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 소비촉진을 위한 품종전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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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 소비촉진을 위한 품종전환
  • 김예지
  • 승인 2022.11.28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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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 트랜드에 맞는 맛과 빠른 수확시기

올 해는 모든 과수가 결실량이 많아 대과는 적고 소과가 많다. 하지만 가을가뭄으로 오히려 당도는 높아져 어떤 과일이든 맛있는 시기가 됐다. 요즘 젊은 세대에게 배가 어떤 과일이냐고 물어보면 제수용이라고 답한 쪽이 가장 많다는 조사 자료를 보고 우리 재배농가가 먼저 변해야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따라서 이번호에서는 소비자가 원하는 맛있는 배 품종을 소개하고 특징을 알아보기로 한다. 

 

(참고문헌 : 2020. 4. 8. 배연구소 50년의 기억 “열매”)

국내육성 유망 신품종

우리나라 배 재배면적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신고 픔종은 1927년 일본에서 천지천에 장십랑을 교배하여 육성한 품종으로 1960년대 국내에 본격 도입됐다. 수확기는 9월 하순, 당도 11.5oBrix, 과중 630g으로 과형이 미려하고 풍산성인데다 저장이 잘 되어 상온 60일, 저온 저장할 경우 이듬해 7월까지도 신선도를 유지하는 대표품종이다.

국내육성품종 배 12종
국내육성품종 배 12종

국내 육성품종 39개 중에서 소비자에게 인기있는 품종 12품종을 소개한다.   1970년대 국민소득이 높아지면서 배 소비량이 증가하기 시작했다. 1990년대 후반부터 배 재배열풍이 불기 시작하면서 신고품종은 기존 배 품종을 밀어내고 독식하기 시작했다. 2000년 초반에는 전국 2만6000ha(7천8백만 여 평), 나주 3000ha(9백만 여 평)를 넘어서며 사과재배면적과 비슷해지기도 했다. 

지금 재배면적이 1만 ha(3천만 여 평)에 못 미치니 얼마나 많은 배 과수원이 폐원됐는지 짐작이 간다. 그 원인이 뭘까? 필자는 신고품종의 조기출하가 원인이라고 생각한다. 신고품종은 수확시기가 만개 후 165일이니 9월 하순부터 10월 상순이 되어야 제 맛을 낸다. 그때부터는 어느 품종에 뒤지지 않을 만큼 식감도 좋고 과즙이 많아 단맛이 강하게 느껴진다. 

그런데 우리나라 추석 분포를 보면 9월 하순에 가장 많이 들어있고 향후 50년 간 평균 추석일도 9월 26일 이다. 이 제 막 신고의 배 맛이 들 때이다. 수확하여 포장하고 소비자에게 판매할 유통기간이 없다. 

꽃이 가장 빨리 피는 신고품종은 냉해피해가 많아 결실이 어렵고 흑성병에도 취약한 품종이나 워낙 생산량이 많고 저장이 잘되기 때문에 너나 나나할 것 없이 신고품종으로 바꿔버렸다.  
추석명절에 배를 유통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15일 전에는 수확해야하고 요즘처럼 공동선별이 늘어나는 추세에서는 20일 전부터 작업을 시작해야 소비자 손까지 갈 수 있다. 

평균 추석일이 9월 26일이니 9월이 되면 수확작업을 시작해야 판매할 수 있다. 추석에 출하하기 위해 숙기를 앞당기는 도포제를 사용하고 색택을 내기위해 착색봉지를 사용하면서부터 소비가 줄어들었다. 수확시기를 한 달이나 앞당겼으니 미숙과를 맛본 소비자의 실망이 클 수밖에 없다. 한번 맛에 실망한 소비자가 다시 찾는 데는 3개월 이상이 걸린다고 한다. 제대로 맛이 배가 제값을 못 받고 외관만 앞세운 맛없는 배가 고가에 팔리니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일본에서 개발한 지베렐린도포제는 호르몬제로 다른 과수에서도 GA성분이 든 제품을 많이 사용한다. 자연적으로도 GA는 생기는 것이니 물론 인체에는 무해하다. 일본은 추석을 양력으로 쇤다. 8월 15일 추석에 맞춰 수확할 “행수”품종에만 GA를 사용하고 다른 품종은 사용하지 않는다. 

문제는 잘 사용하면 수확량을 늘리고 수확시기와 숙기를 앞당길 수 있는 좋은 농자재를 남용하는 데서 시작된다. GA는 크기를 키우는 성분과 숙기를 앞당기는 성분을 혼합하여 만든다. 그런데 우선 큰 배를 생산하려고 숙기를 당기는 성분은 빼고 크기만 키우는 성분을 과다하게 사용하고 심지어 밀수제품은 더 많은 함량이 함유되어 GA본질의 유익함을 상실하게 만들었다.

이제 좋은 신고품종을 무리하게 추석에 출하할게 아니라 조생종 신품종을 현재의 2배 이상으로 늘리고 신고품종은 70%이하로 재배하는 것이 다시 소비자가 배를 찾게 만드는 빠른 방법이라 생각한다. 

