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밭에 무슨 비료를 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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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밭에 무슨 비료를 줄까?
  • 이상희 기자
  • 승인 2022.08.04 14: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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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른 질소, 느린 질소
질소는 양분 중의 양분이다. 다른 비료를 다 주고도 질소비료를 안 주면 다 안 준 것 같고, 반대로 다른 비료는 다 안 주어도 질소비료를 주면 60~70%는 준 셈이 된다. 벼농사의 경우엔 많게는 80%까지도 나온다. 
질소는 세포를 만드는 주성분이라 부족하면 자라지 못한다. 제때 공급이 안 되면 자람을 멈추고 스트레스를 회복하는 데도 상당한 시일이 걸린다. 그 때문에 질소가 언제부터 효과를 나타내는가를 체크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 
질소는 비료의 종류에 따라 효과가 나타나는 시기가 다르다. 칠레초석(구하기가 어렵고 비싼 비료)이 가장 빨리, 다음으로 황산암모늄(유안), 요소, 그리고 유기물의 순서로 늦게 나타난다. 같은 질소 비료인데도 왜 그럴까?


뿌리에서 질소가 흡수되는 꼴은 딱 두 가지다. 암모늄태와 질산태인데 벼는 암모늄태로, 대부분의 밭작물은 질산태로 흡수된다. 요소를 주면 주성분인 아민이 세균의 도움을 받아서 암모늄→아질산→질산으로 변한 후에 작물에 흡수된다. 이 기간이 4일 내지는 10여 일쯤 걸린다.
이에 비해 황산암모늄을 주면 아민이 암모늄으로 변하는 데 걸리는 기간이 단축되기 때문에 비료의 효과가 그만큼 빨리 나타난다. 이것들보다 칠레초석의 비효가 다 빨리 나타나는 이유는 질산태 질소가 주성분이라 막 바로 흡수가 일어나기 때문이다.
유기물은 여러 가지 유기태 질소로 이뤄져 있기 때문에 미생물이 완전히 분해한 뒤에야 흡수가 이루어지는 ‘지효성 질소비료’이다. 말하자면 유기물을 벼라고 하면, 요소는 쌀, 황산암모늄은 설익은 밥, 칠레초석은 다 지은 밥이라고나 할까?


흙 속에서 질소는 두 가지 꼴, 즉 유기태와 무기태로 존재한다. 유기태는 유기물에, 무기태는 흙 알갱이에 저장되어 있는 꼴이다. 흙 속 질소의 95~99%는 유기물에 저장되어 있기 때문에 유기물 함량을 분석하면 질소가 많고 적음을 알 수 있다. 유기물은 질소의 창고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흙에 붙어 있는 무기태 질소는 무시해도 된다. 유기물이 적으면 질소도 적고, 유기물이 많으면 질소도 많다. 유기태 질소는 매우 느리게 녹아 나오는 큰 약점이다. 유기물은 일단 분해되어야 나오기 때문이다.
대신 작물이 요구할 때마다 오랫동안 서서히 녹아 나오는 것은 큰 장점이다. 이 약점을 보완하려면 늦가을부터 겨울에 걸쳐서 미리 가축 분뇨를 흙과 섞어 주면 좋다. 그러면 이듬해 봄에 분해가 되어 있어서 화학비료처럼 작물에 이용할 수 있다. 질소는 물에 잘 녹고 흙에 저장되는 양이 매우 적어 손실이 큰 성분이다. 손실을 막으려면 양을 나누어서 자주 주든가 질소 창고인 유기물을 많이 주어야 할 것이다.

 

장마는 웃거름을 부른다  
예부터 “가뭄 끝은 있어도, 장마 끝은 없다”고 했다. 가뭄은 비가 오면 그걸로 고통이 끝나지만 장마는 재산과 생명을 쓸어 가므로 끝나고 나도 고통이 계속된다는 뜻이다.
장마가 없으면 쌀밥을 못 먹지만, 장마만큼 농사에 큰 피해를 입히는 재해도 없다. 이런 것들은 눈에 보이지만, 모른 채 도둑맞는 것이 있다. 바로 비료이다. 
장마 빗물이 비료를 훔쳐가기 때문에 장마가 지나면 흙은 허기진다. 빗물에 가장 많이 도둑맞는 성분도 질소다. 질소는 흙 속에서 음전기(-), 즉 질산태로 있고, 흙도 음전기를 띄고 있어 서로 붙지 못하기 때문이다. 요소비료를 뿌려 주면 처음 10일 동안 나머지 20%가 녹아 나와 한 달이면 비료의 효과가 소진된다고 알려져 있다. 그 다음으로 잘 손실되는 성분이 칼륨이지만 그래도 질소에 비하면 훨씬 적다. 칼륨은 양전기(+)인데다 흙에 붙어 있는 힘이 칼슘과 마그네슘보다 강하기 때문에 잘 붙어 있다.


가장 손실이 적은 성분이 인산이다. 인산은 음전기를 띄고 있지만 철이나 알루미늄에 붙어 있어서 좀처럼 물에 휩쓸리지 않는다. 그렇다고 안심할 수는 없다. 인산은 워낙 흙 속에서의 이동성이 작아서 대부분 겉흙에 머물고 있다. 장마에 겉흙이 침식됨에 따라 손실량은 질소 못지않다.
장마가 지나면 질소에 칼륨을 보충한 웃거름을 주어야 제대로 큰다. 웃거름은 밑거름의 반대되는 말로 작물을 가꾸는 중간에 주는 비료다. 말하자면 간식인 셈이다. 
한 번에 밑거름으로 다 주면 얼마나 편할까? 삼복에 웃거름 주는 고통은 겪어 보지 않은 사람은 짐작도 못한다. 그러나 한꺼번에 1년 비료를 다 밑거름으로 주면 손실량이 많아지므로 어쩔 수 없이 웃거름으로 나눠줄 수밖에 없다. 


그 때문에 천천히 녹아 나오는 완효성 비료가 개발된 것이다. 완효성 비료는 일반 비료에 천천히 녹는 황이나 알데히드, 폴리머(고분자화합물)와 같은 화학물질로 비료껍질을 감싸서 만들기 때문에 천천히 녹아 나온다. 어떤 완효성 비료는 질소의 80%가 녹아 나오는 데 100일 걸리기도 한다. 심지어 700일 걸려서 다 녹는 비료도 있다. 


이렇게 되면 작물이 긴 기간 동안 비료를 먹을 수 있다. 그러니까 밑거름으로 한 번만 주면 된다. 지하수 오염도 피할 수 있다. 물론 가격이 비싼 게 흠이다. 완효성 비료 대신 비료를 꽉 잡아 저장할 수 있는 값싼 ‘창고비료’가 있다. 유기물이 바로 그것이다. 흙 속에 유기물의 함량이 높을수록 장맛비에 의한 손실은 그만큼 줄어든다. 완효성 비료만큼은 아니지만 장마 후에도 여전히 양분을 공급해준다. 또 다른 방법은 웃거름으로 자람을 보아가면서 여러 번에 나누어서 자주 주다 보면 그보다 좋을 수 없을 것이다.    

 


이완주
토양병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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