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용 전기요금과 면세유값 급등, 우리 농업 이대로 괜찮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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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용 전기요금과 면세유값 급등, 우리 농업 이대로 괜찮을까?
  • 이지우
  • 승인 2023.02.27 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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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부터 농업용 전기요금과 면세유 가격이 폭등하면서 우리 농업 현장이 몸살을 앓고 있다. 농업 현장에선 이미 높아진 인건비에 난방비와 자재가 끝도 없이 오르는 상황에서 농업으로 이윤을 창출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을 하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해 말부터 전남 구례군 등 전국 각지에서 농업용 저온저장고 전기 부정사용으로 과징금이 쏟아졌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농장주가 현장에 없는 상황에서 무단으로 방문해 저온저장고를 둘러보고 일방적으로 과징금을 부과했다고 토로하는 농업인이 속출하는데 가운데, 한국전력이 저온저장고에 쌀, 김치 보관은 안 되고, 나락, 배추는 괜찮다는 논리로 이해하기 힘든 불분명한 부정사용에 대한 기준을 제시해 이에 대한 논란이 거세졌다. 한전 영업업무처리지침 제7장에 ‘농작물 및 보관 목적의 단순 가공한 농작물만 보관 가능하다’고 쓰여 있어 이에 대한 현실에 맞지 않는 해석으로 남용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는 것이다.

사실 농업용 전기 부정사용에 대한 한전과 농업 현장의 갈등은 단순히 최근에 벌어진 일만은 아니다. 지난 2015년에도 한 지역에서 저온저장고에 김치를 보관했다가 부정사용으로 과징금을 받아 논란이 되었고, 이와 같은 행태의 일은 그동안 꾸준히 문제로 지적되었던 부분이다.
한전의 ‘저온보관시설 및 단속 현황’에 따르면 현재 전국에는 13만 9328개의 소형 농작물 저온보관창고가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데, 지난해 단속건수는 126건, 위약금 부과는 5억 9600만 원에 달한다. 이는 2021년 34건, 9700만 원에 비해 건수로는 3.7배, 금액으로는 6.1배 증가한 수치다.

이에 전국농민회총연맹은 지난달 6일 전남 나주 한전 본사 앞에서 “한전은 농업용 저온저장고에 대한 농사용 전기 단속을 당장 중단하라”고 밝혔다. 지난달 7일 전남 김영록 도지사는 실·국장 정책회의에서 “농어민이 저온저장고에 보관하는 김치 등 일부 가공 농수산식품이 농사용 전기 적용 대상 품목에 포함되도록 대응하라”면서 국민감정에 맞게 농수산물로 분류되도록 현장 대처를 잘해 달라”며 진화에 나섰다. 더불어민주당 서삼석(전남 영암·무안·신안) 의원 역시 지난달 9일 한국전력공사 이경숙 전력솔루션본부장을 만나 제도개선을 약속했다고 밝혔다. 서 의원은 “한전의 모호한 규정에 근거한 위약금 부과로 농림축산식품부의 소형 농작물 저온보관창고 건립 및 개보수 지원 사업의 취지가 몰각됐다”면서 “농작물 저온창고에 대해 의원실 차원에서도 지속적으로 한국전력공사, 농림축산식품부와 협의해 조속한 제도개선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한전은 곧 농사용 전력 제도개선을 추진하기로 하고, 제도개선이 이뤄지기 전까지 농사용 전기에 대한 부당한 단속 및 사용 개도 등의 행위를 중단하기로 했으며, 제도개선 과정에 농민들의 의견을 최대한 반영하겠다고 약속했다.

농업용 전기요금에
농가 벼랑 끝에 몰려

그렇다면 왜 한전은 이러한 논란을 야기한 걸까? 지난해 9월 산업통상자원부 박일준 2차관의 말에서 그 힌트를 찾을 수 있다. 당시 박 차관은 기자들과의 소통자리에서 “전력 다소비 기업에 대한 전기요금 원가 회수율이 70%가 안 된다”면서 “전력 다소비 구조 조정을 위해 대용량 사용자에 대해서 전기요금 차등 적용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박 차관은 농업용 전기요금에 대한 특례제도의 허점을 지적하며 “농업용 전기는 원가회수율이 25%밖에 안된다”면서 “농사용 전기를 공급받는 대기업도 있다. 30대 대기업 집단도 농사용 전기를 쓴다”고 말했다. 

농업용 전기의 인상이 일괄 금액으로 이뤄져 실제 상승비율은 산업용의 2배를 넘어서고, 면세유값도 1400원에 대해 육박해 가온이 필요한 겨울재배 농가 현장에선 비상이 걸렸다.

한전은 지난해 전기요금 인상이 불가피하다며 두 차례 인상했는데, 농사용과 일부를 제외한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을 12.3원으로 동일하게 적용해 지난해 대비 산업용 갑 Ι의 경우 22.6% 오를 때 농업용 을은 35.9%, 농업용 갑은 74%나 오르게 된 것이다. 농사용·산업용·일반용 등 모든 계약 종별 요금을 일률적으로 1㎾h(킬로와트시)당 4.9원(4월)·7.4원(10월) 등 12.3원씩 인상해 농가의 전기료 부담이 수용 가능한 수준을 넘어섰다는 점이다.

