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스마트팜의 표준 정립이 시설원예 도약의 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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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스마트팜의 표준 정립이 시설원예 도약의 발판’
  • 이지우
  • 승인 2023.01.02 14: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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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수산대학교 원예환경시스템전공 이종원 교수

월간원예는 W시설원예를 통해 한국 시설원예 스마트팜의 현재를 진단하고, 향후 발전을 위한 방향성을 짚어줄 산업계, 학계, 농업인을 만나 인터뷰를 진행하고자 한다. 이번호 첫 포문을 열어줄 한국농수산대학교 원예환경시스템전공 이종원 교수는 경북대학교에 이어 현재 한국농수산대학교에서 시설원예의 미래를 책임질 인재를 양성하고 있다. 또한 수직농장연구회 부회장을 맡고 있고, 스마트팜 혁신밸리의 기획에 고문으로 참여하기도 했다.

Q. 먼저 교수님의 교육 철학에 대해 
저는 학생들을 가르칠 때 현장 중심 강의를 많이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특히 학생들 개인별 역량에 맞추어서 가급적이면 강의를 진행하려고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이런 맞춤형 역량 강화를 통해 졸업을 하고 난 뒤에 학생들이 정착이나 취업에서 훨씬 적응을 잘 할 수 있으리라 보고요. 마지막으로 학습을 하는 데 있어서 학생들에게 늘 기계적인 학습, 그러니까 1 더하기 1은 2가 아니라 1 더하기 1은 2.5가 될 수도 있도록 작은 창의성이라도 발휘할 수 있는 그런 학생이 되게끔 하는 생각으로 강의에 임하고 있습니다.

Q. 교수님이 학생들에 바라는 창의성이란?
간단하게 말해 현장에서의 ‘응용’을 말하는 겁니다. 학교에서 가르친 내용이 현장에서 그대로 이뤄지는 것은 아니니까요. 우리 농업인들이 사실 되게 간단한 부분이 고장 나도 어려워하시고 못 고쳐서 아예 안 써버리는 그런 일이 비일비재한데, 적어도 우리 학생들은 현장에 투입 됐을 때 이를 해결할 수 있거나, 해결하는 방안을 찾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우리가 흔히 머피의 법칙이라고 하는 것처럼 하필이면 가장 추운 날 현장에서 난방장치가 고장이 나요. 알고 보면 굉장히 간단한 부분에서 문제가 생긴 일인데 마냥 수리기사만 기다리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거든요. 못 고치면 큰 손실이 나는데 간단히 손보면 아무 일도 아닌 문제예요. 저는 이런 부분에서 우리 학생들이 창의적인 판단을 할 수 있는 인재가 되어줬으면 합니다.

Q. 향후 시설원예 분야에서 학생들의 역할
제 희망 사항일 수도 있습니다만, 스마트팜이라는 것이 어떤 하나의 농업 형태를 가지고 안정적으로 농촌 사회에 뿌리를 내리면서 나중엔 우리 더불어 살아가는 삶을 영위해 나갈 수 있는 수단이 되기를 바랍니다.
물론 초보농일 때는 그런 사회적 감각을 바라는 것은 어렵지만, 조금 경력이 쌓이고 본인이 어느 정도의 자신감이 생기면 스마트팜 기반으로 주위에 있는 분들과 같이 공유를 하면서 큰 협력관계를 형성하거나 상생의 주춧돌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Q. 국제 정세와 한국 스마트팜의 방향
시설원예나 스마트팜의 관점에서 그러한 식량 안보나 기후 변화에 따른 문제, 또 탄소중립이나 에너지 부족 등 현재 굉장히 혼란스러운 시기입니다. 농업강국인 네덜란드도 가스 부족 문제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을 정도니 말이죠.
우리나라도 이러한 시점에서 미래 전략을 잘 짜야 하는데, 아직까지 정확한 로드맵이 그려지지 않은 점이 가장 큰 문제입니다. 다르게 생각해보면 기술은 문제가 아닙니다. 우리나라도 기술은 충분히 수준이 높아졌고, 지금 이 순간에도 빠르게 발전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 기술을 어떻게 잘 사용해서 우리 농업을 발전하게 할 것이냐는 로드맵이 필요한 것이거든요. 우리 농업의 미래 비전과 전략이 담긴 로드맵을 잘 짜놓고 거기에 맞는 행보를 차근차근 밟아나가야 하는데, 이러한 부분에서 아쉬움이 없다고는 할 수 없죠.
네덜란드나 일본을 보면 미래 전략이 명확하거든요. 아직까지 우리나라는 선언적 정책이 앞서고, 디테일한 미래전략은 부족하지 않나 싶어요. 스마트팜이 중요하다고 하면서도 그러면 어떤 스마트팜이 앞으로 효율적인가? 어떻게 한국 농업 스마트화를 이루어야 할 것인가에 대한 정확한 방향 지시가 없다는 것이 아쉬운 지점이죠. 단순히 예산을 얼마 지원한다 이런 관점에서 벗어나서 한국형 스마트팜은 무엇인가? 그 용어 정립부터 시작해서 앞으로 어떤 스마트팜이 한국의 상황에 맞고 세계적으로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 것인가? 에 대한 고찰이 이뤄진 뒤에 정확한 방향으로 일제히 나아가야 한다는 것이죠. 그 결과가 일본의 수직농장처럼 당장은 실패했다고 생각할 수 있어도 또 방향을 재설정해서 옳은 길로 나아가고 하는 과정이 있어야 한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럴려면 뭐가 가장 필요한가? 바로 한국 스마트팜의 방향을 진지하게 고민할 TF(Task Force)팀, 즉 헤드타워가 있어야 합니다. 이곳에서 지속 가능한 우리나라의 스마트팜 정책을 그려나가고, 이를 따르는 한국의 농산업 관계자 모두에게 청사진을 제대로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죠. 이는 당연하게도 정치인을 포함한 우리 정책 담당자와 산업체, 학계가 의견을 공유하는 토론의 장이 기본 바탕이 되어야 하고요.

