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풍면에 유기농 재배의 뿌리를 내린 주애농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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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풍면에 유기농 재배의 뿌리를 내린 주애농장
  • 이지우
  • 승인 2022.06.01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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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무주군 주애농장 김영주 대표

사과 농가가 없었던 90년대 무주군 무풍면, 굴착기로 땅을 개간해서 처음으로 사과 재배를 시작한 주애농장 김영주 대표. 30여 년이 흐른 지금 무풍면은 무주군 사과주산지로 부흥을 이뤄 약 200여 농가가 사과를 재배하고 있다. 이후 유기재배로 또 한 번 선구자적인 도전의 길을 걸어온 김영주 대표를 만났다.

사과 농가가 없었던 90년대 무주군 무풍면에서 굴착기로 땅을 개간해서 처음으로 사과 재배를 시작한 주애농장 김영주 대표. 현재 약 3.3ha(1만 평)의 사과와 5289㎡(1600평)의 블루베리를 재배하고 있다.
사과 농가가 없었던 90년대 무주군 무풍면에서 굴착기로 땅을 개간해서 처음으로 사과 재배를 시작한 주애농장 김영주 대표. 현재 약 3.3ha(1만 평)의 사과와 5289㎡(1600평)의 블루베리를 재배하고 있다.

김영주 대표가 처음 사과를 시작한 90년대엔 일 년에 농약 살포 횟수가 15회 이상으로 많았고, 이를 별다르게 여기지 않았던 시대였다. 김 대표 역시 농약에 대한 거부감이 없었으나 점차 농약 중독 현상이 나타나고 결국 건강이 나빠져 쓰러지는 일도 있었다.

“일을 하다가 픽 쓰러졌어요. 그때는 농약 중독이 뭔지도 몰랐는데, 일을 겪고 나니까 심각하다는 걸 알게 됐죠. 그때는 농약 살포하는 기계도 없었고 전부 맨몸으로 하다 보니 결국 사달이 난 거예요. 아, 이거 안 되겠구나 생각했죠. 그때 마침 전주에서 유기농 교육이 있다는 얘기를 듣고 쫓아갔죠.”

김 대표는 전주에서 故 유달영 한국유기농협회 초대회장의 친환경 농업 교육을 받았는데, 이를 계기로 본격적인 유기농 재배에 눈을 뜨게 된다. 김 대표 스스로의 건강을 챙기면서 더불어 소비자에게도 친환경 사과를 맛볼 수 있게 하려는 일종의 사명감이 작용했다.

그러나 유기재배의 시작부터 성공의 길이 보장된 것은 아니었다. 처음 몇 년간 일반 재배 대비 상품성이 떨어지고 병이 와서 차마 팔 수 없는 수준의 수확물을 마주했다.

무주 지역에 사과 부란병(Valsa canker)이 발상해 가지를 잘라낸 모습. 가지 또는 나무전체를 말려 죽이거나 나무세력을 손실시켜 과실수량에 큰 피해를 끼친다. 다행히 김영주 대표의 과수원에는 발생이 크지 않았다.
무주 지역에 사과 부란병(Valsa canker)이 발상해 가지를 잘라낸 모습. 가지 또는 나무전체를 말려 죽이거나 나무세력을 손실시켜 과실수량에 큰 피해를 끼친다. 다행히 김영주 대표의 과수원에는 발생이 크지 않았다.

“수확 시기가 돼서 사과를 보니 이걸 소비자한테 먹으라고 줄 수가 없었어요. 굴착기로 땅을 파서 묻어버렸습니다. 속앓이를 말도 없이 했지만 결국은 그 과정을 겪고 나니 어느 정도 재배 안정성을 가지게 되었죠. 실패를 몇 번 겪다 보니 잘못된 부분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죠.”

김 대표는 집념과 열정을 바탕으로 유기재배를 이어나갔다. 실패를 양분으로 깨달은 중요한 사실 한 가지는 일반 재배에 익숙해진 땅을 다스리는 일이었다. 유기재배를 하기 위해서 땅을 살려서 모체를 강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게 김 대표의 지론이다.

“일반 농약을 쓰면서 강하게 다루던 땅에다 유기재배를 하려니 온갖 병이 달라붙었어요. 처음엔 그걸 몰랐죠. 그 땅을 다시 유기재배에 걸맞게 살려야 사과나무도 힘이 생기는 것이죠. 아이들 먹는 분유, 멸치액젓(아미노산), 키틴 분해 미생물 등을 활용해서 땅을 강하게 만드는 작업을 이어갔습니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니 어느새 땅과 나무가 병해충을 견디는 힘이 강해지는 게 눈에 보였죠.”

