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父子)가 부자(富者)를 꿈꾸며 키운 단감
상태바
부자(父子)가 부자(富者)를 꿈꾸며 키운 단감
  • 김만선
  • 승인 2022.10.31 14:5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전남 영암군 젊은농부농원 박천호 씨-박문수 대표

전남 영암의 대표 명산인 월출산 품에 자리잡은 ‘젊은농부농원’은 가족형 과수원이다. 박문수 대표가 아버지 박천호 씨와 함께 2.4ha(7200평) 면적에 13년째 땅을 일구며 단감과 떫은감을 생산하고 있다. 특히 단감 품종 중 ‘감풍’은 크기가 크고 육즙이 풍부한데다 식감까지 뛰어나 소비자의 입맛을 사로잡을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점차 재배 면적을 늘리고 있다. 올해 첫 감풍을 수확해 출하하는 젊은농부농원을 찾았다.

농원은 평온했다. 굳이 내세우지 않고 서 있어도 산세와 아름다운 경관이 드러나는 월출산을 닮은 것 같았다. 노랗고 붉은 얼굴을 뽐내며 주렁주렁 매달린 감들, 무게를 감당하지 못해 허리가 접혀도 열매를 놓지 않는 억척의 가지들, 적당한 간벌로 여유롭고 질서 있게 늘어선 건강한 나무들이 농원의 오늘을 이야기해 주고 있었다.

젊은농부농원은 단감과 떫은감이 절반 가량씩을 차지하고 있다. 단감은 부유, 상서에 신품종인 감풍, 원추 등이 있고, 떫은감은 갑주백목 품종이 주류를 이룬다.

젊은농부농원 박문수 대표(좌)와 박천호 씨(우)가 감풍단감을 분주히 수확하고 있다.
젊은농부농원 박문수 대표(좌)와 박천호 씨(우)가 감풍단감을 분주히 수확하고 있다.

수줍은 듯 웅크리고 있던 나무들이 생기를 띠기 시작한 것은 박천호 씨와 박문수 대표의 발자국 소리를 들으면서부터였다. 두 사람은 오늘 수확해야할 양이 얼마인지, 어디에서 작업을 할 것인지 등을 의논한 뒤 걸음을 옮겼다. 분주한 손놀림에 맞춰 바구니는 빠르게 감으로 채워졌고, 운반차가 감당해야 할 무게도 조금씩 더해졌다. 

박문수 대표가 농원에서 감풍단감의 장점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박문수 대표가 농원에서 감풍단감의 장점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끊임없이 공부하고 늘 새로운 도전
박 대표가 감 농사에 본격적으로 발을 디딘 것은 한국농수산대학교를 졸업한 지난 201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일반 인문계고등학교에 재학하던 중 진로를 고민하다 농업에 관심을 갖게 됐고 한국농수산대를 선택했다. 이 과정에서 박 대표를 이끈 사람은 아버지 박천호 씨였다.

“제가 멀리뛰기와 높이뛰기를 잘했거든요. 광주에서 열리는 대회에서 1등을 많이 했습니다. 운동선수를 하고 싶었는데 부모님이 말리는 바람에 못했어요. 아마 비인기 종목이어서 걱정을 많이 하셨던 것 같습니다. 그때 아버지가 농업 쪽으로 한번 도전해보면 어떻겠느냐, 하셔서 방향을 전환하게 됐죠.”

박천호 씨는 농산물 유통업의 베테랑이다. 광주에서 35년간 중매업을 하면서 수많은 농산물을 접했고, 그것이 직접 농사에 뛰어든 바탕이 됐다. 박 씨는 지난 2001년 나주에 농지 2만6446㎡(8000평)를 구입했고 ‘부자농장’이라는 상호로 배 농사를 시작했다. ‘부자’는 ‘재물이 많은 사람(富者)’과 ‘아버지와 아들(父子)’을 가리키는 이중적 의미를 담고 있다.

박천호 씨는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박 대표가 농업에 종사할 것을 권유한 데 이어 땅을 구입하고 명의를 등록해 자립할 수 있도록 했다. ‘박문수’라는 이름으로 직접 감 농사를 짓고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한 것이다. 

나주에서 배를 재배하고, 영암에서 감 농사를 짓는 이유는 수확기를 다르게 하기 위해 선택한 결정이었다. 배와 감은 추석 전과 후로 출하 시기가 나눠지기 때문에 때에 맞춰 집안 일손을 적절히 집중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

박문수 대표가 농원에서 감풍단감의 장점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박문수 대표가 농원에서 감풍단감의 장점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수확량 많고 품질 우수해 고수익 기대
박천호 씨와 박 대표가 운영하는 농원의 두드러진 특징은 늘 끊임없이 공부하고 새로운 도전을 한다는 점이다. 이들은 지난 2006년 농산물품질관리사 자격시험에 나란히 합격해 자격을 획득했다. 

