 곳이다. 진해경 대표는 결혼과 동시에 농업 전선에 뛰어들었는데, 그가 걸어온 자취를 보면 우리 관엽식물 농가의 과거와 현재를 알 수 있다. 스파트필름, 칼라데아, 안스리움, 다육식물 등을 거쳐 현재 카네이션에 이르기까지 다사다난했던 상주농원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20대 초반 어린 나이에 남편 조진모 대표와 결혼을 하면서 관엽식물 재배에 발을 들인 진해경 대표. 지금은 용인은 물론 전국에서 손꼽히는 농원으로 성장했지만 오늘이 있기까지 쉬운 길만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겨우 숨통 트인 게 사실 몇 년 안됐어요. 우리나라 화훼 시장이 워낙 좁아요. 관엽식물은 더한 편이고요. 칼라데아, 안스리움 하면서는 특별히 재미를 못 봤고, 관엽시장에 일이 있을 때마다 직격탄을 맞았죠. 다행히 다육식물이 흐름을 타면서 그제야 농사 해서 돈을 좀 버는구나 싶었죠. 근데 그게 오래 안 갔어요. 사드가 터지면서 10년 계약재배하려던 게 3~4년을 못가고 또 접어야 했죠. 이제 농사가 좀 재밌나 싶었는데 언제 그랬냐는 듯이 찬바람이 불었죠.”

 

상주농원은 2644㎡(800평) 부지에 2개의 온실에서 카네이션을 재배한다.
상주농원은 2644㎡(800평) 부지에 2개의 온실에서 카네이션을 재배한다.

2644㎡(800평) 부지에 두 개의 연동하우스로 이뤄진 상주농원 재배시설엔 다양한 품종이 오갔다. 그 중에 가장 재밌게 재배했던 건 다육이었다. 중국 수출이 워낙 활발하게 이뤄지면서 농사하면서 처음 신이 나는 날이 이어졌다는 진해경 대표. 그러나 사드 사태로 중국 수출길이 뚝 끊기면서 다음 살 길을 찾아야했다.

“다육을 정리하고 나니 이제 다음은 무얼 해야 할까 고민의 날이 찾아왔어요. 남편과 함께 이것저것 많이 알아봤죠. 그러다가 선그로우 윤병한 박사를 알게 됐죠. 그 분에게 카네이션에 대한 얘기를 듣고 당장 다음 작목을 선택해야하는 입장에서 각오가 남달랐죠. 윤병한 박사님에게 카네이션 잘 재배해보겠다고 큰소리치면서 시작을 했어요. 남들보다 잘하고 싶은 마음이 컸죠. 정말로 애기 다루듯이 밤을 새면서 처음 가져온 카네이션을 키우기 시작했어요.”

배움의 나날
그리고 성공의 길

카네이션을 받아와 재배를 시작하면서 모든 게 처음으로 돌아갔다. 윤 박사에게 매일매일 연락해서 질문을 하고, 하루도 거르지 않고 혼나기 일쑤였다. 이미 관엽식물 재배 연차가 20년이 넘은 베테랑 농업인이었지만 자존심을 일단 접어두었다.

 

지난 2019년부터 시작한 상주농원 카네이션. 카네이션은 겨울철 18도를 유지하고, 출하를 앞둔 시기에는 7~8도로 내린다.
지난 2019년부터 시작한 상주농원 카네이션. 카네이션은 겨울철 18도를 유지하고, 출하를 앞둔 시기에는 7~8도로 내린다.

“잘하고 싶었어요. 이왕 시작했으니까 같은 카네이션을 재배하는 농가 중에 가장 열심히 하고, 좋은 결과물을 내는 농원이 되고 싶었죠. 윤 박사님께 혼나가면서 많이 배웠죠. 처음에 시장에 내놓으려고 할 때 너무 두근거렸어요. 과연 내가 이렇게 열심히 재배한 카네이션 분화가 시장에선 어떤 평가를 받을까 근심과 기대가 반반이었죠. 처음에 사가는 분이 2700원 정도 예상하라는 얘기를 하시기에 그 정도면 됐다 싶었죠. 평균적인 가격은 넘었으니 처음 재배한 카네이션인데 잘 받았다 싶었죠. 그리고 며칠 후 연락이 왔어요. 개당 3000원에 일괄 가져가겠다고요. 최고가 수준이었죠. 하늘을 날듯이 기뻤어요.”