 

판로 개척의 어려움
시대 변화 느껴

열매속기를 하고 있는 김영주 대표. 아들에게 사과 과수원을 인계했지만 여전히 현장을 나와 과수원을 돌본다.
열매속기를 하고 있는 김영주 대표. 아들에게 사과 과수원을 인계했지만 여전히 현장을 나와 과수원을 돌본다.

생산에 자신감이 생겼지만, 문제는 판로 개척이었다. 김영주 대표가 유기재배로 친환경 사과를 본격적으로 생산하기 시작한 시기엔 친환경농산물에 대한 인식 자체가 드물었다. 가격 책정에 있어 일반 재배 대비 생산단가가 비싸지만, 가격은 동일하게 책정 받았던 시기였기에 인식 자체를 바꾸는 데 굉장히 힘이 들었다.

“지금은 한살림, 흙살림, 올가홀푸드나 백화점 등에서 친환경농산물에 대한 수요가 꾸준히 생겼지만, 당시엔 참 막막했죠. 소비자에게 더 비싼 친환경농산물을 사 먹으라고 강요할 수도 없고요. 저뿐만 아니라 당시 유기농 재배를 시작했던 다른 농업인들 모두 겪었던 고충이었죠. 많은 친환경 농가와 조직이 노력한 끝에 이제는 소비자가 친환경농산물이 더 비싼 이유를 납득하시고, 꾸준한 수요도 생길 수가 있었죠.”

매끈한 일반 재배 사과 대비 투박하고 거칠지만, 맛과 향이 깊고, 영양분이 더 높은 유기농 사과를 일부러 사서 먹는 소비자에 깊은 감사의 마음을 느낀다는 김영주 대표. 현재 약 3.3ha(1만 평)의 부지에서 사고를 재배하고 있는데 이제는 후계농인 아들에게 사과를 인계하고, 앞으로는 본인 혼자 소일거리로 할 수 있는 친환경 블루베리 재배에 집중할 계획이다.


친환경 블루베리
일교차 큰 무풍면에 적격

대표의 블루베리 온실. 900평 규모의 온실과 노지 700에서 블루베리를 재배한다. 잎이 피기 시작하는 2월말부터 3월까지 온실 내부가 영하로 내려가지 않도록 관리하고 3월 중순 꽃이 피면 솎기 작업을 한다.
대표의 블루베리 온실. 900평 규모의 온실과 노지 700에서 블루베리를 재배한다. 잎이 피기 시작하는 2월말부터 3월까지 온실 내부가 영하로 내려가지 않도록 관리하고 3월 중순 꽃이 피면 솎기 작업을 한다.

김영주 대표는 과일 재배에 가장 중요한 건 지리적 위치라고 말한다. 사과도 마찬가지지만 지대가 높은 무풍면은 일교차가 커 당도와 경도가 뛰어나 재배에 있어 최적지라는 않는 것이 김 대표의 생각이다.

“무풍면은 해발400~700m의 고랭지라 블루베리나 사고를 재배하기 참 좋아요. 맛이 깊을 수밖에 없죠. 매해 택배로 구매를 하는 고정고객도 있고, 한 살림에 납품하면서 용돈 벌이 하는 것이죠. 블루베리는 수확할 때 잠깐 사람을 쓰고 그 외에는 제가 매일 들러서 일하면 재배할 수 있어서 큰 부담은 없습니다. 요즘은 인건비가 11~12만 원이 넘어가는 상황이라 사람을 많이 쓰는 작목은 하기가 어렵고요.”

김 대표는 블루베리를 주로 한 살림과 직판으로 판매하고 있는데 직판 가격으로 보통 수확 초기에는 kg당 4만 원대, 노지 물량이 쏟아지는 7월에는 3만 원부터 2만 원대까지 가격이 내려간다고 한다. 

유기농 재배를 실천하며 앞만 보고 달려온 김영주 대표는 이제 쉼을 택하며 여유를 즐기고 싶다. 본인보다 후계농인 아들이 더 잘하기를 바란다며 웃는 김 대표.

“블루베리는 노지와 하우스 합쳐서 5289㎡(1600평) 정도 하고 있는데 제 용돈 정도는 충분하니까 이제는 여유를 좀 즐기고 싶어요. 아들에게 사과를 맡기고 저는 조금씩 해오던 블루베리를 운동 삼아 계속하면서 일선에서 조금씩 물러날 생각입니다. 남들보다 잘했는지는 몰라도 열심히는 했다고 생각합니다. 아들이 저보다 더 잘하기를 바랄 뿐입니다.”  

 

[농업현장과 함께하는 월간원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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