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추 노지재배의 새로운 발상 전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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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추 노지재배의 새로운 발상 전환
  • 이지우
  • 승인 2022.10.05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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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청양군 장귀진 대표

현직 공무원이자 농장주인 장귀진 대표, 그는 올해로 농사를 시작한 지 14년째에 접어들었다. 농업고등학교를 졸업한 그는 여가시간에 취미삼아 조금씩 농사를 하기 시작해 현재 총 1만3223㎡(4000평)를 100% 노지재배로 하고 있다. 일곱 개의 재배포장으로 구성된 그의 밭, 그중 한 개는 청양군농업기술센터의 보조사업으로 지역 농가 3곳을 선발하여 33가지 품종을 식재해  비교포장 연구 중에 있다. 

 

지난여름, 장기간의 늦장마로 많은 고추농가들이 피해를 받은 가운데 장귀진 대표의 농가 역시 적지 않은 영향을 받았다.

“작년에 비해 올해 고추농사는 50% 밖에 안 됐습니다. 봄에 땅이 가물었다가 또 여름철에는 한 달 이상 비가 왔었습니다. 결국 일조량 부족으로 과실이 잘 열리지 못했습니다. 또 여러 고추농가에 탄저병이 돌아 현재 건강한 과실을 볼 수 있는 곳을 찾기 힘든 실정입니다.” 

선도농가로 전국에 입소문이 난 청양의 장귀진 대표의 고추밭. 장 대표의 대표품종은 복합내병계 품종인 사카타코리아의 ‘칼라탄’
선도농가로 전국에 입소문이 난 청양의 장귀진 대표의 고추밭. 장 대표의 대표품종은 복합내병계 품종인 사카타코리아의 ‘칼라탄’

이렇게 수확량이 절반이나 떨어진 것에 비해 가격은 애석하게도 그만큼 오르지 않았다. 올해 건고추 도매시세는 최상품이 600g(1근) 당 1만5000원 내외 정도로 원래는 2만 원이 넘었어야 할 가격이다. 작년 고추농사가 잘 돼 저렴한 가격에 구매해 비축해두었던 묵은 초가 시중에 많이 풀려서 그런 것 같다며 그는 안타까움을 내비쳤다. 또한 국내 소비량의 감소에 대해 아쉬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옛날에는 가정에서 직접 김치를 담가먹었다면, 요즘 사람들은 대부분 시판 김치를 구매해 먹습니다. 배추 값이 많이 올라 직접 담가먹는 것이 더 손해이기 때문이죠. 또한 시판 김치에는 값싼 수입산 고춧가루 비율에 비해 국산 고춧가루는 소량으로 들어가기 때문에 이곳에서조차 소비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아쉬움이 많습니다.” 

 

 

고온장애가 빈번한 하우스재배를 배제하고, 노지에 점적관수를 설치하는 선진적 방식을 도입했다.
고온장애가 빈번한 하우스재배를 배제하고, 노지에 점적관수를 설치하는 선진적 방식을 도입했다.

노지에 점적관수시설 적용해
효과 만점 새로운 농법 구축

고추는 ‘절간’이라고 해서 고추의 마디가 나무의 마디보다 길면 고추가 마디가 넓게 열려서 많이 안 열린다. 하우스재배보다 노지재배의 수확량이 더 많은 이유는 바로 풍부한 일조량으로 고추의 마디가 짧기 때문이다. 장 대표는 이 점을 이용해 그만의 농사법을 구축해냈다.

처음에 그는 하우스재배가 더 잘 된다 생각했지만, 고온 현상 발생으로 하우스재배가 더 안 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생각해 낸 방법이 노지에 점적관수를 설치해 하우스 시설과 똑같이 적용하여 재배하는 것이다. 그 결과 하우스재배와 비교해 지붕만 없을 뿐이지, 오히려 수확량은 더 많이 거둘 수 있었다. 왜냐하면, 하우스 재배의 경우 지붕이 햇빛을 한 겹 더 차단하기 때문에 일조량이 풍부한 노지재배에 비해 수확량이 적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에 이렇게 농사짓는 사람은 아마 5%도 안 될 거예요. 가장 중요한 것은 습도가 적당히 유지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합니다. 처음 밭을 만들 때, 비가 내리면 밖으로 나가도록 배수로를 만드는 것입니다. 적당한 습도가 유지되어야 미생물이 활성화되고, 뿌리가 영양분을 잘 흡수할 수 있습니다.” 장 대표만의 노하우는 이 밖에도 몇 가지 더 존재한다. 

