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 재배의 어려움, 유통구조 개혁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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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 재배의 어려움, 유통구조 개혁 절실하다”
  • 이지우
  • 승인 2023.02.01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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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포천시 포천사과연구회 박동원 회장

경기 포천시에는 약 130여 농가가 사과를 재배하고 있다. 이 중 40여 농가가 포천사과연구회를 이뤄 활동하고 있다. 마우농원 박동원 회장은 사과 불모지였던 20여 년 전부터 포천시에 사과 재배가 뿌리내리도록 이끌어온 장본인이다. 품종 실험부터 보급까지 포천시 사과재배 발전을 위해 늘 앞장서 온 박회장을 만났다.

약 20여 년 전 포천시 농업기술센터에서 사과 실증사업을 하던 시기, 인삼과 포도 재배를 하던 박동원 회장은 맞춤농정사업으로 사과재배에 뛰어들었다. 당시 포천에서 사과를 재배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있던 시절이라 쉽지 않은 결정이었지만, 이제와 돌아보면 현재 130여 농가에 이르는 포천 사과재배의 발전에 첫 장을 열어 제친 셈이었다.

박동원 대표는 지난 사과 재배의 불모지였던 포천군에 사과 재배의 뿌리를 내린 지역명인이다. 아내 황선애 씨와 함께.
박동원 대표는 지난 사과 재배의 불모지였던 포천군에 사과 재배의 뿌리를 내린 지역명인이다. 아내 황선애 씨와 함께.

“그때는 어떤 나무가 포천에 알맞을지 아무도 모르는 상황이었어요. 진짜 추운 포천에서 사과를 재배할 수 있을까? 의문이 많았던 시절이죠. 지금 와서 돌이켜보면 포천도 영원히 사과를 재배할 수는 없을거라고 하잖아요? 10년 밖에 안 남았다는 사람도 있고요. 이렇게 사과 재배지가 기후변화로 달라지는걸 확인했으니 그때 했던 선택이 결코 나쁜 것은 아니었지요.”
지금은 사과연구회까지 활성화 돼 40여명이 활동하면서 어엿하게 체계가 잡혔고, 경기권에서는 포천사과가 주산지로 꼽힐만큼 자리를 잡았다. 수도권의 이점이 있는 만큼, 다양한 판로 개척이 가능하고, 체계적인 관리로 G마크 인증을 통한 급식납품까지 하면서 포천사과의 영향력은 타 지역이 부럽지 않은 상황이다.


다양한 품종으로 연중 생산
직거래로 매출 안정성 획득

 

2.6ha(8000평) 규모의 사과농원을 운영하는 박 대표. 눈이 내린 3년차 사과밭 전경.
2.6ha(8000평) 규모의 사과농원을 운영하는 박 대표. 눈이 내린 3년차 사과밭 전경.

박동원 대표는 현재 2.6ha(8000평) 규모로 사과를 재배하는데, 재배의 이력만큼 다양한 품종을 재배하고 있다. 썸머킹, 홍로, 자홍, 시나골드, 감홍, 여러 가지 부사까지. 남들보다 한발 앞서 여러 품종을 재배해보고 포천의 기후와 환경에 맞는 품종을 보급하는 일을 처음부터 해왔기 때문에 지금도 연중 생산이 가능하도록 라인업이 잘 갖춰져 있다.

박 대표는 홍로, 부사뿐만 아니라 생산의 공백이 없도록 품종의 다양화를 실현했다. 특히 시나노 골드, 감홍이 소비자에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박 대표는 홍로, 부사뿐만 아니라 생산의 공백이 없도록 품종의 다양화를 실현했다. 특히 시나노 골드, 감홍이 소비자에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당연하게도 추석과 구정이 사과농가의 주요 매출시기이지만, 그렇다고 홍로와 부사에만 초점을 맞추면 농가 입장에선 수입이 들어오는 시기가 한정될 수밖에 없어요. 요즘 소비자들은 시즌에 관계없이 먹을 수 있고, 기존과 색다른 맛과 특성의 과일을 원하기 때문에 이를 잘 공략할 필요가 있습니다. 색이 노랗고 당도와 산도가 조화를 잘 이룬 시나노 골드는 소비자에게 특이한 사과로 인기를 끌고 있고, 홍로가 끝나고 난 후에 나오는 감홍도 그 맛이 좋아 각광을 받고 있습니다. 요즘 이렇게 틈새 품종이 프리미엄 시장에서 인기가 좋은 만큼 우리 농가에서도 홍로, 부사에만 매진할 것이 아니라 꾸준한 품종갱신으로 시장의 요구를 준비할 줄 알아야 합니다.”

