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지부터 시설 관리·판매까지 분주한 겨울 “전국 제일가는 신품종 배 농장 돼야죠”
상태바
전지부터 시설 관리·판매까지 분주한 겨울 “전국 제일가는 신품종 배 농장 돼야죠”
  • 김만선
  • 승인 2023.01.02 13:4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전남 나주시 해오름농장 김지현 대표

노지에서 과실수를 가꾸는 농장의 겨울은 이듬해 수확기의 성패와도 직결된다고 할 만큼 중요한 시기다. 배 농장도 예외가 아니다. 적절한 전지로 나무의 형태를 잡는 것은 물론 새로운 가지가 잘 자랄 수 있도록 관리해야 하고, 건강하고 많은 열매를 얻기 위해 지력 회복을 돕는 데도 땀을 쏟아야 한다. 
배의 대표적 산지인 전남 나주에서 묘목 관리와 배 판매로 분주한 월동기를 보내고 있는 해오름농장 김지현 대표를 찾아 농가의 근황을 들어보았다.

 

낮은 기계음 소리가 반갑다. 기계음을 따라 농장 안으로 들어가니 몇 사람이 열심히 일하고 있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사람의 숨결이 머문 탓인지 농장 안의 나무들은 유달리 생기가 넘쳐 보였다.

김지현 해오름농장 대표는 2농장에서 전지작업에 몰두하고 있었다. 외국인 근로자들에게 잘라낼 가지를 지정해주는가 하면 직접 전기톱과 가위를 들기도 했다. 톱과 가위가 움직일 때마다 가지들이 맥없이 바닥에 떨어졌다. 김 대표와 근로자들이 지난 자리는 잘린 나뭇가지들이 길게 늘어서 있었다. 

남 나주 해오름농장 김지현 대표
전남 나주 해오름농장 김지현 대표

“전지작업은 매년 꾸준히 이뤄집니다. 고품질의 배를 수확하기 위해서는 매우 중요한 과정이라고도 할 수 있죠. 일반적으로 11월 중순부터 2월 말까지 이어지고, 3월 초까지 진행되기도 합니다. 잘린 나뭇가지는 별도로 수거 과정을 거치지 않고 파쇄하게 되는데요. 파쇄 된 나뭇가지들은 토양 속 유기질 성분을 높이는 데 도움을 주지요.”


‘신고배’ 편중 탈피 ‘창조배’ 선도적 재배
김 대표가 운영하는 배 농장은 나주 일대 6곳에 이르고 면적은 20ha(6만 평) 규모로 적지 않은 크기다. 그는 나주배의 주 품종인 신고배의 재배 편중을 해소하고 새로운 소득원 창출을 위해 신품종인 창조배를 선도적으로 재배하고 있다.

해오름농장 2농장에서 김지현 대표와 근로자들이 함께 전지작업을 하고 있다.
해오름농장 2농장에서 김지현 대표와 근로자들이 함께 전지작업을 하고 있다.

김 대표가 창조배를 재배하기 시작한 것은 7년 전이다. 기존 신고배의 줄기나 가지에 접목해 새롭게 가꾸는 ‘고접갱신’을 주로 활용하고 일부는 새로운 묘목을 식재했다. 고접갱신은 어린 나무를 직접 심어 가꾸는 것보다 열매를 맺는 시기를 훨씬 앞당길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농장에 있는 배 묘목 곳곳에서는 신고배의 기둥 줄기를 잘라내고 창조배 줄기를 접목한 흔적이 남아있었다.

김 대표가 신품종에 눈을 돌린 것은 신고배의 출하 시기와 관련이 있다. 배가 가장 많이 소비되는 시기는 추석인데 신고배의 경우 숙성기가 9월 하순이다 보니 많은 농가들이 성장 촉진제 등을 사용해 인위적으로 수확기를 앞당기는 실정이었다.

전지된 나뭇가지들은 별도의 수거 과정을 거치지 않고 파쇄작업을 한다.
전지된 나뭇가지들은 별도의 수거 과정을 거치지 않고 파쇄작업을 한다.

반면 창조배는 9월 초순에서 중순이면 수확이 가능해 인위적인 농법을 사용하지 않아도 추석에 맞춰 출하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뿐만 아니라 창조배는 식감이 우수하고 당도가 높아 소비자들에게 호응을 얻을 수 있다는 믿음도 한 몫을 차지했다.

이에 따라 김 대표는 자신의 농장에서 기르는 배 품종을 신고배에서 창조배로 순차적으로 바꿔가고 있으며, 5농장에는 또 다른 신품종 슈퍼골드를 식재해 결실을 기대하고 있다. 

