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과 비중 높아 제수용 배 생산에 어려움 겪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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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과 비중 높아 제수용 배 생산에 어려움 겪어
  • 월간원예
  • 승인 2022.09.20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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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나주시 만이농원 김만기 대표

배 과수농에게 민족의 대명절 ‘추석’은 손꼽히는 대목 중 하나다. 배 주산지인 나주시는 지난해 대비 생산량이 약 30%가량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며, 이른 추석으로 숙기가 넉넉지 않고 과가 상대적으로 많이 달려 중소과의 비중이 높을 것으로 보인다. 추석을 앞두고 배 수확이 한창인 나주시 금천면의 한 농원을 찾았다.

만이농원은 휴일인데도 이른 시간부터 사람들로 북적였다. 두런두런 주고받는 이야기와 지게차, 운반차 소리가 들리고 습기를 줄이기 위해 쉼 없이 돌아가는 열풍 방상팬이 내뿜는 바람소리도 있었다. 

 

전남 나주 금촌면 만이농원에서 일손을 돕는 사람들이 분주하게 배를 수확하고 있다.
전남 나주 금촌면 만이농원에서 일손을 돕는 사람들이 분주하게 배를 수확하고 있다.

농원에 일손을 도우러 온 10여 명은 어깨높이만큼 자란 키에 일정한 간격으로 길게 늘어선 ‘배나무 터널’을 따라 분주히 손을 움직였다. 여성들은 과일에 작은 생채기라도 나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배를 따 플라스틱 상자에 담았고, 남성들은 이를 운반차에 실어 과일을 선별하는 선과장으로 옮기는 일을 담당했다. 한낮의 뜨거운 태양 열기에 연신 흐르는 땀을 훔쳐내야 했지만 동글동글 크고 단단하게 여문 배를 바라보면 미소가 절로 번졌다. 선과장으로 옮겨진 배는 곧바로 크기에 따른 선별 과정을 거치고 선물용 상자에 담길 예정이다.

김만기 대표는 다가오는 추석용 배를 첫 출하하는 날이라고 귀띔했다. 그는 농원에서 직접 배를 따고, 지게차를 운전해 포장지를 옮기는가 하면 선과장에서 선별된 배를 옮기느라 분주했다. 이처럼 일손이 많이 필요한 날은 김 대표의 아내인 최종순 씨가 든든한 지원군이 된다. 최 씨는 봄철 배의 적과 시기나 봉지 씌우기를 할 때면 먼저 팔을 걷어붙이고 척척 일을 돕고 있다.

만이농원 김만기 대표는 5㏊(1만 5000 평)에 달하는 큰 규모에서 배 농사를 하는 대농이다. 재배 품종은 대부분 신고다.
만이농원 김만기 대표는 5㏊(1만 5000 평)에 달하는 큰 규모에서 배 농사를 하는 대농이다. 재배 품종은 대부분 신고다.

초기엔 ‘당일 수확, 당일 출하’ 방침
코로나19·인력난 겹쳐 대과 비율 ‘뚝’

김 대표가 배를 재배하는 면적은 5㏊(1만 5천평)에 달한다. 이 중 2.3㏊(7000평)에는 저온피해 예방을 위해 지난해 열풍 방상팬 14대를 설치했다. 
“배 품종은 신고가 90%에 달합니다. 황금배와 원황도 조금 있고요. 신품종인 창조도 0.6㏊(1800평)가량 식재했지요. 전체 5㏊ 중에 절반가량을 추석 시즌부터 11월까지 계속 출하할 예정이고 나머지는 다가오는 설과 내년 봄에 맞춰 시장에 내놓을 계획입니다.” 김 대표는 향후 3~4일간은 ‘당일 수확, 당일 출하’를 방침으로 운영할 예정이다. 예년에 비해 이른 추석이니만큼 과일이 하루라도 더 여물 시간을 벌기 위한 방편이다. 

열풍 방상팬은 저온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설치한 것이었으나 잦은 비로 인한 습기 제거를 위해서도 사용된다.
열풍 방상팬은 저온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설치한 것이었으나 잦은 비로 인한 습기 제거를 위해서도 사용된다.

김 대표는 열풍 방상팬 설치로 인한 효과도 체감했다고 말한다. 올해는 기온이 크게 떨어지지 않아 방상팬의 효과에 의문을 갖는 사람이 많았다. 하지만 김 대표는 방상팬을 활용함으로써 배의 인공수분과 비대 등의 시기를 앞당겼고, 올해 시기적으로 빠른 추석에 대응할 수 있었다고 보고 있다. 기온이 영상 2~3도를 가리켜도 서리가 올 수 있는데 팬을 회전시켜 저온 스트레스를 덜 받게 함으로써 성장에 도움을 줄 수 있었다는 것이다. 방상팬을 설치하지 않은 곳과 비교했을 때 과일 크기와 모양에서 차이를 발견한 점도 수확이다. 

