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고 아삭한 식감, 우리 배 설원을 아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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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고 아삭한 식감, 우리 배 설원을 아시나요”
  • 월간원예
  • 승인 2022.10.05 1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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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익산시 참배농장 이준우 대표

이준우 대표는 우리 신품종 배를 생산하는데 땀을 쏟고 있는 ‘열혈 농사꾼’이다. 지난 25년 여 동안 슈퍼골드와 조이스킨, 만풍 등을 재배하면서 우리 배의 우수성을 알리는 데 주력해왔다. 초록빛 설원 역시 이 대표가 애정을 쏟는 배 중 하나. 생김새부터 맛에 이르기까지 독특하고 개성이 돋보여 관심을 갖는 이들이 많은 품종이다. 올해 첫 설원 수확일을 맞은 익산 참배농장을 찾아보았다.

신품종 ‘설원’은 일반 갈색 배와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다. 크기는 갈색 배와 큰 차이가 없는데 표면의 녹색이 두드러졌다. 껍질에 점점이 박힌 점들은 주근깨 같기도 하고, 작은 씨앗들을 마구 흩뿌려놓은 것 같기도 했다. 비슷한 품종으로 슈퍼골드나 조이스킨이 있지만 일반인들은 자주 접할 기회가 없었던 만큼 호기심을 자극할 수밖에 없었다.

‘설원’이라는 이름은 과육이 눈처럼 깨끗하고 모양이 둥글다는 의미에서 비롯된 명칭이다. 배를 집중해 바라보면 마치 한겨울 아침 하얗게 뒤덮인 설원에 첫 발자국을 남길 때와 같은 설렘이 있었다. 더욱이 이날은 이 대표가 설원을 세상으로 내보내는 첫날이기도 했다. 

이준우 대표가 운영하는 참배농장은 모두 합쳐 1만3000㎡(4000여 평) 규모다. 화산과 만풍, 그린시스, 슈퍼골드, 조이스킨 등 대부분 우리 신품종 배가 주류를 이루는데 이 중 설원은 80여 주에 달한다. 4000평의 농장에서 80여 주라면 미미하다고 할 수도 있지만 본격적인 설원 생산의 ‘첫발을 뗐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할 수 있다.

작년과 재작년의 경우 수확한 양이 많지 않아 시장에 내놓을 형편이 못됐다는 게 이 대표의 설명이다. 첫 수확량은 자체 검증을 위해 가족들이 먹었고, 이듬해는 주변 사람들에게 나눠주거나 또 다른 일부는 지인을 통해 소량 판매를 하기도 했다.

이준우 참배농장 대표가 녹색배 설원을 수확하고 있다.
이준우 참배농장 대표가 녹색배 설원을 수확하고 있다.

이 대표가 설원을 처음 식재한 것은 6년 전이다. 전라북도농업기술원측으로부터 유목 한 그루를 선물로 받은 것이 계기였다. 

“설원 한 그루를 심고 난 후 2020년쯤 처음 배를 먹게 됐는데 곧바로 좋은 품종이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과육도 튼실한데다 아삭한 식감에 당도도 높더라고요. 그래서 욕심이 생겼고 작년부터는 조금씩 식지를 늘려가기 시작했죠.”

하지만 당장 원하는 묘목을 구할 수는 없었다. 이 대표는 기존에 있는 나무를 활용해 접목을 하는 등의 방식으로 나무를 키워나갔다. 이 과정에서 전북농업기술원과, 익산시농업기술센터, 배연구소 관계자의 도움을 받기도 했다.

 

설원은 과중 520g, 당도 13.7Brix, 산미 0.1%로 과육이 아삭하고 당도가 높으며, 갈변이 늦어 저장성이 뛰어나다.
설원은 과중 520g, 당도 13.7Brix, 산미 0.1%로 과육이 아삭하고 당도가 높으며, 갈변이 늦어 저장성이 뛰어나다.

갈변 늦어 오랫동안 
순백 과육색 유지

이 대표는 설원의 대표적인 장점으로 갈변이 늦다는 점을 꼽는다. 배의 경우 껍질을 깎고 조각으로 나눴을 때 일정한 시간이 지나면 색이 변하는 갈변이 오는데 설원은 그 속도가 훨씬 더디다. 일반 갈색 배에 비해 오랫동안 순백의 과육색을 유지하는 셈이다. 이는 갈변을 촉진하는 효소의 활성도가 낮은 것이 원인이라고 한다. 조각과실로 나눠 5℃에서 저장했을 때 최대 15일까지 색이 변하지 않는다. 

이처럼 한꺼번에 잘라놓아도 언제든 신선하게 즐길 수 있다는 장점은 그동안 혼자 먹기에는 부담스럽다고 여겼던 소비자들의 인식을 바꿀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컵 과일이나 후식용 간식 등 새로운 소비 촉진의 계기가 될 수도 있다.

원(왼쪽)과 조이스킨은 색깔과 생김새가 비슷하지만 크기가 달라 함께 비교하면 금방 알 수 있다.
설원(왼쪽)과 조이스킨은 색깔과 생김새가 비슷하지만 크기가 달라 함께 비교하면 금방 알 수 있다.

“설원 표면의 녹색이 유사한 다른 품종에 비해 오랫동안 유지되는 점도 눈에 띕니다. 슈퍼골드의 경우 성숙 후 1~2개월이면 녹색이 모두 빠지는 데 설원은 3개월 이상 유지되거든요. 과육이 충실해 수확량이 많고 가격 역시 일반 갈색 배에 비해 높아 전망은 밝다고 할 수 있죠.”

이 대표가 이날 수확한 설원의 양은 6상자 분량. 추석을 앞두고 익산원협의 유통망을 통해 전국 주요 공급처에 배송할 예정이다. 아직은 소비자들의 인지도가 낮기 때문에 판매보다는 홍보에 주력한다는 생각이다.

이 대표는 참배농장 배 품종 가운데 70% 가량을 슈퍼골드와 설원 등의 녹색 배로 바꿔 갈 예정이다. 생산량과 가격 면에서 경쟁력이 높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특히 설원의 경우 숙기가 9월 상순이어서 추석이 빠르지 않은 해에는 시기에 맞춰 출하가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녹색 배가 농사짓기가 수월하지만은 않습니다. 편하게 일하고 수입을 늘릴 수 있겠다고 만만하게 생각하고 달려들다간 큰코다치기 쉬워요. 수확 시기만 해도 설원은 살짝 덜 익었을 때 따는 게 제일 좋은데 노하우를 갖지 않으면 적절한 타이밍을 맞추기 어렵거든요. 서서히 양을 늘려가면서 장점과 단점을 파악해가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참배농장 선과장
참배농장 선과장

이 대표가 바라는 것은 우리 신품종 배에 대한 소비자의 인식 확산과 유통 체계 개선이다. 원협이나 연구소, 기술센터 등에서 적극 홍보에 나서고는 있지만 아직까지 우리 신품종 배에 대한 인식이 만족할만한 수준에 이르지 못하고 있고 시장에서 소비자들이 생소하게 느끼는 사례가 많은 것이 현실이다.

도매가와 소매가의 차가 큰 만큼 유통 체계 개선을 통해 공급자와 소비자에게 더 이익이 돌아가면 좋겠다는 바람도 갖고 있다. 숙련되고 검증된 품종만을 추구하기보다 자신만의 맛을 만들고 찾아가는 도전은 언제나 아름답다. 이 대표는 앞으로도 ‘우리 배 전도사’가 되어 그 우수성을 알리고 적극 홍보해나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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