그때가 2019년이었다. 사드 사태 이후 다육식물을 정리하고 난 상실감이 클 때 도전적으로 선택한 카네이션으로 다시 성공을 맛봤다. 수익도 수익이었지만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되찾은 것이 진해경 대표에겐 너무나 큰 수확이었다. 현재 상주농원은 11월 카네이션을 들여와 겨우내 키워 이듬해 4월부터 출하를 하고, 6월부터 국화를 재배해 추석 전에 출하한다. 연간 생산량은 카네이션 5만 본, 국화 2만 본 정도로 연매출은 대략 2억 내외다.

다시 선택의 기로
농업과 함께할 것

상주농원은 올해 카네이션 4년차로 성공적인 안착을 했지만, 현재 농원부지에 SK하이닉스가 들어서면서 이주를 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오랜 시간 이곳을 삶의 터전으로 일궈왔지만 올해가 마지막인 셈이다. 진해경 대표는 착잡한 마음이 앞서지만 이럴 때 냉정하게 마음을 가라앉히고 앞날을 그려야 한다고 다짐한다.

 

진해경 대표는 5월 많은 이들이 찾는 카네이션을 가정에서 오래 두고 보기 위해선 해가 잘 들고 통풍이 잘 되는 곳에서 물을 말리지 않고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팁을 전했다. 월동이 가능하기 때문에 영하의 환경만 아니라면 이듬해 꽃을 다시 볼 수 있다고.
진해경 대표는 5월 많은 이들이 찾는 카네이션을 가정에서 오래 두고 보기 위해선 해가 잘 들고 통풍이 잘 되는 곳에서 물을 말리지 않고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팁을 전했다. 월동이 가능하기 때문에 영하의 환경만 아니라면 이듬해 꽃을 다시 볼 수 있다고.

“이곳은 오래도록 남편과 제가 공을 들여 이뤄낸 값진 곳이에요. 지열난방시스템부터 하우스 시설까지 모두 아깝지 않은 것이 없습니다. 보상을 해준다고는 하지만 실질적으로 다시 이 정도 시설을 갖추려면 턱도 없는 상황이에요. 주변 땅값이 많이 올라서 용인시 안에서 옮겨갈 수 있을지 장담을 못하는 상황이고요. 일단 올해 가을 국화까지 재배를 할 수 있도록 요청을 드렸고 그때까진 농원 운영에 노력을 다해야죠. 추석 전까지 국화를 출하하고 나면 그때부터 다음을 생각해보려고 합니다. 지난 2020년에 수해가 와서 우리 농원이 완전 물에 잠겼을 때도 벌떡 다시 일어났어요. 걱정보다 미래를 긍정적으로 생각해야죠.”

남편 조진모 대표는 평생 해왔던 일이 흙과 함께하는 것이었고, 당장 현장을 떠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상주농원을 찾은 용인시 농업기술센터 기술지원과 조은숙 과장(가운데)과 진해경 대표.
상주농원을 찾은 용인시 농업기술센터 기술지원과 조은숙 과장(가운데)과 진해경 대표.

“꽃 키운다고 연탄, 장작, 기름 보일러 돌려가면서 긴 세월을 여기서 보냈습니다. 이제 여기 시설은 다 손에서 떠나보내게 됐어요. 안타까운 마음이 앞섭니다. 아내와 함께 국화 재배까지 최선을 다하고, 그 다음에 몇 개월간 쉬면서 다음 행선지를 정해봐야죠. 우리 부부는 당장 급하게 무언가 하려고 하지는 않을 겁니다. 하지만 아내와 저 둘 다 아예 현장을 떠나서 다른 길을 갈수는 없지 않을까 생각을 하고 있어요. 이 곳에서 상주농원은 잠시 멈추지만 반드시 다른 곳에서 새롭게 시작할거라 믿습니다.” 

 

 

[농업현장과 함께하는 월간원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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