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읍 홍예향, 당도와 식감 잡고 진심까지 담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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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읍 홍예향, 당도와 식감 잡고 진심까지 담았네
  • 김만선
  • 승인 2023.01.02 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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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정읍시 정읍산아래농장 이이호 대표

‘홍예향’은 정읍의 레드향이다. ‘레드향’이 제주도의 고유명칭인 것처럼 홍예향은 정읍시 만감류를 상징한다. 정읍시 만감류는 지난 2013년 시범재배로 도입된 이후 빠르게 소비자들에게 인식되면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정읍시 농가의 새로운 소득원으로 부상하면서 재배에 관심을 갖는 농가도 늘고 있는 추세다. 칠보산 아래 공기 좋고 바람 맑은 곳에서 홍예향을 재배해 소비자에게 공급하는 정읍산아래농장 이이호 대표를 찾았다.

 

이이호 대표의 정읍산아래농장은 가족농으로 운영된다. 칠보산 아래에서 홍예향 992㎡(300평), 블루베리 2665㎡(800평), 대봉감 9917㎡(3000평) 등을 재배하느라 분주한 시간들을 보내고 있다. 

이 대표가 서울에서 생활하다 고향에 돌아온 것은 12년 전이다. 원래는 정읍 시내가 주소지였지만 농사를 위해 부지를 물색하던 중 중학교 동창이 있는 곳을 따라 현재의 주거지로 정착하게 됐다. ‘친구 따라 강남 간다’가 아닌 ‘친구 따라 고향 간다’가 된 셈이다.

이 대표가 처음 시작한 작물은 복분자였다. 정읍에서 많은 농가들이 재배했기에 큰 고민 없이 선택한 작물이었다. 

그는 각종 연구회 모임을 통해 중요한 정보를 얻었고 이를 실제 농사에 응용했다. 농사에 대한 경험이 없었던 탓에 농가들의 연구회가 풍부한 교과서가 되고 훌륭한 스승이 된 것이다. 지금은 참여하는 연구회를 줄였지만 한때는 13개에 달할 정도로 많은 모임에 참가해 열정적으로 배움의 기회를 가졌었다.

이이호 대표와 부인 배정숙 씨가 비닐하우스에서 홍예향을 손보고 있다.
이이호 대표와 부인 배정숙 씨가 비닐하우스에서 홍예향을 손보고 있다.

이 대표가 블루베리로 돌아선 것도 연구회 모임에 참석한 후였다. 재배가 까다로운 대신 판매 가격이 높다는 점이 이 대표의 마음을 끌었다. 이 대표는 이것저것 닥치는 대로 농사를 짓는 것보다 한두 가지 품종에 전문성을 갖는 게 낫다고 판단하고 꾸준히 노력했다.

“농사도 과학이잖아요.‘그냥 땅에 심으면 잘 자라겠지’라는 식으로 단순한 생각을 갖고 하면 안 됩니다. 모든 식물이 알칼리성이지만 블루베리만은 산성 토양에서 가능하거든요. pH4에서 5 사이에서 키워야 하는데 사람들이 어려워서 못합니다. 그만큼 재배가 까다롭다는 얘긴데, 일단 생산만 하면 가격이 비싸고 없어서 못 팔정도로 찾는 사람이 많아요.”

이 대표는 자신이 쌓은 블루베리 관련 노하우를 유튜브를` 통해 전파하고 있다. 유튜브 ‘정읍산아래농장’에는 블루베리의 토양부터 수확 후 관리요령, 방제, 전정할 때 주의사항 등을 소개하고 있는데 구독자가 3000명이 넘을 정도가 됐다. 매년 봄이면 전국의 농가나 단체에서 방문이 잇따르고 있기도 하다.

정읍시 만감류는 지난 2013년 시범재배로 도입된 이후 ‘홍혜향’이라는 이름으로 빠르게 소비자들에게 인식되면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정읍시 만감류는 지난 2013년 시범재배로 도입된 이후 ‘홍혜향’이라는 이름으로 빠르게 소비자들에게 인식되면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보온 위한 열풍기·다겹시설·타이백 활용
이 대표는 올해로 5년째 홍예향을 재배하고 있다. 홍예향 역시 연구회 모임에 참석한 것이 계기였다. 한 회원이 미래에 유망한 작목이 될 것이라고 추천했고, 지난 2017년 정읍시에서 지원을 받아 재배를 시작했다.

홍예향은 제주의 레드향과 같은 품종이다. 정읍의 홍예향은 껍질이 얇고 과즙이 많으며 아삭아삭한 식감이 특징이다. 비옥한 토질과 적정한 일조량으로 당도가 높으며, 특유의 향기와 함께 저장 기간이 길어 소비자들로부터 인기를 끌고 있다. 

