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평의 자연친화적 가치, 치유농업으로 진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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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평의 자연친화적 가치, 치유농업으로 진화하다
  • 이지우
  • 승인 2022.08.01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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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양평군 치유농업 프로그램

경기 양평군은 수도권 배후 지역에다 팔당 상수원 보호구역을 끼고 있어 각종 규제로 인해 개발이 제한된 지역이다. 지난 2006년 전국 최초 친환경농업특구로 선정 돼 친환경농업이 가장 발달된 지역이기도 하다. 양평군은 천혜의 자연환경과 서울과 가까운 지리적 이점을 활용해 체험농장, 치유농업으로 농가소득의 새로운 방향을 모색하고 있다.

 

 

양평군은 특구 지정을 받은 이후 꾸준히 친환경농업과 관련한 시장 브랜드를 키워왔다. 또한 향후 보전이 개발보다 부가가치가 높을 수 있다는 시각도 있었기 때문에 이를 양평군의 주요 가치로 홍보해왔다.


현재 양평군은 가장 네임벨류가 높은 친환경 농산물 생산지역이나, 친환경농산물 시장의 수요가 어느 정도 한계가 있고, 특히 경매시장에서 여전히 친환경 농산물에 대한 가치를 따로 매기지 않기 때문에 어려움이 적지 않다.

 

양평군농업기술센터 농업경영과 주성혜 과장
양평군농업기술센터 농업경영과 주성혜 과장

 

‘수도권 치유농업의 중심지 될 것’
양평군농업기술센터 농업경영과 주성혜 과장

지난달 22일 양평군 양서면 두물머리에 자리한 체험농장 ‘초필당’에서 치매안심센터 어르신을 대상으로 한 치유농업 프로그램이 진행됐다. 현장에서 만난 양평군농업기술센터 농업경영과 주성혜 과장은 인터뷰를 통해 양평이 갖고 있는 자연환경과 친환경농업 도시라는 브랜드를 활용해 농가 소득의 새로운 창구를 마련하기 위한 준비를 마쳤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이전에도 ‘에듀팜’이라는 제도를 마련해 우리 양평군의 자랑스러운 친환경 농가가 시민들과 만나 체험활동을 통해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었습니다만, 지난 2년간 외부활동이 극히 자제되는 분위기에서 이를 이어갈 수는 없었습니다. 지난해 국가 정책으로 ‘치유농업 연구개발 및 육성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면서 양평군은 올해 3월부터 본격적으로 시행하게 되었습니다.

기존 에듀팜이나 교육농장을 진행했던 농가는 물론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할 수 있는 관내 24개 농장이 참여 중에 있습니다. 기존 친환경 농산물 생산에 그치지 않고, 시민이 농장을 찾으면서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방향으로 유도를 하고 있습니다.”


기존 치유농업은 본격적인 농업지역보다 대도시 위주로 진행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양평군은 지역 내 취약계층을 우선해서 선제적으로 치유농업을 적극 도입하고 있는 것이다. 주성혜 과장은 향후 치유농업 대상을 전면적으로 늘려갈 계획이라고 말한다.


“양평은 2600만 인구의 수도권과 연결된 곳이고 관내 12개 읍면에 무궁무진한 농장이 잠재되어 있습니다. 관광객이 많이 찾는 지역이기 때문에 치유농업 대상은 얼마든지 넓어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현재는 치유농업이 먼저 필요한 치매안심센터, 정신건강복지센터, 장애인복지관, 학교 등을 대상으로 진행하고 있는데, 앞으로는 관내 공무원이나 직장인 등 범위를 확대하고 궁극적으로 수도권을 대상으로 한 치유농업 중심지로 성장해나갈 것입니다.”


주성혜 과장은 치유농업을 통해 시민들의 삶에 여유와 힐링을 느끼고, 기존 생산농가는 이러한 융복합 사업으로 부가가치를 창출하면 서로 윈윈이 되는 전략이라고 말한다. 양평군은 앞으로 현장의 치유농업 프로그램을 적극 발굴·개발하고, 치유농업이 필요한 대상을 이와 연계하는데 노력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

 

초필당 김진숙 이세훈 부부대표
초필당 김진숙 이세훈 부부대표

 

바른 먹거리 활용한 힐링 프로그램
초필당 김진숙 이세훈 부부대표

남양주에서 사회복지사로 활동했던 김진숙 대표는 전업주부로 4년의 시간을 보내고, 부모님과 함께 이 곳 양평으로 이주했다. 두물머리 한편에 자리 잡은 초필당은 발효농법으로 토마토와 방풍초, 당귀, 깻잎 등 산나물과 쌈채류를 재배한다. 치유농업 프로그램을 진행하게 된 계기는 무엇일까? 김진숙 대표는 소비자와 만나면서 이것저것 설명을 하는 일이 재밌었고, 아예 본격적으로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한다.


