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빛과 바람이 만든 흑곶감, 이 맛이 ‘1품’일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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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빛과 바람이 만든 흑곶감, 이 맛이 ‘1품’일세
  • 김만선
  • 승인 2023.01.02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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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완주군 김태수 대표

전북 완주의 곶감은 지역 9품의 으뜸 특산품 중에서 1품으로 꼽힌다. 검붉은 빛을 띤 흑곶감이 유명하다. 껍질이 얇고 부드러운 것이 특징이며 쫀득한 맛도 일품이다. 곶감은 설 명절에 선물용과 제수용으로 가장 많이 팔리는데 12월 중순 본격 출하를 앞두고 밀폐와 환풍을 되풀이하는 농업인의 손길이 분주하다.
전북 완주에서 곶감을 생산하고 있는 김태수 대표를 찾아 올해 곶감 농사와 판매 실태, 애로사항 등을 들어봤다.

 

“완주 곶감은 옛날부터 지역적인 특성 때문인지 당도가 높고 맛이 참 좋아요. 그뿐만이 아닙니다. 다른 지역은 유황처리를 하거든요. 그런데 우리는 자연 건조방식을 이렇게 고집하고 있어요. 그러다 보니까 색깔 면에서는 다른 지역과 비교했을 때 눈에 띄지는 않지만 식감으로는 따라올 수가 없거든요. 한번 드셔본 분들은 ‘대한민국에 이렇게 맛있고 좋은 곶감이 완주에 있었는가’ 하면서 전화로 문의가 오고 곧바로 단골이 될 정도니까요.”

김태수 전북 완주 곶감생산자 대표가 자신의 건조장에서 지역 곶감의 특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태수 전북 완주 곶감생산자 대표가 자신의 건조장에서 지역 곶감의 특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전북 완주곶감생산자 김태수 대표는 지역 곶감 자랑부터 하고 나섰다. 곶감에 관한 많은 이야기보다 맛을 아는 것이 우선이라며 시식을 권유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입안에 들어간 감은 꿀처럼 달고 쫀득했다. 곧바로 더 먹고 싶다는 욕심이 생길 정도였다.

일교차가 큰 완주에서 자란 감이 겨울바람과 햇살을 맞으며 자연 건조와 숙성을 거치면 당도가 높고 식감도 부드러운 곶감이 된다고 한다. 김 대표는 “처음 완주 곶감을 선물 받았을 때는 색이 검붉다며 인정을 안하다가도 맛을 보면 반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전북 완주 곶감은 지역 9품의 으뜸 특산품 중에서 1품으로 꼽힐 정도로 당도가 높고 쫀득한 맛이 일품이다. 자연의 바람과 햇볕으로 건조시키는 것이 특징으로 흑곶감이라고도 불린다.
전북 완주 곶감은 지역 9품의 으뜸 특산품 중에서 1품으로 꼽힐 정도로 당도가 높고 쫀득한 맛이 일품이다. 자연의 바람과 햇볕으로 건조시키는 것이 특징으로 흑곶감이라고도 불린다.

겉은 쫀쫀하고 속은 부드러우며 감칠맛까지
완주 곶감은 흑곶감이라고도 한다. 검은색은 햇빛에 말리면서 자연스럽게 나타난 빛깔인데, 겉은 쫀쫀하고 속은 부드러우며, 달착지근한 감칠맛까지 더해져 금방 입맛을 사로잡는다. 표면을 매끄럽고 예쁘게 하는 농법인 ‘유황훈증’을 하지 않은 건강한 곶감이라는 점도 장점이다.
김 대표 집 마당에 설치된 2층 구조의 건조장에는 수많은 감들이 주홍색이나 검붉은 빛을 뽐내며 주렁주렁 매달려 있었다. 전체 500여 접으로, 5만 개에 달한다. 지난 10월 15일에서 20일 사이 나무에서 직접 수확한 뒤 24일부터 깎은 감들이다. 껍질을 벗긴 감들은 건조장에서 50~60일을 보낸 뒤 다시 열흘가량 숙성 기간을 갖고 출하하게 된다. 올해는 12월 중순부터 소비자 곁을 찾는다.

김 대표 곶감 건조장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두레시’는 충남 일부 지역과 완주에서만 재배하고 있는 품종이다.
김 대표 곶감 건조장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두레시’는 충남 일부 지역과 완주에서만 재배하고 있는 품종이다.

김 대표는 건조장 인근에 6616㎡(2000평) 가량의 농장을 운영하고 있다. 이곳에서 그가 생산하는 곶감 품종은 두레시와 대봉, 대행무 등 세 종류다. 이 중 가장 대부분을 차지하는 품종은 두레시인데 충남 논산과 완주 지역을 중심으로 분포돼 있는 점이 특징이다. 워낙 떫은맛이 강해서 예전에는 우려먹어야 했는데 어느 날 곶감을 만들었더니 꿀맛이어서 농가 소득 작목으로 자리를 잡았다고 한다.

곶감 건조장의 대봉과 대행무. 대행무는 납작한 형태의 씨없는 곶감으로 수분 함유량이 많으며 당도도 높다.
곶감 건조장의 대행무. 대행무는 납작한 형태의 씨없는 곶감으로 수분 함유량이 많으며 당도도 높다.

