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밭에 무슨 비료를 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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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밭에 무슨 비료를 줄까?
  • 이혁희 국장
  • 승인 2022.07.23 10: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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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숭아는 걸진 밥상을 싫어해
지난해 우리 집 베란다에서 자라던 영산홍이 된서리를 맞았다. 베란다에서 된서리를 맞았다니? 물론 노지에서 발생하는 그런 된서리는 아니다. 하지만 내가 볼 땐 된서리가 틀림없다. 잎끝이 몽땅 오그라드는 증상이 왔으니 말이다.

처음에는 잎말이나방이 덤빈 줄로만 알았다. 화단에 심은 것은 물론 화분에 심은 것도 심하게 전염되었으니까! 해충약을 뿌려도 소용없었다. 멈추기는커녕 새잎이 나오는 족족 전염되는 게 아닌가? 화분을 선물한 친구에게 호소하자 그는 “해충이 아니라 뿌리에 문제가 있을 거야”라고 잘라 말했다. 전문가의 말이니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 애면글면하는 사이 겨울이 지나고 슬금슬금 새잎이 돋아 오른다. 어느새 새빨간 꽃도 피었다. 그제야 나는 깨달았다. 내 욕심이 영산홍을 죽일 뻔 했다는 사실을.

영산홍의 선조는 진달래다. 진달래의 영어 이름 아젤리아Azelea’의 어원은 척박이다. 진달래는 척박한 땅이 고향이다. 그 때문에 진달래나 영산홍은 거름기가 거의 없는 흙에서 태어나 소박하게 살아간다. 그런 영산홍에게 나는 깻묵 발효액에 복합비료를 타서 여러 차례 주었다. 애당초 영산홍에게는 진수성찬이 입에 맞지않는 밥상이었다. 그래서 뿌리가 타고 설사가 난 것이다.

복숭아도 어찌 보면 진달래와 비슷하다. 진달래가 산성에서 잘 자라는 것처럼 복숭아도 최적 pH가 5.8~6.0이다. 사과나 배의 6.0~6.5에 비하면 산성이다.

복숭아는 다른 과수보다 흡비력이 강하다. 흡비력이 강하다는 것은 척박한 흙에서 잘 자란다는 뜻이다. 우리나라 복숭아로 유명한 이천이나 장호원과 같은 지역은 거름기가 아주 적은 석벼레 흙이라는 점을 보면 복숭아의 특성을 파악할 수 있다. 그런 복숭아에게 퇴비와 화학비료를 너무 많이 주었다. 흙에 지나치게 축적되어 있는데도 여전히 많이 준다. 영양제까지 뿌린다. 새가지가 웃자라 복숭아 전문가도 “우리나라 복숭아 농가는 나무 자르다가 판난다”고 말할 정도이다.

흙이 걸면 낙과도 심하다. 질소 표준 시비량을 보면 10아르에 사과와 배는 각각 15kg, 20kg 주는데 비해 복숭아는 13kg에 그친다. 복숭아나무는 소박한 밥상을 원하지 진수성찬이 그득 차려진 걸진 밥상을 원하는 게 아니다. 어쩜 좋아할 수도 있다. 하지만 당뇨병과 고지혈증에 걸려서 복숭아밭 주인에게 손해만 입힐지도 모른다. 다른 과수도 그렇지만 특히 복숭아도 질척거리는 것을 딱 싫어한다. 배수가 잘 되어 보송보송한 상태에 있는 걸 훨씬 좋아한다. 논에 복숭아밭을 만들면 십중팔구 실패하는 것은 복숭아가 배수불량을 싫어하는 탓이다. 물론 대부분의 논은 토심이 얕다는 점도 심각한 문제이다.

복숭아 농사를 잘 지으려면 우선 토양검정을 받아보고 처방서에 따라 비배관리를 잘 할 일이다. 양분이 축적된 밭에서는 축적된 양분의 시비량을 줄이고, 가능하면 녹비를 심어서 과잉 비료도 빨아들이고 흙의 물리성도 개량하는 게 좋다.

우리 텃밭에 무슨 비료를 줄까?
10평이나 20평의 작은 텃밭에는 무슨 비료를 얼마나 주면 좋을까? 콩은 10아르에 3요소를 3-3-3.2kg을 주는데, 옥수수는 15,83-6.3kg을 주어야 한다. 그런데 문제가 있다. 콩도 심고, 옥수수도 심고, 고추도 심고, 상추도 심고, 배추도 심으려고 하는데 대체 어떤 것에 기준을 두어야 하나? 무엇에 맞춰야 할까? 복합비료를 주면 좋을까? 차라리 퇴비를 주면 다 해결되는 게 아닐까?

이런 의문에 속 시원하게 답해주는 내용은 어디에도 없다. 결론부터 말하자. 10평은 물론 30 아르까지도 화학비료를 전혀 주지 않고, 유기질, 특히 축분 위주로 해도 아무 문제가 없다. 유기물은 작물에 관계없이, 양에 관계없이 줄 수 있으니까.

우리 동네 몇몇 농업인들은 그렇게 농사를 짓는다. 늦가을 농사철이 끝나면 우분, 돈분, 계분 가리지 않고 100평에 한 차 꼴로 분뇨를 받는다. 10아르에 10톤 이상을 주는 셈이다. 전면에 펴고, 로터리로 흙과 함께 섞어 준다. 겨울이 지나면 발효가 완전히 끝나고, 흙과 잘 어울린다. 이렇게 키운 채소라서 그런 것일까? 우리동네 채소를 얻어먹으면 그렇게 꿀맛일 수가 없다. 어려서 먹던 그 맛, 우리 아버지가 텃밭에서 키워 먹던 채소 맛 그대로다.

일본 지바현[千葉縣]의 세끼야[關屋]라는 농업인은 10아르 당 계분 비료를 10톤, 많이 주는 해에는 20톤까지 넣고 채소 농사를짓는다. 그것이 시비의 전부다. 20톤을 넣으면 5cm 두께로 깔려마치 깊은 산을 걷는 느낌을 준다. 보수력은 물론 배수도 좋아지고 통기성도 좋다. 지렁이가 엄청 늘어나서 두더지 문제가 생기긴 해도 농사를 접을 만큼 심하지는 않다고 한다. 그는 언제나 계분을 1년 동안 밭가에 야적했다가 충분히 발효시킨 뒤 사용한다. 그렇다고 이렇게 많이 줄 필요는 없다 10아르에 3톤이면 적당하니까. 발효가 덜 된 축분은 가스나 독성이 뿌리를 해친다는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에서 그의 채소는 인기 만점이다. 1년 내내 대놓고 가져가는 사람이 부지기수다.

화학비료 없이 유기물만으로 농사가 가능한 이유는 뭘까? 축분에는 상당량의 3요소가 있다. 1톤의 우분에는 7-7-7, 돈분에는14-20-11, 계분에는 18-32-16kg이나 있어 화학비료에 버금간다. 더구나 미량요소를 포함하여 50가지 이상 되는 종합 비료이다. 한편 화학비료는 다 준다 해도 일곱 가지, 흙 속에 들어가는 즉시 한꺼번에 많은 양분을 쏟아낸다. 유기물은 천천히 작물이 필요할 때 내 놓고, 모자라면 뿌리가 접근해서 녹여 먹는다.

 

 


글=이완주
토양병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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