고온장애가 빈번한 하우스재배를 배제하고, 노지에 점적관수를 설치하는 선진적 방식을 도입했다.
노지재배는 땅의 성질을 파악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좋은 습도는 미생물이 활성화되고, 뿌리가 영양분을 잘 흡수할 수 있도록 한다.

고추가 바이러스에 걸리는 이유는 뿌리 활착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장 대표는 고추 농사에 있어서 뿌리 활착 또한 매우 중요하다고 말한다. 

“많은 사람들이 고추는 물이 많이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뿌리 활착을 잘 시키려면 물을 충분히 공급해야 합니다. 특히, 어린뿌리는 수분이 있어도 잘 안 죽습니다. 그래서 수경재배도 가능한 것이죠.”

한편 몇몇의 일반 농가에서 원가지를 빨리 키워 수확 시기를 앞당기고자 곁순을 일찍 따는 것에 대해 장 대표는 반대 입장을 내놓았다. “어떤 작물이든 잎이 많아야 광합성 작용을 통해 영양분을 축적 시킬 수 있습니다. 이것도 역시 뿌리 활착과 관련이 있습니다. 처음에 많은 잎을 확보하여 영양분을 충분히 흡수하면 원가지의 비대는 적은 대신 대가 굵어집니다. 즉, 뿌리가 많아지기 때문에 마디가 한 마디라도 더 나오지만, 곁순을 미리 제거하면 영양분 부족으로 뿌리 활착이 잘 안됩니다.”

올해도 어김없이 탄저병이 돌아 장 대표의 농가에는 농업기술원을 비롯해 각 시·군에서 자문을 구하는 이들이 많이 찾아왔다. 그는 병해충에 약한 고추의 특성상 방제의 중요성에 대해서 언급했다. 

“약은 무조건 엽면살포를 하는 것이 좋고, 정확하게 골고루 묻는 것이 중요합니다. 저 같은 경우, 안개분사형의 노즐을 사용하는데 쓰이는 양은 3분의 1이 줄고, 약 주는 시간도 절반가량 감소해 효율이 큽니다. 특히, 총채벌레나 담배나방은 꽃 속을 방제해야 하기 때문에 미세분사형 노즐을 사용하면 직선형보다 방제효과가 훨씬 높습니다.”

 

장 대표는 언제나 열린 마음으로 유능한 후배 농업인 배출을 위해 후진 양성에 힘을 쏟을 것이라 말한다.
장 대표는 언제나 열린 마음으로 유능한 후배 농업인 배출을 위해 후진 양성에 힘을 쏟을 것이라 말한다.

14년 경험의 노하우를 바탕으로 
후진 양성에 힘 쏟을 것

농촌진흥청에서 귀농·귀촌 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교육한 적도 있는 장 대표는 지역에서 알아주는 농가이다. 매년 변동이 있겠지만, 그의 연간 매출액은 1억5000만 원 이다. 그는 올해 초부터 그간의 경험을 바탕으로 청양군, 태안군 등 몇몇 농가들에게 무료로 현장 컨설팅을 진행하고 있다.

“영농교육을 하면서 많은 분들을 만났지만, 농수산대학교 나온 한 젊은 청년농부가 가장 기억이 납니다. 첫 농사로 6611㎡(2000평)의 하우스재배를 하고 있었는데, 이미 저에 대해 잘 알고 있었습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예전에 담당 교수님께서 저희 농장으로 찾아가 보라고 추천해 주셨고, 그 교수님은 충청북도 고추연구회 회장직을 맡아 이미 저희 농가에 한 번 방문하신 적이 있으시더라고요. 그렇게 인연이 닿아서 이제는 조금의 문제가 있어도 전화 올 정도입니다.” 
자신의 노하우를 필요한 이들과 함께 아낌없이 공유하고 있는 장 대표는 앞으로도 유능한 후배 농업인들의 배출을 위해 후진 양성에 힘을 쏟을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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