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도·저장성 잡은 스테비아 농법… ‘골드’가 주렁주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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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도·저장성 잡은 스테비아 농법… ‘골드’가 주렁주렁
  • 김만선
  • 승인 2022.11.28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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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보성군 회천 키위 하종윤-하진경 부자(父子)

전남 보성군은 ‘대한민국 키위 1번지’다. 보성 키위는 지난 1980년 초부터 조성면에 과원이 조성되기 시작해 40년이 넘는 역사를 지니고 있으며 지금은 지역 전체에서 생산되고 있다. 키위 재배 농가는 400여 곳에 이르고 면적 역시 252㏊로 전국에서 가장 넓다.
하종윤 씨는 ‘보성 키위’ 명성의 토대를 이룬 주인공이다. 그는 다른 농업인보다 앞서 키위에 관심을 갖고 재배에 나섰으며, 10년 전부터는 아들 하진경 씨도 함께 힘을 보태고 있다. 맛있게 익어가는 보성 키위를 수확하느라 하루가 짧은 보성 회천 키위 하종윤 씨 농장을 찾았다.

아열대식물인 키위를 처음 접한 것은 25살 때인 1980년이었다. 뉴질랜드에서 묘목을 수입해 전남 해안가를 중심으로 육성하고 있는 한 회사를 소개받은 것이 계기였다. 키위에 대한 정보를 얻으면서 가장 매력을 느낀 점은 과일 하나의 가격이 1500원이라는 사실이었다. 당시 쌀 한 가마니(80㎏) 가격이 3만5000~4만 원이었으니, 과일 25개 안팎이면 그 돈을 벌 수 있는 셈이었다. 
한 나무에 무려 1000개에서 1200개의 과일이 열린다는 점도 마음을 끌었다. 굳이 손가락을 구부려 셈을 하지 않더라도 꽤 많은 돈을 벌 수 있다는 판단이 섰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오늘날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가난했고, 일자리를 찾아 대도시로 향했던 시절이었다.
“쌀 한 가마니 가격과 비교할 때 많은 돈을 벌 수가 있을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처음 시작할 때 목표가 1000주였죠. ‘천석꾼, 만석꾼’ 하는데 당시에는 한 면(面)에 한두 집 있을까 말까 할 정도로 드물었잖아요. ‘이 일을 하면 천석꾼이 될 수 있겠다’ 생각해서 그 목표를 갖고 25살에 시작을 했습니다.”(하종윤 씨)

전남 보성군 회천면에 위치한 하종윤(우)·하진경(좌) 부자의 키위농장.
전남 보성군 회천면에 위치한 하종윤(우)·하진경(좌) 부자의 키위농장.

43년째 키위 재배하는 베테랑 농업인
올해로 43년째 키위 농사를 짓고 있는 하 씨 농장은 6만6116㎡(2만평)에 달한다. 뉴질랜드에서 그린키위 묘목 60그루를 수입해 첫발을 뗀 이후 점차 규모를 늘렸다. 하 씨에게 새로운 전환점이 된 것은 ‘골드키위’가 등장하면서부터였다. 가격 면에서 그린 품종의 두 배에 달했기에 재배에 대한 욕심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묘목 구하는 일이 쉽지 않았다. 뉴질랜드에서 수입한 회사가 제주도에만 보급할 뿐 육지의 농가에는 제공을 꺼렸기 때문이었다.
하 씨의 골드키위 재배에 대한 희망은 국내 기술원에서 한라골드와 제시골드 해금골드 등 세 품종을 개발하면서 실현될 수 있었다. 그는 2010년 경 전남농업기술원에서 육종시킨 해금골드를 무상으로 분양받아 재배를 시작했다.

하종윤 씨가 수확한 키위는 ‘보성 황금 골드키위’ 브랜드로 소비자를 찾는다.
하종윤 씨가 수확한 키위는 ‘보성 황금 골드키위’ 브랜드로 소비자를 찾는다.

하 씨의 골드키위가 주목을 끈 것은 지난 2020년이다. 그는 친환경농자재인 스테비아 농법으로 당도를 크게 높이면서 소비자들의 입맛을 사로잡는 성과를 거뒀다. 스테비아는 남아메리카가 원산지인 국화과 허브식물로, 설탕보다 200~300배의 단맛을 내는 스테비오사이드를 다량 함유하고 폴리페놀과 플라보노이드, 비타민 등 다양한 항산화성분을 갖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하 씨가 스테비아 농법을 활용할 수 있었던 데에는 한국스테비아(주) 직원들의 도움이 컸다. 인근에 스테비아를 도입한 법인이 있다는 소식을 접했으나 그 기술을 공유하지 않아 애를 태우던 중이었다. 
그는 전체 키위 재배면적 가운데 9900㎡(3000평)에 시범적으로 당도와 항산화성분을 이용한 4종 복합비료와 영양제 등의 스테비아 농자재를 사용했고 이는 곧바로 저장성과 당도를 높이는 결과로 이어졌다. “그 해에 기상 조건 등이 맞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맛은 평년 수준보다 훨씬 더 좋았다”는 게 하 씨의 설명이다.

“어떤 작목이든 땅심 기르는 일 중요”
하 씨가 키위 농사에 성과를 거두면서 아들 진경 씨도 힘을 보탰다. 하진경 씨가 아버지와 함께 키위 농사를 시작한 것은 지난 2013년으로, 대학 졸업을 1학기 앞둔 시기였다. 당초 농업교육과를 졸업한 후 교사의 길을 걷고자 했던 진경 씨는 학교 교육과 아버지가 땀 흘리는 농촌 현장을 두루 체험하며 키위 농업인이 되기로 결심했다.