“자격증을 어디에 활용한다기보다 농산물 재배 과정부터 수확 후 관리까지 모든 과정을 알게 된다는 게 가장 좋은 점입니다. 사과나 배부터 포도, 자두 등에 이르기까지 과수에 대해서는 거의 다 안다고 할 수 있죠. 이런 모든 것을 잘 알고 농사를 짓는 것과 모른 체 무작정 시작하는 것은 많은 차이가 있거든요.”(박천호 씨)

지난 2015년 박천호 씨의 제안으로 단감 신품종인 ‘감풍’을 심은 것도 ‘새로운 도전’ 중 하나였다. 하루가 다르게 신제품이 쏟아져나오는 전자제품처럼 농사에도 현재에 안주하지 않고 신품종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박 대표의 판단도 한몫을 차지했다. 

감풍은 평균 무게가 417g에 달할 정도로 크고 당도도 15Brix로 높다. 과육이 배처럼 아삭할 뿐 아니라 과즙도 풍부해 식감이 매우 좋은 점이 특징이다.

감풍단감은 크기가 크고 당도가 높을 뿐 아니라 과즙이 풍부해 식감이 뛰어나다. 감풍단감(왼쪽)과 상서단감.
감풍단감은 크기가 크고 당도가 높을 뿐 아니라 과즙이 풍부해 식감이 뛰어나다. 감풍단감(왼쪽)과 상서단감.

박 대표가 감풍의 가장 큰 매력으로 꼽는 부문은 대과종이라는 점이다. 젊은농부농원이 가족형으로 운영되다 보니 과일이 클수록 수확량이 많고, 생육이 좋다면 도매시장에서도 높은 가격을 받을 수 있다는 기대가 컸다. 박 대표는 가장 바람이 잘 통하는 밭의 가운데 길을 따라 감풍 180주를 심었다. 지금은 다른 감나무와 접목도 하고 있어 그 수는 점차 늘고 있는 추세다.

청년농부농원은 사람과 나무에 해로운 약제를 전혀 사용하지 않는다. 제초제의 경우 인체에 이롭지 않다는 것을 알기에 아예 이용하지 않으며, 퇴비도 냄새가 나지 않고 좋은 것만을 골라 뿌리고 있다.

양지바른 곳에 위치해 일출부터 일몰까지 따뜻한 햇볕을 받을 수 있고, 15℃가량 경사가 있어 배수와 이동이 쉽다는 장점도 빼놓을 수 없다. 12년 전부터 영농일지를 꾸준히 작성하고 대학이나 연구소에서 운영하는 교육과정에 적극 참여해 공부를 쉬지 않는 것도 청년농부농원 감이 최고로 인정받는 비결이다.

 

신품종, 소비자 인식 낮아 홍보 필요
박천호 씨와 박 대표는 특히 농산물시장에 가서 과일을 직접 보고 장·단점을 비교해보는 일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많은 농가들이 ‘우리 것이 최고’라고 목소리를 높이지만 이는 대부분 자신을 과신하는데서 비롯된 맹목적인 주장인 경우가 많다. 시장에 가서 다른 농원과 우리 농원 상품을 비교해 볼 때 비로소 자기 농장 상품의 현주소를 알 수 있다는 것이다. 그뿐 아니다. 잘 팔리는 상품과 그렇지 못한 과일은 어떤 차이가 있는지, 포장은 어떤 방식으로 하는 게 좋은지 등을 한 눈에 살펴볼 수도 있다. 

감풍단감은 크기가 커서 금방 바구니를 가득 채운다.
감풍단감은 크기가 커서 금방 바구니를 가득 채운다.

박 대표는 배연구소의 도움으로 서울의 한 업체에 2.5㎏들이 300상자의 감풍을 납품하기로 하고 분주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감이 워낙 크다 보니 박 대표와 박천호 씨가 지니고 있는 바구니는 금방 가득 차고, 다시 운반차의 큰 바구니로 옮겨진다. 현재까지는 감풍 수가 많지 않고, 조수해 등의 영향으로 출하가 어려운 과일도 있어 수요를 맞출 수 있을지 걱정이라는 게 박 대표의 설명이다.
“감풍이 장점이 많은 품종인데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소비자들의 인식이 낮은 형편이어서 안정적인 판로 확보를 위해서는 더욱 많은 홍보가 필요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감풍의 완숙기에 샤인머스캣 등 당도가 많은 과일들이 함께 시장에 나오기 때문에 경쟁력을 갖추는 노력도 필요할 것 같아요.”
박 대표는 아버지와 함께 앞으로도 꾸준히 공부하면서 신품종 면적을 확대해 소비자 눈높이에 맞는 감을 생산할 예정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