대행무는 납작한 형태의 씨없는 곶감으로 잘 알려진 품종이다. 크기가 크고 수분 함유량도 많으며 당도도 높아 곶감으로 활용되고 있다. 김 대표는 완전 건시를 생산하는 중이다. 반건시의 경우 손님들이 먹기 편하다는 이유로 찾기도 하지만 보관상의 어려움이 따르기 때문에 완전 건시에 주력하고 있다.

완주 곶감의 성수기는 민족의 대명절 설이다. 상차림은 물론 선물용으로 인기가 높아 소비자들이 많이 찾는다. 올해는 곶감 재배가 잘된 만큼 희망과 걱정이 교차되고 있다.

김태수 대표가 자신의 감 농장에서 나무를 살피고 있다.
김태수 대표가 자신의 감 농장에서 나무를 살피고 있다.

“곶감으로는 올해처럼 좋은 날씨가 없었죠. 태풍도 없었고 비도 안왔잖아요. 다른 농작물은 좀 어려움이 있었지만 감 농가들에게는 더 이상의 좋은 여건이 없었어요. 햇빛과 바람 모두 최적의 조건을 갖춰줬죠. 곶감 농사를 전문적으로 하지 않으시는 분도 올해는 매달기만 하면 모두 잘 됐다고 봅니다.”

곶감 농사가 잘 됐다고 해서 마냥 좋아할 수 없는 것이 생산자의 마음이다. 최적의 여건은 공급량 과다로 이어지고 자칫하면 가격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올해 곶감 농사 잘돼…희망과 걱정 교차
곶감 건조가 마무리 되고 출하를 앞둔 시점이 되면 농업인들은 감에서 눈을 떼지 못한다. 비가 오거나 안개가 끼면 그에 맞춰 적절히 밀폐를 하고 햇빛이 비치면 다시 통풍을 시켜줘야 하기 때문이다. 갑작스런 날씨 변덕이라도 생길라치면 그동안 공들인 노력이 헛된다는 것을 잘 알기에 집을 비울 수가 없다. 

김태수 대표 부부가 건조장에서 곶감을 손질하고 있다.
김태수 대표 부부가 건조장에서 곶감을 손질하고 있다.

김 대표 부부 역시 틈틈이 곶감을 살피는 중이었다. 행여나 날이 궂어 비라도 흩뿌릴 기세가 보이면 서둘러 차단막을 내리느라 바빴다. 김 대표 부부의 손길에 검붉은 곶감의 빛은 더욱 진해지고, 단맛이 깊어간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김 대표의 완주 곶감은 전량 직거래로 소비된다. 35년 동안 꾸준히 곶감을 공급하면서 하나둘 단골이 생겼고, 지금은 전량 예약을 통해 판매되고 있다. 김 대표는 전북떫은감협회 회장, 전국떪은감생산자 이사 등으로 활발한 대외 활동도 병행하고 있다.

완주 곶감은 현재 지리적 표시제를 추진 중이다. 지리적 표시제는 임산물의 특징이 본질적으로 해당 지역의 지리적 특성에 기인하는 경우 그 지역에서 생산된 특산품임을 표시하는 제도다. 완주에서 생산되는 고종시와 두레시가 대상인데, 현재 산림청으로부터 허가를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고종시는 고종황제에게 진상했다고 붙여진 이름으로 씨가 거의 없고 육질이 부드러우며 당도가 높은 것이 특징이다.

완주의 900여 곶감 생산자들의 모임인 곶감연합회도 힘을 보탤 예정이다. 곶감연합회는 지리적 표시제 승인과 맞물려 전국적인 홍보활동에 나서는 한편 품질 관리에도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김태수 대표가 생산한 곶감은 ‘완주 곶감’ 이름으로 소비자를 찾는다.
김태수 대표가 생산한 곶감은 ‘완주 곶감’ 이름으로 소비자를 찾는다.

‘완주 곶감 먹어보니 최고더라’ 홍보 필요
김 대표는 곶감 생산 농가의 노력에 맞춰 자치단체나 정부에 바라는 점도 잊지 않았다. 가장 큰 애로사항은 인력수급이다. 농촌에서 곶감 농사를 짓는 농업인 대부분이 고령자여서 외부 인력을 쓸 수밖에 없는데 인건비가 턱없이 오르다 보니 어려움이 많다. 올해의 경우 판매가의 3분의 1 가량이 인건비로 지출될 만큼 많은 부담을 안고 있다는 게 김 대표의 설명이다. 코로나19를 겪은 후로 비싼 비용으로도 충분히 활용할 수 있는 인력이 없다는 점도 고통을 가중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 이에 따라 행정 기관에서 외국인 근로자를 충분히 활용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주기를 희망하고 있다.

완주 곶감의 홍보 필요성도 절실히 느끼고 있다. 연세 드신 분들이 감을 재배하다 보니 온라인 등에 취약할 수 밖에 없고 홍보에도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매년 12월 열린 완주곶감축제가 홍보에 한몫을 담당하기도 했지만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지난 2년 연속 열리지 못해 아쉬움을 남겼다. 

“행정기관에서 완주 곶감 광고를 제작해 방송매체를 통해 내보낸다든지 아니면 큰 도시나 지역 내 대형 광고판을 활용해 홍보해주면 좋겠어요. 이를 통해 소비자들이 ‘완주 곶감 참 맛있더라’ ‘먹어보니 최고라더라’ 하고 알게 되고 이런 이야기가 입소문을 통해 퍼지면 결국 농가 소득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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