하진경 씨가 친환경 재배 기술과 관련해 어떤 작목이든 땅의 힘을 기르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이야기하고 있다.
하진경 씨가 친환경 재배 기술과 관련해 어떤 작목이든 땅의 힘을 기르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이야기하고 있다.

“학생들은 국가에서 많은 지원을 받거든요. 1학년의 경우 기숙사까지 무상으로 이용할 수 있으니까요. 그런데 그 좋은 시설에서 교육을 받은 학생 가운데 자영농이 한 명도 나오지 않는 거예요. 공무원이나 기업 등에 취업하는 길을 택하는 거죠. 그런 모습을 보면서 자연스럽게 농업에 애정을 갖게 된 것 같아요.”(하진경 씨)
진경 씨가 관심을 갖고 실천하는 농사는 농업 연구기관인 ‘자연을닮은사람들’(이하 ‘자닮’)이 추구하는 농법을 바탕으로 한다. 자닮은 유기농업기술 전문 사이트를 개설해 친환경 농민들의 기술을 소개하고 ‘초저비용농업’을 창안하기도 했는데 진경 씨는 친환경 농약 제조 등에 적극 활용하고 있다. 
진경 씨는 자닮의 유기농법이 우리나라 농업을 살리는 바람직한 대안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농사라는 게 한 해만 짓고 접는 것이 아닌 만큼 어느 작목이든 ‘땅심을 기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하 씨 농장의 경우 오랜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키위 나무가 죽어가는데 그에 대한 해법으로 실천하는 것이 미생물 배양을 통한 땅 살리기였다. 땅을 살리는 것이 결국 나무를 살리고, 사람을 살리는 길이 된다는 얘기다.
보성 키위 농가는 11월이 되면 수확을 위해 분주해진다. 반면 하 씨 농장의 수확기는 일반 농가와 달리 10월 초부터 11월까지 두 달간 이어진다. 키위를 한 번에 수확하지 않고 색도에 맞춰 지속적으로 따서 판매하기 때문이다. 

골드키위는 적절한 시기에 수확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육안으로 판별하기가 쉽지 않다. 사진 왼쪽부터 차례로 수확해서는 안되는 키위, 수확 적기로 저장 후 판매 가능한 키위, 당도가 높아진 상태로 한 달 내 소비가 돼야 하는 키위.
골드키위는 적절한 시기에 수확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육안으로 판별하기가 쉽지 않다. 사진 왼쪽부터 차례로 수확해서는 안되는 키위, 수확 적기로 저장 후 판매 가능한 키위, 당도가 높아진 상태로 한 달 내 소비가 돼야 하는 키위.

색도측정기 보급 절실 국가 지원 필요
하 씨 부자는 키위의 색도를 알고 수확하는 일이 매우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겉으로 드러난 색으로만 판단하기가 쉽지 않다 보니 일부 농가의 경우 너무 이른 시기에 수확해서 공급하고 있고, 이는 소비자에게 ‘맛없는 과일’이라는 인식을 심어주는 부작용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하 씨 부자는 국가의 지원을 통한 ‘색도측정기’ 보급이 시급하다고 보고 있다. 색도측정기를 사용하면 키위의 숙기와 출하 시기를 알 수 있어 농가들에게 큰 도움이 될 전망이다.
“골드키위 익는 과정이 녹색에서 점차 노란색으로 바뀌거든요. 그런데 수확을 잘못해버리면 소비자 입장에서는 골드키위가 아닌 그린키위가 돼요. 여기서부터 불신이 생기거든요. 색도측정기가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는데 비용이 문제입니다. 우리나라 키위 산업 수준을 높이려면 국가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봅니다.”(하진경 씨)

‘보성 황금 골드키위’는 3㎏, 5㎏, 10㎏ 등으로 나눠 판매된다. 포장지에는 후숙 과일인 키위의 보관방법, 섭취 시기 등에 대한 정보를 담아 이해를 돕고 있다.
‘보성 황금 골드키위’는 3㎏, 5㎏, 10㎏ 등으로 나눠 판매된다. 포장지에는 후숙 과일인 키위의 보관방법, 섭취 시기 등에 대한 정보를 담아 이해를 돕고 있다.

하 씨의 농원에서 수확한 과일은 ‘보성 황금 골드키위’ 브랜드로 제품을 판매 중이다. 일부는 대형 식품회사에 납품하고 또다른 일부는 온·오프라인을 통해 소비자들에게 공급하는데 당도와 숙기를 맞춰 내놓기 때문에 판로에는 어려움이 없다.
하 씨 부자는 보성 키위가 전국적으로 명성을 얻고 있는 데는 자치단체의 뒷받침이 한몫을 차지하고 있다고 말한다. 

보성군은 녹차, 꼬막과 함께 키위를 지역 대표 작목으로 꼽고 다양한 지원을 하고 있다. 청년 귀농의 경우 정착을 위한 도움을 아까지 않고 있으며 기존 농업인은 과수 농업에 필요한 농자재나 시설 구입 시 비용의 50%를 자체 예산으로 지원한다.

올해로 두 번째를 맞은 보성키위축제도 빼놓을 수 없다. 지난달 18일부터 이틀간 치러진 행사에는 전국 곳곳에서 찾은 많은 관람객들에게 ‘보성키위’의 우수성을 알리는 계기가 됐다. 
하 씨는 “보성에서 키위를 재배하면 희망이 있다”면서 “농촌 인구가 고령화되고 있는 만큼 많은 청년들이 보성을 찾아 정착하면 좋겠다”는 바람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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