2022년 경기도 사과 품평회에서 장려상을 수상한 박동원 대표.(맨 좌측)
2022년 경기도 사과 품평회에서 장려상을 수상한 박동원 대표.(맨 좌측)

포천 사과연구회는 올해도 묘목 자가 생산·보급을 통해 회원 농가의 품종 갱신을 도울 예정이다. 묘목은 최근 소비지와 농가에 인기가 좋은 품종을 위주로 이뤄진다.


구정 출하는 예년과 비슷
시장 가격 안정됐으면…

남은 물량은 보통 5월까지 출하가 되기도 하나 박 대표의 사과는 3월까지 출하가 모두 끝날 예정이다
남은 물량은 보통 5월까지 출하가 되기도 하나 박 대표의 사과는 3월까지 출하가 모두 끝날 예정이다

사과 재배 농가의 대목이라 할 수 있는 구정 사과 출하는 예년과 비슷한 수준으로 마무리 되었다. 포천 사과는 직거래 위주로 출하가 되고 농가 개별적으로 출하하는 물량이 많기 때문에 경매시장의 시세에 크게 민감한 편은 아니다.
반면 경매시장에서의 전체 구정 사과는 작년에 비해 좋은결과를 얻지 못했다. 구정 연휴를 이틀 앞둔 지난달 19일 부사 10kg 한 상자 평균 경매가격은 2만9346원으로 전년 대비 약 30% 하락한 가격을 기록했다. 지난해 사과 생산량이 예년 대비 10% 정도 늘었고, 소비 심리 위축으로 과일 소비가 확연히 줄어든 탓이다.

박동원 대표는 우리나라 과일 소비 구조의 문제점을 타파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말한다. 하루아침에 바꿀수는 없는 일이지만, 사과 농가의 지속가능한 영농을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일이라고 밝혔다.
“생산자가 자꾸만 직거래로 이윤을 추구해야만 손에 쥐는 게 있을 정도로 구조적인 유통 구조의 문제를 해결해야 해요. A급 위주로 편성된 시장의 기준을 좀 낮추고, A급과 B급의 가격 차이를 줄이는 방향으로 해서 소비자 인식도 개선하고, 농가도 A급 생산의 부담감을 떨쳐내야 건강한 시장이 형성될 수 있을 것이라 봅니다. 우리 소비자도 크고 모양이 예쁜 사과만 맛이 있을게 아니라는 것을 충분히 알 수가 있어요. 사과를 일상에서 소비하는데 A급과 B급에 전혀 차이가 없다는 것을 더 확실히 알리고, 시장에서 B급의 유통이 더 양성화 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경기도 G마크 인증과 GAP 인증으로 품질을 보장하는 포천사과. G마크 인증을 통해 지역 학교 급식으로 납품돼 농가의 안정적인 출하처 확보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
경기도 G마크 인증과 GAP 인증으로 품질을 보장하는 포천사과. G마크 인증을 통해 지역 학교 급식으로 납품돼 농가의 안정적인 출하처 확보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

박 대표는 최근 인건비, 자재비 상승으로 농가가 부침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B급 사과가 형편없는 취급을 받는 우리나라 유통구조의 혁신은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특히 인력 부족으로 사과 재배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며, 이를 잘 이겨내기 위해서는 소비자 인식 개선과 유통 구조의 간소화로 농가의 시장 출하가 보다 안정적인 영농으로 이어질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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