이 대표는 제주와 비교해 정읍의 홍예향 당도가 더 뛰어나다고 말한다. 제주는 화산 토양인데다 비가 많은 데 비해 남도의 육지는 고른 날씨에 토질이 우수해 2Brix 가량 차이가 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읍산아래농장의 홍예향은 모두 5개의 단동하우스에서 재배 중이다. 12월 중순까지는 산도가 높고 당도가 떨어져 수확하기에는 이른 시기지만 당장이라도 땅에 떨어질 듯 주렁주렁 매달린 오렌지 색상의 열매가 시선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홍예향 보온을 위한 다겹시설은 비닐하우스 입구와 천장 등에 이중 삼중으로 설치됐다.
홍예향 보온을 위한 다겹시설은 비닐하우스 입구와 천장 등에 이중 삼중으로 설치됐다.

이 대표는 고품질 홍예향 생산을 위해 다양한 시설들을 갖췄다. 열풍기는 일정 온도 이하로 떨어질 경우 자동으로 가동되고, 천장과 입구에도 보온을 위한 이중 삼중의 다겹시설을 설치했다. 사람 키보다 조금 높은 곳에는 각종 해충을 잡을 수 있도록 진득이들을 매달아 놓았다. 

바닥에 깔린 하얀 타이백은 빗물이나 수분이 땅 속으로 스며드는 것을 방지하고 햇빛을 반사시켜 만감류가 잘 익도록 돕는다.
바닥에 깔린 하얀 타이백은 빗물이나 수분이 땅 속으로 스며드는 것을 방지하고 햇빛을 반사시켜 만감류가 잘 익도록 돕는다.

바닥에는 묘목을 따라 길게 깔려진 하얀 타이백이 시선을 끌었다. 빗물이나 수분이 땅 속으로 스며드는 것을 방지하고 햇빛을 반사시켜 만감류가 잘 익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잡초나 해충을 차단하는 역할을 하며 일반 노지보다 빛과 상태가 좋고 당도도 높여준다.

 

농장 출하 상품은 100% 직거래 ‘호응’
요즘은 적절한 온도와 습도 등 홍예향의 관리에만 관심을 기울이는 시기지만 재배 과정에는 어려움이 많다. 

“홍예향 재배 과정에서 가장 까탈을 부리는 게 열과와 해거리입니다. 새잎이 나올 때 파마머리처럼 잎이 말리는 잎굴파리, 귤굴나방 방제도 중요한 과정이지요. 우스갯소리로 ‘잎을 파마머리로 만들어 버린다고’도 하는 데요. 극성을 부리기 전에 철저히 예방을 해야 좋은 결실을 맺을 수 있습니다. 이를 위해 새벽 일찍 일어나서 밤 11시까지 일을 하기도 하죠.”

정읍산아래농장이 생산해 판매하는 홍예향은 100% 직거래로 소비자 곁을 찾는다.
정읍산아래농장이 생산해 판매하는 홍예향은 100% 직거래로 소비자 곁을 찾는다.

정읍산아래농장에서 생산하는 상품은 전부 직거래로 판매된다. 이 대표가 관리하는 고객만 해도 1500여 명에 이르는데 한 번 맛을 본 소비자는 잊지 않고 꼭 다시 찾는다. 또 단골들이 자신의 지인들을 소개하고 있어 고객은 지속적으로 늘고 있는 추세다. 지난 6월 출하된 블루베리나 가을에 수확한 대봉감도 100% 직거래로 전량 소비됐다.

설 이전에 출하될 홍예향은 3kg와 5kg 단위로 판매하는 데, 높은 가격에도 불구하고 이미 소비자가 확정된 상태다. 지난해에는 70여 상자를 한꺼번에 가져가는 고객이 있을 정도였다.

홍예향 재배 농가들은 정읍시가 5개년 계획을 수립해 지역 농가의 대표적인 소득작물로 적극 육성 방침을 세웠다며 반기고 있다. 

이와 함께 시가 홍예향 농가를 적극 지원하기로 한 만큼 그 대상과 폭도 넓혀줄 것을 기대하고 있다. 현재 홍예향을 재배하고 있는 30여 농가 중 상당수가 단동하우스 형태를 유지하고 있다는 게 이 대표의 설명이다. 하지만 시의 지원이 연동하우스로 제한됨에 따라 단동하우스 농가가 상대적으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며 계획이 수정되기를 희망하고 있다.

이 대표는 향후 600여 평에 달하는 고추밭을 홍예향과 감귤 품종인 하레조생, 유라실생 등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현재 반자동 시설로 돼 있는 비닐하우스를 스마트팜으로 바꾸고 높이 등이 보강된 새로운 시설로 교체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쉼 없이 이어지는 농사일과 유튜브 운영으로 고달플 법도 하지만 이 대표는 ‘하루하루가 재미있다’고 웃으며 말한다.

“재미있습니다. 힘든 일은 나이를 먹는 것 말고는 없어요. 누가 그러더군요. 똑똑한 자보다 지혜로운 사람이, 지혜로운 자보다 노력하는 사람이, 노력하는 자보다 즐기는 사람이 낫다고요. 저는 이 일을 즐기면서 하고 있습니다. 농장에서 생산된 먹거리에 만족해하는 소비자를 생각하면 저희의 열정과 마음을 인정받는 것 같아 더욱 힘이 납니다. 정읍산아래농장은 진심을 팔고 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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