이종원 교수는 한국형 스마트팜이 표준화, 규격화가 우선시 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종원 교수는 한국형 스마트팜이 표준화, 규격화가 우선시 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Q. 흔히 말하는 한국형 스마트팜에 대해
우리나라가 스마트팜 기술이나 이런 관련 기술을 보면 양적인 어떤 발전은 상당히 기술적으로 네 발전을 많이 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과연 K팜, 즉 한국형 스마트팜에 대한 정의가 무엇이냐고 물어보면 다들 답이 다릅니다.
우리나라 스마트팜이 중동이나 동남아에 진출하고 뭐 그런 이벤트가 생겨도, 정작 우리나라 안에서 한국형 스마트팜이 무엇이냐에 대해서는 정확히 답을 알고 있는 사람이 없어요. 왜냐면 아직 정확한 답을 정해놓지 않았으니까요.
단순히 우리가 지으면 K팜이냐, 한국 부품이 몇 프로 이상이면 K팜이냐, 한국은 플라스틱 온실이 많기 때문에 플라스틱 온실에 ICT 기술 도입하면 K팜이냐? 그 무엇도 정답은 아닙니다. 일단 제가 생각하기에는 한국의 환경에서 잘 활용될 수 있는 한국형 표준 스마트팜의 정립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고요. 이를 위해서는 스마트팜 표준화라는 작업이 우선돼야 합니다. 표준화라는 것이 단순히 볼트가 몇mm고 이런 문제가 아니라 시설을 구축하는 모든 시설부터 시스템, 재배 매뉴얼까지도 일관성 있게 정립해야 한다는 것이죠. 
우리나라가 전체 시설원예 중에 플라스틱 하우스가 86%, 연동 플라스틱 하우스 13%, 그 외에 경질판, 유리온실이라고 봤을 때 더 발전해야할 부분이 적지 않습니다. 유리온실은 분명한 장점이 있지만, 농업인 모두가 유리온실을 만들 수는 없고, 결국 시설원예의 발전 방향성을 봤을 때 연동형 비닐하우스가 적어도 40% 이상은 비중을 늘려나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유리온실은 할 수만 있다면 모두가 하면 좋은 시설이지만, 엄청난 리스크를 안고 있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섣불리 시작할 수가 없습니다. 그렇다면 조금 옛날이야기입니다만, 우리가 2000년대 초반에 이제 유리온실 보조사업이 한창 성행할 때 일본의 와이드 스판형이 60%가 들어왔고. 유럽 벤로형 유리온실이 40%가 들어왔어요. 지금은 어떻게 되었습니까? 지금은 일본 와이드스판형은 사그라지고, 네덜란드의 벤노형이 우리 시장을 장악하고 있습니다.
저는 여기에서 답을 찾아야 된다고 생각을 하거든요. 그 이유가 뭐냐 하면 네덜란드나 유럽 벤노형 온실은 철저하게 자제 표준화, 자제 규격화, 재배 기술까지도 메뉴얼화 되어있다는 것이죠. 이렇게 한번 짜인 틀에 확신이 생기면 그 이후로는 모든게 쉬워집니다. 이게 바로 한국형 스마트팜이 가야할 길의 힌트가 아닐까 저는 생각합니다.

