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밭에 무슨 비료를 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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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밭에 무슨 비료를 줄까?
  • 김예지
  • 승인 2022.09.20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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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료의 조상

 

옛날 사람들은 농사를 지을 때 무엇을 뿌렸을까? 아주 먼 옛날에는 화학비료도 없었거니와 있다 해도 줄 필요가 없었다. 울창한 숲을 베고 낙엽이 수북하게 쌓인 비옥한 흙에다 씨를 묻으면 그만이었다. 그러나 나무를 베고 풀뿌리를 캐내는 것이 어디 말처럼 쉬운 일인가? 한자리에서 계속 농사를 짓다 보니 땅심이 다 해서 곡식이 더 이상 안 나오게 된다.

그래도 그 시절엔 문제될 게 없었다. 땅이 넓었으니까! 그저 농사가 잘될 비옥한 곳을 찾아 자리를 옮기면 되었다. 그래서 사람들은 추운 날씨를 무릅쓰고 스칸디나비아 반도까지 좋은 흙을 찾아 올라갔다.

농사처를 찾아 이리저리 옮겨 다니는 것도 사실 쉬운 노릇은 아니다. 이리저리 방랑하던 사람들은 우연히 짐승이나 사람의 똥덩이가 닿은 곳에서 곡식이 더 잘 자라는 것을 본다. 낙엽이 많이 쌓인 땅에서 곡식이 더 잘 된다는 사실을 알고서 낙엽을 긁어다 밭에 넣는다. 또 재를 쌓아 놓았던 밭에서 채소가 더 잘 자란 것을 보고, 요강의 내용물을 쏟아 부은 자리에서 풀들이 더 승한다는 것을 경험한다.

이렇게 해서 사람들은 비료의 존재를 알게 된다. 동물의 똥, 오줌, 재가 바로 비료의 조상이다. 그러니까 자급비료를 쓰기 시작한 것은 사람들이 농사를 시작한 때와 같다고 보면 된다. 농사를 시작한 5천 년 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70년대부터 돈만 주면 얼마든지 구할 수 있는 화학비료가 나오자 냄새 나고 뿌리기 귀찮던 자급비료는 어느새 사라지고 말았다. 그러다 보니 요즘엔 조상들이 수천 년 동안 지혜롭게 썼던 자급비료를 하찮게 여기는 경향도 있다. 하지만 자급비료는 아주 좋은 천연비료다. 재를 보자. 재는 풀, 짚, 나무를 태우면 남는 것으로 주성분은 칼륨이다. 재에는 칼륨이 5~7% 들어 있다. 그 밖에 인산이 2~3%, 칼슘이 2~5% 들어 있다. 언뜻 별 것 아닌 비료처럼 보이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종합 미네랄 비료’, 즉 ‘별것’인 비료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재는 그 식물이 일생 동안 저축한 모든 성분이 다 들어 있다. 자연에 있는 92가지 원소 중에 타면 가스가 되는 질소와 황 같은 것을 빼면 철, 아연, 망간, 코발트, 장소에 따라서는 심지어 금과 은도 아주 극미량 들어 있다.

우리 할아버지는 씨감자를 쪼개서 흙에 놓을 때 언제나 재에 버무려서 넣으셨다. 요즘 과학의 발전으로 안 사실이지만 재는 잘린 부분을 소독해 주고 미네랄을 공급해서 감자를 튼튼하게 자라게 한다. 또 할아버지는 오줌을 푹 삭혀서 물로 희석한 다음 배추에 뿌리곤 했다. 오줌 세례를받은 배추는 속도 잘 여물고 맛도 기가 막히게 좋았다. 이게 바로 요즘의 요소 엽면시비’이다. 우리 조상님들은 얼마나 지혜로우셨나?

 

저장성 높은 마늘을 생산하려면 흙 먼저 분석하라
9월 하순부터 10월 한 달은 씨마늘 파종 적기이다. 마늘은 높은 수량을 얻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저장성이 얼마나 좋은가 하는 것도 중요하다. 다음해까지 두고 먹어야 하고, 씨마늘로도 써야 하기 때문이다. 

마늘의 저장성은 흙 속 양분에 따라 크게 좌우된다. 그 때문에 마늘밭이 정해지면 미리 흙을 떠다 농업기술센터에 분석을 의뢰하는 것이 좋다. 경우에 따라서는 분석에 시일이 걸릴 수도 있으니 미리 신청해두어야 한다.

마늘에게 비료의 3요소는 매우 중요하다. 질소는 잘 키워 주지만 지나치면 성숙을 지연시키고, 인산은 마늘을 비롯한 근채류의 지상부 생육보다는 뿌리 부분의 비대를 촉진시켜 성숙을 촉진시킨다. 칼륨은 식물의 생장점, 형성층 및 측근 발생 조직과 생식기관이 형성되는 부분으로 가서 여러 가지 대사 작용에 관여한다. 결핍되면 잎 가장자리에 갈색 반점이 생기면서 아래쪽 잎부터 암녹색에서 적갈색의 반점이 생긴다. 질소대사와 탄수화물대사에 이상이 생기기 때문이다.

마늘의 저장성은 질소와 인산, 칼리 등 3요소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흙에 질소와 인산이 많으면 저장성은 떨어지고, 반대로 칼륨이 많으면 높아진다. 질소가 많으면 마늘의 맛도 나쁘다. 질소는 어떤 작물이나 마찬가지로 본연의 맛을 떨어뜨린다. 또한 빨리 자라기 때문에 조직이 약해지는데다, 병균도 질소를 좋아해서 더 많이 달려들기 때문에 잘 썩는다. 따라서 질소 공급은 화학비료와 같은 속효성에 의존하는 것보다 퇴비와 가축 분뇨처럼 완효성비료를 이용하는 편이 안전하고 맛도 좋다.

인산이 저장성을 떨어뜨리는 이유는 인산이 과다하면 질소 흡수를 부추겨 질소 과잉을 만들기 때문이다. 마늘에게 적당한 흙의 인산 함량은 300~400mg/kg이다. 하지만 전국에 있는 마늘 주요 생산지의 흙을 조사해 보면 인산의 양이 대부분 이보다 높음을 알 수 있다. 적정한 흙에서 생산된 마늘은 1000mg/kg 이상에서 생산된 마늘보다 저장성이 매우 높다.

인산이 축적된 땅에는 인산이 없는 엔케이(NK) 비료나 단비가 좋고, 인산이 낮은 복합비료를 써야 한다흙에 인산 함량이 1,000mg/kg 이상이면 인산을 주지 말고, 500~1,000mg/kg이면 추천량(7.7kg/10a)의 반만 밑거름으로 준다. 또 500mg/kg 이하이면 표준량을 준다.

인산이 많이 축적되어 있어도 착근비라 해서 인산 3kg/10a을 주어야 한다. 착근비를 주는 이유는 생육 초기의 연약한 뿌리로는 흙 속 인산을 잘 흡수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흡수하기 쉬운 수용성인산 비료를 주는 것이다.

일반 작물은 칼륨이 0.5~0.6cmol+/kg이지만 마늘은 0.7~0.8cmol+/kg으로 다른 작물에 비해 칼리를 많이 흡수한다. 칼리는 저장 중 부패를 막아 주는 작용을 한다. 그렇지만 많이 주면 석회나 마그네슘의 흡수가 떨어져 결핍이 일어나므로 초기 자람이 나빠질 수 있다. 오히려 수량이 낮아지는 경우도 생긴다. 따라서 마늘 농사는 토양 검정부터 시작하는 것이 순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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