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배 오미자’의 본고장 장수 명성 잇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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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배 오미자’의 본고장 장수 명성 잇는다
  • 김만선
  • 승인 2022.11.29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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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장수군 청정장수오미자영농조합법인

전북 장수는 ‘재배 오미자’의 본고장이다. 1970년대 장수에서 한약방을 운영하던 원종철 씨가 각고의 노력 끝에 오미자 재배에 성공하면서 전환점이 됐다. 병풍처럼 사방을 둘러싸고 있는 산, 해발 400m가 넘는 고랭지는 품질 좋은 오미자를 재배할 수 있는 최적의 환경을 제공하고 있다. 
청정장수오미자영농조합법인(대표 박순도, 이하 ‘청정장수오미자조합’)은 천혜의 자연조건을 바탕으로 지역에서 생산된 오미자를 8년째 가공, 판매하면서 명성을 잇고 있어 주목을 끌고 있다. 조합원들의 이익을 도모하면서 소비자들에게는 최상의 제품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는 청정장수오미자조합을 찾았다.

오미자는 매운맛, 쓴맛, 신만, 단맛, 짠맛 등 5가지의 맛(五味)을 낸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동의보감’이나 ‘본초강목’에서 오미자는 ‘몹시 여윈 것을 보하며, 눈을 밝게 하고 술독을 풀며, 기침이 나면서 숨이 찬 것을 치료하고 가슴이 답답하며 괴로운 중세와 갈증을 덜어준다’고 적고 있다.

전국적으로 ‘장수=오미자’라는 인식이 확산된 바탕에는 장수군 계북면 원촌리 원종철 씨의 땀과 열정이 깔려있다. 장수에서 한약방을 운영하던 원 씨는 1970년대 일본의 오미자 수요가 늘면서 야생의 열매를 무분별하게 따 가는 수집상들의 모습을 보고 직접 재배를 결심했다. 

그는 오미자 묘목의 생태지를 관찰했으며 논 662㎡(200평), 밭 992㎡(300평)에 야생 줄기를 삽목해 재배에 나섰다. 하지만 토양 조건은 물론이고 생장 단계에 따른 거름주기, 병충해 원인과 대책 등을 세우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그는 좌절하지 않았다. 지속적인 노력 끝에 1975년 씨앗 발아 묘종인 실생묘를 개발하는 성과를 거뒀고 1977년부터 본격적으로 묘목을 보급하기에 이르렀다.

박순도 청정장수오미자영농조합 대표가 오미자 가공공장 내 발효실에서 적정한 비율, 발효 기간 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박순도 청정장수오미자영농조합 대표가 오미자 가공공장 내 발효실에서 적정한 비율, 발효 기간 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장수 오미자’라고 하면 원종철 선생을 빼놓고는 이야기할 수 없죠. 그분이 ‘야생 오미자’를 ‘재배 오미자’로 바꿔놓았기에 수확량이 크게 늘었고 일반인들도 쉽게 접할 수 있게 됐으니까요. 그 이전에는 오미자는 주로 한약재로 인식됐었거든요. 원 선생은 자신이 애써 터득한 기술을 널리 보급하는데도 앞장섰어요. 전국을 찾아다니며 누구나 오미자를 쉽게 기르고 맛볼 수 있도록 했죠.”(박순도 대표)

 

천혜의 자연환경 바탕 오미자청·즙 생산
장수에서 오미자를 재배하던 농민들이 조합 결성에 뜻을 모은 것은 지난 2014년이다. 자재 구입에서부터 판로 개척에 이르기까지 조합을 통해 진행함으로써 이익을 실현하고 소비자에게는 양질의 품질을 제공하자는 취지였다. 조합에는 재배 오미자의 꿈을 실현한 원 씨도 적극 동참했다.

청정장수오미자조합은 220여 명의 큰 규모로 첫발을 뗐으나 농촌 인구 고령화 등의 영향에 따라 지금은 170여 명으로 줄었다. “농산물 가격은 제자리걸음인 데 비해 인건비와 재료비는 크게 올라 가족농 중심으로 운영하다 보니 3306~6612㎡(1000~2000평) 가량의 소규모 재배가 많다”는 게 박 대표의 설명이다.

장수 오미자의 가장 큰 장점은 천혜의 자연환경에 있다. 지형적으로 남부에 위치해 있으면서도 해발 400m 이상의 고지대에 속한 데다 분지 형태여서 큰 일교차를 나타내는데 이는 오미자 재배의 최적 조건이 된다. 상대적으로 비옥한 땅과 해발 1237m에 이르는 높은 장안산, 깊은 골짜기 등도 오미자가 지닌 양질의 성분과 효능을 더하는 요인이다. ‘청정의 향을 품은 붉은 보석’이라는 수식어까지 생길 정도다.

