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농촌과 함께 장애인의 자립을 추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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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농촌과 함께 장애인의 자립을 추구하다’
  • 이지우
  • 승인 2023.02.27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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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한국장애인농축산기술협회 홍귀표 회장

우리사회는 그동안 장애인에 대한 많은 인식의 변화를 가져왔고, 장애인 복지를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을 해오고 있다. 그 단면에는 늘 그들을 대변하고, 편견에 당당히 맞서 변화를 이끌어온 이들이 있다. 일생 장애인의 자립 의지를 복 돋우며 활동가로 활약해 온 (사)한국장애인농축산기술협회 홍귀표 회장이 바로 그렇다.

홍귀표 회장은 지난 80년대 후반부터 꾸준히 우리 사회의 장애인 인권과 삶의 질 향상을 위해 노력을 해온 활동가다. 그 스스로 소아마비로 걸음에 불편을 겪은 장애인 입장에서 어린 시절 편견에 부딪히기도 했다. 그러나 장애인 스스로 자립할 수 있다는 확고한 의지를 바탕으로 한국기능장애인협회 중앙회장을 맡아 능력을 배양하고, 사회의 당당한 일원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자립을 돕기도 했다. 
지난 2012년 창립총회를 통해 출범한 (사)한국장애인농축산기술협회 홍귀표 회장을 만나 한국장애인농축산기술협회(KAT)이 추구하는 가치와 활동에 대해 들어보았다. 

 

Q. (사)한국장애인농축산기술협회의 설립 취지
우리 농업에 종사하는 장애인이 약 25만 명 정도로 추산됩니다. 전체 농업인 중 굉장히 높은 비율임에도 불구하고 농업 현장에서 우리 장애인을 위한 여러 개선책이 마련되지 않았고, 이에 대한 사회적 인식도 부족해 하루 속히 장애를 가진 농업인을 대변할 단체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사회적으로 장애인에 대한 인식과 지원이 나날이 좋아지고 있지만, 여전히 장애인이 자립의 의지를 추구하기에는 현실의 벽이 너무나 높습니다. 특히 농업 현장에서 활약하는 우리 장애인에 대한 제대로 된 이해와 지원책이 마련되지 않은 것도 현실이고요.

신체의 장애 때문에 상대적으로 배움의 기회를 놓친 장애인들이 경제적인 문제와 전문성 결여로 자립의 한계를 뛰어넘지 못하는 것 또한 현실입니다.

저는 30년이 넘는 세월동안 장애인의 편에 서서 장애인의 삶이 나아질 수 있도록 사회적 운동을 해온 활동가로서 생명의 출발인 흙과 함께 생명 나눔을 실천하는 농업이야 말로 장애인과 그 가족의 건강은 물론, 생산적 복지로 나아가는 첫 걸음이라 생각합니다.

농업은 기존 1차 산업에 제조, 가공의 2차 산업과 서비스의 3차 산업을 포괄하는 6차 산업으로 변모하고 있습니다. 또한 ICT 융합 기반의 창조농업 실현을 위해 그 영역을 무한대로 넓혀가고 있습니다. 장애인이기에 농사를 지을 수 없다는 말은 편견이자 옛말입니다.

오히려 특화된 농축산업을 기술집약적 사업으로 집중력이 강한 장애인들이 더 큰 기대효과를 얻을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저희 협회는 급변하는 농축산업의 새로운 패러다임 속에서 다양하고 실질적인 장애인의 귀농 및 농축산분야 일자리를 창출, 사회적 비용감소는 물론 사회통합을 통해 살맛나는 세계를 만들어 가고자 합니다.

 

Q. KAT의 주요 활동 사항은?
우리 협회의 핵심 취지이자 가장 큰 활동은 장애인이 스스로 자립해서 사회활동을 하고, 생계를 위해 일자리를 가지고 수익을 낼 수 있도록 돕는 일입니다. 이 과정에서 농업을 기반으로 하고 있는 것이고요. 

사회 여러 방면에서 장애인에 대한 고용이 이뤄지고 있지만, 아무래도 교육 과정이 필요하고, 또 비장애인 대비 능률이 부족한 부분을 보완할 수 있는 분야를 설정하고 이를 적절히 배치해서 제 몫을 할 수 있도록 지원을 하고 있습니다.

