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러피안 스타일의 부에노스 아이레스 레꼴레타 공동묘지 (Cementerio de la recolet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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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러피안 스타일의 부에노스 아이레스 레꼴레타 공동묘지 (Cementerio de la recoleta)
  • 이상희 기자
  • 승인 2022.09.22 09: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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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 속의 묘지는 어떠한 모습일까? 레꼴레타 공동묘지는 부에노스 아이레스의 필수 관광지이다. 빼곡하게 들어선 묘지는 유럽 스타일의 다양한 건축물과 조각들을 한곳에 모아둔 조그마한 도시의 빌딩 숲이다. 
부를 과시하기 위한 이곳의 최고의 묘지들은 아르데코, 신고딕양식, 바로크 양식이 혼합된 다양한 건축양식으로 유명한데 1920년까지는 대부분 파리, 밀라노 등에서 수입한 대리석으로 만든 것이다. 

 

도심 속 납골당의 꽃장식
도시 한복판 그것도 부촌인 이곳에 어떻게 이런 묘지가 생겼을까? 이곳은 원래 수도원 공동체가 있던 곳에 수도승들이 채소를 기르던 정원이었다가 1822년 시에서 공동묘지 구역으로 정해 조성된 곳으로 4,500여개 묘지가 있고 그 중 90개 이상이 국가적 역사 기념물로 지정되어 정부에서 보호, 관리한다.
이곳 광장에는 수백 년 정도의 연대감이 느껴지는 거대한 고무나무는 길게 뻗은 가지의 곳곳에 대형 Y자 쇠 지주와 근육질의 남성 조형물에 몸을 의지하면서 그 위용을 자랑한다. 사람들은 자기 몸도 지탱하기 힘든 나무에 대롱대롱 매달려 인증샷을 찍으면서 즐거워한다. 또 광장 한편에는 키 큰 소철과 잔디를 배경으로 그래스류를 식재하여 화단을 연출한 곳도 있다. 

공동묘지 입구장식
공동묘지 입구장식

 

공동묘지 분화장식
공동묘지 분화장식

 

납골당의 꽃 장식은 장미, 국화 등의 미니 꽃다발을 벽면에 거는 정도이지만 어떤 곳은 작은 화분이나 큰 용기원예를 배치하여 식물관리를 잘 하는 곳도 있다. 묘지들을 다 둘러 봐도 조화로 장식한 곳은 어디에서도 볼 수 없다.
이곳은 아르헨티나에서 가장 유명하고 부유한 인물들이 안치된 곳으로 역대 대통령들을 비롯하여 독립영웅들과 작가, 노벨상 수상자등이 잠들어 있다. 특히 후안 페론 대통령의 영부인인 에바 페론이 가족 5명과 함께 잠든 곳으로 항상 사람들로 붐비고 그녀를 추모하기 위한 꽃은 시들지를 모른다.
이름 모를 묘지들을 돌아보면서 화려한 건축물과 조각상에 놀라고 또 바로 인근에 고급 아파트와 호텔들이 즐비한 것을 보면서 우리와는 완전 다른 장례 문화를 느낀다. 이곳뿐만 아니라 유럽의 어느 도시를 가도 공동묘지는 성당 내부나 도심 가까이 있는 것이 대부분이다. 그러다 보니 유족들은 자주 방문하면서 꽃을 심고 가꾸니 자연적으로 예쁜 공원이 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납골당의 생화장식
납골당의 생화장식

 

 

이민자들의 발자취를 엿볼 수 있는
보카지구의 카미니토(Caminito) 거리

부에노스 아이레스의 남쪽 라플라타강의 합류점 부근에 보카 항구가 있다. 이곳은 비옥한 영토를 기반으로 농업과 목축업이 잘 발달하고 유럽의 자본이 유입되면서 공업도 발달해 세계 10위권의 강대국으로 도약할 때 아르헨티나 수출품을 미국과 유럽으로 나르는 전진기지 역할을 했던 곳이다.
19세기 말부터 20세기 초에 300만명이 넘는 유럽 이민자들이 아르헨티나 드림을 품고 이곳으로 일자리를 구하러 들어와 이 작은 항구는 가난한 계층이었던 선원들과 부두 노동자로 넘쳐나게 된다. 바로 그들의  고단함과 외로움을 술과 음악으로 위로하면서 노동자들끼리 추던 춤이 탱고의 서글픈 출발이다. 

 

보카지구의 용기원예
보카지구의 용기원예


19세기 조선소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쓰고 남은 배의 양철조각, 그리고 칠하다 남은 페인트를 이용해 집을 지었기 때문에 남미 특유의 파스텔톤 색감과 다른 원색의 독특한 건축 문화가 남게 됐다. 칠레 발파이소 항구에서도 이런 비슷한 모습을 볼 수 있는데 유럽의 이민자들이 남긴 다양한 문화가 오늘에 와서는 인기 관광 아이템이 된 것이다. 
시간이 흘러 노동자들이 떠난 이 자리는 화려한 노천카페와 레스토랑들이 대신하고 있고, 거리 곳곳은 탱고 음악과 함께 무명 탱고 댄서들의 현란한 춤 솜씨로 관광객을 사로잡는다. 카페거리 곳곳에는 아르헨티나 출신 유명인들의 캐릭터가 넘쳐 나는데 축구 선수 마라도나, 에바 페론은 물론이고 프란치스코 교황님도 자랑거리이다. 
또한 기념품 샵 입구에는 알로에와 제라늄을 이용한 용기원예도 볼 수 있다.
알록달록한 집들을 배경으로 그림을 판매하는 노점상과 노천카페, 기념품 샵 등은 모두 탱고가 주제다. 

 


박윤점
원광대학교 원예산업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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