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째 풍부한 일조량으로 만든 명품 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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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째 풍부한 일조량으로 만든 명품 배
  • 조호기 기자
  • 승인 2023.02.01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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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천안시 유정농원 유해서 대표

태풍으로 인한 과수 농가 피해가 해마다 적지 않게 발생한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작년 9월 제11호 태풍으로 피해를 입은 사과·배 농가의 농작물 피해면적은 1만 5602ha(약 4천7백만 평)으로 태풍 이동 경로에 위치한 제주도, 전라남도, 경상남도, 경상북도를 중심으로 사과, 배 등 피해가 발생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상 기후로 인해 태풍이 한 해에 수차례 한반도를 강타함에 따라 과수 농가의 시름은 그만큼 클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특별한 방풍망으로 수십 년째 태풍피해를 보지 않고 과수를 출하해온 농가가 있어 찾아가 보았다.

천안시 성환읍에서 배 농사를 짓고 있는 유정농원의 유해서 대표(72세)는 아들을 포함 4대째 배농사를 짓고 있다.
“1930년대 고조할아버지가 이곳에서 배농사를 시작하셨어요. 그래서 지금까지 배 농사를 하고 있는데 제 아들까지 같이 재배를 하고 있으니 4대째 배 농사를 짓고 있는 것이죠.”

유대표 농장 면적은 6만 6200㎡ (약 2만 평)으로 4대째 배를 재배하고 있다.
유대표 농장 면적은 6만 6200㎡ (약 2만 평)으로 4대째 배를 재배하고 있다.

배 재배면적은 6만 6200㎡(약 2만 평)으로 주품종은 신고이다. 신고배는 일본 품종으로 담황갈색으로 외관이 예쁘며 과육은 희고 육질이 부드러우며 과즙이 많은 것이 특징이다. 저장력은 90일 정도로 긴 편이다. 하지만 꽃눈이 밀집해서 많이 생겨 꽃눈 전정에 노동력이 많이 들고 가장 중요한 것은 냉해에 굉장히 약하다. 또한 적정 숙기가 10월 상순으로 9월 중순에 추석을 맞는 해에는 일부 지역에서 미숙과를 수확할 수밖에 없다.
유 대표는 40년 전부터 신고 품종을 재배해 왔다. 하지만 3~4년 전부터 일부 신화 품종으로 교체, 현재 2만 3150㎡(약 7000평)에 재배하고 있다.

3~4년 전부터 일부 신화 품종으로 교체, 현재 2만 3150㎡ (약 7000평)에 재배하고 있다.
3~4년 전부터 일부 신화 품종으로 교체, 현재 2만 3150㎡ (약 7000평)에 재배하고 있다.

신화는 평균숙기가 ‘신고’보다 15일 이상 빠른 품종이다. 중생종으로 과형은 편원, 과피색은 황갈색이며 평균 과중은 630g, 당도는 13°Brix 내외로 높고 풍부한 과즙과 부드러운 육질로 뛰어난 식미를 가진 고품질의 추석 선물용으로 적합하다. 또한 상온에서 30일 정도 보관이 가능해 저장력이 우수하고 단과지 형성과 유지가 비교적 잘 돼 재배관리가 용이하다. 꽃가루가 거의 없어 인공수분 또는 수분수 품종이 필요하지만 주요 품종과 교배 친화성이 높다. 신화는 국내 배 유통량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일본 품종 ‘신고’를 대체하기 위해 개발한 전략품종이다.

신화는 화접을 50% 정도만 해도 열매가 잘 달린다.
신화는 화접을 50% 정도만 해도 열매가 잘 달린다.