사과품종도 일본 품종 후지(부사)가 80%가 넘었으나 지금은 70%도 안 된다. 추석에 수확 가능한 국내 육성“홍로”품종이 16%를 넘게 차지하고 있다. 한때 후지품종도 추석에 출하하기 위해 촉진제를 사용하고 봉지를 씌웠으나 홍로가 나오고부터는 후지는 추석 이후부터 이듬해 햇사과가 나올 때까지 소비된다. 

배도 추석 전에는 신품종 조생배를 유통하고 신고품종은 추석 이후부터 햇배가 나올 때까지 소비하는 문화를 정착했으면 한다.

신고를 대체할 국내육성품종 배 '신화'와 '창조'

신고를 대체할 국내육성 품종 ‘신화’, ‘창조’
국내 육성품종은 1969년 단배 품종을 처음 개발한 이후 1984년 황금배, 85년 추황배, 90년 감천배, 92년 화산, 94년 원황, 97년 만풍배, 2001년 한아름, 06년 만황, 08년 슈퍼골드, 09년 신화창조, 10년 설원, 11년 조이스킨, 12년 그린시스 등 배 농가들이 한번쯤은 들어봤을 만한 품종이 육성됐다. 최근에는 신선편이, 조각과일 등 젊은 층이 한 번에 먹을 수 있을 만한 중소과 품종 개발이 진행되고 있다. 

‘신화’, ‘창조’는 최근 재배면적이 가장 많이 증가한 품종으로 추석명절 신고품종을 대체할 품종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신화’는 신고보다 20일 이상 숙기가 빠르고 630g의 대과종에다 당도로 13Brix로 신고보다 높다. 신고・화산 교배종으로 흑성병에도 강한 장점이 있다. 외관은 신고를 닮고 맛은 화산의 맛이 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본격재배를 시작한지가 7~8년 되었기 때문에 생산량이 많지 않아 아직 접해보지 못한 소비자가 많다. 지난해 공판장에 신화배를 출하한 농가가 신화 6년생 20주에서 3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고 하시면서 올해는 600만원은 충분히 할 수 있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다시 뵙기를 공판장에서 매일 기다려 보았지만 출하하지 않으셔서 전화해보니 지난해 택배로 받아본 소비자가 다시 주문하여 택배 보낼 배도 부족했다고 한다. 신품종 배를 알아보기 시작한 소비자가 늘고 있다는 뜻이다.

‘창조’품종은 특히 나주지역에서 각광을 받는 품종으로 수진조생×(단배×만삼길) 교배종으로 700g의 대과종에다 당도도 높고 외관도 신고와 유사하다. 신고보다 수확시기가 10일 이상 빠르고 대과종이어서 추석선물용으로 적합하고 맛이 균일하며 서리피해에도 강할 뿐 아니라 꽃가루가 풍부하여 수분수로도 좋다. 

단, 숙기를 잘 맞춰야하고 흑성병관리도  잘해야 하며 자가불화합성 유전자가 S3S4이니 유전자형이 같은 황금배, 슈퍼골드, 한아름 품종에는 수분수 역할을 할 수 없다. 가지가 탄력이 없어 유인할 때 부러지기 쉬우니 조심해야 한다. 

수확 시기는 신화보다 늦지만 저장기간은 신화보다 짧다. 그래서 빨리 물러진다는 농가가 많다. 워낙 착과가 잘되니 인공수분을 소홀히 해서 생긴 문제이다. 일본 “오사20세기” 품종 외에는 자가수정이 되는 배 품종은 없다. 

특히 창조배는 꼼꼼하게 인공수분하여 씨가 잘 박히고 큰 배는 잘 물러지지 않는다. 오히려 종자가 적고 작은배가 쉽게 물러진다.

배 ' 슈퍼골드'
식감이 뛰어난 새콤달콤 배 ' 슈퍼골드'

높은 당도로 소비자에게 인기만점 ‘슈퍼골드’
추황배×만풍배 교배종으로 청색계통이다. 숙기는 신화와 같은 9월 상순이며 크기는 황금배나 화산과 유사하다. 소비자 시식회에서 항상 1등을 차지하는 맛으로는 최고인 품종으로 당도가 13.6Brix에 달하고 과심이 적고 껍질이 얇아 가식부위가 많다. 꽃눈유지가 잘되고 꽃가루도 풍부하지만 황금배처럼 동녹이 생기니 통풍과 배수에 신경써야한다. 황금배 전용봉지인 고바야시봉지를 씌웠으나 봉지가격이 2배로 고가여서 최근에는 흰색 2중지를 많이 사용하고 있다.

우리나라 5대 과수 중에서 다른 나라보다 우위에 있는 품목은 배밖에 없다. 세계적으로 동양배를 가장 잘 키워내는 곳이 우리 대한민국이다. 

세계적인 명품과일로 사랑받을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우리 국민에게 인기를 얻어 생산기반이 탄탄해져야 가능한 일이다. 


 

유재문 상무
나주배원예농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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