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여성은 흙과 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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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여성은 흙과 친하다.
  • 김예지
  • 승인 2023.01.02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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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으로 쓰는 흙

중국에서 19년째 모래를 먹는 할아버지와 흙을 매일 먹는 소녀가 있다. 그래도 괜찮을까? 
장시성 상라오 시에 사는 60세 청서우둥 씨는 ‘모래 먹는 할아버지’로 유명하다. 그는 매일 세 번씩 19년 동안 모래를 먹어 지금까지 무려 1200kg이나 먹었다.

19년 전 코와 목에 난 종기에다 심각한 위궤양까지 얻어 큰 통증에 시달렸다. 병원 치료에 별 차도가 없던 중 우연히 ‘모래요법’을 접했다. “약 2년 정도 먹자 코와 목의 종기가 점차 작아지고 통증도 줄어들었다. 기력도 좋아져 일자리도 얻게 되었다”고 말한다.

내몽고에 사는 우치파라치치거(19)라는 소녀는 7세 때부터 지금까지 12년간 1800kg이나 되는 흙을 먹었다. “강변에서 놀다가 갑자기 흙을 먹고 싶어 한 입을 먹어 봤더니 맛이 좋았다”고 말한다. 그녀를 진찰한 의사는 “아무 이상이 없다”고 진단했다.

열대 밀림에서 사는 마코앵무는 습관적으로 진흙을 먹는다. 못 먹게 한 놈은 설사를 한다. 진흙이 유독 물질이 혈액으로 흡수되는 것을 막아줄 뿐만 아니라 소화기 내벽을 감싸 독성 물질로부터 보호하기 때문임이 밝혀졌다. 그래서 마코앵무는 다른 동물은 먹지 못하는 독초를 먹을 수 있다.

의약품에서 흙, 특히 미세한 점토는 유독 물질을 중화시켜 준다. 점토는 다른 성분을 많이 흡착하는 성질이 있다. 이 성질 덕에 비료를 잘 지닐 수 있고, 독소와 해로운 화학물질, 세균, 중금속 등도 흡착해서 무해하게 만든다. 벤토나이트(bentonite), 고령토(kaolinite)와 같은 점토는 위장약에 들어가는데, 유독한 박테리아와 유해 물질을 흡착하고 잉여의 수분을 흡수한다.

또한 점토 표면에 붙어 있는 칼슘과 마그네슘 이온이 위속에 지나치게 많은 산을 중화시킨다. 그래서 설사가 멎는다. 고령토는 위장약 이외에도 피부에 바르면 짓무름, 습진, 베인 상처에 지혈과 염증 억제, 방부, 상처 보호 등의 효과가 있다. 곱돌(활석)을 개어 바르면 건조한 피부에도 잘 붙어 피막을 만들기 때문에 염증이나 피부 트러블에 좋다. 그래서 화장품에 넣는 단골 흙이다.

고운 황토(고령토의 일종임)를 물에 우려 얻은 맑은 물인 황토지장수는 민간에서 건강을 위해 많이 활용하고 있다. 이 물에는 각종 미네랄과 함께 아주 가는 점토가 있어서 앞서 말한 여러 가지 장점을 지니고 있다. 다만 약이나 화장품으로 쓰려는 흙은 공해가 전혀 없는 장소에서 가져와야 한다.


가을 잎이 봄 꽃 된다.
“가을은 모든 잎이 꽃으로 변하는 제2의 봄”이라고 노벨문학상수상작가인 알베르 카뮈는 가을 단풍의 아름다움을 찬미했다.

필자가 네덜란드에서 공부하던 시절에 잠시 말미가 생겨 가을독일과 프랑스를 여행하면서 본 것은 유럽의 단풍은 우리의 붉은 색 단풍과 달리 은행잎 색이 주종을 이루고 있다는 점이었다. 카뮈의 표현대로 다양한 노란색이 꽃만큼 아름다웠다.

잎의 역할은 우리네 가정의 ‘아버지’와 같다. 아버지는 식구들을 위해 온몸을 바쳐 돈을 벌어들인다. 그 돈으로 아이들을 먹이고, 학교를 보내고, 시집 장가를 보내고, 손자들에게 용돈을 쥐여준다.

잎도 그렇다. 처음 피어나서는 다른 잎으로부터 양분을 공급받지만 광합성을 할 수 있게 서둘러서 자립한다. 그러고는 뒤에 태어난 동생들이 자립할 때까지 받았던 만큼의 양분을 대준다. 그러고 나서 동생들이 다 성장하면 그들과 함께 온 힘을 다해 자식인 열매와 씨를 만든다.
9월에 수확이 끝난 복숭아 잎은 제 할 일을 다 한 셈이다. 그렇다고 잎이 하던 일을 멈추는 것은 아니다. 과일이나 씨가 수확되고 난 후에도 광합성은 계속된다. 이때 만들어진 양분은 뿌리와 줄기에 차곡차곡 저장해 나간다.

저장된 양분은 겨울 동안 추위를 견디는 에너지원이 된다. 그리고 겨울눈을 만든다. 겨울눈 속에는 이듬해 봄에 피어나는 잎과 꽃의 원기가 들어 있고, 겨울눈의 바로 밑동 껍질 속에는 그것들이 이른 봄에 크는 데 필요한 양분을 충분히 저장해 놓는다. 보통 봄의 잎 석 장까지는 저장된 양분으로 핀다.

경험이 풍부한 농업인은 가을 잎을 금쪽같이 취급한다. 누에를 치는 농가는 “가을 뽕잎은 나라님도 안 주다”고 할 정도로 아꼈다. 이웃이 뽕이 모자라 얻으려 와서 간청한다.

“내일모레 서리가 온다는데 우리 좀 주.”

“그런 말씀 마슈. 가을 뽕잎 홀대하면 봄에 벼락 맞는 대유”라며 박절하게 거절했다. 그래서 옛 속담에 “가을 뽕잎 한 장이 봄 뽕잎 두 장이 된다”고 한 모양이다.

가을 잎이 이듬해 소출과 연결되기 때문에 광합성을 잘 하도록 최선의 조건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
“처서가 지나면 모기 주둥이가 삐뚤어지고 풀도 운다”는 속담처럼 처서가 지나면 초목은 급속히 변한다. 잎은 급격히 거칠어지고 가벼워진다. 잎에 있는 양분이 뿌리와 줄기로 옮겨가 겨울 채비에 들어가기 때문이다.

급속히 늙어가는 구시월의 잎을 회춘시키는데 가장 중요한 비료는 요소, 물에 0.5%로 희석해서 일주일 간격으로 네 번 뿌려주면 내년 봄에 노력한 보람을 찾을 수 있다. 동해 피해에도 강해진다. 


 

글  = 토양병원 이완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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