올해 배의 착과량은 예년에 비해 양호한 편이지만 걱정스러운 부분도 있다. 봄 가뭄이 극심했던데다 코로나19 영향에 따른 인력난까지 겹치면서 적과 시기를 맞추지 못한 까닭에 대과(大果·큰 과일) 비율이 현저히 떨어진 것이다. 더욱이 추석 명절은 대과를 선호하는 시기이기에 작은 상품의 경우 판로 확보에 어려움이 뒤따를 가능성도 있다.
경영비 인상도 무시할 수 없다. 인력의 수요는 일정한데 공급이 줄면서 40~50%가량 인건비가 상승했고, 과일 상자를 만드는데 쓰는 골판지 가격도 30%가량 올라 시름을 더하고 있다.
공산품은 제품 단가가 오르면 그 요인을 살피고 적절히 가격을 올릴 수 있지만, 농산물의 경우 발 빠른 대응에 한계가 있고, 자칫 소비 위축으로 연계될 수 있어 엄두를 내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포장을 마치고 출하를 기다리는 배. 상자에는 생산지와 생산자, 연락처 등을 표기해 소비자의 신뢰를 높인다.
포장을 마치고 출하를 기다리는 배. 상자에는 생산지와 생산자, 연락처 등을 표기해 소비자의 신뢰를 높인다.

‘자유무역협정 체결’ 정부 약속 지켜야
수확·저장 시설 개선…연중 출하 목표

만이농원에서 생산하는 배는 서울 가락동 시장 등에 주로 판매된다. 나머지 중 일부는 나주 배 농협을 통해 출하하며 위탁을 통한 일본 수출도 병행하고 있다. 기업체나 단체 등으로 직거래 되는 배는 5%가량이다. 
한때 문제가 됐던 이른바 ‘짝퉁 나주배’는 이제 발 디딜 틈이 없어졌다. 과거에는 배 수집상들이 종이상자를 도용해 ‘나주배’ 명칭을 사용하기도 했으나 단속이 워낙 엄해진 데다 생산자 실명제까지 정착돼 꼬리를 감췄다.

김 대표는 정부의 농업정책과 관련해 묻고 싶은 부문이 있다고 말했다. 정부에서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하면서 농산물 수입 관세를 완화하거나 폐지할 때 대기업이 공산품 수출로 얻은 이익을 농민에게 환원토록 하겠다고 했는데 그 약속이 지켜지고 있느냐는 것이다.
“제가 2008년도에 귀농을 했을 때는 포장재도 지원해주고 그랬었거든요. 그런데 지금은 방상팬처럼 현대화사업 등을 할 때 초창기나 일부분만 생색내기용으로 지원해주는 것 같아 아쉽습니다. 자유무역협정 체결 때 약속한 것처럼 대기업의 이익을 농업인과 농업정책에 환원해야 하고, 누구나 체감할 수 있는 곳에 지원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현장의 실정을 외면한 채 원칙과 법 규정만 강조하는 것도 아쉽게 생각하는 부문이다. 농업인에게 도움을 위해 제정된 법이라면 당연히 현장 눈높이에 맞도록 적용돼야 하고 필요에 따라 융통성을 발휘할 수도 있어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김 대표는 농업인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로 국민 먹거리 담당과 함께 녹지 보유를 꼽는다. 도시의 경우 아파트를 건립할 때 일정 비율을 의무화할 정도로 녹지의 보전과 관리의 중요성을 강조하는데 농업인은 도시 자본으로부터의 유혹을 물리치고 묵묵히 땅을 지키며 가꾸는 데 앞장서고 있다는 점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다. 

‘만이농원’의 ‘만이’는 만 개의 꽃이 한 나무에 피면 200여 개의 배가 착과되는 데 착안한 이름으로, ‘배꽃이 가득하다(滿梨)’는 뜻을 갖고 있다. 김 대표는 만이의 뜻처럼 일 년 내내 누구나 편하게 즐길 수 있는 배를 생산하고 싶은 마음을 갖고 있다.
“현재 5~6월은 배가 흔하지 않거든요. 비록 적지 않은 비용이 들겠지만 앞으로 수확과 저장을 위한 시설 개선 등을 통해 연중 출하를 하는 게 목표입니다. 신토불이잖아요. 몸에 좋은 나주배를 먹고 싶은 사람은 누구나 언제든 ‘만이 만이(?)’ 먹을 수 있도록 하고 싶어요.” 
김만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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