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의 정성으로 키운 단감, 빼어날 수(秀) 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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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의 정성으로 키운 단감, 빼어날 수(秀) 밖에!
  • 조호기 기자
  • 승인 2022.10.05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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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영광군 수농원 박이준·박재훈 부자(父子) 대표

전남 영광에서 9년째 ‘수농원’을 운영하며 7만9339㎡(2만4000평) 규모의 단감 농사를 짓는 박이준 씨와 박재훈 대표는 2대가 함께하는 ‘부자(父子) 농군’이다. 이들은 태추단감을 비롯해 원추, 원미, 연수, 스위트폴리, 봉황 등 다양한 신품종 단감에 관심을 갖고 의욕적으로 재배 면적을 늘리고 있다. 특히 아삭아삭하면서 육즙이 풍부한 태추단감은 가장 애정과 정성을 쏟는 품종. 올해 첫 태추단감을 수확하는 수농원을 찾아보았다.

달갑지 않은 태풍의 북상 소식은 농심(農心)을 까맣게 타들어가게 했다. 평년보다 일찍 찾아온 추석 명절로 인해 적기가 되기 전에 감을 따는 일도 부담인데 날씨까지 수확을 재촉하고 있으니 걱정이 앞설 수밖에 없었다.

태추단감
태추단감

해발 547m의 고성산 앞자락에 위치한 수농원 박재훈 대표는 태풍이 오기 전 일을 마무리하기 위해 서둘러 가족과 함께 단감을 수확하고 선별장에서 상품을 포장하느라 바빴다. 수농원에서 이날 수확한 태추단감은 과피가 얇아 아삭거리는 식감이 좋고 과즙이 많을 뿐 아니라 껍질째 먹기도 편하다는 장점이 있는 품종이다.

농원 곳곳에 설치된 스피커에서는 귀에 익은 노래가 흥겹게 울려 퍼져 노동의 피로감을 줄여주고 있었다. 원래는 조류들의 접근을 막기 위해 설치한 것이었지만 음악을 곁들이니 방문객들의 호응이 좋아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두고 있다는 게 박 대표의 설명이다.

부모님과 아내는 단감을 6과부터 12과까지 크기별로 보기 좋게 담고 상품성이 떨어지는 단감은 별도로 구분하는 일을 반복했다. 포장된 단감을 덮는 종이에 ‘아삭하고 달콤한 맛 저희 수농원에서 재배한 단감입니다’라는 문구가 유독 눈에 들어왔다.

 

전남 영광군 수농원 박재훈 대표와 아버지 박이준 씨
전남 영광군 수농원 박재훈 대표와 아버지 박이준 씨

‘이 단감은 무조건 된다’ 
확신 직접 재배

박 대표가 단감 농사에 발을 디딘 것은 아버지 박이준 씨의 영향이 크다. 30여 년간 농산물 판매상 이력을 지닌 아버지가 박 대표에게 단감 농사 의향을 물은 것이 계기였다.

“고등학교 3학년 때였습니다. 아버지가 ‘앞으로 태추단감 농사를 지으면 괜찮을 것 같은데 한 번 도전해볼 의사가 있느냐’고 물어보시더라고요. 제가 한다면 아버지도 모든 것을 걸고 시도해보겠다는 말도 덧붙이셨죠. 저는 아버지의 제안에 망설이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박 대표는 단감 농사를 위해 한국농수산대학 과수학과에 입학한 데 이어 호주에서 1년간 실습을 하며 선진 농업을 익혔다.

박재훈 대표 아버지 박이준 씨가 수농원의 이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박재훈 대표 아버지 박이준 씨가 수농원의 이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아버지 박이준 씨가 태추단감을 처음 만난 것은 우연이었다. 당시 농산물 판매상이었던 박 씨는 어느 날 광주의 지인이 심은 태추단감을 받아 맛을 보았고, ‘이 품종은 무조건 된다’는 확신이 들었다. 오랫동안 판매상을 하며 다져진 자신의 입맛을 신뢰했기에 곧바로 태추단감을 서울 가락동시장으로 보냈다.“처음엔 검증이 안돼서인지 받아줄 수 없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이건 되니까 믿고 거래처에 한 번 팔아봐라’고 밀어붙였죠. 그랬는데 다음 날 곧바로 전화가 와서는 있는 대로 모두 수확해달라고 하더군요.”

아버지의 태추단감에 대한 확신은 직접 농원을 운영하는 활동으로 이어졌다. 보성에서 3년간 직접 재배에 나선 것이다. 남의 과수원을 임대해 짓는 농사였지만 태추단감으로 성과를 거둘 수 있겠다는 확신을 얻은 시기이기도 했다.

박 씨는 아들이 전문 농부가 되기 위한 과정에 들어가자 곧바로 적절한 농지 물색에 나섰고, 우여곡절 끝에 이곳을 찾았다.