“원래 사회복지사 일을 하기도 했고, 이렇게 손님과 토마토나 나물에 대해 정보도 드리고 하는 일이 재미있었어요. 그리고 양평의 입지도 너무 좋고, 여기는 두물머리에 관광객이 엄청 많이 오시기 때문에 관련 일을 해본다면 좋지 않을까 생각을 했죠. 마침 에듀팜에 선정되기도 했고요. 기존 생산은 그대로 하되, 지원을 받아서 교육장까지 병행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 날은 양평군치매안심센터 어르신들과 시원한 꽃차를 만드는 수업이 진행됐다. 김진숙 대표는 어르신들과 소통하며 수업을 진행했고, 이세훈 대표는 옆에서 꽃차를 캔으로 만드는 등 수업 진행을 도왔다. 어르신들은 김진숙 대표의 설명에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수업에 진지하게 임했다.

 

양평군치매안심센터 윤현옥 팀장이 어르신과 방풍나물 솎기를 하고 있다.
양평군치매안심센터 윤현옥 팀장이 어르신과 방풍나물 솎기를 하고 있다.

 

현장에서 만난 양평군치매안심센터 윤현옥 팀장은 함께 활동에 참여하며, 어르신들을 돕고 있었다. 그에게 이러한 활동이 어떤 효과가 있는지 물었다.
“작년에 농업기술센터와 연계해서 공공 텃밭을 분양 받아서 우리 어르신들과 같이 활동을 했었는데, 이런 사소한 일과를 통해서도 활력을 느끼시는 거 같아서 참 좋았어요. 치매가 있으셔도 각자 갖고 계신 자존감이나 자아는 저희와 하나도 다를 것이 없기 때문에 이런 활동이 힐링이 되는 거죠. 직접 만져보고, 만들고, 먹어보는 이런 경험이 작은 성취로 마음을 채우는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이세훈 대표는 치유농업이 앞으로 더 활성화 된다면 우리 사회가 근본적으로 바뀔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이러한 프로그램이 더 다양한 계층으로 확대될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치유농업은 각 지역에서 활성화되고 있는 단계인데 아직 일반인들에겐 생소한 부분이 있습니다. 저희는 기존 취약계층은 물론 직장인, 청소년 등 본질적으로 정신적 건강이 필요한 모든 분들에게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힐링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드리고 싶어요. 가장 중요한 것은 1차적으로 건강한 먹거리를 생산하는 일이고, 이를 바탕으로 알찬 치유농업 프로그램을 선보일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꽃뜰네이처팜 정성희 대표
꽃뜰네이처팜 정성희 대표

 

치유농업의 세계적 추세에 동참
꽃뜰네이처팜 정성희 대표  
20년간 수학을 가르치던 강사로 활동했던 정성희 대표는 마흔에 번아웃을 겪고 양평으로 귀촌하면서 ‘꽃뜰’을 꾸리기 시작했다. 600평 부지의 작은 공간이지만 정 대표의 말에 의하면 농장으로 보긴 작고, 정원으로 보기엔 너무 큰 공간이었다.


꽃뜰의 방향성을 계속해서 고민하는 와중에 원예치료라는 것에 흥미를 느꼈고, 이미 세계적으로 원예치료가 성행하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2014년 대학원에 진학해 본격적으로 공부를 시작했다. 


이후 아직 치유농업이 양평군에 자리 잡기 이전인 2016년부터 장애인복지관 등과 연계해 치유농업 프로그램을 전개해 나갔다. 일회성 체험이 아닌 다회성으로 프로그램을 조직해 초등학교, 유치원 등과도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지금은 치유농업이 대도시 위주로 진행이 많이 됐지만, 제가 이 곳에 와서 공부를 하고 원예치료라는 것을 시작했을 땐 다소 생소했었죠. 올해부터 양평군이 본격적으로 치유농업을 진행하게 되면서 제가 그동안 준비해왔던 기반을 활용할 수 있는 기회라 생각해서 참 좋았습니다. 
꽃뜰에서는 치매안심센터 어르신들과 테이블야자 만들기 체험활동이 진행됐다. 투병 유리병에 바닥재를 깔고 테이블야자를 심은 뒤에 크리스탈 스톤으로 장식을 하는 과정인데, 각자 만든 테이블야자 화병은 집으로 가져가 장식할 수 있도록 한다.

 

꽃뜰의 테이블야자 만들기 프로그램
꽃뜰의 테이블야자 만들기 프로그램

 

정성희 대표는 앞으로 보다 전문적인 치유농업이 양평군을 중심으로 활성화되기를 바란다면서, 스스로를 포함한 치유농업 강사가 보다 전문성을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양평군의 적극적인 지원을 바탕으로 치유농업이 많은 발전을 이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개인적으로 치유농업을 진행하는 강사의 소양이 반드시 갖춰줘야 한다고 생각하고, 특히 취약계층 등 변수가 많은 참가자에게도 여유 있게 소통하고 대응할 수 있는 능력도 필요합니다. 저 역시 제가 해야 하는 일이라는 일종의 사명을 갖고 꽃뜰의 치유농업을 전개해나갈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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