Q. 흔히 유리온실의 한계에 대해 얘기하는데
그런 부분에 대해서는 저는 별 걱정을 안 합니다. 유리 온실의 핵심은 환경제어를 통한 생산성 극대화에 있는데 그 장점은 어느 때고 유효합니다. 작목이 한정적이다, 시설비가 지나치다, 한국의 환경적 특성에 맞지 않다 뭐 이런 다양한 얘기가 있는데 결과적으로 앞날에 가장 효율적인 온실은 유리온실임을 부정할 수는 없습니다.
해외에서는 제가 아는 범위 내에서는 그런 고민들은 하지 않는 것 같아요. 특정 작목의 생산량이 급격히 늘어나면 시장 가격이 불안해지는 점을 우려하는 부분도 있는데, 사실 10% 생산량 늘어난다고 가격 20~30% 빠진다는 얘기는 제가 분석한 결과에 의하면 큰 변동이 없어요. 
특히 우리 시장은 이미 프리미엄 시장과 로(low) 시장이 구분돼 있어요. 좋은 농산물을 비싸게 사먹는 소비층과 일반적으로 우리가 시장바구니에 담아오는 부류로 나뉜다는 거죠. 시장이 이원화 돼 있고, 여기에 수출까지도 고려를 해야 합니다. 고품질 농산물을 생산해서 모두 국내에서 소비하는 부분만 생각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수출을 고려하는 방향으로 설정을 해야죠. 
유리온실이 쓸데없이 생산량만 늘려서 국내 시장을 교란한다고 부정적으로 보기 보다는 보다 멀리 넓게 봐야한다고 말씀 드리고 싶고요. 다만 유리온실은 시설 자체가 누구나 도전할 수 있는 예산의 범위 밖에 있기 때문에 유리온실은 유리온실대로 할 수 있는 이들이 천천히 비중을 늘려나가고, 보다 넓은 범위에서는 연동형 플라스틱 온실의 비중이 확 커져야 한다고 저는 그렇게 보고 있습니다.

수직농장, 유리온실은 언젠가는 가야할 농업의 미래이기 때문에 선제적 투자가 필요하다고 말하는 이종원 교수.
수직농장, 유리온실은 언젠가는 가야할 농업의 미래이기 때문에 선제적 투자가 필요하다고 말하는 이종원 교수.