하지만 처음부터 순탄한 것만은 아니었다. 과수원 4만9587㎡(1만5000평) 매입 시 식재됐던 부유단감을 줄이고 신품종을 늘려가는 과정이 녹록치 않았고, 추가로 주변 땅 2만9752㎡(9000평)을 일궈 태추단감을 심느라 허리가 휠 정도였다. 당장 수확이 가능한 부유단감 수목을 없애고 5년 후에야 열리는 품종을 다시 심다 보니 경제적인 부담도 적지 않았다. 애초에 태추단감에 대한 확신이 없다면 불가능한 일이었을지 모른다.

아버지는 특히 아들이 땀과 열정으로 맨땅을 일궈가는 과정을 믿음직스럽게 지켜봤다. 이는 수농원의 ‘대표’ 직함을 기쁜 마음으로 넘겨준 배경이기도 하다. 

 

 

철저한 관리 따른 
고품질 단감 생산

2대가 함께 농사를 짓다 보니 부딪히는 일도 없지 않았다. 학교 교육과 현장 실습을 통해 지식을 습득한 박 대표와 30여 년의 현장 경험을 지닌 아버지의 주장이 엇갈리는 사례가 늘기 시작한 것이다. 아버지는 혁신적이거나 새로운 가능성이 엿보이면 적극 밀어붙이는 반면 박 대표는 안정적이며 수익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는 입장이어서 충돌을 빚곤 했다. 

“처음에는 거의 제 의견대로 했어요. 하지만 지금은 가급적 아들이 원하는 대로 하게끔 양보하는 편입니다. 실패도 소중한 경험이니까요. 저도 실패를 많이 했고, 또 그러면서 느낀 게 많았거든요.”(박이준 씨)

박재훈 대표가 농원에서 태추단감을 수확하고 있다.
박재훈 대표가 농원에서 태추단감을 수확하고 있다.

“아버지와 의견이 다를 때 제 주장을 고집했다가 실패를 한 경험이 많습니다. 교육받거나 현장에서 실습한 것하고는 다를 때가 많더라고요. 덕분에 경제적으로 손해를 많이 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아버지 말씀처럼 모두 소중한 경험이라고 생각합니다.”(박 대표)

박 대표의 단감 재배는 대학에서 가르침을 받았던 전공 교수님과 배연구소 관계자의 도움도 큰 힘이 됐다.

빼어남을 추구하는 ‘수(秀)농원’이라는 이름처럼, 이곳의 가장 큰 장점은 환경친화적 농법 재배와 철저한 관리를 통한 고품질 단감 생산에 있다. 

태추단감의 경우 습하거나 방제에 실패하면 표면에 실금이 생기고 상품 가치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기에 적절한 환경 조성이 필수요소다. 재식 간격도 촘촘하지 않게 유지해주는 데 수확량은 감소하는 대신 양질을 생산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천연 식재료 중 하나인 스테비아를 활용하는 점도 특징이다. 스테비아의 잎과 줄기를 화학 처리없이, 천연 그대로액비로 만들어 영양제처럼 살포하는 데 감의 당도를 높이는 효과를 보이고 있다. 건강에 도움을 주고자 다시마 등 해초류에 많이 포함된 알긴산을 흡착시키는 데도 공을 들이고 있다.

 

포장이 완료된 태추단감은 출하를 통해 소비자에게 공급된다.
포장이 완료된 태추단감은 출하를 통해 소비자에게 공급된다.

2021년 ‘전남도 선도농업인’ 선정 표창
농업과 농촌에 대한 애정과 노력은 박 대표가 전남 선도농업인으로 선정되는 영예로 이어졌다. 그는 지난해 말 전남지사로부터 농가소득 증대와 원예산업 발전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표창을 받았다.

수농원에서 생산한 단감은 매년 최고 등급을 인정받고 있으며 직거래 비율이 40%에 달할 정도로 높다. 

박 대표는 태추단감을 식재하는 농가들이 늘면서 시장질서가 흐려지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태추단감의 특성에 대한 이해도 없이 많은 농가들이 일반 단감과 똑같은 방식으로 재배를 하고 있고, 이들이 무작정 출하한 상품으로 인한 이미지 추락과 시장질서마저 무너지고 있다는 것이다. 

수농원 가족들이 농원 수확한 태추단감을 크기별로 선별하고 있다.
수농원 가족들이 농원 수확한 태추단감을 크기별로 선별하고 있다.

수농원이 이날 수확해 서울로 보낸 단감은 2.5㎏ 단위 250여 상자에 이른다. 태추 단감의 수확 적기가 9월 말부터 11월 초까지여서 당장 많은 양을 내놓을 수는 없지만 추석 상차림용을 겨냥한 첫 출하인 만큼 의미가 크다.

박 대표는 앞으로 신품종 면적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빼어난’ 단감 생산에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생산 농가들과의 교류도 꾸준히 추진해 정보와 기술 습득에도 더욱 열정을 쏟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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