(사)한국장애인농축산기술협회는 장애인 일자리 창출을 위해 두 곳의 임대농장에서 화훼 상품을 생산하고 있다
(사)한국장애인농축산기술협회는 장애인 일자리 창출을 위해 두 곳의 임대농장에서 화훼 상품을 생산하고 있다

먼저 우리 협회는 우선구매제도를 기반으로 직접 생산한 화훼 상품을 공급하고, 조경 과정에서 식재를 지원하고 합니다. 현재 용인과 여주에 약 1.8ha(6000평) 정도의 임대 부지를 마련해서 장애인이 직접 실내인테리어와 조경용 화훼 상품을 생산하고 있고요. 

처음 이 사업을 기획한 이유는 우리 장애인이 흙과 자연을 대하면서 심리적인 치유도 하고, 몸을 쓰면서 노동에 대한 가치도 자연스럽게 경험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이유였습니다. 실제로 처음에는 적응에 어려움을 겪기도 했지만 현재는 약 80명의 중증장애인이 4대 보험에 가입해 일을 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활동으로 활기를 얻고, 책임의식을 가지고 자기 일에 임하는 이들을 보면서 우리 사회에서 장애인이 충분히 구성원으로 살아갈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게 되었으며, 협회도 자구적 노력으로 임금도 지급하고, 4대 보험을 지원하는 등 기반을 다지게 되었습니다.

 

Q. 회장님이 자립을 강조하는 이유
88 장애인 올림픽 때 장애인 올림픽 조직위원회 사무총장님이 高 조일묵(전 한국장애인재활협회장)이라는 분이 계셨어요. 그 분이 저를 발탁해서 70이 다 된 제가 아직도 활동가로 이렇게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올림픽이 끝난 이후에 봉사회를 하나 만들자 해서 곰두리 봉사회를 만들었는데, 그때는 지금과 같이 장애인의 인권을 위한 사회적 움직임이 다소 약할 때였거든요. 그래서 장애인들 이동권이라든지, 의식주 문제를 지원하기 위해 여러 활동을 하기 시작했죠. 그렇게 홍보활동도 하고 수십 년이 지나다보니 이제는 정부가 먼저 장애인 생활개선을 위해 움직이는 세상이 되었으니 참 많은 것이 변했죠.

이렇게 하나하나 장애인들 문제가 해결이 됐잖아요. 그러나 그때와 달라진 게 있습니다. 뭐냐 하면 80~90년대 제가 사회에 나와서 보니 장애인들이 다 제각각 사회에서 일을 하고 있었어요. 본인이 가진 장애를 극복하고 임할 수 있는 사회 분야에서 열심히 일을 해서 가족 부양하는 가장도 되고, 그런 모습이 참 멋있고 감동적이었죠. 

홍귀표 회장은 장애인이 국가가 지원하는 최소한의 사회보장에 기대지 않고, 주체적인 삶을 살 수 있도록 지원하고자 노력해왔다.
홍귀표 회장은 장애인이 국가가 지원하는 최소한의 사회보장에 기대지 않고, 주체적인 삶을 살 수 있도록 지원하고자 노력해왔다.

그러나 지금은 임대 영구임대 아파트가 만들어져서 한 11평짜리 실 평수 한 7평 되는 곳에 장애인이 모여서 기초생활수급을 받아 하루하루 살아가는 이들이 많아졌어요. 물론 기본 생활권을 정부에서 도와준 것은 너무나 좋은 일이지만, 반면 그런 부분에 기대서 수익활동을 등지고 사회와 더욱 격리되고 이런 부작용도 생긴 것은 사실이거든요.

저는 우리 장애인이 더욱 사회구성원으로 각 분야에서 인정받고 일하는 세상이 되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기초수급에 기대서 살아가지 말고, 더 많은 일을 하고 더 많은 수익을 얻어 한결 나은 삶을 살 수 있도록 돕고 싶은 마음입니다. 그래서 꾸준히 자립을 강조하는 것이고, 또 농업이 이러한 과정에서 좋은 해결책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Q. 장애인의 귀농귀촌 교육을 하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노력해서 잘 살려고 하는 장애인에 그러면 어떤 대안과 방향을 줘야 하기 때문에 농업에 종사해서 미래를 꾸릴 수 있도록 교육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특히 우리 농촌이 고령화로 인력이 부족하고, 후계농이 없어서 폐업을 하는 등 어려움을 많이 겪고 있지 않습니까? 저는 장애인이 이러한 현상에 일부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특히 주체적인 삶을 살기 원하는 장애인이라면 굳이 도시에 살 것을 고집할 것이 아니라, 농촌에서 자연과 어울려 살며 건강도 찾고 일을 하면서 자급자족하는 삶을 살 수 있지 않겠습니까?

