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텃밭에 무슨 비료를 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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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텃밭에 무슨 비료를 줄까?
  • 김예지
  • 승인 2022.11.06 16: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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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산재가 농사에 도움이 될까?

아이슬란드에서 엄청난 화산 폭발이 일어났던 2010년 4월 중순, 필자는 튀니지의 수도 튀니스에서 발이 묶였다. 한국 국제협력단(KOICA)의 전문가로 농업기술을 이전하고 귀국하는 길이었는데 공중을 날아다니는 화산재 때문에 비행기가 파리로 가지 못했다. 5일이나 기다리다 두바이 공항을 거쳐 겨우 돌아왔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열흘 이상 이착륙이 금지되었던 파리 공항에서 발이 묶였더라면 완전히 거지꼴이 될 뻔했다.

돌아와서 우리 동네 농사를 짓는 전 노인을 만났다. 화산재 때문에 늦었다고 하자 그가 이렇게 말했다.

“화산재가 떨어진 곳은 농사가 잘될 거요.”

“왜요?”
“옛날 우리 어려서는 나뭇재로 농사를 지었다. 호박 구덩이나 콩을 심을 때 넣으면 아주 농사가 잘 되었지. 화산재도 재니까 그럴 거 아니겠소?”

하지만 이것은 그저 추측일 뿐, 나뭇재는 거름으로 쓰기 좋지만, 화산재는 거름은커녕 오히려 농사를 망친다.
재 안에는 그 식물이 살아생전 빨아먹었던 온갖 양분들이 고스란히 들어 있다. 그래서 식물영양학의 비조인 리비히(Justus Freiherr von Liebig, 독일의 화학자)는 어떤 식물이든지 재를 분석하면 그 식물이 필요로 하는 양분의 종류며 양을 알 수 있다고 했다.

그러나 이 주장에는 두 가지 잘못이 있다. 타는 동안 질소와 황은 공기 중으로 날아가 재속에는 남아 있지 않는다. 칼륨은 흙 속에 있기만 하면 필요 이상을 빨아들이기 때문에 재에 있는 양이 적당하다고 볼 수 없다. 어쨌거나 칼륨, 인, 칼슘, 마그네슘, 각종 미량원소 등 많은 양분이 들어 있어서 비료가 귀하던 시절에는 물론, 지금도 좋은 비료임에는 틀림없다.

화산재는 이와 반대로 폭발할 때 구멍 주변 수십 킬로미터에 이르는 깊은 곳의 바위가 고열에 타서 가루가 되어 날아가는 것이므로 그을린 돌가루 그 자체다. 이 재가 앞에 떨어지면 숨구멍이 막히고, 빛을 가려 광합성을 할 수 없다.

식물이 자라는 데 꼭 필요한 유기물도 전혀 없고 철과 알루미늄만 많이 들어 있어서 땅 위에 덮이면 문제가 심각하다. 말하자면 비옥도가 낮은 데다 알루미늄이 인산을 만나면 쓸모없는 꼴로 만드는 바람에 보통 흙의 7배나 많은 인산비료를 주어야 농사를 지을 수 있다. 또 가벼워서 바람에 잘 날린다. 주로 화산회토인 제주도 밭에 돌로 둑을 높이 쌓아 놓은 이유도 이 때문이다. 화산재로 농사를 지으려면 아마도 수백 년은 기다려야 제대로 된 흙이 될 것이다.

 

삼복더위는 뿌리도 견디기 힘들다
지난해 여름 더위가 36℃를 오르내렸다. 그 무더위에 뿌리는 괜찮을까? 기온이 올라가면 지온도 따라 올라간다. 뿌리 역시 생물인지라 더위에 스트레스를 받게 마련이다.

더위에 가장 약한 작물은 섬유 작물인 아마이다. 아마는 지온이 21℃만 되어도 자람이 나빠진다. 이에 비해 가장 강한 작물은 옥수수로 37℃까지 견딘다. 콩, 딸기 등 대부분의 작물들은 32℃까지는 견디지만 대부분 25~30℃에서 뿌리가 가장 잘 자란다. 35℃에 가까워질수록 점점 나빠지고 그 이상이 되면 거의 자람을 멈춘다.

기온이 36℃가 되면 10cm 깊이 지온은 32℃, 기온이 40℃에 육박하면 흙은 33℃가 된다. 지온이 높아지면 뿌리는 활력이 떨어져서 물과 양분의 흡수력도 같이 떨어진다. 이렇게 물 흡수가 떨어지면 흡수에 가장 큰 타격을 받는 성분이 칼슘(Ca)이다. 칼슘은 흡수라든지 체내 이동 면에서 전적으로 물에 의존하기 때문에 물이 적게 올라오면 결핍증이 일어난다.

토마토는 배꼽이 썩고, 고추는 끝이 썩고 곡과가 생기며 씨도 검게 변한다. 수박과 참외 같은 과채류는 당도가 떨어지면서 기형과가 생긴다. 특히 참외는 발효과(겉으로는 이상이 없지만 속이 상한 경우)가 생긴다. 물론 전체적으로 품질이 떨어지기 쉽다. 따라서 칼슘 결핍이 예상되면 칼슘 엽면시비가 필요하다. 따라서 한 여름 더위에 가능하면 흙의 온도가 30℃ 이상으로 올라가지 않도록 해 주는 것이 좋다.

하루 중에 지온이 가장 높은 시각은 오후 2~4시 사이인데, 무려 지온이 37℃까지 올라가고, 투명 비닐을 덮은 흙은 무려 43℃까지 올라간다. 짚으로 덮은 곳은 33℃에 그쳐서, 지온이 올라가는 것을 막으려면 짚이나 왕겨, 흑색 비닐 등으로 덮는다.

흑색 비닐로 덮으면 지온이 올라가는 것으로 오해하고 있다. 햇빛이 흙에 직접 닿는 것을 막아 짚을 덮어 준 것 같이 3~4℃ 낮춰 준다. 한여름 지온상승을 막는 또 다른 방법은 녹비 재배나 잡초 놓아두기, 물대기 등인데 이 중에 가장 좋은 방법은 물대기이다. 물처럼 지온 변화를 막아 주는 것은 없다.

겨울 동안에도 피복을 해 주면 2~3℃는 보통 높고 경우에 따라서는 4℃까지도 높다. 칼바람이 흙에 직접 닿지 않도록 하기 때문이다.

겨울 동안 피복의 또 다른 중요한 장점은 양분이 가장 많은 표토를 바람과 물로부터 보호할 수 있다는 점이다. 만일 겨우내 맨땅으로 놓아두지 않고 녹비를 심으면 지온을 높이고, 바람에 의한 겉흙의 손실을 막을 수 있다. 빗물이나 눈·물에 의한 양분의 손실까지도 막아 주면서 녹비도 만들 수 있어 일석사조의 이득을 얻을 수 있다. 빗물이 흙 속의 양분을 녹여 지하로 끌고 내려가는 과정에서 뿌리가 가로채서 빨아먹기 때문에 손실을 막을 수 있는 것이다.

 


글=이완주

토양병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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