“우리나라 배 품종의 7~80%가 신고 품종이지만 좀 단점이 많습니다. 수확시기가 늦다 보니 배 소비가 가장 많은 추석을 맞추기 위해 성장 호르몬을 줘야 하는데, 그러다 보니 배가 무르고 저장성이 떨어지고 맛도 좀 덜한 편이 되더라고요. 반면 신화 품종은 보름정도 수확이 빠르기 때문에 추석에 맞춰서 출하가 가능하고, 수확시기도 어느 정도 조정이 가능해서 가격 방어도 수월합니다. 맛 또한 신고는 약간 까끌까끌한 석 세포가 많아 씹히는 맛을 좋아하는 분들은 모르겠지만 별로 좋아하지 않는 소비자분들에게는 비교적 부드럽고 아삭한 신화가 제격이지요. 잎에서 흑색의 병반이 생기고, 나중에는 검은색 그을음 모양으로 변하는 흑성병은 배에는 아주 치명적인데 신화는 비교적 강해 약을 덜 쳐도 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가장 큰 장점은 신고는 100% 화접을 해야 하는 것과는 달리 신화는 화접을 50% 정도만 해도 열매가 잘 달립니다. 그만큼 노동력도 절감되는 것이지요. 굉장히 좋은 품종입니다. 신화 배를 먹어보신 소비자분들의 만족도도 상당히 좋습니다.”


사철나무 방풍벽…지금까지 태풍피해 없어

 

5월에 적과를 하고 6월 말 봉지 씌우기 작업을 진행한다.

유 대표는 연초에 기계유제 살포 등 방역을 실시하고 4월 15일 전후 만개가 되면 화접을 시작한다. 일주일 동안 화접을 하고 나서 5월에 적과를 하고 6월 말 봉지 씌우기 작업을 진행한다. 신고는 9월 말이나 10월 초에 수확을 시작하고 신화는 9월 중순부터 수확한다. 이후 과실이 큰 것은 저장고로 옮기고 비교적 작은 배는 20개국 등으로 수출을 위해 천안배원예조합으로 출하한다.
겨울 전지작업을 하고 가축분과 미생물 등을 발효한 영양분으로 토양관리를 하면 한해 배 재배 작업은 마무리된다.

유 대표는 사철나무를 농장 주변 빼곡이 심어 태풍 피해 방지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천안배원예조합이나 농업기술센터에서 상황에 맞게 방역 방제나 필요한 교육을 제공해 줘서 큰 도움을 받고 있다는 유 대표는 특히 2m 높이의 사철나무를 농장 주변 빼곡히 심어 태풍 피해 방지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에서 스테인리스로 만든 방풍망을 지원해 주는데 별로 효과가 없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일본식으로 30년 전부터 사철나무를 농장 주변에 울타리를 쳤습니다. 태풍이 와도 끄떡이 없어요. 지금까지 태풍으로 피해를 봐서 출하를 못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습니다.”
사철나무가 가격이 저렴하기는 하지만 제대로 방풍 구실을 하기 위해서는 5~6년 정도 키워야 하기 때문에 우선은 일반 방풍망과 같이 구축해 놓아야 한다고 말하는 유 대표는 일단 제대로 사철나무가 자라나면 방풍 역할은 확실하다고 단언했다.

과실이 큰 것은 저장고로 옮기고 비교적 작은 배는 수출을 위해 천안배원예조합으로 출하 한다

유 대표는 1년에 15kg 단위로 1만 7000상자를 수확하고 4억 원 정도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유통은 이마트에 70%, 수출 20% 비율로 유통을 하고 있으며 나머지 10% 정도는 가락동이나 소규모 도매상에 유통하고 있다.
“저희 배는 당도가 높고 모양이 좋아 특품이 많이 생산됩니다. 특히 과일의 당도에 중요한 풍부한 일조량을 위해 가지들을 최대한 수평하게 유인을 해서 모든 과일들이 골고루 햇볕을 받을 수 있도록 합니다. 도장지를 최대한 빨리 제거해서 햇볕이 골고루 투하하게끔 합니다.”

노동력 부족 해소를 위해 지역 농장주들과 공동 인력을 20여 명 정도 운영하고 있다.
노동력 부족 해소를 위해 지역 농장주들과 공동 인력을 20여 명 정도 운영하고 있다.

배 농사에서 가장 어려운 점이 아무래도 인력 수급이라고 말하는 유 대표는 배는 화접, 적과 등 인력이 필요한 시기가 몰리는 특징이 있기 때문에 노동력 부족 해소를 위해 지역 농장주들과 공동 인력을 20여 명 정도 운영하며 해결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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