실제로 많은 도시민이 이런 귀농귀촌 사업에 의지를 보이고 있고요. 20명씩 교육반을 운영하는데 참여 열기가 굉장히 뜨겁습니다. 이러한 교육 과정을 통해 우리 장애인이 농업 현장에서 자기 몫을 충분히 할 수 있도록 의지를 고취시키고, 기능을 가지고 활동할 수 있도록 돕고 있습니다.

지난달 16일 개최된 정기총회 현장 모습.
지난달 16일 개최된 정기총회 현장 모습.

한 가지 바라는 점이 있다면 이러한 귀농귀촌 교육이 과정으로 끝나지 않고, 결과로 이어지기 위해 인큐베이터 농장을 고려하고 있는데, 협회 차원에서 이를 모두 마련하기란 어려움이 많습니다. 교육을 받은 장애인이 인큐베이터 농장에서 실무를 경험하고 농업 현장에 뛰어들 수 있도록 과정을 만들고자 하는데 이러한 부분도 정부와 적극 협의를 할 예정입니다.


Q. 활동에서 겪는 어려움

(사)한국장애인농축산기술협회는 화훼 생산 뿐 아니라 식재와 조경 사업까지도 펼치고 있다. 홍보를 위해 참여한 페스티벌 현장 모습.
(사)한국장애인농축산기술협회는 화훼 생산 뿐 아니라 식재와 조경 사업까지도 펼치고 있다. 홍보를 위해 참여한 페스티벌 현장 모습.

우리가 생산한 화훼를 공공기관이나 기업에서 납품 받는 것은 물론 식재와 조경, 관리까지 위탁을 하고자 하는 곳이 많아요. 우선구매 특별법에 의거해서 여러 제안이 들어오고 있는데, 저희 입장에서 사실 임금이나 이런 부분 일절 지원 없이 협회 스스로 해결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런 고정적인 납품 관리 현장이 생기면 일자리 창출도 확대되고 굉장히 좋은 일입니다만, 조경 관리를 우선 구매로 지정 받으려면 중장비 2개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조항이 있어요.

트랙터나 포클레인 뭐 이런 조경과 관련된 중장비 2개를 마련해야 한다는 납득이 잘 안 가는 조항이 있는데, 사실 협회 차원에서 그런 중장비를 마련하는 것도 어렵지만 그걸 마땅히 운영할만한 사람도 없고요. 일단 조경회사들도 중장비는 다 전문 업체나 인력을 빌려서 쓰는 마당인데, 우선구매 특별법 안에 이러한 조항이 있다는 거 자체가 어떻게 보면 모순이거든요.

유독 중증장애인 우선구매 특별법의 조경 관리하는 하는 과정에서 일반 조경회사들도 가지고 있지 않은 중장비를 가지고 오라는 건 납득하기가 좀 어려운 부분이 있죠. 이걸 협회 차원에서 해결하기 위해 여러모로 노력을 하고 있는데, 아직까지 뚜렷하게 해결책은 나오지 않았습니다.

 

Q. 향후 목표하는 바가 있다면
제가 이 협회를 설립한 이유에서 그 답을 찾을 수 있을 텐데요. 저는 장애인의 자립을 추구하고, 또 사각지대에 놓인 장애인을 한 번 더 살펴보고자 하는 바람에서 이 협회를 설립했습니다. 우리 협회가 현재 도시에서 살고 있는 장애인에 대한 일자리 지원과 귀농귀촌을 돕고는 있지만, 아직까지 부족한 부분이 기존 농업 현장에서 살아가고 있는 장애인에 대한 관심과 지원입니다. 우리 협회는 아까 말씀드렸듯이 자구책을 통해 운영이 되고 있기 때문에 전국에 계신 농업 현장의 장애인에 대한 회원 조직과 지원책 마련이 원활치 못한 부분이 있습니다. 이런 상황을 타파하기 위해 계속해서 정부와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아직 미비한 부분이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앞으로는 이러한 부분을 보완해서 전국 장애농업인의 대변자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협회의 조직을 체계화하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정부 기관과 우리 시민들이 많은 관심을 가져주시고 응원해주신다면 언젠가 이러한 목표를 꼭 이룰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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