한국파프리카생산자자조회 신정훈 회장은 이러한 전기요금 인상비율은 농가 경영에 곧 직격탄이라고 말한다. “국제 정세와 고물가로 인해 전기요금 인상 자체를 용납하지 않겠다는 것이 아니라, 농업 현장은 고려치 않고 똑같은 금액으로 전기요금을 인상한 것은 안 그래도 어려운 농업 현장에 엄청난 부담을 가중 시키는 것”이라며 “지난해 산업용 대비 2배 이상 올라버린 현실은 곧 농업의 생태계를 파괴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항변했다.

경기 북부에서 장미를 재배하는 A씨는 지난해 대비 2배 이상 오른 전기요금에 40년 이어온 장미재배 중단을 고민 중이다.
경기 북부에서 장미를 재배하는 A씨는 지난해 대비 2배 이상 오른 전기요금에 40년 이어온 장미재배 중단을 고민 중이다.

경기 북부 지역에서 40년 넘게 장미를 생산해온 A씨는 올해 초 겨울 전기요금 고지서를 받고 진지하게 폐업을 고려하고 있는 상황이다. 연동형 시설에 다겹보온커튼까지 갖추고 최대한 시설 설비를 통해 난방비를 절약해보려 했지만, 기본적인 생육에 필요한 난방만으로도 한달에 1천만 원 이상의 전기요금이 소요된 것이다. 그는 “지난해 이 시기에 비교하면 두 배 정도가 나왔는데. 생산비의 40~50%가 환경 제어에 필요한 난방비다. 우리나라 화훼산업이 10여 년 동안 위축되다가 이제 좀 기지개를 펴나 했는데 날벼락이 떨어진 것”이라며 진지하게 폐업을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러한 상황 속에서도 농사용 전기요금은 올해 1월부터 향후 3년간 총 11.4원 추가 인상(3년 동안 3.8원씩 분할 인상)이 단행된다.

농가당 농업경영비 70% 가중
이대로 버틸 수 있을까?

더불어민주당 위성곤 의원(제주 서귀포시)은 지난달 6일, ‘농사용 전기요금 및 등유값 폭등에 따른 피해대책 마련을 위한 국회 긴급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발제자로 나선 농협경제연구소 최정윤 연구위원은 농가경영여건이 지속적으로 악화되는 가운데 산업적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전기요금 정액 인상으로 농가경영부담이 크게 가중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농협경제연구소 최정윤 연구위원
농협경제연구소 최정윤 연구위원

최 연구위원에 따르면, 농가의 수익성을 나타내는 농가교역조건지수는 2022년 100.4로 전년대비 13.4% 감소했으며, 농가당 농업경영비 비중이 70.3%까지 증가한 것으로 추정되어 농업경영여건이 지속적으로 악화되고 있는 가운데 농사용 전기요금 갑의 경우 2023년 1월 현재 2년 전에 비해 97% 인상, 면세유의 경우 2023년 2월 현재 2017년 12월 대비 경유는 70.2%, 등유는 74.6% 상승해 일반유보다 상승 폭이 큰 상황이다.

최 연구위원은 기후변화, 에너지 전환 및 스마트 농업, 냉난방 수요 증가, 시설농업 확대 추세 속에서 농사용 전기는 전기료를 인상해도 전력 소비를 줄이기 힘든 구조라면서 농사용 전기료 인상분 차액지원, 타 계약종과 차등 인상, 에너지 절감 시설 및 효율개선 사업 확대 등의 정부지원과 변화된 농업 현실을 반영한 농사용 전기공급 약관 개편 검토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면세유에 대해서도 시설원예농가 등에 대해 유가연동보조금 지급을 상설화하고 면세유 보조금 일몰기한 연장 및 일몰제도 폐지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토론회를 주최한 위성곤 의원은 “생산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해 지금의 위기를 해결하기 위한 보다 실질적인 지원방안이 하루 속히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나주의 겨울 멜론 농가는 면세유값의 부담뿐만 아니라 수입산 멜론과의 가격경쟁으로 사면초가에 놓였다.
나주의 겨울 멜론 농가는 면세유값의 부담뿐만 아니라 수입산 멜론과의 가격경쟁으로 사면초가에 놓였다.

농업 현장에서는 생존의 위협을 느끼고 있는 현 상황에서 근본적인 해결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전남 나주에서 겨울 멜론을 재배하는 B씨는 “지난해 겨울 900원대 등유로 난방을 하던 시기에도 생산비가 높아 허덕였는데, 이제는 1400원에 육박해 겨울 멜론을 주로 생산하는 나주 멜론 농가는 모두 참담한 심정이다. 생산단가는 끝없이 올라가지만 멜론 가격은 20년째 그대로인 수준”이라며 “농가는 난방비와 인건비 등 생산비 부담에 수입산 멜론과도 경쟁해야하는 어려운 처지”라며 한탄했다.

화훼류는 시즌 상품으로 가온을 통해 시기에 맞춰 출하를 해야하지만, 급등한 난방비로 어려움이 처해있다.
화훼류는 시즌 상품으로 가온을 통해 시기에 맞춰 출하를 해야하지만, 급등한 난방비로 어려움이 처해있다.

경남 김해에서 장미, 거베라 등 화훼작목을 재배하는 C씨는 “화훼는 시즌 상품이라 적정 시기에 출하하기 위해 난방이 필요한데 난방비 걱정에 한숨이 나오는 지경”이라며 “정부와 지자체가 임시 지원을 하고 있지만 장기적인 영농활동은 불안할 수밖에 없다”며 근본적인 대책마련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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