Q. 식물 공장, 수직 농장이 주목 받는데
저는 앞으로 수직농장의 수요가 많아질 거라고 생각을 합니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극심한 기후변화에 다들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농업은 기후가 제일 중요한데, 당장 대처가 불가능할 정도로 극심한 더위나 추위에 직면하면 우리 인류가 먹고 사는 문제에서 답을 찾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이런 기후변화에 대처해 철저하게 통제할 수 있는 수직 농장이나 이러한 부분들이 앞으로 분명히 늘어날 것이고 이미 우리나라에서도 기업과 농가 현장에서 식물공장, 수직농장을 활용하기 시작했습니다.
뭐 타산에 안 맞다, 작목이 적다 뭐 이런 얘기가 나오지만, 당장 돈이 되면 누구나 다 덤벼드는 게 시장이니까요. 지금의 수직농장은 차후 산업 생태계의 확보라는 측면에서 사전 투자의 개념으로 봐야하고요. 결국은 가야할 길이라고 판단되면 보다 공격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일본이 수직농장에 대해 5개년 계획을 짜서 투자를 했고 실패라는 결론을 내렸지만, 아예 손 놓고 포기하지는 않거든요. 다시 계획을 짜고 안정화를 시키는 단계까지 가는 것이죠. 일본에서는 엽채류 뿐만 아니라 사계절 딸기와 같은 다양한 작목을 식물공장을 통해 재배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이런 선제적인 판단을 통해 투자의 개념으로 계획을 세워야 하고요. 산업 생태계를 형성하는 물꼬를 정부가 터줘야 밑에 기업들도 버텨내고 발전을 할 수가 있으니까요. 그래서 다시 한 번 말씀 드리는데 이런 농업의 미래를 넓게 보고 방향을 설정할 TF팀이 저는 필요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Q. 스마트팜 혁신밸리의 역할에 대해
저는 스마트팜 혁신밸리를 기획할 때 용어부터 관여를 한 사람 중에 한 명인데요. 제 개인적으로는 혁신밸리 자체가 우리 농업의 스마트팜을 한단계 끌어올릴 수 있는 그런 계기가 되지 않는가? 라는 생각을 합니다.
일단 취지 자체는 좋은 정책이라고 생각을 했고, 그걸 밀어붙여야 한다고 강력하게 동의를 했고요. 다만 기획 단계에서의 좋은 점이 분명히 있었는데 실제 구현하면서 그런 부분이 다소 퇴색된 부분이 아쉽기는 합니다.
제가 기획에 참여했을 때는 혁신밸리가 지역 농업에서의 구심점이 되자는 것이었어요. 근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결국은 스마트팜 교육농장으로 전락해버리는 그런 상황이 되어버렸죠. 처음 기획했던 것은 우리 농업의 기술을 연구하고, 이 연구한 결과를 테스트하고, 그 결과를 가지고 농입인에 전파하고, 그 기술을 바탕으로 농업인은 임대온실에서 재배까지 하는 이런 복합적인 형태를 생각했었죠. 혁신밸리에서 스마트팜의 기술력이 전파되면서 그 지역에 산불처럼 쫙 이렇게 번져나갈 수 있는 하나의 전초기지 거점이 되고, 또 유통센터도 포함된 그 지역의 농업 인프라를 구축하는 방향으로 갔으면 했습니다만 아직은 좀 미비한 부분이 있습니다.
또한 지역별로 잡았던 컨셉, 이를 테면 로봇, 수출, 아열대 뭐 이런 것들이 지금은 희석되고 청년창업 교육에 대한 얘기가 제일 많이 부각되는데, 사실 청년창업농 교육은 스마트팜 혁신밸리의 기능 중 당연히 해야 할 일부분이지 그게 메인이 된 것처럼 보이는 것은 그렇게 긍정적인 부분은 아닙니다. 뭐 예산 문제도 있고, 여러 가지 조성 과정에서 계획대로 안된 것은 어쩔 수 없습니다만, 결과적으로 4곳의 조성이 마무리되고 있으니 이제는 이를 어떻게 하면 잘 활용할 수 있을지를 고민해야겠죠. 결국 운영의 주체가 바로 서야하고, 기본 계획대로 가기 위한 지속적인 노력을 해야 한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이종원 교수는 지속 가능한 농업을 위해 스마트 농업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한다. 
이종원 교수는 지속 가능한 농업을 위해 스마트 농업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한다. 

Q. 마지막으로 한국 시설원예의 지향점
우리나라 시설원예의 기술력은 충분히 놀라운 수준이라고 말씀 드리고 싶고, 중요한 것은 방향성을 설정하는 정부가 한국형 시설원예 스마트팜의 표준 모델을 정확하게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앞으로 어떻게 발전을 하면 흔히 말하는 K팜이 해외에서도 인정받고, 수출도 더 활성화 될 수 있을지 고민해야겠죠.
양적인 발전은 충분히 했으니 이를 잘 정립해서 규격화, 표준화를 통해서 벤로형 유리온실처럼 한국의 특성에 잘 맞는 표준 모델을 구축하면, 기업도 좋고 농업인은 더 좋은 방향으로 가는 것입니다. 데이터 농업이 중요하다고 강조하지만, 그 쌓인 데이터를 잘 활용하려면 결국 변수를 줄이고 어디서나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는 기반 시설이 있어야 하고요. 
마지막으로 우리 농업이 스마트팜으로 규모화 되고, 관행 농업이 줄어든다고 누구는 돈을 못 벌고, 누구는 벼락부자가 되는 그런 상황보다는 스마트팜 농업이 산업체 그리고 농민들에게 모두가 이득이 되는 구조로 발전하기를 기대합니다. 지속 가능한 농업을 위해서는 스마트 농업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이것은 우리의 미래이기 때문에 상생의 가치 아래 정부는 물론 연구자, 산업계, 농업인 모두가 머리를 맞대고 노력해서 식량안보, 기후변화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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