장수에서 재배하는 오미자는 매년 9월 초부터 말까지 사이에 수확한 후 판매하게 된다.
장수에서 재배하는 오미자는 매년 9월 초부터 말까지 사이에 수확한 후 판매하게 된다.

각 농가에서 매년 9월 초에서 말까지 수확한 오미자는 청정장수오미자조합이 그 중 일정량을 매입해 처리하고 있다. 청정장수오미자조합이 조합원으로부터 매입한 오미자로 가공해 선보이는 제품은 오미자청과 오미자즙 관련 10여 종류에 이른다. 오미자청과 즙이 ‘식품’으로 분류돼 식약청의 허가를 받아 생산해야 하는 만큼 개별 농가들이 절차를 진행하기는 어려운 부분이기도 하다. 

오미자청과 즙을 생산하기 위해 필수적으로 거쳐야 하는 과정이 발효다, 오미자청 효소 발효의 적정 온도는 25℃로, 13℃ 이하에서는 잘 이뤄지지 않으므로 적절한 관리가 중요하다. 
“오미자는 4개월에서 6개월 가량 당 절임(발효) 기간을 갖습니다. 오미자가 내는 맛들의 80%는 씨에 있거든요. 적당량의 설탕에 발효를 시키게 되면 오미자 씨에 있는 양질의 성분까지 충분히 추출할 수 있죠. 4개월이나 6개월 정도 되면 특유의 쓴맛이 강해지는데 그 기간보다 짧게 발효시키면 제 맛을 느낄 수 없고 너무 긴 시간이 지나버리면 먹기가 불편할 정도가 돼버립니다.”(이인수 감사) 

청정장수오미자영농조합의 가공공장 내 살균 여과시설.
청정장수오미자영농조합의 가공공장 내 살균 여과시설.

청정장수오미자조합이 자체적으로 갖춘 가공공장은 오미자의 살균시설과 발효실, 저장실 등이 마련돼 있다. 오미자청과 즙은 필요할 때마다 시설을 가동해 생산하지만 조합원이 자체 생산을 위해 요청할 경우에도 작업은 이뤄진다. 생산 과정에 참여하는 인력의 철저한 위생과 청결은 필수다.

생산된 제품의 판매의 공급처는 다양하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은 물론 각급 기관이나 단체 구매, 조합원들의 개별 판매 등도 꾸준히 이어진다. 일부는 농협하나로마트 등에 직접 공급하기도 한다. 최근 새롭게 떠오르는 수요처는 커피숍이다. 커피와 국산차를 함께 판매하는 곳에서 즐겨 찾는 이들이 늘고 있다. 특히 여름에 마시면 갈증이 해소되고 식욕을 돋운다고 알려져 젊은이들도 선호하는 추세다.

“오미자 공동 발효와 보관은 ‘제2의 생산’”
장수에서 오미자 본고장으로 지속적인 명성을 잇기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과제도 있다. 박 대표는 “오미자 재배농의 연령대가 높은 만큼 생산비를 줄이고 재배의 효율성을 높이는 농업기술이 시급하다”고 말한다. 현재 대부분 소규모로 농사를 짓는 데, 노동력은 많이 요구되는 반면 생산량은 늘지 않는다면 지속적으로 조합원 수는 줄 수밖에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는 인건비와 자재비, 연료비 등은 농민들의 오미자 재배 의욕을 꺾는 큰 원인이 되고 있다.

가공공장 내 냉동창고에 보관 중인 오미자 관련 상품.
가공공장 내 냉동창고에 보관 중인 오미자 관련 상품.

오미자를 공동으로 발효시키고 보관할 수 있는 시설에 대한 국가나 자치단체의 지원도 절실하다. 청정장수오미자조합은 초창기 장수읍 시장에 위치했다가 5년 전 5785㎡(1750평)의 부지를 매입해 지금의 자리로 이전했다. 현재 사무실과 가공공장, 자재시설 보관소 등을 마련해 운영 중인데 추가로 조합원들의 오미자를 공동으로 발효하고 보관하는 시설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보고 해법을 모색하고 있다. 

조합이나 조합원이 판매 중인 상품이 부족할 경우 다른 조합원의 물건을 납품하더라도 그에 따른 문제가 발생하지 않기 위해서는 동일한 품질 유지가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설 투자에 적지 않은 재정이 소요되는 데다 부지 마련에 이미 많은 경비를 지출한 상태여서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박 대표는 “조합원이 생산한 오미자의 공동 발효와 보관은 ‘제2의 생산’과 마찬가지일 정도로 중요한 과제”라며 “지속적인 상품개발과 시설을 통해 장수 오미자의 명성을 잇고 소비자에게도 친근하게 다가가도록 노력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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