현재까지 해오름농장의 전체 생산량 1000여 t 가운데 창조배가 차지하는 비중은 10%에 불과하지만 대형마트와 도매시장 등에 전량 판매되고 있다. 

해결해야 할 과제도 있다. 아직까지 홍보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은 탓에 중간 상인들의 호응도가 높지 않은 것이다. 다행히 서울 가락시장의 경우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지만, 인식 부족에 따라 신고배보다 가격이 낮게 책정되는 사례까지 있을 정도다. 


열방상팬·미세살수 등 설비투자 나서
김 대표는 고품질의 창조배 수확을 위해 최신 설비 투자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미세살수는 해오름농장에 공통으로 설치된 대표 시설 중 하나다. 배나무 윗부분에 배관과 물 나오는 관(노즐)을 설치하고 이 관을 통해 미세하게 물을 뿌려 냉해를 예방하는 방법이다.

“배나무가 꽃이 피려고 하면 이때부터 냉해가 와요. 그러면 씨방이 시커멓게 다 죽어버리는 거예요. 이때 효과가 큰 것이 미세살수입니다. 미세살수를 하면 씨방을 얼음이 감싸고 있는 것이 보이는데 추위로 생육에 지장을 받을 것 같지만 되레 보호를 해주는 역할을 합니다. 냉해에 시달리지 않고 나중에 꽃이 피는 데 많은 도움이 되죠.”

오름3농장에 설치된 열방상팬은 냉해를 예방하는 데 도움을 주는 설비다.
해오름3농장에 설치된 열방상팬은 냉해를 예방하는 데 도움을 주는 설비다.

열방상팬도 냉해를 막기 위해 설치된 시설이다. 차가운 온도를 낮춰주는 데 큰 몫을 담당하는 데 구석구석까지 모두 설치할 수는 없기에 미세살수의 역할이 크다. 김 대표는 열방상펜의 효과가 확실한 만큼 해오름 4농장에 설치된 시설을 지속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김 대표는 농장의 큰 규모에 걸맞게 해오름영농법인을 등록해 운영 중이다. 수확한 배는 오프라인과 온라인을 통해 판매하는 데 창조배는 5㎏와 10㎏, 신고배는 7.5㎏와 15㎏로 각각 나눠져 있다. 

온라인은 아들 재영 씨가 담당한다. 창조배의 경우 ‘과일이 즐거운 우리’를 줄인 ‘과즐리’라는 명칭으로 소비자를 찾고 있다. 

농업발전 기여 ‘자랑스런 농업인’ 선정
김 대표는 지난해 나주 배 산업발전에 기여하고 농업발전에 선도적 역할을 수행한 공로를 인정받아 ‘자랑스런 농업인’으로 선정됐다. 나주의 주 품종인 신고배의 재배 편중을 해소하고 신품종 유통을 통해 주변 농가에 파급효과를 높인 점도 좋은 평가를 받았다. 

해오름농장에 신품종이 자리를 잡아 가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지만 김 대표의 걱정도 적지 않다. 자재값과 유류비 인상은 물론 인력 수급 문제가 시름을 안겨주고 있다. 인건비는 두 배 가량이나 오른 데다 사람 구하기조차 힘들어진 상황이 됐다. 이에 따라 김 대표는 외국 인력을 원활하게 활용할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지기를 바라고 있다. 특히 배꽃 개화기인 4월은 가장 일손이 많이 필요한 시기여서 각종 지원사업이나 봉사활동 활성화 등이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함께 신품종의 경우 각종 시설비가 많이 들어가는 만큼 이에 대한 지원을 늘려준다면 농가 보급이나 확대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해오름농장에서 판매하는 배와 저장창고. 창조배는 5㎏와 10㎏, 신고배는 7.5㎏와 15㎏로 각각 나눠 판매 중이다.
해오름농장에서 판매하는 배와 저장창고. 창조배는 5㎏와 10㎏, 신고배는 7.5㎏와 15㎏로 각각 나눠 판매 중이다.

김 대표는 아직도 해야 할 일이 많다고 말한다. 창조배 면적을 확대하고 슈퍼골드 재배량도 점차 늘려가 신품종의 선두주자가 되고 싶은 바람을 갖고 있다. 

“저는 우리 농장을 창조배와 슈퍼골드로 채울 예정입니다. ‘신품종 배’라고 하면 우리나라에서 제일가는 농장으로 만들어보려고 해요. 그래서 ‘창조배다’, 또는 ‘슈퍼골드다’ 하면 ‘해오름의 누구 누구다’ 이렇게 자연스럽게 인식될 수 있도록 할 계획입니다. 책임감도 커요. 주위 농가들도 제가 성공해야 따라 할테니까요.”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