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재값 상승으로 위기에 빠진 시설원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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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재값 상승으로 위기에 빠진 시설원예
  • 월간원예
  • 승인 2022.06.02 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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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이후 주요 원자재 가격 상승이 지속되면서 농업 현장과 업계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최근의 원자재 가격 상승의 배경에는 코로나19라는 외생 충격에 대한 경제권별 비대칭적 반응에서 기인한 수급 불균형이 있다.
백신 보급 이후 선진권은 비교적 빠르게 경기 회복세로 돌아선 반면, 원자재 주요 공급 국가들은 여전히 공급을 늘리기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경기 이천시에서 오이를 재배하는 A는 지난해 하우스를 추가하기 위해 지원사업을 신청해 승인을 받았으나 시설 확충을 포기했다. 시설비의 50%를 지원받고 자부담 50%를 지급해야 하는데 하우스 건설비용이 급등하면서 실제 자부담 비용이 지나치게 높아졌기 때문이다.

주요 원자재 가격이 지난 2년간 엄청난 급등을 기록하면서 하우스 건설비용도 치솟으면서 재배 면적을 늘리려던 기존 농업인이나 새로이 귀농을 꿈꾸던 이들도 큰 현실의 벽에 직면하게 된 것이다
 

 

일반적으로 지원사업의 경우 단동 비닐하우스를 짓는데 1㎡당 약 22000원 정도의 기준단가가 정해지는데, 실제 견적단가는 27000원~28000원대까지 올라버렸기 때문이다. 보통 200~250평 기준 단동하우스를 짓는다고 가정했을 때 실제 자부담률은 약 70~80%에 이르는 것이다. 이마저도 시간을 늦추면 자재비는 더 올라 추가비용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연락을 받았다.
주요 원자재 가격이 지난 2년간 엄청난 급등을 기록하면서 일반 주택 건설비용은 물론 하우스 건설비용도 치솟으면서 재배 면적을 늘리려던 기존 농업인이나 새로이 귀농을 꿈꾸던 이들도 큰 현실의 벽에 직면하게 된 것이다.

 

충남 논산에서 딸기를 재배하는 B씨는 귀농인이다. 40대 젊은 농업인으로 원주민에 잘 동화돼 현재 작목반 부회장을 맡고 있기도 한 그는 그동안 귀농에 대한 많은 문의가 있었지만 현재는 뚝 끊겼다고 말한다.
“제가 귀농해서 딸기를 했으니까 이것저것 물어보시는 분들도 많고, 견학 문의도 있었는데 요즘은 그런 경우가 잘 없어요. 귀농하시는 분들이 딸기에 가장 많은 관심이 있었는데 요즘은 시설비가 워낙 커져서 초기 부담금이 감당이 안될 만큼 커졌죠.”

B씨는 4년 전 200평 하우스 6동을 마련해서 딸기를 시작했는데, 당시 기본 하우스 한 동 기준 건설비가 약 1200만 원 정도였다. 하지만 현재 기준으로 2000만원 가까이 치솟았고, 여기에 양액시설이나 기타 부가적인 시설 자재비도 나란히 올랐기 때문에 이를 포함하면 B씨가 현실적으로 신규 농가가 진입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논산시에서 딸기를 재배하는 B씨는 4년 전 200평 하우스 6동을 마련해서 딸기를 시작했는데, 당시 기본 하우스 한 동 기준 건립비가 약 1200만 원 정도였다. 하지만 현재 기준으로 2000만원이 필요하다.
논산시에서 딸기를 재배하는 B씨는 4년 전 200평 하우스 6동을 마련해서 딸기를 시작했는데, 당시 기본 하우스 한 동 기준 건립비가 약 1200만 원 정도였다. 하지만 현재 기준으로 2000만원이 필요하다.

 

원자재비 상승
업체 역시 울상


원자재비 상승으로 힘들어진 것은 농민 뿐 아니다. 우리 농업계 제조업체와 시설업체 역시 단가압박과 시장위축으로 어려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

대구광역시에서 시설하우스용 공기유동펜을 만드는 C업체는 원자재비 상승으로 오랫동안 동결됐던 제품단가를 지난해 새로이 책정했다. 시설업체와 농가 현장에서 반발이 있었지만 회사의 운영 자체가 어려운 수준에 이르러 어쩔 수 없이 인상을 단행했다. 그러나 그 이후로도 계속된 원자재비 상승으로 올해 다시 어려움을 겪고 있어 진퇴양난에 빠진 상황이다.

기본 하우스 건설 비용 뿐만 아니라 관수, 양액이나 기타 부가적인 필요 시설까지 가격이 인상되면서 농가의 부담은 더욱 커졌다.
기본 하우스 건설 비용 뿐만 아니라 관수, 양액이나 기타 부가적인 필요 시설까지 가격이 인상되면서 농가의 부담은 더욱 커졌다.

 

시설업체 역시 난감한 처지에 있다. 기존 지역별 지원사업에 따내 진행됐던 하우스 건설에 여러 잡음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다.

전남 광주에서 하우스 건설사를 운영하는 D씨는 지난해부터 지원사업으로 진행될 예정이었던 하우스 건설이 몇 차례 취소된바 있다. 지자체나 정부 보조금 외에 본인 부담금의 상승에 따른 계획 취소가 주 원인이다.
“현장에선 본인 경험에 따라 정해놓은 가격이 있는데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으니 전화가 와서 항의를 하시고, 또 어쩔 수 없는 추가비용 안내에는 화를 내시기도 합니다. 이미 계약해놓은 건에 대해선 최대한 가격을 맞춰 드리려고도 하고, 또 이런 상황에서 저희가 이익을 더 내려고 가격을 올려 받을 상황도 아니고요."

정부 지원사업으로 하우스 신축이나 확장을 계획했던 이들은 확 오른 견적서를 보고 애써 받은 지원사업을 포기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정부 지원사업으로 하우스 신축이나 확장을 계획했던 이들은 확 오른 견적서를 보고 애써 받은 지원사업을 포기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농업 현장에선 불만의 소리가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일선에선 농산물 가격은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다른 게 없는 상황에서 인건비, 시설비, 자재비만 끊임없이 올라 이제는 농업 경영에 이윤이 남을 수 없다는 한탄의 목소리를 전해왔다.


농산업계 역시 겨우 버티는 수준까지 와 있는 상황에서 가격 상승이 불가피하지만, 이는 곧 시장 침체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이중고를 겪고 있다. 
이지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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